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빅매치’ 이재명 VS 원희룡 전면전 시나리오

대장동이냐 양평이냐…외나무서 만날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재명 저격수가 돌아왔다. 대장동 리스크서 자유롭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붓는다. 문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본인도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으로 허우적거리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원 장관이 이 대표의 지역구로 출마해 맞붙는다면 ‘누가 덜 더럽느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살아남으면 유리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임기를 마쳤다. 윤석열정부 첫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받고, 1년7개월 동안 국토부를 이끌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정부 스타 장관으로 불리는 인물로 차기 총선을 위한 행보에 관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는 후임 국토부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끝까지 소임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돌아온
장관님

원 장관의 퇴임 이유는 차기 총선 출마다. 일찍부터 원 장관의 총선 출마는 정해져 있었다. 몸값이 오를대로 오른 원 장관은 출마 지역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역대 국토부 장관 중 가장 존재감이 큰 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원 장관은 일처리 때 직접 현장으로 나가 소통했다. 윤정부와도 엇박자 없이 노조 강력 대응, 광역교통망 추진 등에 있어 막힘없이 나아갔다. 그동안 장관이 직접 나서지 않았던 사안에도 발 벗고 나서면서 강력한 말들을 쏟아냈다. 부동산서도 청년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낼만한 정책들을 발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쉴 틈 없이 여러 정책들이 발표됐고, 주말에도 상황을 점검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스타 장관 반열에 오르기 충분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여의도로 돌아온다. 원 장관은 첫 행보로 기독교 집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귀 첫 스텝으로 보수 표심을 다지러 간 모양새다. 전 목사는 원 장관이 간증을 잘 한다며 치켜세웠다. 

이 자리서 원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우회적으로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거듭 이 대표와 대결이 준비돼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맞대결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문제는 전 목사와 원 장관이 만났다는 점이다. 앞서 원 장관은 보수 대통합에 전 목사 세력은 포함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껏 거리를 둬왔던 전 목사와의 만남이 이뤄져 즉시 논란이 발생했다. 원 장관은 간증 요청을 받았고, 대기실서 잠시 마주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치 모임은 더욱 아니라며 짜맞추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오히려 민주당을 공격하는 모습이다. 

복귀 시작부터 논란이 발생하며 원 장관이 전 목사를 만난 게 오히려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어야 할 인물이다. 한 장관 못지 않게 원 장관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만큼 당내서도, 당외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사실 지난 대선 때 원 장관의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었으나 4위로 컷오프를 통과했을 때부터 관심도가 상승한 인물이다.

원, 몸값 급상승 국힘 차기 대권주자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소부터 급선무


이후 윤 대통령에게 선택받은 뒤부터는 몸값이 크게 뛰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해체된 이후에도 살아 남았고, 국민의힘이 활용한 유튜브 쇼츠서도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등장해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캠프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선거 일선서 뛰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와 함께 대장동 1타 강사로서 줄곧 이 대표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윤 대통령의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원 장관은 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윤정부 첫 내각이 구성될 때 원 장관은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원 장관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일단 중도 낙마 없이 국회로 돌아왔다. 당내서 원 장관이 역할을 맡는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국민의힘이 위기의 국면을 맞을 때마다 한 장관과 함께 소환됐던 바 있다. 

앞선 경기도지사 선거서도 원 장관의 차출론이 있었고, 당내서 불협화음이 발생했을 때 늘 원 장관이 무언가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번에는 비대원장설까지 돌았다.

혁신위가 더 이상 동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뒤 대안으로서 원 장관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인 위원장과 원 장관은 이미 만남도 가졌었고, 원 장관도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몇 차례 연출해준 바 있다. 

총선 국면에서는 선대위원장설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경선 4위서 단숨에 대권주자까지 입지를 키운 원 장관이 정책본부장 때처럼 총선을 지휘하겠다는 구상이다. 

원 장관을 필두로 총선서 승리한다면 원 장관은 대권주자로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게 가능해진다. 

내년 총선은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대결구도다. 현재는 정권심판론이 약간 우세한 편이다. 이런 탓에 윤정부와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절실한
대표님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는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당이 나서 전국 유세를 펼쳤음에도 역부족이었다. 17%p가 넘는 표 차로 국민의힘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총선 역시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원 장관이 이 대표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찍부터 이재명 VS 원희룡의 대결로 구도를 설정하기 위함이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구도가 이어지면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 대표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원 장관은 이 대표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인천 계양구을 출마설까지 나온다. 이 역시도 원 장관의 의도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자리한 계양을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7번의 국회의원 선거서 민주당이 6번 승리를 가져간 곳이다. 

