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차출설 도는 윤의 사람들

꽃밭에 떨어질 용산발 낙하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인재난에 허덕이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차출론에도 불구하고, 겉으론 잠잠하다. 총선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은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어쩐지 내부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과연 이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로 치르는 내년 총선서 내부 분란이 커질 조짐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대통령실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원의 총선 출마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 당협위원장이 된 인물도 있고, 지역구로 달려가 표심을 다지는 이도 있다. 본격적인 출마 시기는 이번 달 말부터다. 30명서 최대 40명으로 알려진 탈(脫) 용산 총선 출마자들이 의사를 밝혔다. 

줄줄이
출사표

지난 4월만 해도 “근거 없는 여론 흔들기”라며 출마설에 대해 극구 부인했으나 조만간이라는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대통령실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이후 내년 1월까지 대통령실 인사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질 양상이다. 통상 이들의 출마 시기는 크게 추석 전후, 연말, 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총선 90일 전인 내년 1월11일까지는 사직해야 한다. 22대 총선은 윤석열정부 3년 차에 실시되는 만큼 사실상 윤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 총선서 1당의 지위를 얻어야 윤 대통령에게는 국정동력이 생긴다. 


반면 패배 시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실에도 적잖은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서 용산 인물들을 투입하려는 이유도 이들을 전면 배치해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이 당초 대통령실 출신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하다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이유는 지지율과 관련돼있다. 최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결국 대통령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각에서는 청년 대변인 등 젊은 피들도 총선에 내보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도층이 많은 청년세대 특성상 이를 붙잡기 위한 복안이다. 

현재 행정관, 수석, 비서관, 장관 할 것 없이 출마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가장 먼저 내년 출마를 공식화한 인물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이승환 중랑구을 당협위원장으로 험지인 서울 중랑을에 깃발을 꽂았다. 현재 당협위원장 사무실을 구하고 있다. 

해당 지역구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버티고 있는데, 서승우 대통령 자치 비서관이 명예퇴직 후 본격적인 총선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 비서관은 이미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그가 노리고 있는 지역은 충북 청주청원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지역 출신인 서 비서관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충북도청, 행정안전부를 오가면서 근무했으며 충북도 행정부지사까지 지냈다. 

이 지역에 출마할 경우 5선 중진의 민주당 변재일 의원과의 한판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다만 김수민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버티고 있어 경선부터 통과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만 29세의 나이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취임식기획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젊은 행정관들 우선 선발대로
수석들 역시 조만간 출마 러시

여기에 이동석 전 행정관도 충북 충주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상 대통령실의 선발대인 셈이다. 이 행정관은 충주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로 이후 대통령실에 몸담아왔고 대통령실 인사로는 처음으로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시 출판기념회는 북새통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이 축하 화환을 보냈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이 축전 등을 보냈다. 또 최지우 전 행정관도 충북 제천·단양 출마를 위해 최근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역시 비교적 중도층이 자리 잡고 있는 충청권에 출마를 고려 중이다. 이처럼 젊은 행정관 출신들이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우선적으로 선발대로 선 상황이다.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행정관의 경우 일찍부터 내려와 표심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수석급서 언급되는 대표적인 인물은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던 터라 점점 더 공식화되는 분위기다. 김 수석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를 원한다는 말이 나온다.

해당 지역구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여온 곳으로 실제로 국회의원 선거 기준 민주당 소속 김병관 전 의원이 거뒀던 승리가 유일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서 김 전 의원은 김 수석에게 패배했고, 보궐선거에선 안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던 바 있다. 분당갑 지역서 꾸준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안 의원 입장에선 김 수석의 출마가 부담될 수도 있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김 수석은 자객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안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된다면 마찬가지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얼마 전 자신의 고향을 자주 방문한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동문회를 비롯해 체육대회 등 충남 홍성·예산의 행사에 주말마다 등장해 명함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민에게도 자신이 예산 사람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강 수석을 향해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연말되면
투입 시작?

서울 마포서 18대 의원을 지냈던 강 수석은 내년 총선에선 험지보다는 자신의 고향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당시 강신업 변호사 측에 출마를 자제하라는 요청, MBC 앞 시위 종용 의혹 등 여러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에는 잠잠한 편이다.

이뿐만 아니다. 장관들 역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저울질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다. 


