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일발’ 한동훈 생존 돌파구

이대론 필패…히든카드 꺼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하는 걸까? 갈 길도 바빠 죽겠는데, 도무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구세주라고 불리던 이는 한계에 도달했다. 여기저기 방법을 찾아보고는 있지만 현재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 추락만 막아도 다행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국민의힘이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가장 위기를 맞은 지역은 서울권이다. 좀처럼 지지율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를 잡겠다고 자신 있게 공천장을 거머쥔 후보들은 대부분 경쟁구도서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PK·TK도 
불안불안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여러 자객을 공천했다. 이 중 서울 마포을에 민주당 정청래 후보를 잡겠다며 운동권 심판론으로 공천했던 함운경 후보가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여전사’라는 카드를 꺼내든 윤희숙 후보 역시 전현희 후보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도 불안한 기운이 감지된다. PK 지역의 경우 잇따라 내친 후보들보다 국민의힘서 내세운 후보의 지지율이 밀린다. 특히 최근 PK서 정권 견제론이 과반을 기록하는 현상도 생겼다. 이 중 최대 격전지로 분류되는 낙동강 벨트의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다. 대부분 현역 중진 의원을 통해 인물론을 부각시키려는 수를 썼지만, 지역 민심이 흔들리는 중이다. 

당초 한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에 구세주로 등판하는 모습이 그려졌으나, 최근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의 후폭풍의 여파가 상당하다. 본래 국민의힘 텃밭은 대통령과 관계성이 짙으면 당선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후보는 한 비대위원장과의 관계에 집중해 왔다. 대신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표가 갈리는 모양새다. 어제의 동지서 오늘의 적이 된 격이다. 

보수성향이 짙은 친윤(친 윤석열) 프레임의 힘에 친한(친 한동훈) 프레임이 좀처럼 작동되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 비대위원장이 원톱이라는 점이다. 혼자서 확장론의 한계를 맞이했다. 사실상 그의 컨벤션 효과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국민의힘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한 비대위원장 한 명만 앉혔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는 안철수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나경원 전 원내대표, 윤재옥 원내대표가 임명됐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지역구 선거운동에 묶여 선거를 지원하기도 힘든 형국이다. 여유가 있는 선거였다면 이들이 함께 움직여 시너지를 발휘하기가 수월해지지만, 이들 역시 처해 있는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결국 대안은 한 비대위원장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스피커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다른 당인 탓에 동시에 같은 장소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 두 개의 채널을 가동했지만, 여전히 무게감이 떨어진다. 

결국 한 비대위원장 옆에서 목소리를 내 줄 인물이 필요하다.

뒤늦게 민생 민주당보다 파격 필요
제3지대 연대통한 보수 세력 결집

스리 톱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는 민주당은 벌써부터 효과가 나타나는 중이다. 민주당은 지지층 결속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이런 탓에서 혼자라는 한계에 갇힌 한 비대위원장을 구출해 줄 인물들이 몇몇 거론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유승민 전 의원이다. 


중도층 표심 확보가 가능한 인물로 꼽히는 유 전 의원은 선거 전에도 그의 역할론이 제기됐던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다 보니 당 지도부에 합류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유 전 의원의 등판이 일시적인 효과를 끌어낼 수는 있다. 경제통이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여당이 현재 어려운 경제를 헤쳐 나갈 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파괴력이다. 전통적인 보수 세력에게 여전히 유 전 의원은 ‘배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의 등판으로 대통령실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다급한 상황서 불편한 기류가 느껴지면 이번 선거서 중도층을 포섭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문제는 타이밍인데, 선거는 바로 코앞이다. 결단을 빨리 내릴수록 메시지가 안정화된다.

구세주
어쩌다…

유 전 의원뿐만 아니라, 중도층을 끌어오기에 적합한 인사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 비대위원장이 여전히 조력 카드를 거부 중이라는 점이다. 자신만 부각되는 현 상황을 즐기는 듯 보인다. 일단 혼자 고군분투 중이다. 인천을 찾았고, 수도권 격전지를 잇따라 방문하면서 상황을 타개하려는 행보를 보인다. 

중도층을 잡으려니 이제는 집토끼가 분열 중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급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이유도 보수 세력의 결집을 위해서다. 윤 대통령도 급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을 찾았다. 국민의힘 스스로 이번 선거를 위기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탄핵의 강을 거슬러 오를만한 카드가 몇 개 없다. 박 전 대통령을 만난 효과도 딱히 없었다. 단순히 지지층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만 활용된 정도다. 

여전히 정권심판론의 여론이 강세다. 한 비대위원장에게는 이를 뒤집을 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엇비슷하던 양당의 지지율 추이가 단 몇 주 만에 뒤집혔다. 한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청산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정권심판론이 극대화되는 이유로 황상무 전 수석의 논란,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의 뒤늦은 사퇴, 의대 정원 증원 등 여러 사안들이 거론된다. 일단 황 전 수석이 사퇴하며 대통령실의 리스크를 잠재웠다. 

