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민주당 비대위설 막전막후

총선까지 마지막 한 고비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8·9·10월에 걸쳐있던 더불어민주당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가 수그러들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연달아 호재가 터지면서 당내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유력하게 거론됐던 ‘민주당 12월 비대위 전환설’을 무사히 잠재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18일, 검찰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달 21일,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가결로 막을 내렸다. 이후 27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손내민
이재명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검찰을 향해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비 이재명)계를 둘러싸고 당내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숙청과 화합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양쪽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최고위원회의서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당일에는 “검찰과 한통속이 돼 이 대표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가결파에는 공천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여론까지 형성했다.

그러자 비명계도 크게 반발했다. 오히려 가결표를 던진 것이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방탄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을 화합의 길로 이끈 것은 다름이 아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였다.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선거서 민주당이 두 자릿수가 넘는 득표율 차이로 이기면서 ‘정부·여당 심판’이라는 통일된 목적이 생겼다.

지난 11일 치러진 보궐선거는 여의도 안팎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마지막 선거인 만큼 이례적으로 주목받았다. 민주당은 진교훈 문재인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을 후보로 내보냈다. 국민의힘에서는 공무상 비밀 누설로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가 사면받은 김태우 후보가 나섰다.

단식 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이 대표는 지난 9일, 퇴원 후 첫 행선지로 강서구를 찾아 진 후보 유세에 힘을 더했다. 유세 발언 중 이 대표는 “우리 앞에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다. 그 장벽의 두께와 높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좌절하지 않고 우리 안에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손잡고 반드시 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손을 잡고 넘어가야 한다’는 대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와의 화합을 암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구속영장이 가결된 이후 처음으로 제시한 메시지가 화합인 만큼 당내에서도 이를 따를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곧바로 가결파를 숙청하겠다던 여론이 잠잠해졌다. 특히 정 의원이 한 라디오를 통해 “가결파 색출이란 말을 꺼낸 적이 없고, 당연히 축출, 숙청이란 말을 꺼낸 적도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 대표의 발언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신의 발언을 기자들이 해석했을 뿐, 가결파를 향한 숙청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진교훈 버프’ 제대로 받았다
통합의 길로 들어선 민주당

당이 통합의 길로 들어서는 동시에 민주당이 보궐선거서 압승을 거두면서 비·친명의 갈등은 본격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오전 0시40분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를 완료한 결과 진 후보는 13만7065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는 전체 투표수 24만3663표에서 56.52%를 차지한다. 김 후보는 39.37%인 9만5492표를 얻었다. 양자 간 격차는 17.15%p로 집계됐다. 이번 승리를 통해 계파에 상관없이 하나 되어 ‘윤정부 심판’을 외치는 것이 곧 총선 승리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미니 총선’서 승리를 따낸 만큼 이 대표의 리더십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 체제가 견고해진 만큼 이대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일부 비명계 사이에서는 “승리에 도취해 민심을 잘못 읽으면 안 된다”며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보궐선거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은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서 “당장 지도부 권한을 강화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페닌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라며 오히려 당이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민심 흐름에 일희일비한 나머지 총선을 앞두고 개혁 시기를 놓칠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 역시 ‘민심 쇠몽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따끔하게 경고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체제로 이겼다’ ‘이 상태로 내년 총선도 압승이야’라고 하면 대걸레가 우리 쪽으로 온다”며 “그땐 대걸레 없이 바로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보궐선거에 필요 이상 힘을 쏟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의 긍정적 기류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모두 떨쳐내지 않은 채 총선 체제가 굳혀진 상황이 오히려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설
이유는?

구속영장 기각 이후 한 장관은 “기각이 곧 무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야당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을 거론하며 “다 영장이 기각됐었지만 실제로 중형을 받고 수감됐다”고 말했다.

검찰의 자신감이 꺾이지 않는 상황서 민주당 지도부가 대부분 친명으로 꾸려진 것 역시 불안 요소 중 하나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민주당은 달마다 ‘비대위 전환설’ ‘이재명 사퇴설’에 시달렸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언제 다시 흔들릴지 모른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계파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때마다 분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김없이 새 나왔다. 가장 먼저 운을 띄운 것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쏴올린 ‘유쾌한 결별’ 발언이다. 지난 7월 이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에 관해 “때로는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뜻이 다른데 한 지붕 아래 있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20명 이상 탈당이 가능하다”며 분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같은 달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 대표의 회동이 연이어 미뤄지면서 친낙(친 이낙연)계와 친명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어렵게 성사된 회동에서도 이 대표는 당의 단합과 단결을 주장했지만 이 전 총리는 “단합을 위해서 더 가열차게, 그 다음에 근본적으로 혁신을 통해 당을 바꿔나가야 된다”며 입장 차를 보였다.

