개헌 띄운 이재명, ‘장기 집권’ 노림수?

또 삽도 못 뜨고 끝날까

[일요시사 정치팀] 이재명정부가 개헌 추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정 운영 동력이 강한 임기 초에 드라이브를 걸어 개헌을 성공시키겠단 구상이다.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안을 걸고 넘어졌다. “이재명의 장기 집권”이라며 공포탄을 쏘아 올리고 있어 개헌 로드맵마저 흐릿해지는 형국이다.

개헌은 매 선거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다. 대통령 후보들은 “87년 체제를 극복하겠다”며 앞다퉈 개헌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막상 당선된 이후에는 흐지부지 다음 정권의 몫으로 미루기 일쑤였다.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이재명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이 대통령 역시 임기 초반부터 개헌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개헌 논의
걸림돌은?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시절부터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의 헌법은 87년 체제에 멈춰있는 만큼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5월18일 대선 국면이던 당시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을 수면 위로 띄웠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서 윤석열 전 정권처럼 친위 군사 쿠데타를 하거나,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 인권을 짓밟는 행위가 불가능하도록 통제 장치를 좀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저나 민주당은 87년 체제가 효용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도 많고 역사적 당위성도 있었는데 객관적 상황 때문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쉽게 조정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해야 할 일인데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개헌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비롯한 ▲대통령 결선투표제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사후 승인제 등 대통령 권한 축소안과 더불어 ▲감사원 국회 이관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공수처장·국가인권위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 및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제 등을 제안했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단연 대통령 4년 연임제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가능해지면 그 책임성 또한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행 단임제에선 현직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돼있다. 이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 운영 방식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기존에 있던 사업은 물론 장기 프로젝트까지 엎어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문재인도 실패...“제왕적 대통령” 비판
헌법 128조 설명에도 먼 산 보는 국힘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시되는 게 중임제와 연임제다. 두 제도 모두 대통령 권력 분산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중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 또는 차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그 다음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만 출마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6일 이 대통령은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과 1시간40분 동안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공약이었던 개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정권 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위)도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개헌 논의 착수에 나섰다. 국정위 조승래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개헌안은 이미 공약한 것이라 정리가 돼있고 문제는 시기”라며 “(개헌안을) 대통령이 발의하든 국회에서 발의하든 간에 국회 개헌특위 등 국회 논의에 따라 추진 속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위는 국회와 국민 공감대 양쪽 모두를 예의주시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개헌 논의는 대통령 중심제의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단 점에서다.

조 대변인은 “여당과의 협의만으로 될 문제는 아니”라며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일이라 야당과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위는 개헌안을 성안하는 곳은 아니다. 대통령이 공약한 사항을 정리해 국정 과제 목록에 첨부할 것”이라며 “국정위는 개헌 추진 절차와 방법,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 늦어도 2028년 총선이라며 시기도 못 박았다. 그러나 4년 연임제와 같은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가 남아 있어 국정위 역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의 임기를 조정하는 개헌안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3월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4년 연임제가 담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이를 위해서는 개헌안 발의 시점을 더 늦출 수 없다”며 개헌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개헌은 헌법 파괴와 국정 농단에 맞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외쳤던 촛불 광장의 민심을 헌법으로 구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패한 개헌
8년 전 데자뷔

문 전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만약 채택이 된다면 지금 대통령하고 지방정부와 임기가 거의 비슷해진다”며 “이번에 선출되는 지방정부의 임기를 약간만 조정해서 맞춘다면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당시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삭제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과 헌법기관 구성 등에 제한을 두는 방식이 담겼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그간 전직 대통령들이 불행을 겪어왔는데 4년 연임제는 4년은 선거운동하고 4년은 레임덕에 빠지겠다는 것”이라며 “청와대 개헌안은 완전히 방향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반박했다. 당장 4년 연임제를 포함한 개헌이 통과되더라도 이는 현 정권이 아닌 다음 정권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현행 헌법 제128조의 제2항을 예시로 든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혹시라도 이 개헌이 저에게 무슨 정치적인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들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분명히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문 전 대통령은 해외순방 도중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를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단상에 선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4년 연임제로 개헌하더라도 문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씀드린다”며 “마치 문 대통령이 4년 연임제 적용을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 주장”이라고 거듭 말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의 개헌안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야당의 반발로 총 114명의 의원만 표결에 참석해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192명)를 채우지 못해 표결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 것이다. 1980년 ‘간선제 5공화국’ 헌법 개정안 이후 38년 만에 발의된 개헌안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시작도 전에
브레이크

