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빅매치’ 이재명 VS 원희룡 전면전 시나리오

대장동이냐 양평이냐…외나무서 만날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재명 저격수가 돌아왔다. 대장동 리스크서 자유롭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붓는다. 문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본인도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으로 허우적거리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원 장관이 이 대표의 지역구로 출마해 맞붙는다면 ‘누가 덜 더럽느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살아남으면 유리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임기를 마쳤다. 윤석열정부 첫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받고, 1년7개월 동안 국토부를 이끌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정부 스타 장관으로 불리는 인물로 차기 총선을 위한 행보에 관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는 후임 국토부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끝까지 소임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돌아온
장관님

원 장관의 퇴임 이유는 차기 총선 출마다. 일찍부터 원 장관의 총선 출마는 정해져 있었다. 몸값이 오를대로 오른 원 장관은 출마 지역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역대 국토부 장관 중 가장 존재감이 큰 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원 장관은 일처리 때 직접 현장으로 나가 소통했다. 윤정부와도 엇박자 없이 노조 강력 대응, 광역교통망 추진 등에 있어 막힘없이 나아갔다. 그동안 장관이 직접 나서지 않았던 사안에도 발 벗고 나서면서 강력한 말들을 쏟아냈다. 부동산서도 청년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낼만한 정책들을 발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쉴 틈 없이 여러 정책들이 발표됐고, 주말에도 상황을 점검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스타 장관 반열에 오르기 충분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여의도로 돌아온다. 원 장관은 첫 행보로 기독교 집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귀 첫 스텝으로 보수 표심을 다지러 간 모양새다. 전 목사는 원 장관이 간증을 잘 한다며 치켜세웠다. 

이 자리서 원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우회적으로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거듭 이 대표와 대결이 준비돼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맞대결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문제는 전 목사와 원 장관이 만났다는 점이다. 앞서 원 장관은 보수 대통합에 전 목사 세력은 포함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껏 거리를 둬왔던 전 목사와의 만남이 이뤄져 즉시 논란이 발생했다. 원 장관은 간증 요청을 받았고, 대기실서 잠시 마주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치 모임은 더욱 아니라며 짜맞추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오히려 민주당을 공격하는 모습이다. 

복귀 시작부터 논란이 발생하며 원 장관이 전 목사를 만난 게 오히려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어야 할 인물이다. 한 장관 못지 않게 원 장관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만큼 당내서도, 당외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사실 지난 대선 때 원 장관의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었으나 4위로 컷오프를 통과했을 때부터 관심도가 상승한 인물이다.

원, 몸값 급상승 국힘 차기 대권주자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소부터 급선무


이후 윤 대통령에게 선택받은 뒤부터는 몸값이 크게 뛰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해체된 이후에도 살아 남았고, 국민의힘이 활용한 유튜브 쇼츠서도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등장해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캠프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선거 일선서 뛰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와 함께 대장동 1타 강사로서 줄곧 이 대표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윤 대통령의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원 장관은 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윤정부 첫 내각이 구성될 때 원 장관은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원 장관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일단 중도 낙마 없이 국회로 돌아왔다. 당내서 원 장관이 역할을 맡는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국민의힘이 위기의 국면을 맞을 때마다 한 장관과 함께 소환됐던 바 있다. 

앞선 경기도지사 선거서도 원 장관의 차출론이 있었고, 당내서 불협화음이 발생했을 때 늘 원 장관이 무언가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번에는 비대원장설까지 돌았다.

혁신위가 더 이상 동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뒤 대안으로서 원 장관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인 위원장과 원 장관은 이미 만남도 가졌었고, 원 장관도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몇 차례 연출해준 바 있다. 

총선 국면에서는 선대위원장설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경선 4위서 단숨에 대권주자까지 입지를 키운 원 장관이 정책본부장 때처럼 총선을 지휘하겠다는 구상이다. 

원 장관을 필두로 총선서 승리한다면 원 장관은 대권주자로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게 가능해진다. 

내년 총선은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대결구도다. 현재는 정권심판론이 약간 우세한 편이다. 이런 탓에 윤정부와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절실한
대표님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는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당이 나서 전국 유세를 펼쳤음에도 역부족이었다. 17%p가 넘는 표 차로 국민의힘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총선 역시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원 장관이 이 대표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찍부터 이재명 VS 원희룡의 대결로 구도를 설정하기 위함이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구도가 이어지면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 대표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원 장관은 이 대표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인천 계양구을 출마설까지 나온다. 이 역시도 원 장관의 의도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자리한 계양을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7번의 국회의원 선거서 민주당이 6번 승리를 가져간 곳이다. 

