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이재명 운명

윤보다 먼저…피 말리는 데스위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여의도발 지라시만 난무하는 가운데 헌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제 정국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피 말리는 3월’ 마지막 주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21일에 이어 선고의 분수령이었던 지난 19일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예상보다 기일 발표가 늦춰지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후 거의 매일 평의를 열고 사건을 심리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좀처럼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굳게 닫힌
헌재의 입

국민의 모든 시선이 헌재에 쏠리면서 여야 정치인들은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탄핵 인용’과 ‘탄핵 각하’ 집회도 각각 힘을 받아 목소리를 키우는 형국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선고가 늦춰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탄핵 인용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의 절반에 달하는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 심판 각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말이었던 지난 15일 열린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에도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집회에는 나경원·강명구·구자근·장동혁·윤상현 의원 등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각하를 외쳤다.

이날 나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대만을 방문했을 때 ‘대한민국이 자유의 방파제’라고 했다”며 “자유의 파도를 더 거세게 만들어보자. 그 시작은 윤 대통령이 탄핵 무효·각하로 직무 복귀하는 그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윤 의원은 “우리는 7∼8년 전 우리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리석게 탄핵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두 번 다시 이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드시 각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탄핵 반대 측은 탄핵 ‘기각’에서 ‘각하’로 문구를 바꾸기도 했다. 당초 이들은 비상계엄은 내란죄에 해당할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아닌 만큼 탄핵 심판 절차를 거쳐 청구인 측 패소로 판결해야 한다는 기각 여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하고 스피커를 키우면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절차가 위법이었기 때문에 심판이 불성립한다는 ‘각하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여러 가지 절차적 위반과 합쳐진다고 하면 각하 가능성이 종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 초기 ‘탄핵 찬성파’로 분류됐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이상징후다. 각하나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고 힘을 실었다. ‘탄핵 찬성파 아니냐’는 질문에는 “오해”라며 “탄핵소추를 하되 당론으로 하는 말이었다. 이를 탄핵 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행진, 삭발, 단식 총동원했는데…
안갯속 헌재 점점 힘 빠지는 야

민주당은 거리로 나가 맞불을 놨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다음날인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석방이 헌법재판소서의 탄핵 기각은 아니다”라며 여당의 들뜬 분위기를 누르면서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국회서 광화문까지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비롯해 단식농성, 삭발 등으로 헌재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0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기일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이번 주를 넘기면 국민의 원망이 헌재로 간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당 내에서 각하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에 “헌재가 심리를 11번을 했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각'을 넘어 각하를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공세”라며 “자기들 세력을 묶고 단결하려 하는 일종의 공작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 “각하도 있을 수 없고 기각도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12월3일 있었던 친위 쿠데타의 위헌·위법적 행위는 분명하고, 우리는 당연히 탄핵 인용을 확신한다”며 “지금 헌법재판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 나오는 것은 다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예상 날짜보다 심판 선고기일이 2주가량 늦어지면서 민주당에서는 플랜 B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재조준하면서 흩어진 광장 민심을 다시 끌고 오는 데 집중했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의혹 상설특검안’과 ‘마약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김 여사 의혹 상설특검안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구명 로비 ▲대통령 집무실 이전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을 담고 있다.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은 경찰이 마약 밀반입을 도운 혐의로 세관 직원들을 수사하려 하자 대통령실이 나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다. 두 안건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소위를 통과했고, 이튿날인 20일 역시나 야당의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코너 몰린 야
꺼낸 카드는?

한동안 접어뒀던 최상목 탄핵 카드도 다시 꺼내면서 민주당은 윤석열-최상목 투트랙 압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서울 광화문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것을 두고 ‘직무유기 현행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든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으니 몸조심하라”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여권에선 즉각 반발이 터져나왔지만 민주당은 “과격한 표현”이라면서도 국민의 분노를 대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최 대행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단숨에 높였다. 이날 오후 민주당은 심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고, 이튿날인 20일 탄핵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이후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데 이어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검사 3인 탄핵안이 줄줄이 기각된 만큼 민주당이 짊어질 부담이 적지만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지금은 탄핵 심판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추가 탄핵안을 발의하면 한곳에 모여야 할 에너지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힘의 분배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만큼 지도부서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단일대오를 형성해 최 대행과 심우정 검찰총장을 모두 내려야 한다”며 “물론 역풍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최 대행의 거부권 남발은 도가 지나쳤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몸조심하라” 발언을 화제 삼으며 연일 맹공에 나섰다. 민주당이 현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무리수를 뒀다는 주장을 선두로 “탄핵 각하의 명백한 증거”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를 돕는 X맨(?)” 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저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명 가를
단 하루

