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정체

‘비선 실세’ 머슴이 주인 잡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펼친 포위망이 제1야당 대표를 꽁꽁 묶고 있다. 국회의원 배지, 당 대표, 단식투쟁 등 각종 방패가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측근의 ‘입’이 있다. 이미 신병이 확보된 측근의 진술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검찰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 이 과정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시작해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단추를 끼운 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거듭된 사법 리스크에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다. 단식투쟁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영 신통치 않다. 

두 번째
구속영장

지난 18일, 검찰은 백현동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지난 2월 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7개월 만이다. 당시 국회에 회부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민주당서 무더기로 이탈표가 나오면서 가결표가 더 많았지만 출석 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 대표는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서 불거졌다. 이 대표는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몰아주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요구한 특혜를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이 대표와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해 관철했다고 봤다. 정 회장과 김 전 대표는 현재 구속 기소 상태다.  

대북송금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방북비용 등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2019년 2월 검사 사칭 사건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재판받을 때 김인섭 전 대표의 측근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연락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이 대표는 변호사 시절인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사건에 대해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KBS 최철호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 15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TV 토론회서 “PD가 검사를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시장 비서 출신 김씨에게 위증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150쪽 달하는 구속영장 청구서
두 사람 관계 상세하게 기재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150쪽에 육박하는 구속영장 청구서에 등장하는 ‘김인섭’의 존재다.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신경 좀 써줘라”는 취지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김 전 대표를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의혹의 핵심은 사업 진행 과정서 성남도개공으로 갈 이익이 얼마였는지에 있다. 특혜성 인허가로 성남도개공이 포기한 이익 자체가 이 대표의 배임 혐의액으로 적시되기 때문. 검찰은 지난해 7월 감사원이 내놓은 분석 결과 중 최소 규모를 적용했다. 


당시 감사원은 <성남시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에서 사업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가 백현동서 거둔 분양이익을 2021년 6월 말 기준 약 3142억원으로 추산했다. 

감사원은 “성남도개공이 2014년 민관합동 개발을 검토할 당시 적용한 10% 지분 참여 시 약 314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는데도 기회를 일실했다”고 지적했다. 사업에 참여했다면 300억원이 넘는 이익이 성남도개공과 성남시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성남도개공을 찾아 구체적 이익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제시한 4가지 안은 ▲성남도개공이 백현동 사업에 참여해 지분비율에 따라 이익을 정산하는 안 ▲공사가 소액 지분으로 참여해 사업 종료 뒤 R&D센터 부지 6000평을 얻는 안 ▲성남도개공이 소액 지분으로 참여해 사업계획 승인 시 200억원을 확정이익으로 얻는 안 ▲공사와 성남알앤디PFV가 프로젝트 관리(PM) 용역을 맺어 200억원을 용역 대금으로 받는 안 등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이 최소 20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민간업자에 특혜를 주는 과정서 김 전 대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부분이 백현동 의혹의 쟁점 중 하나다. 김 전 대표를 ‘백현동 로비스트’ ‘비선 실세’ 등으로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김 전 대표는 지난 5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알선 대가로 정 회장에게 77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시에 2017년 10월 5억원 상당의 백현동 사업공장 식당(함바) 사업권을 받은 혐의도 있다. 

‘형님’ 호칭
막역한 사이?

