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불어닥칠 강서구청장 보선 후폭풍

쏟아부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렸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물 건너갔고 참패, 완패만 남았다. 본격적으로 당내 비윤계가 반발할 조짐이다. 김기현 대표는 사퇴보다는 “잘하겠다”는 말만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에 또다시 혼란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 당선인이 지난 12일 밤 11시30분경 강서구청장 선거서 낙승을 거뒀다. 기호 2번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는 17.15%p로 완승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진 당선인은 56.52%(13만7065표), 김 후보는 39.37%(9만5492표)로 비교적 큰 표차가 났다. 

13만7065표
9만5492표

김 후보는 자정이 됐을 무렵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김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 활동을 하기도 전에 여러 논란이 뒤따랐다.

그는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당선 무효형에 해당돼 구청장 자리를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 다시 후보로 나선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스스로 만든 빈자리에 다시 들어가려고 했다. 또 자신 스스로를 공익 신고자로 칭했는데, 김 후보의 죄명은 ‘공무상 비밀누설죄’였고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시작부터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는데, 선거에 패배하면서 국민의힘에 불어닥칠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 개표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아예 자리에 없었다. 이를 두고 어느 정도 패배가 예견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관건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전 격으로 불렸다. 승리에 따라 내년 총선의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였던 탓이다. 패배하는 쪽은 수도권 위기론을 더욱 심화할 수 있는 문제기도 했다. 

해당 문제는 국민의힘 윤상현·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떠올랐는데, 점차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은 이례적으로 사실상 당 전체가 김 후보를 지원사격하고 나서는 등 구청장 선거에 총력전을 펼쳤다. 당협위원장, 현역 의원을 가리지 않고 유세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 같은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는 압도적 표 차이로 패배하면서 국민의힘 발등엔 불똥이 떨어졌다. 패배가 어느 정도 계산에 깔려 있었지만, 과연 얼마의 표차가 나느냐가 관건이었다. 우선 국민의힘은 출발선부터 내부 상황이 어수선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당초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번복됐고, 결국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후보들 간 내분이 시작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갑자기 대법원 판결이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후보를 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관여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후보를 선정하는 경선 과정서도 파열음이 흘러 나왔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진선 전 당협위원장은 김 후보로 후보가 결정된 뒤 사실상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번 강서구청장 선거 당시에도 김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했었다. 경선 결과 김 후보자가 정해지자 김 전 위원장은 지방으로 내려갔고 캠프 개소식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진에 17.15%p 차이로 낙마 
다시 폭망 시절로 돌아간 격차


지역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조직이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으며 실제로 충청 출신, 기독교 등 구민들의 지지를 상당수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지원사격이 있었을 경우, 진 당선자와의 격차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위원장의 측근은 <일요시사>에 “상심이 컸을 것으로 본다. 한 번 양보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후보로 나서지 못했다”며 “결국 내부조직도 결속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큰 선거였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거의 모든 수도권 지역서 패배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은 쉽게 내줘서는 안 되는 선거였지만, 원칙을 깨면서까지 선거를 밀어붙였다. 결국 승리를 내주면서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도 강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당내 갑론을박이 심해질 양상이다.

당장은 공천 실패와 중량급 인사로 선대위를 꾸렸다는 점 등 선거전략의 실패였다는 지적부터 나온다. 

김 후보의 선대위에는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시작으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정진석·권영세·안철수 의원 등 중진급 인물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면서 강서구를 찾아 집중 유세를 펼쳤으나 무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책임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도부는 지난 12일,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선거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본래 험지서 치른 선거임을 강조했을 뿐, 책임을 지겠다는 언급은 일절 내놓지 않았다. 강서구는 본래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예견된 패배
총력전 실패

그러나 21대 총선을 거치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대선을 거치며 격차가 줄었고,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을 앞질렀다.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다시 표심이 과거로 회귀한 셈이다. 앞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주류가 꿈틀거릴 조짐이다. 당직 개편을 시작으로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책임론이 분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비윤(비 윤석열)계 세력의 당 지도부를 향한 공격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역대급 참패”라며 “당정 쇄신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사리사욕에 눈멀어, 실패 체제 계속 끌고 갈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로써 김기현호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면서 지도부 개편 목소리도 대두됐다. 현재 체제로 총선을 맞이하게 될 경우, 공천 분란은 불보 듯 뻔한 상황이다. 일단 지도부는 시선을 돌리려고 애쓰는 상황이다. 총선기획단을 빠르게 출범시켜 일찍부터 총선을 대비하기로 했다. 

