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정체

‘비선 실세’ 머슴이 주인 잡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펼친 포위망이 제1야당 대표를 꽁꽁 묶고 있다. 국회의원 배지, 당 대표, 단식투쟁 등 각종 방패가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측근의 ‘입’이 있다. 이미 신병이 확보된 측근의 진술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검찰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 이 과정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시작해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단추를 끼운 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거듭된 사법 리스크에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다. 단식투쟁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영 신통치 않다. 

두 번째
구속영장

지난 18일, 검찰은 백현동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지난 2월 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7개월 만이다. 당시 국회에 회부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민주당서 무더기로 이탈표가 나오면서 가결표가 더 많았지만 출석 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 대표는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서 불거졌다. 이 대표는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몰아주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요구한 특혜를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이 대표와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해 관철했다고 봤다. 정 회장과 김 전 대표는 현재 구속 기소 상태다.  

대북송금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방북비용 등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2019년 2월 검사 사칭 사건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재판받을 때 김인섭 전 대표의 측근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연락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이 대표는 변호사 시절인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사건에 대해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KBS 최철호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 15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TV 토론회서 “PD가 검사를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시장 비서 출신 김씨에게 위증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150쪽 달하는 구속영장 청구서
두 사람 관계 상세하게 기재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150쪽에 육박하는 구속영장 청구서에 등장하는 ‘김인섭’의 존재다.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신경 좀 써줘라”는 취지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김 전 대표를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의혹의 핵심은 사업 진행 과정서 성남도개공으로 갈 이익이 얼마였는지에 있다. 특혜성 인허가로 성남도개공이 포기한 이익 자체가 이 대표의 배임 혐의액으로 적시되기 때문. 검찰은 지난해 7월 감사원이 내놓은 분석 결과 중 최소 규모를 적용했다. 


당시 감사원은 <성남시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에서 사업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가 백현동서 거둔 분양이익을 2021년 6월 말 기준 약 3142억원으로 추산했다. 

감사원은 “성남도개공이 2014년 민관합동 개발을 검토할 당시 적용한 10% 지분 참여 시 약 314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는데도 기회를 일실했다”고 지적했다. 사업에 참여했다면 300억원이 넘는 이익이 성남도개공과 성남시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성남도개공을 찾아 구체적 이익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제시한 4가지 안은 ▲성남도개공이 백현동 사업에 참여해 지분비율에 따라 이익을 정산하는 안 ▲공사가 소액 지분으로 참여해 사업 종료 뒤 R&D센터 부지 6000평을 얻는 안 ▲성남도개공이 소액 지분으로 참여해 사업계획 승인 시 200억원을 확정이익으로 얻는 안 ▲공사와 성남알앤디PFV가 프로젝트 관리(PM) 용역을 맺어 200억원을 용역 대금으로 받는 안 등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이 최소 20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민간업자에 특혜를 주는 과정서 김 전 대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부분이 백현동 의혹의 쟁점 중 하나다. 김 전 대표를 ‘백현동 로비스트’ ‘비선 실세’ 등으로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김 전 대표는 지난 5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알선 대가로 정 회장에게 77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시에 2017년 10월 5억원 상당의 백현동 사업공장 식당(함바) 사업권을 받은 혐의도 있다. 

‘형님’ 호칭
막역한 사이?