정 회장은 지난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2013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공사·용역대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행사 아시아디벨로퍼, 영림종합건설, 지에스씨파트너스 등 본인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법인자금 480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경업체 대표로부터 용역 발주 등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정 회장의 아시아디벨로퍼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 상향을 성남시에 두 차례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2014년 자연녹지를 제2종 일반주거지로 2단계 상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성남시는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2015년 1월 김 전 대표가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되면서 성남시의 태도가 바뀌었다. 부지 용도가 자연녹지서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됐다. 임대주택 비율도 당초 100%서 10%로 축소된 데 이어 성남도개공의 참여도 무산됐다.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은 민간업자에게 돌아갔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 정진상 전 실장과 친분이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대표와 김 전 대표의 관계를 상세히 서술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5년 김 전 대표에게 “형님, 제가 내년에 성남시장 출마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 됐다. 2016년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서울 광화문광장서 단식할 때 김 전 대표가 방문한 정황도 영장에 기재했다. 2015년 김 전 대표 장녀가 결혼할 당시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성남시청과 그 산하기관 공무원 70명이 축의금을 낸 점도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2014년 초 김 전 대표로부터 “백현동 개발을 하려고 하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정 전 실장은 성남시 도시계획팀에 “인섭이 형이 백현동 사업을 하려고 하니 잘 챙겨줘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이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원의 확정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 대표가 정 전 실장을 통해 김 전 대표의 청탁을 듣고 성남도개공 불참을 결정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완전 배제
성남도개공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의 백현동 사업 배제 이유를 묻자 “그게 언제적 얘긴데 진상이가 말 안 했느냐? 정 실장과 인섭 형님이 다 얘기하고 그렇게 결정됐는데 못 들었느냐?”고 반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백현동 의혹을 ‘선거 브로커와 불법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범죄를 품앗이한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백현동 사건에 특혜를 주면서 김 전 대표와 김씨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은 위증교사와 관련한 일종의 ‘품앗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인섭은 이재명과의 관계를 이용해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선 실세로 통했다”며 “김인섭은 이재명의 비제도권 최측근”이라는 김 전 대표 최측근의 진술 내용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원조 친명(친 이재명)’ 인사로 손꼽힌다고 알려져 있다. 김 전 대표가 2010년대 초반 성남 사송동서 운영하던 횟집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재명, 정진상은 각각 약속을 잡을 때도 나로도(김 전 대표가 운영했던 횟집)에 자주 갔고 직원에게도 가서 많이 팔아주라고 했다. 아지트처럼 쓰였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만배씨나 남욱 변호사도 김 전 대표를 ‘실세’로 평가했다. 남 변호사는 검찰에 “(김 전 대표를)백현동 인허가를 다 한 허가방으로 안다”며 “이 대표도 함부로 못하는 성남서 가장 센 로비스트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대표는 ‘성남시 실세설’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를 도와준 게 전부라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김 전 대표와 “사이가 멀어진 지 오래됐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관계가 소원해져 백현동 사업은 김 전 대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월 대선후보 TV 토론회서도 “(김 전 대표는)2006년 낙선한 선거 때 선대본부장을 했고 (백현동 개발은)한참 뒤에 벌어진 일”이라며 “지금 저와는 연락도 잘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대표와 이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두 사람의 관계가 최소 백현동 사업 시기에도 유지됐다는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7월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김 전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 3차 공판서 정바울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로 “관계 소원해졌다” 입장
200억원, 이재명·정진상에게?

백현동 사업의 최대주주인 정 회장은 이날 신문서 검찰이 “김인섭이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이야기를 하며 200억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고 자기가 50%를 먹고 50%는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이재명과 정진상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고 (검찰 조사에서)답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정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는데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떠올린 이유에 관해 “성남시에는 두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름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여러 사항에 있어서 이재명 시장 등으로 저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대표와 정 전 실장이 백현동 사업을 앞두고 100회 이상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확보한 경기남부경찰청의 김 전 대표 수사 결과 통지서에는 “성남시 정책비서관이었던 정 전 실장이 2014년 4월1일부터 2015년 3월31일까지 김 전 대표와 115회에 걸쳐 통화한 내역이 확인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3년 2월~2020년 10월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며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남 변호사를 비롯한 대장동 개발업자로부터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등 특혜를 대가로 김만배씨 보통주 지분의 24.5%인 700억원(세후 428억원)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2013년 7월~2018년 1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정보를 개발업자에게 흘려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호반건설이 약 210억원의 개발수익을 취득하도록 한 혐의, 2021년 9월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정 전 실장은 당초 경찰 조사에서 “김 전 대표와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통화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김 전 대표와 100번 넘게 통화한 내역이 드러나면서 이 대표와의 연관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해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윗선’ ‘그분’에 대한 검찰의 칼날은 매섭게 날이 서있다. 소환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 수사는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여야는 손익계산에 분주한 상태다.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여야 간 전쟁 이전에 내부 공천 전쟁을 치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몰락했다. 이 대표는 최씨의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질 무렵 촛불집회에 참가해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다. 박 전 대통령 ‘하야’를 외치면서 지지층의 맹렬한 지지를 끌어냈다. 이제 이 대표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김 전 대표와의 고리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결말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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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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