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경기도 강남’ 분당구

박 터질 고래 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성남시 분당구는 진보 진영의 ‘해볼만한 지역구’로 새롭게 떠올랐다. 여권에서는 우후죽순 출사표가 나오는 만큼 당내 교통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천당 아래 분당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갑·을로 나뉜 성남시 분당구는 경기도 지역 중에서도 보수의 힘을 톡톡히 받던 곳이다. 한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우위를 점했지만, ‘경기도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만큼 보수 텃밭으로 분류돼왔다. 분당을은 남부지역을 관할한다. 분당갑은 북부지역으로 분당·판교신도시 전체를 아우른다. ‘종부세 벨트’로 묶인 만큼 정책에 따라 지역민심이 한순간에 뒤바뀌는 지역구기도 하다.

리트머스지

분당갑은 신도시가 들어선 16대 총선부터 보수진영이 독점해왔다. 16·17·18대 총선서 내리 당선된 고흥길 전 의원을 시작으로 친이(친 이명박)계·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이 줄이어 깃발을 꽂았다.

그러나 지난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분당갑서 당선된 것을 신호탄으로 민주당의 우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김 의원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권혁세 후보를 1만1538표 차이인 8.52%p로 꺾고 올라섰다. 정치권에서는 신도시가 들어서고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표심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해 분당을서도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새누리당 전하진 후보를 9%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제3당인 국민의당 출현과 공천서 탈락한 임태희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보수표가 분산된 것이 이유로 꼽혔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수 텃밭서 민주당이 양손에 승기를 거머쥔 셈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선거서 당선되면서 분당구의 보수 색채가 옅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등을 둘러싸고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민심의 추가 다시 보수 쪽으로 기울었다. 분당구는 부동산 이슈에 예민한 지역인 만큼 최악의 리스크로 작용한 셈이다. 이로써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분당갑·을은 민주당에게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예상을 뒤엎고 21대 총선서 김병욱 의원이 분당을 재선에 성공하면서 극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분당갑에서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당선됐지만, 김병관 후보와 0.7%p 차이였던 만큼 초접전 승부를 펼쳤다.

“문 ‘부동산 리스크’ 이겨냈다”
3선 기적 노리는 민주당 배수진

지난해 김은혜 의원은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이후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무리 없이 당선되면서 분당갑 보수 세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경기도지사 선거서 낙선한 김 의원은 지난 3월 대통령실 홍보수석으로 임명됐다.

다가오는 22대 총선서 분당구가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판가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걸맞게 굵직한 인사들이 연이어 도전장을 내밀면서 분당구는 경기권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분당갑에서는 현역인 안 의원이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중진 험진 차출론’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장 의원의 결심이 밑거름돼 차가운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 기폭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총선 승리를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서 자신의 지역구에 재출마함으로써 지원 유세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도 일찍이 분당갑 지역에 사무실을 개소했다. 하지만 정의당서 의원직 사퇴를 권고받은 만큼 총선 출마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연이어 승기를 꽂은 분당을에서는 김병욱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민주당 내 경쟁자가 없는 만큼 단독플레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분당·산본·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분당지역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만큼 지역민심을 잘 읽어냈다는 평이 나온다.

‘용산-분당’ 꽉 막힌 정체길
복잡한 내부사정 커지는 우려

분당구는 당초 보수 텃밭이었던 만큼 쟁쟁한 여권 인사들과의 힘겨루기는 불가피하다. 유력 후보군으로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거론되면서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 전 수석은 후보군 중에서도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래 자신의 지역구였던 분당갑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는 현역인 안 의원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박 장관은 후임자가 정해지자 곧바로 총선 출마 채비에 들어섰다. 비록 지역구는 부산이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분당에 거주한 점을 명분으로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 대선 당시 당 지도부로부터 ‘오케이’를 받아서 분당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가 안철수 의원이 와서(자신이) 양보하지 않았냐”며 분당을 출마 의지를 재차 굳혔다.

퇴임을 앞둔 이 장관 역시 지역구 저울질에 나선 모양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서울)서초을을 갈지, (경기 성남)분당을을 갈지, 또 다른 을을 갈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퇴임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분당을로 마음을 굳힌다면 이들의 삼자대면은 불가피하다.

분당을에 눈독을 들이는 인물이 늘어나자 김 의원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분당을 지역이 만만한 건지 김은혜 수석, 박민식 장관에 이어 이제 이영 장관까지 (거론된다)”며 “저는 준비됐으니 본인들끼리 기 싸움 마시고 누구든 나오시길 바란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같은 양상을 두고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천당 아래 분당이라더니 분당에 몰려드는 사람들 면면을 보니 총선서 이기기는 힘들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데자뷔

홍 시장은 “전셋집을 자기 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부산 지역구를 탈환해야 하는데 그걸 외면하고 분당서 출마하겠다는 사람, 각종 혜택을 다 누리고 뜬금없이 분당에 출마하겠다는 사람 등 대통령실 출신들의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만일 보수 후보군이 무소속 등으로 분열된다면 지난 20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고배를 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홍 시장의 우려 역시 ‘큰 덩치’ 여권 3인이 내부 정리를 못 하고 신경전을 펼치자 이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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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