이어 “이 대표가 정부의 수장을 얼마나 경시하고 억압하고 있는지 그 실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헌법재판관들도 이 대표의 실체를 똑똑히 봤을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필요한 조치였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유로 이 대표의 협박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와 기각의 정당성을 더욱 높여 줬다고 할 수 있다”며 “이 대표에게 고마운 부분”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이 마 후보자의 추가 임명을 재차 촉구하는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헌재가 윤 대통령 선고일을 좀처럼 잡지 못하는 것과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의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두고 “탄핵 각하·기각 의견인 재판관이 적어도 3명 이상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 가능성이 적어지니 진보 성향을 띠는 마 후보를 넣어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각하”를 외치면서도 이와 관계없이 윤 대통령의 선고기일이 늦춰지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일이 오는 26일로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됐다. 만일 2심과 대법원 판결서 동일한 형이 확정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는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를 앞세워 조기 대선을 준비했던 민주당에 있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이후에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의 2심 선고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보다 빨리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간 우려됐던 것은 헌재서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을 내린 후 법원이 이 대표와 민주당 권력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정상적 재판 운영이 전제된다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 대표의 선고와 같거나 늦어질 전망이니 법원은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따라 외부 압력 없이 공정한 판결을 내릴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24일 한, 26일 이, 28일 윤?
꼬인 선고 4월로 미뤄질까

조기 대선 출사표를 던진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헌재가 통상 금요일에 탄핵 심판을 선고한 것을 고려하면 이달 21일 또는 28일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28일이 더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 갈등이 심각한 상황서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다면 헌재가 26일 예정된 이 대표의 2심 판결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일 이 대표의 2심서 1심과 마찬가지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된다면 이를 기점으로 여권은 물론 비명(비 이재명)계 대권 잠룡까지 이 대표를 사정없이 흔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진행 중인 5개 재판 결과가 다 나온 다음 무죄를 다 받으면 그때 출마하라”고 직격했다.

안 의원은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이 대표가)오는 26일 공직선거법 2심 선고를 받는다. 만약 그때 선거법 위반이 나오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인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선거제도라는 게 무엇인가. 유권자들이 여러 후보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취합해 그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그 후보자 중 한 분이 대법원 판결이 유죄가 나올지 무죄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서 어떻게 선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장기전에 대비해 완급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야당으로서 각종 탄핵 카드를 쥐고 있지만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며 양쪽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는 전략을 택하겠단 것이다.

일각에서는 4월18일 문형배·마은혁 헌재 재판관의 임기 종료 직전 탄핵 심판 결과를 선고하고 헌재가 문을 닫아버린다는 ‘3말4초 판결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헌재가 결정문 작성을 신중히 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선고가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4월까지
질질∼?

또 다른 일각에선 24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선고된 만큼 윤 대통령의 선고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선고 발표가 길어질수록 굉장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게 국가를 위한 도움”이라며 “24일 한 총리 선고에 이어 26일 이 대표 선고, 그리고 같은 주에 윤 대통령 선고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친기업 광폭 행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삼성이 잘 돼야 투자가 잘 된다”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친기업적 행보를 부각시키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이 대표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FY)’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긴 한데 결국 우리 역량으로 잘 이겨낼 것”이라며 “모두를 위한 삼성이 될 수 있고, 경제 성장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역할을 잘해주시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회장은 “바쁜 와중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 의원님들 삼성을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SSFY는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 미래를 위해서 단순한 사회 공헌을 떠나서 미래에 투자한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며 “대한민국 AI(인공지능)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정말 감사하게 여기고,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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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