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 숟가락 든 민주당 복잡한 속내

뜸 들이다 죽도 밥도 안 될라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요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몸이 열 개여도 모자라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권한대행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면서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국정 안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고지가 눈앞이지만 딜레마의 연속인 민주당이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정치판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곳곳서 잠룡들이 꿈틀대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거대 야당을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4·10 총선 압승 이후 대권가도에 파란불이 들어오나 싶었지만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질질 늘어나는
두 사람의 시간

가장 큰 문제는 이 대표를 늘 따라다니는 사법 리스크다.

지난달 법원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1심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무죄 더하기 유죄는 유죄”라는 국민의힘 측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 무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서 시간을 끄는 이유도 이 대표의 최종 판결을 변수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내년 상반기 중 이 대표의 실형이 확정되면 그대로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내란 동조범’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따가워도 참고 견디면 호시절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모양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침대 축구에 끌려갈 생각이 없다”며 “개의치 않고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석인 국회 추천 몫인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위해 신속하게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완성형인 9인 체제로 심판을 치르겠단 복안이다.

현재 여야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연일 부딪치고 있다. 대통령 궐위 상태가 아닌 만큼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주장이 탄핵 심판 절차를 지연하는 꼼수라고 날을 세웠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침대 재판’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맞불을 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즉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해 임명을 하지 못하는 것은 헌법에 따른 것”이라며 “진짜 재판 지연 전략을 쓴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은 언론서 왜 안 다루르냐”고 반발했다.

앞서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이 대표가 1심 선고 후 즉각 항소심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것을 두고 “변호인 선임을 핑계로 재판을 연기하려는 것은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윤석열·이재명, 같이 달리는 법의 시간
침대 탄핵 VS 침대 심판 “서두르면 끝”


결국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지난 24일 이 대표 측에 “국선 변호인을 선정했다”고 통지했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더라도 이 대표가 사선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면 취소되는 만큼 법원서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 23일부터 대부분의 법원이 겨울 휴가철을 맞아 2주간 휴정기에 돌입해 이 대표의 법원 시계는 다음 달 7일부터 다시 돌아가게 된다.

민주당에 있어 최악의 상황은 이 대표의 실형 판결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보다 먼저 나오는 경우다. 지금까지 이 대표를 선두로 재집권 계획을 짜왔던 만큼 노력의 결실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 최대의 적’이 사라지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021년 자신이 작성한 글을 재인용해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땅의 보수세력은 아직도 건재하고 상대가 범죄자, 난동범 이재명 대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정권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은 어려워진다. 윤정부와 차별화 시점은 4년 차 때부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일찍 와 버렸다”면서도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 같은 여론에 대해 정치 원로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만약 이 대표 피선거권이 박탈되면 다음 대선서 국민의힘이 대선을 이기나? 턱도 없는 소리”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오판과 패착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아무리 이 대표가 온갖 범죄의 중심이고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재판은 법원에, 수사는 검찰에 맡겨두고 대통령은 올곧이 국정을 국민들과 함께 잘 펴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날려버리는 데 마치 국정운영의 모든 게 다 걸린 것처럼 한 그 판단”이 패착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이 대표가 여당의 핵심 타깃이 된 점이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흔들기’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모든 리스크를 당이 막아내면서 에너지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 대표의 지지율을 놓고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대표 한 사람의 지지율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명의 주자
하나의 타깃

한국갤럽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37%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각각 5%,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3%로 집계됐다. 뒤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각각 2%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우원식 국회의장 등도 각각 1%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통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5.5%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 대표가 민주당 내 차기 대권주자로 굳히기에 나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만큼 여당에서는 이 대표를 공공의 적으로 보고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현수막까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란 공범’이라고 적힌 야당 측 현수막은 허용한 반면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은 불허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온 동네 현수막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란죄의 공범이 돼있다”며 “내란죄는 수사 중인 사건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표결과 관련해 공범으로 처벌되지 않음은 명백하다. 그런데도 이 현수막 문구는 정치적 표현이라고 허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무죄 추정에 반해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죄 확정 판결을 받은 형국이 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범이 됐다”며 “이는 야당이 틈만 나면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는 내란죄 공범이라는 부당한 정치 공세를 정당화해주는 것 아닌가.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결국 선관위는 전체위원회의를 열고 ‘이재명은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사용을 허용했다. 해당 문구가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한 사전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다시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 한 명만을 흔들고 있어 언뜻 보면 ‘이재명 1극 체제’처럼 보이지만 비토 여론과 중도층 확장도 민주당의 오랜 고민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도 싫지만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것도 싫다”는 논리가 보수·중도층 곳곳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안 된다’는 현수막이 나온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오늘은 아군
내일은 적?