원 장관은 당에서 요구하는 험지 출마와 민주당의 대권주자를 잡았다는 것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이 대표를 잡지 못했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손해볼 장사는 아니다. 

차기 대선주자가 맞붙어 민심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기도 하다. 문제는 원 장관에게도 의혹이 적지 않은 편이라는 점이다. 

원 장관은 국토부 장관직을 역임하던 중 한 가지 악재가 터졌다. 바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이다.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원 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자신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대안 노선 지시를 한 적이 없었다는 게 원 장관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민주당의 가짜 뉴스로 몰아갔다. 오히려 오랜 기간 추진해온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여론전을 펼쳤다. 

민주당이 원 장관을 옥죄어 오자, 오히려 실무진에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은 원 장관에게는 큰 걸림돌이다. 현재 민주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안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 중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뭔가를 정확히 발견해내기는 어렵지만, 이는 윤 대통령과 원 장관을 한 데 묶어 공격할 수 있는 거리다. 


서울양평고속도로와 관련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리스크가 될까 우려해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정쟁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쟁에만 몰두한다”며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원 장관 입장에선 ‘매도 먼저 맞자’는 심정으로 이제는 자신에게 양평 이슈를 끌고올 것으로 분석된다. 

단두대 대결
민심 가늠자

대선에 나서기 전 총선서 양평 의혹을 빨리 해소시키기 위함이다. 실제로 원 장관은 국토부 기자단과의 마지막 정례간담회서 “(국정조사가)지연되는 이유가 정치적 공방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양평 의혹을 털어낼 경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이 대표를 연일 공격하는 이유도 자신의 리스크를 감추면서 중도와 보수의 결집을 이뤄내기 위함이다. 원 장관은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편이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이 최근 띄운 게 바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끌어안기다. 원 장관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보수 통합과 중도 확장을 위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 장관이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원 장관이 한 장관과 함께 ‘간판’으로 벌써부터 나서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빠른 이미지 소비로 총선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이 원 장관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원 장관은 차기 당 대표가 유력한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당 대표 리스크처럼 원 장관도 서울양평고속도로로 끊임없이 괴로운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 장관의 대결구도가 성사될지는 이 대표에게 달렸다. 이 대표는 여전히 대장동의 그늘서 벗어나지 못해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한 주변인물의 불리한 진술도 나온다. 최근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재판에 나와 “이 대표가 실질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빼곡한 재판 일정…마무리는?
줄줄이 잡혀가는 측근들 살얼음판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은 거의 족쇄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 나가려 하면, 대장동으로 도무지 나아갈 수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최근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차츰 대장동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이 유죄판결을 받기 시작하자, 이 대표의 메시지가 사라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또다시 그의 리더십 문제가 제기된다. 총선 국면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차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검찰의 수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법원의 판단은 여권에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는 반면, 이 대표에게는 치명적이다. 조만간 총선을 지휘해야 할 이 대표와 지도부가 당내서 힘을 받기 어려워지는 형국에 놓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체포동의안이 기각된 뒤 검찰은 수세에 몰렸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털어낸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이 대표를 옥죄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대로 원 장관과 맞붙는다면 불리한 인물은 이 대표다. 그는 이변이 없는 한 자신의 현재 지역구에 재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다른 지역구로 옮길 경우, 원 장관을 기피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당시에도 이 대표는 여러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닦아놓은 지역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연고도 없어 뜬금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그는 막판에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하며 전국 유세를 자유롭게 다니지 못했다.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에 선택과 집중하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최악의 경우 비례대표로 출마해 뒤에서 선거를 지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기면 
대선행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원 장관과 이 대표 모두 큰 리스크를 앓고 있다. 이 대표의 경우 재판까지 버티면 된다는 심정일 것”이라면서도 “반면 원 장관의 리스크는 확전될 수 있다. 역할을 맡았다가 리스크가 커져 총선서 패배하면 윤정부의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 시너지?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가 간절한 만큼 간판으로 내세울 인물이 중요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가장 먼저 국민의힘으로 돌아왔는데 이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원 장관, 한 장관, 김기현 대표를 3축으로 삼두체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인물론이 중요한 만큼 당의 사정을 잘 아는 김 대표가 뒤에서 총선을 지휘하고, 원 장관과 한 장관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한 장관을 향해 연일 손짓 중이다. 이 같은 체제로 국민의힘이 총선 정국을 헤쳐나갈 전략을 세웠다고 읽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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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