문재인정부의 개헌이 실패한 이유는 현직 대통령의 권력과 연관돼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졌다. 헌법 제128조를 예시로 들었지만,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단임제 체제를 바꾸는 것에 국민이 부담감을 느낀 것 또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헌 방식에 대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전자결재로 대통령 헌법개정안 발의를 관철해 야당의 거센 비판을 산 것이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조 수석을 언급한 뒤 “언젠가 이런 사고를 칠 줄 알았다. 처음이 아니다. 권력기관 개편안을 들고 나와 혼자 (발표)하더니 국민을 상대로 개헌안을 교육시켰다”며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비서다. 법무부 장관이,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을 일개 비서가 나서서 설쳐대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의 비서가 보낸 개헌안을 검토할 수 없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한 헌법 전문가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정부는 헌법 개정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했다. 당시 발표자로 조국 민정수석이 나왔는데 이런 것들이 파격적”이라며 “하나의 이유로 개헌이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기 말에 개헌을 시도했다면 차기 대선주자 등이 반발해 마찬가지로 추진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부의 개헌 역시 4년 연임제가 발목을 잡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4년 연임제를 띄우자,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장기 집권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내용을 들여다보면 권력을 나누겠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축을 다시 짜고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이재명의 푸틴식 장기 집권 개헌에 국민은 속지 않는다”며 “지난번에는 중임제를 얘기하더니 (이 후보가) 슬쩍 끼워 넣은 연임 두 글자에 푸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임은 단 한 번의 재선 기회만 허용하며 8년을 못 넘기지만 연임은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혹세무민의 단어”라며 “푸틴이 바로 이 연임 규정으로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개헌을 위한 개헌? “음모론에 가까워”
‘4년 연임제’ 국정과제서 제외 가능성도

대선이 끝난 후에는 “이재명 50년 장기 집권”이라는 공세도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지난달 4일 대선 결과에 대해 “우리 당이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이라면서도 “이 대통령은 이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악법을 밀어붙이고 보수 궤멸을 통한 50년 장기 집권을 획책할 것인데, 야당으로서 하루 빨리 전열을 정비해 독재를 막아내기 위한 싸움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이 ‘장기 집권 노림수’라는 군불을 땔 때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우리 헌법상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이 없다는 게 현 헌법 부칙에 명시돼있다”며 임기 연장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며 겪었던 고난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이정부가 헌법 제128조 제2항까지 뜯어고칠 것이란 의혹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일부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국민의 뜻’ ‘국민주권정부의 희망 사항’ 등을 핑계로 4년 중임제를 현 정부부터 적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장기 집권 의혹에 부채질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관계자는 “단순 음모론”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헌법학자 역시 “일각에서 그런 주장이 나온다지만 (이 대통령이)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것을 뭐 하려고 시도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개헌 시기에도 눈길이 쏠린다. 앞서 이 대통령은 빠르면 2026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임기 내에 개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대표적인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70%를 넘기고, 개헌 정족수인 200석을 여당이 확보해야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힘을 받는다.

현재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60%대를 웃돌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개헌을 띄웠을 때 지지율도 마찬가지로 60%대였던 만큼 적어도 국민 7할을 편으로 두어야 개헌 논의가 매끄럽게 진행될 것이란 설명이다.

야당과의 협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180석에 그치는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개헌 저지선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4년 연임제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어 첫발을 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4년 연임제 논의가 개헌안서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4년 연임제는 국정과제가 대통령실과 총리실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통령 권한과 직결돼 논쟁의 여지가 큰 데다가 여야는 물론 국민과의 합의도 충분히 이뤄어지지 않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사안에 대해 국정위는 “아직 어떤 사안도 결정된 바 없다”고 알렸다.

연임 논란
이대로 패스?

신평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관해서는 전 국민 합의가 거의 이뤄진 상태”라면서도 “이번 개헌은 추진되고 유종의 성과를 거두리라 본다. 여야 합의가 중요한 부분인데 정부 내에서 개헌 추진 위원회를 만들고 헌법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현실적인 개헌 작업을 실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 역량을 가진 곳은 국회가 아니라 정부다. 정부가 단단히 뒷받침해줘야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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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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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