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불어닥칠 강서구청장 보선 후폭풍

쏟아부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렸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물 건너갔고 참패, 완패만 남았다. 본격적으로 당내 비윤계가 반발할 조짐이다. 김기현 대표는 사퇴보다는 “잘하겠다”는 말만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에 또다시 혼란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 당선인이 지난 12일 밤 11시30분경 강서구청장 선거서 낙승을 거뒀다. 기호 2번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는 17.15%p로 완승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진 당선인은 56.52%(13만7065표), 김 후보는 39.37%(9만5492표)로 비교적 큰 표차가 났다. 

13만7065표
9만5492표

김 후보는 자정이 됐을 무렵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김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 활동을 하기도 전에 여러 논란이 뒤따랐다.

그는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당선 무효형에 해당돼 구청장 자리를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 다시 후보로 나선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스스로 만든 빈자리에 다시 들어가려고 했다. 또 자신 스스로를 공익 신고자로 칭했는데, 김 후보의 죄명은 ‘공무상 비밀누설죄’였고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시작부터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는데, 선거에 패배하면서 국민의힘에 불어닥칠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 개표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아예 자리에 없었다. 이를 두고 어느 정도 패배가 예견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관건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전 격으로 불렸다. 승리에 따라 내년 총선의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였던 탓이다. 패배하는 쪽은 수도권 위기론을 더욱 심화할 수 있는 문제기도 했다. 

해당 문제는 국민의힘 윤상현·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떠올랐는데, 점차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은 이례적으로 사실상 당 전체가 김 후보를 지원사격하고 나서는 등 구청장 선거에 총력전을 펼쳤다. 당협위원장, 현역 의원을 가리지 않고 유세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 같은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는 압도적 표 차이로 패배하면서 국민의힘 발등엔 불똥이 떨어졌다. 패배가 어느 정도 계산에 깔려 있었지만, 과연 얼마의 표차가 나느냐가 관건이었다. 우선 국민의힘은 출발선부터 내부 상황이 어수선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당초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번복됐고, 결국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후보들 간 내분이 시작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갑자기 대법원 판결이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후보를 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관여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후보를 선정하는 경선 과정서도 파열음이 흘러 나왔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진선 전 당협위원장은 김 후보로 후보가 결정된 뒤 사실상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번 강서구청장 선거 당시에도 김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했었다. 경선 결과 김 후보자가 정해지자 김 전 위원장은 지방으로 내려갔고 캠프 개소식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진에 17.15%p 차이로 낙마 
다시 폭망 시절로 돌아간 격차

지역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조직이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으며 실제로 충청 출신, 기독교 등 구민들의 지지를 상당수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지원사격이 있었을 경우, 진 당선자와의 격차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위원장의 측근은 <일요시사>에 “상심이 컸을 것으로 본다. 한 번 양보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후보로 나서지 못했다”며 “결국 내부조직도 결속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큰 선거였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거의 모든 수도권 지역서 패배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은 쉽게 내줘서는 안 되는 선거였지만, 원칙을 깨면서까지 선거를 밀어붙였다. 결국 승리를 내주면서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도 강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당내 갑론을박이 심해질 양상이다.

당장은 공천 실패와 중량급 인사로 선대위를 꾸렸다는 점 등 선거전략의 실패였다는 지적부터 나온다. 

김 후보의 선대위에는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시작으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정진석·권영세·안철수 의원 등 중진급 인물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면서 강서구를 찾아 집중 유세를 펼쳤으나 무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책임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도부는 지난 12일,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선거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본래 험지서 치른 선거임을 강조했을 뿐, 책임을 지겠다는 언급은 일절 내놓지 않았다. 강서구는 본래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예견된 패배
총력전 실패

그러나 21대 총선을 거치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대선을 거치며 격차가 줄었고,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을 앞질렀다.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다시 표심이 과거로 회귀한 셈이다. 앞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주류가 꿈틀거릴 조짐이다. 당직 개편을 시작으로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책임론이 분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비윤(비 윤석열)계 세력의 당 지도부를 향한 공격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역대급 참패”라며 “당정 쇄신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사리사욕에 눈멀어, 실패 체제 계속 끌고 갈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로써 김기현호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면서 지도부 개편 목소리도 대두됐다. 현재 체제로 총선을 맞이하게 될 경우, 공천 분란은 불보 듯 뻔한 상황이다. 일단 지도부는 시선을 돌리려고 애쓰는 상황이다. 총선기획단을 빠르게 출범시켜 일찍부터 총선을 대비하기로 했다. 