집안싸움에 내홍이 일면서 이 대표가 리더십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얼마 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8월 즈음 비대위를 꾸릴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8월 중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날아들 것을 대비해 이 대표가 스스로 직을 내려놓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후 차분하게 뒷선서 총선 승리를 위한 플랜B를 모색할 것이란 의견이 대두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8월31일 이 대표가 돌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면서 ‘동정론’이 대체했다.


9월 사퇴설에는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뇌관이 됐다. 당내 쇄신을 위해 지난 6월 출범한 혁신위가 외려 당의 발목을 잡으면서다. 혁신위가 핵심 혁신안으로 ‘대의원제 폐지’ 논의에 나서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악재가 겹치면서 ‘김은경-이재명 동반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결국 혁신위는 이 대표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급조한 방탄에 지나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타이밍
노림수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건 지난 7월 불씨를 지핀 ‘10월 이재명 사퇴설’이다. 이는 한 정치 평론가가 “이 대표가 10월에 퇴진한다고 한다”며 “그래야 내년 총선서 이긴다. 그래서 K 의원을 당 대표로 밀겠다는 말이 나온다”는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 사퇴를 두고 40여명의 의원들이 하나의 뜻을 모은 만큼 조만간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포스트 이재명’으로 거론된 K 의원이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사퇴 여부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이를 최초로 주장한 평론가는 자신의 발언을 일부 철회했다. 자신이 사퇴 계획을 일찍이 누설해버리는 바람에 이 대표가 김이 빠져 사퇴할 수 없게 됐다는 취지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이 대표가 난항을 겪을 때마다 민주당은 균열과 봉합을 반복하면서 위기를 넘겨왔다. 과연 민주당이 마지막으로 남은 ‘12월 비대위 전환설’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12월 비대위 전환설은 앞서 제시된 추측보다 유력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이 대표가 무리 없이 당 대표 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기가 12월 말 이전까지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검찰이 이 대표의 백현동 의혹을 먼저 기소하면서 당내 화합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날 검찰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인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위증교사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은 보강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로써 민주당과 검찰의 싸움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주 먹잇감이었던 당 대표 리스크를 겨냥해 이 대표를 흔들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 실수로 비대위 전환?
‘정권 심판론’ 유지가 관건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현재로서는 민주당 내 화목한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삐끗해서 역풍을 맞게 된다면 그대로 비대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얼굴로 치르기 곤란한 상황이 온다면 당내 여론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교훈 약발’이 떨어지면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서는 12월28일 이전을 콕 집어서 비대위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이 대표의 잔여임기가 정확히 8개월 남은 시점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가 잔여임기 8개월 이상을 두고 공석이 될 경우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한다. 반대로 8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중앙위원회서 당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강성 지지자를 비롯한 당원의 힘을 입어 친명계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친명계 위주의 비대위가 꾸려지면 공천에 대한 권위 역시 강해진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공천을 둘러싼 파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컷오프된 의원이 대거 탈당하면서 분당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포용의 정치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일부 친명계 의원과 강성 지지자의 ‘가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에 친명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 경우 표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갈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손대지 않더라도 ‘뜻밖의 공천 학살’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지 지펴질 것으로 예상된다.

끝까지
버텨라

민주당이 12월 비대위 전환설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정권 심판론’ 여론을 연말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보궐선거로 인해 총선 승리가 민주당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시점서 굳이 비명계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 역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현재 비명계 의원의 발언을 두고 지도부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백스텝’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압승에 따른 신중론에 관해서도 “이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오만하지 말자’라는 내부 경고 차원으로 싸움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졌다”며 “내년 총선의 판세가 유리해진 만큼 여론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할 때”라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샌드백 이재명? 반격 나선 여당

지난 12일 백현동 개발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민주당은 “민심의 심판을 받은 선거 결과를 덮지 말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패배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인데 윤석열정부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앞세워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에 전광석화처럼 기소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던 윤석열정권의 첫 응답이 국정 쇄신이 아닌 ‘정적 죽이기 기소’”라며 “후안무치한 윤석열 검찰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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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