원 장관은 당에서 요구하는 험지 출마와 민주당의 대권주자를 잡았다는 것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이 대표를 잡지 못했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손해볼 장사는 아니다. 

차기 대선주자가 맞붙어 민심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기도 하다. 문제는 원 장관에게도 의혹이 적지 않은 편이라는 점이다. 

원 장관은 국토부 장관직을 역임하던 중 한 가지 악재가 터졌다. 바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이다.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원 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자신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대안 노선 지시를 한 적이 없었다는 게 원 장관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민주당의 가짜 뉴스로 몰아갔다. 오히려 오랜 기간 추진해온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여론전을 펼쳤다. 

민주당이 원 장관을 옥죄어 오자, 오히려 실무진에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은 원 장관에게는 큰 걸림돌이다. 현재 민주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안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 중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뭔가를 정확히 발견해내기는 어렵지만, 이는 윤 대통령과 원 장관을 한 데 묶어 공격할 수 있는 거리다. 


서울양평고속도로와 관련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리스크가 될까 우려해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정쟁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쟁에만 몰두한다”며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원 장관 입장에선 ‘매도 먼저 맞자’는 심정으로 이제는 자신에게 양평 이슈를 끌고올 것으로 분석된다. 

단두대 대결
민심 가늠자

대선에 나서기 전 총선서 양평 의혹을 빨리 해소시키기 위함이다. 실제로 원 장관은 국토부 기자단과의 마지막 정례간담회서 “(국정조사가)지연되는 이유가 정치적 공방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양평 의혹을 털어낼 경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이 대표를 연일 공격하는 이유도 자신의 리스크를 감추면서 중도와 보수의 결집을 이뤄내기 위함이다. 원 장관은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편이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이 최근 띄운 게 바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끌어안기다. 원 장관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보수 통합과 중도 확장을 위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 장관이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원 장관이 한 장관과 함께 ‘간판’으로 벌써부터 나서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빠른 이미지 소비로 총선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이 원 장관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원 장관은 차기 당 대표가 유력한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당 대표 리스크처럼 원 장관도 서울양평고속도로로 끊임없이 괴로운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 장관의 대결구도가 성사될지는 이 대표에게 달렸다. 이 대표는 여전히 대장동의 그늘서 벗어나지 못해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한 주변인물의 불리한 진술도 나온다. 최근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재판에 나와 “이 대표가 실질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빼곡한 재판 일정…마무리는?
줄줄이 잡혀가는 측근들 살얼음판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은 거의 족쇄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 나가려 하면, 대장동으로 도무지 나아갈 수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최근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차츰 대장동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이 유죄판결을 받기 시작하자, 이 대표의 메시지가 사라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또다시 그의 리더십 문제가 제기된다. 총선 국면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차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검찰의 수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법원의 판단은 여권에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는 반면, 이 대표에게는 치명적이다. 조만간 총선을 지휘해야 할 이 대표와 지도부가 당내서 힘을 받기 어려워지는 형국에 놓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체포동의안이 기각된 뒤 검찰은 수세에 몰렸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털어낸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이 대표를 옥죄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대로 원 장관과 맞붙는다면 불리한 인물은 이 대표다. 그는 이변이 없는 한 자신의 현재 지역구에 재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다른 지역구로 옮길 경우, 원 장관을 기피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당시에도 이 대표는 여러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닦아놓은 지역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연고도 없어 뜬금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그는 막판에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하며 전국 유세를 자유롭게 다니지 못했다.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에 선택과 집중하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최악의 경우 비례대표로 출마해 뒤에서 선거를 지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기면 
대선행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원 장관과 이 대표 모두 큰 리스크를 앓고 있다. 이 대표의 경우 재판까지 버티면 된다는 심정일 것”이라면서도 “반면 원 장관의 리스크는 확전될 수 있다. 역할을 맡았다가 리스크가 커져 총선서 패배하면 윤정부의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 시너지?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가 간절한 만큼 간판으로 내세울 인물이 중요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가장 먼저 국민의힘으로 돌아왔는데 이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원 장관, 한 장관, 김기현 대표를 3축으로 삼두체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인물론이 중요한 만큼 당의 사정을 잘 아는 김 대표가 뒤에서 총선을 지휘하고, 원 장관과 한 장관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한 장관을 향해 연일 손짓 중이다. 이 같은 체제로 국민의힘이 총선 정국을 헤쳐나갈 전략을 세웠다고 읽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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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