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 이재명 SNS 이중 플레이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쏟은 물과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언제나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SNS가 발달하고부터는 ‘잊혀질 권리’가 사라진 수준이다. 특히 정치인의 말과 글은 무게감이 남달라서 오랜 시간 떠돈다.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족쇄가 돼 발목을 단단히 붙잡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 부닥쳤다. 대선 경선 때 처음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윤석열정부 들어 전열을 재정비한 검찰은 이 대표를 수사하는 데 공력을 쏟아붓고 있다. 당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불붙은 주도권 경쟁서 이 대표는 비명(비 이재명)계의 눈치도 봐야 한다.

사면초가
출구 없다

여기에 정치권이 중시하는 명절 ‘밥상머리 이야기’ 주제로 관심이 옮겨갈 위기에 봉착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또다시 체포동의안 표결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정치권의 표결에 따라 가결되든 부결되든 이야기는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 없다.

민주당 역시 자연스럽게 이 대표와 얽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민주당이 오랜 시간 골머리를 썩는 이유다. 

국민 여론이 싸늘한 것도 부담이다. 2주 넘게 단식을 이어왔지만 실제 곡기를 끊은 건지를 두고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18일 오전, 그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을 문제삼아 단식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말, 횟집서 민주당 의원들과 회를 먹은 사실이 드러나 명분도 약해졌다.


단식 농성 전날이자 오염수 방류 일주일째 되던 때였다. 

문제는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치인의 단식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대의명분을 내세운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이른바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일정 기간 단식이 이어지면 상대가 먼저 중단을 권유하고 협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대표의 과거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을 지내면서 SNS에 올린 글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SNS 게시글이 부메랑으로 작용하면서 ‘조만대장경’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빗대기도 한다. 

조 전 장관의 SNS 게시글은 ‘조국의 주장은 조국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누리꾼은 물론 언론서 활발하게 인용됐다. 역으로 말하면 SNS 게시글의 생명력이 그만큼 끈질기다는 뜻이다. 불과 몇 초 사이에 게시글을 지워도 누군가는 캡처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유포한다. 이후 손쓸 새도 없이 퍼져나간다.

사법 리스크 커지면서
과거 SNS 글 소환돼

특히 정치인의 경우 언론에 ‘박제’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정치인이 사용하는 수사는 여러 해석을 낳기 때문에 파괴력이 크다. 게시글을 올리면 올리는 대로, 지우면 지우는 대로 화제가 된다. 이 대표는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정책 홍보 등에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최근 이 대표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문제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달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주력하는 지점은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의 행보를 알았는지다. 이 전 부지사는 재판 과정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입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린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에게 ‘책임 떠넘기기’ 모드로 나섰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9일 이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서 경기도가 북한에 쌀 10만톤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제시했다. 검찰이 보여준 공문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결재한 서류였다. 

올리면
퍼진다

이 대표는 “참 황당하다. 이화영이 나도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든 것이고 서류를 가져오니 결재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도지사의 승인 없이 사기업을 동원해 대북사업을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결재는 했지만 내용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 대표의 답변을 운전면허증 발급에 비유했다. 박균택 변호사는 “운전면허증에 경찰청장 직인이 찍혔다고 해서 경찰청장이 발급해줬다는 것이냐?”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어 “아랫사람들에게 위임했고 전결권에 따라 서명하면 관인은 저절로 찍히는 건데, 관인이 찍혔다고 해서 도지사가 결재했다는 의미는 아니죠”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알았으면 공범, 모르면 무능’이라면서 이 대표가 공범보다는 무능 쪽을 택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과거 SNS 올린 글이 드러나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조롱이 나왔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100만원의 예산 집행도 자신의 결재 없이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는 보도블록 교체 시 재활용을 원칙으로 단돈 백만원이 들어가는 예산 집행도 시장 결재 없이는 하지 못합니다”라면서 연말에 보도블록을 재정비하는 지자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대북사업은 보도블록 교체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도정’이다.

홍보·족쇄
양날의 검

2018년 10월2일에는 대북사업 관련 게시글도 올렸다. 이날 올린 SNS 게시글에는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가 함께 등장한다. 당시 이 대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남북교류 협력사업부터 시작하겠다”며 이 전 부지사의 방북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를 공유했다.

같은 달 25일에도 “이화영 평화부지사님 수고하셨습니다.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뤄나가는 길에 경기도가 함께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기사를 올렸다. 최근 검찰서 한 진술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대선 사흘 전 공개된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 연루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뉴스타파>의 최초 보도 이후 <경향신문>이 기사를 받아쓰기 전, 먼저 SNS에 공유하면서 “널리 알려주십시오.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이 생생한 현실을. 우리가 언론입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인터뷰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확대되던 시점인 2021년 9월15일에 진행됐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사)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커피를 타주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해당 내용을 배경으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서 조씨가 윤 대통령을 모른다고 답하고 남욱 변호사가 진술을 바꾼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비화했다. 이 대표의 SNS 게재 시점을 두고 여권에서는 ‘사전교감설’을 제기하는 등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북송금 의혹 ‘발뺌’
‘혜경궁 김씨’ 논란도

앞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희망살림-네이버-성남FC가 맺은 4자 간 협약서를 공개한 것도 이 대표다. 이 대표는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네이버의 성남FC 우회 지원을 지적하자 SNS에 협약서를 올렸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0억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지원하고, 희망살림이 이 중 39억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성남FC에 낸다는 내용이다. 

4자 간 협약서를 근거로 다양한 논란이 불거졌다. 성남의 한 시민단체가 4자 간 협약에 참석한 이들의 대표성 논란 등을 제기했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 등을 고발했다. 4자 간 협약에 포함된 희망살림을 둘러싼 의혹도 증폭됐다.

희망살림이 진행하던 빚 탕감 프로젝트는 이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정책이었다.

이 대표를 둘러싼 SNS 논란은 앞서 경기도지사 선거 때도 제기됐다. 당시 논란은 대선서도 다시 언급될 만큼 파급력이 컸다. 2018년 지방선거서 닉네임 ‘정의를 위하여’ 주소 ‘@08_hkkim’ 계정을 운영하는 ‘혜경궁 김씨’가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 


혜경궁 김씨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반면, 다른 정치인은 비난하고 모욕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까지 진행됐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2021년 혜경궁 김씨가 김씨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최근에는 이 대표가 대선 기간에 올린 SNS 글을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에 “어느 날 갑자기 이재명 대표의 페북(페이스북)글이 사라졌다”라며 “대통령선거 기간인 2022년 1월26일부터 3월8일 사이 포스팅한 글들을 왜 지워 버렸는지 궁금하다. 숨기고자 한 글은 무엇일까요”라고 적었다. 

글 삭제
증거인멸?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기사 링크를 올린 게시글도 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게시글을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이 대표 측은 언론 인터뷰서 “게시글에 대해 이뤄진 조치는 없다. 이제 와 그 내용을 비공개하거나 삭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을 일축한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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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