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흔들 ‘핵관의 정치’ 해부

대표 용병술에 승패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인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수를 선발하는 감독, 선수의 역량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리듯 선거의 핵심은 ‘인사’로 통한다. 특히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들의 ‘핵관(핵심 관계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 정국에 접어들면 정치권은 조어 경쟁으로 달아오른다. 한 번만 들어도 뇌리에 각인될 수 있게 단어를 조합해 짧고 굵은 말을 만들어낸다. 유명 인기가요를 선거 노래로 사용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선수 선발

지난 20대 대선서 높은 관심을 받은 조어는 ‘윤핵관’이다. 윤핵관은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줄임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당시부터 정치적 힘이 돼준 측근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측근을 뜻하는 친박(친 박근혜)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권성동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정치인이 총선을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밀리면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그 방법으로 윤핵관의 퇴진이 거론됐다.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또 다른 선거를 앞두고 퇴장 명단에 오른 셈이다. 


장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먼저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도 사퇴했다. 그 자리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채웠다. 한 비대위원장이 당면한 과제 역시 윤핵관의 2선 후퇴라는 말이 많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윤핵관 정리 등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안팎의 의견이 배경으로 꼽힌다. 

눈여겨볼 부분은 떠난 윤핵관의 자리를 채울 또 다른 핵관의 존재다. 한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수장으로 정치권에 데뷔하면서 가장 관심을 받은 부분이 바로 인사였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고 비대위원을 꾸리는 일부터가 한 위원장에 대한 일종의 시험대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문재인정부서 여러 차례 좌천당하면서도 검복을 벗지 않았던 그는 법무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검찰을 떠났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한 비대위원장의 인맥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에 있던 시기, 법무부 장관으로 재임한 시기에도 이렇다 할 측근들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다.

한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 인선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한핵관(한동훈 측 핵심 관계자)’이 드러날 것이라 예상됐던 비대위원 인선은 ‘한핵관 없는 한핵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총 11명의 비대위원 가운데 김예지 의원만 현역이고 나머지는 비정치인으로 구성됐다.

민경우 수학연구소 소장,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구자룡 변호사, 한지아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 윤도현 샤인온라이트 대표 등이다.

한 비대위원장의 첫 인선에 대한 평가가 채 나오기도 전에 민경우 소장의 노인 관련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 소장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방송서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말한 내용이 논란이 되면서 임명 하루 만에 사퇴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대한노인회를 찾아 거듭 사과하는 등 진화에 진땀을 뺐다.

베일에 가려진 한핵관
친명계 포진시킨 여당

첫 번째 인사서 한 차례 논란에 휩싸인 한 비대위원장은 앞으로 인선 과정을 거듭해야 한다. 한 비대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방증하듯 지명직 비대위원 8명 가운데 7명이 1970년대생, 사무총장에 1969년생 초선 장동혁 의원을 지명하는 등 파격 인선을 선보였다. 

한 비대위원장은 “공천은 두 가지다. 공천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멋져 보여야 한다. 내용은 이기는 공천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람을 고르고 선발하는 과정이 선거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 과정서 한 비대위원장 측근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윤핵관이 아닌 한핵관이 국민의힘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를 주변에 포진시키면서 당권 강화에 초점을 맞춰 인선을 단행했다. 지난해 10월 이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정책위의장에 이개호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이 대표는 지역 안배 인사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친명계 일색이라는 비판도 만만찮았다. 

박 최고위원은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서 환경운동을 했고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 정책위의장은 호남 출신으로 과거 친낙계(친 이낙연)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이 대표는 이 부분을 들어 ‘통합형, 안배형’ 인사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비명계 의원들은 ‘보여주기식 인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고한 친명 체제에 비명계가 반발하면서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공관위원장으로는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최고위원회는 공관위원장에 세계적 석학인 임혁백 교수를 임명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관리 업무를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관위원장 인선을 두고도 친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는 맞붙었다. 임 교수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대표의 정책 자문그룹인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 자문단에 이름을 올린 이력이 불씨가 됐다. 

최근 한 비대위원장은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겸임하겠다고 밝히면서 같은 당 이철규 의원과 공동위원장 체제를 구성했다. 공천 과정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선수 선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공천 물갈이’의 신호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총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공천 물갈이


민주당 이 대표도 지난해 11월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여야 리더가 총선을 앞두고 ‘인사 모시기’ 선봉에 선 셈이다. 여야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인물 찾기에 나서면서 정치권은 ‘검증 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 원로는 “선거는 공천이 전부다. 누굴 데려다가 어떻게 선보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인사가 만사다. 인사가 망사가 되는 순간 선거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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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