결국 대선은 중도층을 얼마나 포섭하는지를 겨루는 싸움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중도층 확보를 위해 민생에 집중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민주당은 ‘월급방위대’를 띄우고 월급 생활자들에게 적용되는 불리한 조세 제도를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자 식대 비과세 한도를 월 30만원 이상으로 상향하고, 부양가족 기본공제에 적용되는 ‘자녀’의 기준 연령을 현행 20세서 25세로 높이는 소득세법 개정을 새롭게 들고 나왔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도 한때 ‘개미 투자자’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법개정 정책 토론회에 직접 사회자로 나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발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이 대표는 계엄보다 더한 짓도 할 사람이라는 건 상식이 있는 국민이면 동의할 것”이라며 “‘이재명정부’를 떠올리면 캄보디아의 흑역사 ‘킬링필드(캄보디아서 일어난 대학살)’가 겹쳐진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력 대선주자를 흔드는 행위는 매번 선거철마다 볼수 있지만 실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다면 곧바로 위기로 이어진다. 선고 결과를 떠나 만에 하나 다음 대선서 이 대표의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민주당, 더 나아가 진보 진영은 플랜 B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졌지만 군소 정당과의 관계도 풀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윤정부라는 공통의 적을 눈앞에 둔 지금 야당은 모두 우군이지만,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적군으로 돌아설 수 있다. ‘교섭단체 조건 완화’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은 상태다.

지난 총선서부터 교섭단체 조건 완화에 가장 날카로운 목소리를 낸 건 혁신당이었다. 혁신당은 현재 20석인 국회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민심 그대로 정치혁신 4법’을 발의했지만 좀처럼 힘을 받지 못했다. 이후 12·3 내란 사태가 터지면서 교섭단체 논의는 기약 없이 뒤로 밀렸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교섭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2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충족돼야 한다. 혁신당은 8석이 모자란 12명으로 의사 일정 조정을 비롯한 국무위원 출석 요구와 본회의·각종 위원회 발언 시간 조정 등에서 배제됐다.

“이는 안 돼” 사정없이 흔드는 여
계엄 전 군소정당과 앙금도 그대로

교섭단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다른 군소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정당의 참여를 통한 시대정신이 반영된 민의 수용 등 시대 변화상에 맞춰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게 혁신당의 주장이다.

비교섭단체인 혁신당을 비롯해 ▲개혁신당 ▲새로운미래(현 새미래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12·3 내란 사태 전 두어 차례 만남을 가져 논의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지난 8월 요건 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섭단체들이 (협의해)해결해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결국 10·16 재보궐선거서 호남 텃밭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날 선 비난을 주고받으면서 갈등이 터졌다. 교섭단체 논의에 착수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두 당을 끈끈하게 연결해주었던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도 이날을 기점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듯했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서 승리하고 정권이 바뀐다는 가정 하에 진보 세력이 주축인 군소 정당과 마찰이 생긴다면 계파 문제는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초 공천 심사가 한창이던 때 당을 찢을 듯 뒤흔들었던 친명(친 이재명)-친문(친 문재인) 구도가 재연된다면 어부지리로 국민의힘이 득을 보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조금씩 새어 나오는 모양새다.

12·3 내란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자연스레 시선은 차기 대권주자에게 쏠리게 돼있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비상계엄 이후 한국으로 귀국한 뒤 언론인 소통 단체방을 개설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대권 잠룡도 물망에 올랐지만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김두관 전 의원은 돌연 부정선거 의혹과 개헌 이야기를 띄우면서 독자적 행보를 걷고 있다.

비록 비명계, 초일회 등은 찻잔 속 미풍처럼 보이는 반명(반 이재명) 연합이지만 2026년 치러질 지방선거가 목전에 닥친다면 구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게 야당 쪽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대선, 총선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얽히고설킨
야권 실타래

그러면서 “그때는 당에 있는 친문이 굳이 나서서 이 대표를 호위할 필요가 없다. 2028년 총선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너무 먼 얘기”라며 “만일 민주당이 여당이 된다면 차기 선거 때 (반명 세력이)독자적 노선을 걸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친문이 강하게 결집한 혁신당이 몸집을 키운다면 민주당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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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