문제는 이 전 대사의 사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공식적으로 출석 요구를 하지 않고 있어 조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생겼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 전 대사가 사퇴하기 전까지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이다. 인 위원장은 “외국이었으면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결국 이 전 대사는 선거전에 부담 요소로 작용해 사퇴의 뜻을 밝혔다. 

점차 리스크가 극대화되자 정권심판론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한 비대위원장은 뒤늦게 민생 키워드를 꺼냈다. 반드시 챙기겠다고 굳건하게 약속까지 했지만, 문제는 민주당보다 한발 늦다는 점이다.  


중도층 조금이라도 잡을 해법 고민
윤 대통령, 김 여사 뒤로 감춰야?

대통령실은 여전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고집 중이다. 대립 수위가 점차 심해질 때 한 비대위원장이 중재로 등장해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정치권에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의사단체를 만났음에도 해결된 부분이 하나도 없다. 의사단체는 오히려 “알맹이가 없었다”고 강력 비판했다.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의원 정수와 관련해서 재량권이 없으면 단순히 시간 끌기 작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범야권 200석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가용 자원이 부족하다. 대통령실은 차출된 인원이 오히려 적다. 친한(친 한동훈)과 친윤(친 윤석열)의 대립구도가 선명해질 뿐이다. 

이에 따라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부분이 제3지대와의 연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혁신당과 연합을 모색 중이라는 말도 나왔다. 개혁신당 양향자 원내대표가 이 같은 가능성을 띄웠다. 그러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일찌감치 선을 그었으며 국민의힘도 손사래를 쳤다. 

시선은 다시 극우당으로 옮겨진다. 앞서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당시 보수정당인 우리공화당 후보와 단일화했던 바 있다. 


갈 길 
바쁜데…

현재 국민의힘은 급박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연대를 통해 보수층을 단속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벌써부터 단일화를 실시한 후보가 나왔다.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강승규 후보가 공식 후보 등록 전에 자유통일당 김헌수 예비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다. 닷새 후인 25일, 수정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장영하 후보도 자유통일당 안유성 전 예비후보와 단일화했다.

이렇듯 상황이 국민의힘 후보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자, 앞으로 이 같은 단일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불리는 석동현 변호사가 자유통일당으로 향했다. 석 변호사는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았고, 비례 2번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단순히 보수층을 붙잡아 놓는 것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성이 존재한다.

앞서 전당대회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를 두고, 많은 설화가 오갔던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국민의힘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자유통일당은 전국적으로 비례 후보를 20명 냈다. 

현재 국민의힘은 중도 확장이 어려운 상황으로 집토끼마저 흔들리는 양상을 띤다. 앞으로도 집토끼 단속에 온 힘을 끌어모아야 할 정도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존재감이 선명해질수록 여당에게 총선이 불리한 구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가려야 숨통이 트인다. 

김 여사 리스크는 총선 막판까지도 꾸준히 도마에 오를 대상이다. 공식 석상에 김 여사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타격할수록 정권심판론이 자극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민주당은 자연스럽게 김 여사 리스크를 다시 발동시켰다. 국민의힘은 또다시 방어만 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 더해 조국혁신당의 존재감도 정권심판론에 군불을 땐 데 한 몫 차지한다. 현재 조국혁신당은 비명(비 이재명), 반윤(반 윤석열) 기조로 지지세가 날로 치솟고 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출당 이야기까지 나온다.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에 극약 처방을 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대통령을 희생시켜, 지지층을 있는 대로 다 끌어모으겠다는 교묘한 술책도 숨어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지점에 관해서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 듯 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지지층 끌어모으기를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우선 기조를 바꿨다. 이념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전국 시·도당에 ‘나라를 범죄자·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을 게시하라고 긴급 지시를 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남아 있는 중도층 이탈을 우려해서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이념을 강조하는 듯한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무회의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한다. 사실 왜곡과 허위 선동, 조작으로 국론을 분열시킨다”며 “나라를 지킨 영웅과 참전 장병, 유가족을 모욕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길에서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선거를 승리하게 도와 주십시오가 아닌 탄핵 저지선 붕괴는 막아 주십시오’라고 읍소라도 해야 할 처지다. 윤 대통령을 감추는 전략 말고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너무 늦었나 
단일화 모색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사실 해결할 방법이 딱히 없다. 가용 자원이 너무 없다”며 “한 비대위원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인물도 용산서 용인할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급하게 띄운 세종의사당 효과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지난 27일 기자회견서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겠다”며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께 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의도와 그 일대 등 서울의 개발 제한을 풀어 서울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역시 당시 대선공약이었다며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 제2집무실까지 세종시 설치에 속도낼 것을 관계 부처에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상황에 민주당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총선용 공약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한강벨트와 충청권의 판세가 급해 띄웠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 비대위원장이 세종의사당 이전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안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세종의사당 이전은 총 사업비가 완전 이전 비용 4조 6000억원이 투입될 정도로 규모가 큰 사업이다.

국회사무처 산하 국회세종의사당추진 태스크포스(TF)가 2022년 추계한 국회 이전 비용은 3조6100억 원에 달한다.

해당 안은 본희의장과 일부 상임위의 서울 존치를 전제로 한 것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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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