정 회장은 지난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2013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공사·용역대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행사 아시아디벨로퍼, 영림종합건설, 지에스씨파트너스 등 본인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법인자금 480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경업체 대표로부터 용역 발주 등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정 회장의 아시아디벨로퍼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 상향을 성남시에 두 차례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2014년 자연녹지를 제2종 일반주거지로 2단계 상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성남시는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2015년 1월 김 전 대표가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되면서 성남시의 태도가 바뀌었다. 부지 용도가 자연녹지서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됐다. 임대주택 비율도 당초 100%서 10%로 축소된 데 이어 성남도개공의 참여도 무산됐다.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은 민간업자에게 돌아갔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 정진상 전 실장과 친분이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대표와 김 전 대표의 관계를 상세히 서술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5년 김 전 대표에게 “형님, 제가 내년에 성남시장 출마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 됐다. 2016년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서울 광화문광장서 단식할 때 김 전 대표가 방문한 정황도 영장에 기재했다. 2015년 김 전 대표 장녀가 결혼할 당시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성남시청과 그 산하기관 공무원 70명이 축의금을 낸 점도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2014년 초 김 전 대표로부터 “백현동 개발을 하려고 하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정 전 실장은 성남시 도시계획팀에 “인섭이 형이 백현동 사업을 하려고 하니 잘 챙겨줘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이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원의 확정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 대표가 정 전 실장을 통해 김 전 대표의 청탁을 듣고 성남도개공 불참을 결정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완전 배제
성남도개공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의 백현동 사업 배제 이유를 묻자 “그게 언제적 얘긴데 진상이가 말 안 했느냐? 정 실장과 인섭 형님이 다 얘기하고 그렇게 결정됐는데 못 들었느냐?”고 반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백현동 의혹을 ‘선거 브로커와 불법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범죄를 품앗이한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백현동 사건에 특혜를 주면서 김 전 대표와 김씨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은 위증교사와 관련한 일종의 ‘품앗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인섭은 이재명과의 관계를 이용해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선 실세로 통했다”며 “김인섭은 이재명의 비제도권 최측근”이라는 김 전 대표 최측근의 진술 내용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원조 친명(친 이재명)’ 인사로 손꼽힌다고 알려져 있다. 김 전 대표가 2010년대 초반 성남 사송동서 운영하던 횟집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재명, 정진상은 각각 약속을 잡을 때도 나로도(김 전 대표가 운영했던 횟집)에 자주 갔고 직원에게도 가서 많이 팔아주라고 했다. 아지트처럼 쓰였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만배씨나 남욱 변호사도 김 전 대표를 ‘실세’로 평가했다. 남 변호사는 검찰에 “(김 전 대표를)백현동 인허가를 다 한 허가방으로 안다”며 “이 대표도 함부로 못하는 성남서 가장 센 로비스트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대표는 ‘성남시 실세설’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를 도와준 게 전부라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김 전 대표와 “사이가 멀어진 지 오래됐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관계가 소원해져 백현동 사업은 김 전 대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월 대선후보 TV 토론회서도 “(김 전 대표는)2006년 낙선한 선거 때 선대본부장을 했고 (백현동 개발은)한참 뒤에 벌어진 일”이라며 “지금 저와는 연락도 잘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대표와 이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두 사람의 관계가 최소 백현동 사업 시기에도 유지됐다는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7월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김 전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 3차 공판서 정바울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로 “관계 소원해졌다” 입장
200억원, 이재명·정진상에게?

백현동 사업의 최대주주인 정 회장은 이날 신문서 검찰이 “김인섭이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이야기를 하며 200억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고 자기가 50%를 먹고 50%는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이재명과 정진상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고 (검찰 조사에서)답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정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는데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떠올린 이유에 관해 “성남시에는 두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름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여러 사항에 있어서 이재명 시장 등으로 저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대표와 정 전 실장이 백현동 사업을 앞두고 100회 이상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확보한 경기남부경찰청의 김 전 대표 수사 결과 통지서에는 “성남시 정책비서관이었던 정 전 실장이 2014년 4월1일부터 2015년 3월31일까지 김 전 대표와 115회에 걸쳐 통화한 내역이 확인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3년 2월~2020년 10월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며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남 변호사를 비롯한 대장동 개발업자로부터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등 특혜를 대가로 김만배씨 보통주 지분의 24.5%인 700억원(세후 428억원)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2013년 7월~2018년 1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정보를 개발업자에게 흘려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호반건설이 약 210억원의 개발수익을 취득하도록 한 혐의, 2021년 9월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정 전 실장은 당초 경찰 조사에서 “김 전 대표와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통화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김 전 대표와 100번 넘게 통화한 내역이 드러나면서 이 대표와의 연관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해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윗선’ ‘그분’에 대한 검찰의 칼날은 매섭게 날이 서있다. 소환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 수사는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여야는 손익계산에 분주한 상태다.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여야 간 전쟁 이전에 내부 공천 전쟁을 치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몰락했다. 이 대표는 최씨의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질 무렵 촛불집회에 참가해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다. 박 전 대통령 ‘하야’를 외치면서 지지층의 맹렬한 지지를 끌어냈다. 이제 이 대표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김 전 대표와의 고리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결말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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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