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영남권 교두보’ 경남 양산시

문재인-윤석열 대리전 구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을 기준으로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심판론을 펼치기 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경상남도 양산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하나씩 자리를 차지한 지역이다. 현역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산갑·을에 누가 출사표를 던질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경상남도는 과거부터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왔다. 경남 양산시의 경우 보수 세력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결을 펼쳐온 곳이다. 과거 양산군이 양산시로 승격되면서 15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양산시로 선거를 치렀다. 물금읍 개발이 이뤄지고 난 뒤부터는 인구가 늘어나 20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양산갑과 을로 분구된 지역이기도 하다. 

거점지

양산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머무는 지역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전 성격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양산서 승리를 가져가야 경남 전체 선거서도 수월하게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더욱이 양산시는 낙동강 벨트에 속한 곳이며, 다른 영남권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부산시와 경남의 경계지역이기 때문에 여야가 더욱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양산발 바람을 타야 김해·거제·통영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6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다. 양산시장 선거 승리에 이어 시의원 19석 가운데 11석을 국민의힘이 가져왔다. 


양산시는 갑·을로 분구되기 전 보수당이 당선을 휩쓸던 지역 중 하나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6선을 할 때도 승리를 챙겼던 이력이 있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명박 캠프 최고 지도부라고 할 수 있는 친이(친 이명박) 6인회에도 소속됐을 만큼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실제로 “박희태가 선택하면 양산도 따라온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분구가 되면서 양산갑은 보수당의 텃밭 중 하나로 불린다. 양산시 특징 중 눈에 띄는 부분은 경남지역 중 젊은 표심이 많다는 점이다. 경남의 전체 평균 연령은 45.6세(올해 6월 기준)인데, 양산시의 평균 연령이 43.3세다. 

여기에 양산갑에 소속돼있는 물금읍의 평균연령은 39세 정도로, 전체 유권자 중 절반가량이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민주당은 낙동강 벨트 전략
국민의힘 윤 대통령 얼굴로

이 같은 조건 때문에 양산갑은 연령별로 투표 성향이 나뉘는 세대 투표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차기 총선은 20대와 30대 젊은 층이 선거를 주도할 캐스팅 보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보수당의 텃밭이라고 안심하기에는 이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힘이 바짝 청년층 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서 윤영석 의원은 청년층 포섭을 위해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양산갑은 윤 의원이, 양산을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윤 의원은 양산갑서 연이어 당선되면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변이 없는 재출마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내 새 인물로는 정형기 경남도당 대변인의 출마 소식이 들린다. 정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최근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을 맡아 점차 인지도를 쌓고 있다.

이 밖에 국무총리실 행정관 출신인 김효훈 전 행정관도 최근 행정사 사무소를 개설하고 주민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의 관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마 여부다. 현재 조 장관의 출마 하마평이 나오는 지역은 서울시 관악구, 부산, 양산시다. 얼마 전 양산서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당시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도 만났다.

출판기념회를 연 곳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위치한 서점 평산책방이다. 평산책방은 양산갑에 소속된 지역으로 민주당으로서는 고민이 깊다. 20대와 30대가 많이 속한 중도층 표심을 잃을 수 있는 탓이다. 민주당 내 후보로는 21대 총선서 윤 의원과 맞붙었던 이력이 있는 이재영 지역위원장이 거론된다.

이 위원장 역시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총선서 윤 의원과 다시 맞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산갑, 청년층 표심 큰 변수 
양산을, 김두관 잡으려 중진이?

양산을은 김 의원이 버티고 있다. 김 의원은 김포서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으나, 지난 총선서 양산으로 자리를 옮겨 당선됐다. 

그는 마을 이장, 경남군수, 경남도지사를 지냈을 만큼 지역적 기반이 탄탄했다. 그러나 지난 총선서 현재 양산시장인 나동연 시장(국민의힘 소속)과 접전을 벌인 끝에 당선됐다. 내년 총선서도 지역구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내 경쟁자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서 나 시장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시장직서 사퇴한다면 초반부터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후보로는 한옥문 당협위원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바짝 친윤(친 윤석열)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는 차기 총선이 대통령의 얼굴로 치러진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생’을 강조한 전략과 주민 숙원사업 해결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한 위원장은 조직 재정비 등 총선을 대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의원에 비해 국민의힘 후보가 체급서 밀리면서 전략공천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경남권 현역 중진 의원이 지역구를 옮길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양산서 확실한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 역할론이 제기된 것. 

여기에 언급된 인물로는 조경태·이채익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영남권 다선인 만큼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당사자들은 애써 부인했지만, 총선 승리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상징성

민주당 입장서 양산은 문 전 대통령이 머무는 지역이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상징성이 강한 지역구로 꼽힌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서 ‘낙동강 벨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도 양산갑과 을 모두를 차지해야 총선 승리를 비교적 확실하게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양산 선거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양산을 가져올 경우, 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전 같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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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