또 차츰 시행하고 있는 인재 영입을 공식화하며 당무감사도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에 책임론이 크게 가해지는 악재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일단 조만간 5명의 영입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현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총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한다고 해도 비상대책위원회나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당 지도부 
시선 돌리기

앞서 강서구청장 보선서 패배하는 쪽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문제는 현 지도부가 사퇴를 하더라도 비대위원장을 맡을만한 인물이 부재하다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비대위원장으로 언급된 인사는 권영세 의원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지만, 둘 모두 참신성이 떨어진다. 두 인물 모두 윤심에 바짝 붙어 있는 인사로 분류돼서다. 


보선 패배로 당 대표가 물러날 경우, 국민의힘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김 대표만 남고 사무총장을 비롯한 지명직 최고위원, 조직부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들의 일괄 사퇴 수순으로 마무리짓는 모양새다.

이철규 사무총장 외에 박수영 여의도 연구원장, 강대식 지명직 최고위원 등도 사퇴한다. 

지난 13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서 당 지도부가 사퇴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던 대신,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거론됐다. 또 다른 쇄신책으로는 미래비전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킬 방안을 검토했다. 미래혁신위는 혁신위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해당 기구가 출범하면 김 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이 이끌 예정이다. 

미래혁신위는 혁신위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체제로 알려졌다. 현재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영입한 5명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인재영입위원장 직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생각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입장에선 이제 원외 인사의 공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는 김기현 지도부에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준석계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망했다. 폭망”이라며 “원래 험지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부여당이 험지 메이커”라고 비판했다. 천 위원장의 말처럼 현재 국민의힘은 활로를 찾아야 한다. 강서구청장 선거의 영향은 내년 총선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위기론이 아닌 비상론
대통령실도 변화 모습 보여야

원외 인사 중 비윤계의 대표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도 한마디 보탰다. 유 전 의원은 “완패, 참패”라며 “윤석열정부를 향한 서울 민심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심한 듯 “당 책임보다는 대통령실의 책임”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의 지적처럼 윤 대통령은 김 후보를 사면·복권했고, 형을 선고받은 지 3개월 만에 구청장 선거에 나섰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귀책 사유가 충분했는데도 내세울만한 이렇다 할 명분도 없었다. 처음부터 김 후보의 출마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당 지도부의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총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런 탓에 대구·경북(TK) 소속 의원의 험지 출마론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중진, 다선 의원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험지 출마론은 하태경 의원이 가장 먼저 제기했다. 하 의원은 부산서만 3선을 지낸 ‘해운대 터줏대감’으로 불린 인물이다. 그런 그가 부산을 떠나 서울에 정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그의 출마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이다. 

하 의원을 필두로 당내외서도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 요구가 높아졌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시선이 강한 가운데, 중진 의원들 사이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안함이 가득한 분위기다. 

지도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에도 불안함이 감지된다. 이른바 윤심 후보로 치르는 시험대였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선 패배에 대해 대통령실은 “어떤 결과든지, 엄중하게 선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내년 총선서 다수의 대통령실 소속 인물이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들 역시 윤 대통령의 얼굴로만 치르기에는 위태로울 수 있다. 

국정 기조
변화 모색

관건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변화할지의 여부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야당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나름의 뚝심을 보여왔다. 일단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며 한발 후퇴했다. 정치권에서는 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대통령실이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통령실 모두 위기다. 위기론이 아니라 비상”이며 “결국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다면 김기현 지도부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표정 관리, 왜?

민주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서 승리하면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진교훈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이재명 대표도 숨통이 트이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현재 이 대표는 불구속 기소가 된 상황이다.

검찰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에 따라 재판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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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