원 장관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스타 장관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처음에는 각을 세웠으나 이후 선거캠프에 중용된 인물이다. 최근에는 완전한 윤핵관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서 민주당의 총공세를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보수층서 원 장관의 인지도는 상당한 데다 인기가 많은 만큼 출마지로 거론되는 곳도 다양하다. 서울 동작을 비롯해 경기도 고양, 제주까지 전국구 면모를 보인다. 거론되는 지역만 15군데다. 

또 차기 총선서 중진 역할론이 대두되는 만큼 원 장관의 당내 위상도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원 장관은 공동선대위원장부터 제주 지역구 전략공천설까지 다방면서 언급된다. 당초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과 비슷하게 복귀설도 흘러나왔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이슈와 관련해서는 백지화라는 강수를 두면서 존재감이 커졌다. 

문제는 원 장관 본인의 부담으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내년 총선서 역할을 맡아 선거를 지휘해 승리한다면 단연 몸값은 올라가겠지만 패배할 경우 차기 대선주자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도움될지
의문 들어

최근 원 장관은 몸을 사리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는 모임(새미래) 세미나에 강사로 참여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강조했는데, 관련 발언이 문제가 돼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후로 총선 관련 언급을 피하고 있다. 


시험대는 국정감사다. 국토위의 가장 뜨거운 현안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사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총공세를 잘 버터내면서 이른바 ‘국감 스타장관’으로 발돋움하면서 몸값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년 총선에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추 장관 역시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대구 달성군을 찾은 자리서 그는 “올 연말쯤 지역에 내려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내년도 새해예산안을 처리한 뒤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추 장관 역시 원 장관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실 차출설에 이름을 올렸다. 추 장관의 경우,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구·경북(TK)서의 역할론이 제기된다. 

이번 새해예산안 통과를 수월하게 이끌어낼 수 있냐는 게 관건이다. 예산안 법정시한까지는 2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추 장관의 총선 출마에 앞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감이 종료된 이후 본격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정부와 국민의힘은 ‘국정운영 1년 농사’로 불리는 국감을 문제없이 끝내야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입장에선 이들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인재난 때문으로 지방선거 기간 동안 국민의힘은 인재들을 끌어다 썼다. 영입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거물급을 영입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인물을 차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총선 전면에 내세우는 것 말고는 전략이 부재하다.

장관들 역할론에 부담 따를 듯
당내 현역 의원 일단 경계모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공천설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서 출마에 앞서 몸풀기 중인 인물들과 구체적인 지역까지 거론되면서 당내 분위기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윤 대통령의 얼굴만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권 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이유는 현역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관, 홍보수석 정도는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 해볼만한 싸움이지만, 행정관·비서관 등은 인지도가 높지 않다. 따라서 이들을 험지로 내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TK와 PK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국민의힘 중진 의원 대부분이 TK와 부산·경남(PK)에 위치해 있는데 용산 출신들이 이곳으로 향한다면 내부 혼란이 더욱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대통령실에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있다”며 “결국 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 같이 보조를 맞출 수 있어 이들이 차출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역 의원들에게 우선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청와대 출신) 사람들이 페이버(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충분한 경쟁을 거쳐 지역서 본인이 경쟁력을 갖고 공천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결국은 공천룰을 먼저 확정지어야 한다. 그래야 준비를 할 수 있다. 또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지 않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사진 건다고 
못 이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후반대와 40%대 초반을 넘나들고 있다. 외교에 방점을 찍고, 민주당을 공격하는 등 보수층 결집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문제는 중도층이다. 중도층을 포섭해야 선거서 훨씬 유리해진다. 아직까지 이를 타개할 방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못하는 듯 보인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에는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것을 붙여놓고 선거를 치르면 먹혔지만,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서 근무했다는 것 자체가 크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 이후 여론은? 일단 정권 심판론

고물가 시대 여야는 경제에 방점을 찍고 민심을 듣겠다고 나섰으나 결국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역시 상대 후보를 힐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제 살리기는 실종됐고, 자신만 살아남기 위한 정치가 펼쳐지는 중이다. 

일단, 밥상머리 민심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연휴 직전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조직이 결집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민주당이 살짝 앞섰으나 국민의힘과 엇비슷하다. 

그러나 총선까지는 아직 반년 정도 남았다.

다음 총선도 네거티브 전이 전개될 양상으로 민주당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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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