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당’ 이재명 판세 굳히기

‘과반 넘게’ 따놓은 금배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4·10 총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민생·안보·경제를 몽땅 심판대에 올렸다. 정부심판론 프레임을 확장해 용산의 힘을 빼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제1당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집권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부심판론 성향이 강하다. 국회의 파수꾼과도 같은 야당이 그동안 정부·여당의 실정을 두루 살펴 성적표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용산발 리스크가 연이어 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를 기회 삼은 민주당이 ‘경제 폭망’과 ‘검찰 독재’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지지율 굳히기에 나섰다.

“못 살겠다”
“심판하자”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국민도 간절한 마음으로 정부를 심판하기를 바라실 것”이라며 “용산은 온 힘을 다해 김건희 여사를 방탄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일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채양명주’를 띄우면서 이번 총선을 ‘윤석열정부 심판의 날’로 명명했다. 이채양명주란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및 주가조작 의혹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수습에 나섰지만 짧은 기간 내 악재가 겹치면서 진땀을 뺐다.


지난달 8일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했다. 당시 이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같은 달 18일에는 윤 대통령이 ‘대파 875원’ 발언을 하면서 민심과 엇나갔다는 질책을 받았다.

25일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1%p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8∼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p)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6.5%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 조사보다 2.1%p 하락한 수치다. ‘부정 평가’는 60.1%로 1.7%p 올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월 4주 41.9%를 기록한 뒤 4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37.1%, 민주당이 42.8%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국민의힘은 0.8%p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2.0%p 상승한 수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리한 진영이 형성되자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민생 정책을 띄우며 도움닫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중도층에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22대 총선 정책공약집을 공개했다. 총선 공약의 콘셉트는 ‘삶의 질 수직상승’이다.

총선 디데이 카운트다운 돌입
중산층 집중 공략하는 민주당


이날 김민석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상임정책본부장은 “중산층·서민 정당이라는 지표를 전통적으로 가져 온 민주당은 중산층이 양극화로 무너지고 서민들이 고통받는 이 시점서 중산층을 두텁게 만드는 정책을 모든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서 민주당이 앞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공약은 ▲국민 삶과 밀접한 실용적 정책 ▲삶을 바꿀 수 있는 필수적 정책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참신한 정책 등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삼았다. 현재까지 총 21개 핵심 공약이 공개됐으며 구체적으로는 ▲요양병원 간병비 건보 적용 ▲온 동네 초등 돌봄 ▲어르신 점심밥상 ▲저출생 종합대책 등 서민 중심 정책이 주를 이뤘다.

정태호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윤정부를 심판해야 대한민국의 퇴행을 막을 수 있고 대한민국이 다시 선진국에 복귀하는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며 “이번 공약집은 민생회복, 미래 희망, 민주수호, 평화복원이라는 4개의 비전을 바탕으로 10개의 핵심과제를 마련했다. 빈틈없이 추진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은 경제 폭망과 검찰 독재를 앞세워 쌍끌이 전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정부 경제민생 폭망죄’라며 30가지 ‘죄목’을 제시한 책자를 배포했다. 책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21년 대비 1778달러 감소했으며 수출 역시 2022년 10월부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선언한 공약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지원금 정책이다. 이재명 대표가 “가계소득 지원을 통해 국민의 소비를 늘리고 멈춘 경제를 다시 움직이겠다”며 ‘민생회복지원금’을 띄운 것이다.

민주당이 정책 공약집을 공개한 당일 이 대표는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취약 계층은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윤정부의 무능과 국정 실패로 민생과 경제가 완전히 파탄 지경에 처했다”며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물가는 국민의 삶을 질식시키고, IMF도 코로나도 버틴 자영업자들이 지금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지원금 찬스

민주당에 따르면 민생회복 지원금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13조원 안팎이다. 윤정부가 민생토론회서 밝혔던 선심성 약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1000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는 의원이나 후보 개개인만 비판조의 코멘트를 달았을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는 “본인이 줄 수도 없는 돈으로, 사탕발림식 생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철마다 이 대표가 전매특허처럼 내놓는 복지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는 설명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아주 단순한 계산 아니냐?”며 물가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당 민생경제특위 공동위원장도 말을 보탰다.

추 공동위원장은 “1인당 25만원 현금을 지급하려면 약 13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결국 시중에 돈을 더 풀게 돼 물가 불안을 자극하게 되고, 물가 불안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지원하자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자가당착적이고 모순적인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채를 13조원 추가 발행할 경우 시중 금리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금융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쉽게 반대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한 정부가 어깃장을 놓을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띄우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경
저격수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중앙선대위 회의서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해 통과되지 않고 폐기될 상황”이라며 “이번 총선서 금투세 폐지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을 반드시 심판하고 국민의힘이 금투세를 폐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밝혔다.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일요시사> 취재진이 민주당의 입장을 물었다. 선대위 정책본부장인 정태호 의원은 “조세 공정성 차원서 여야 간에 도입이 합의됐던 것”이라며 “지금 상황서 어떤 게 바람직스러운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검찰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검찰 때리기’는 정권 심판론을 외치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를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건에 군불을 때는 검찰의 움직임이 또 다른 축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주목받을수록 지지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같은 민간사업자에게 사업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이익 7886억원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받아 기소됐다. 이로써 이 대표는 일주일에 2~3차례 법원을 찾아야 하며 선거 전날까지 출석해야 한다.

이 대표는 선거를 약 2주 앞뒀던 지난 26일에도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이 대표측 변호인은 “총선 이후로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지위뿐 아니라 제1야당인 당 대표로서의 활동이 있는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 측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여당 나경원 전 의원은 재판이 사실상 공전 중인 상태서 (기일을)선거기간을 빼고 지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측 생각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재판 기일을 조정하면 분명히 특혜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정 조율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출석할 경우 전에 구인장까지 발부하겠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검찰·경제 ‘두 도끼’ 노렸지만…
또다시 설설 끓는 사법 리스크

이날 이 대표는 법원에 출석하기에 앞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제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라며 “검찰이 정치하는 검찰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언론사를 대상으로 과도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검찰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는 거세졌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을 보도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검찰이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를 수집·관리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불법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검찰이 최소 2016년부터 각종 사건에 연루된 휴대전화, PC 등을 디지털 포렌식하면서 습득한 민간인 개인정보를 대검찰청 서버 업무관리시스템인 디넷(D-NET)에 불법 수집하고 관리·활용해 왔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은 윤 대통령과 검찰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역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며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정부 출범 이후 언론을 대상으로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이번 수사를 ‘조직적 불법사찰’이라며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고 언론을 통제해 검찰독재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표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아무래도 윤 대통령은 언론을 제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팽팽한
긴장의 끈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민주연합의 의석을 더해 151석이 넘는 과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차례 당을 뒤흔들었던 공천 국면이 마무리된 만큼 현재로서는 심판론을 외치는 야당이 우위를 선점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유권자의 마음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설화가 중도층의 표심을 가를 중요한 지표로 제시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 개의 태양은 없다?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를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몰빵론’을 내세웠지만 당내서 이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 대표와 손을 잡아 윤석열정부를 타도해야 한다”는 입장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게 나누어졌다.

민주당은 몰빵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더 몰빵13 유세단’도 출범시켰다.

대권주자를 노리는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의 존재감을 부담스러워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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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