또 차츰 시행하고 있는 인재 영입을 공식화하며 당무감사도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에 책임론이 크게 가해지는 악재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일단 조만간 5명의 영입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현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총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한다고 해도 비상대책위원회나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당 지도부 
시선 돌리기

앞서 강서구청장 보선서 패배하는 쪽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문제는 현 지도부가 사퇴를 하더라도 비대위원장을 맡을만한 인물이 부재하다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비대위원장으로 언급된 인사는 권영세 의원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지만, 둘 모두 참신성이 떨어진다. 두 인물 모두 윤심에 바짝 붙어 있는 인사로 분류돼서다. 

보선 패배로 당 대표가 물러날 경우, 국민의힘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김 대표만 남고 사무총장을 비롯한 지명직 최고위원, 조직부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들의 일괄 사퇴 수순으로 마무리짓는 모양새다.

이철규 사무총장 외에 박수영 여의도 연구원장, 강대식 지명직 최고위원 등도 사퇴한다. 

지난 13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서 당 지도부가 사퇴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던 대신,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거론됐다. 또 다른 쇄신책으로는 미래비전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킬 방안을 검토했다. 미래혁신위는 혁신위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해당 기구가 출범하면 김 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이 이끌 예정이다. 

미래혁신위는 혁신위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체제로 알려졌다. 현재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영입한 5명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인재영입위원장 직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생각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입장에선 이제 원외 인사의 공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는 김기현 지도부에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준석계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망했다. 폭망”이라며 “원래 험지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부여당이 험지 메이커”라고 비판했다. 천 위원장의 말처럼 현재 국민의힘은 활로를 찾아야 한다. 강서구청장 선거의 영향은 내년 총선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위기론이 아닌 비상론
대통령실도 변화 모습 보여야

원외 인사 중 비윤계의 대표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도 한마디 보탰다. 유 전 의원은 “완패, 참패”라며 “윤석열정부를 향한 서울 민심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심한 듯 “당 책임보다는 대통령실의 책임”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의 지적처럼 윤 대통령은 김 후보를 사면·복권했고, 형을 선고받은 지 3개월 만에 구청장 선거에 나섰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귀책 사유가 충분했는데도 내세울만한 이렇다 할 명분도 없었다. 처음부터 김 후보의 출마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당 지도부의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총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런 탓에 대구·경북(TK) 소속 의원의 험지 출마론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중진, 다선 의원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험지 출마론은 하태경 의원이 가장 먼저 제기했다. 하 의원은 부산서만 3선을 지낸 ‘해운대 터줏대감’으로 불린 인물이다. 그런 그가 부산을 떠나 서울에 정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그의 출마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이다. 

하 의원을 필두로 당내외서도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 요구가 높아졌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시선이 강한 가운데, 중진 의원들 사이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안함이 가득한 분위기다. 

지도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에도 불안함이 감지된다. 이른바 윤심 후보로 치르는 시험대였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선 패배에 대해 대통령실은 “어떤 결과든지, 엄중하게 선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내년 총선서 다수의 대통령실 소속 인물이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들 역시 윤 대통령의 얼굴로만 치르기에는 위태로울 수 있다. 

국정 기조
변화 모색

관건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변화할지의 여부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야당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나름의 뚝심을 보여왔다. 일단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며 한발 후퇴했다. 정치권에서는 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대통령실이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통령실 모두 위기다. 위기론이 아니라 비상”이며 “결국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다면 김기현 지도부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표정 관리, 왜?

민주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서 승리하면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진교훈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이재명 대표도 숨통이 트이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현재 이 대표는 불구속 기소가 된 상황이다.

검찰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에 따라 재판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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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