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파란 깃발’ 기마전 목포시

‘개인 플레이’ 그들만의 레이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다음 해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해를 기준으로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심판론을 펼치기 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뿌리로 알려진 목포시가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그들만의 레이스’가 펼쳐질 목포시에 누가 출사표를 던질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목포시는 전라남도 서부권의 핵심지이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6·7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적 뿌리로 통하는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텃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정통성이 두드러지는 만큼 매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치열한 집안싸움이 벌어진다.

몸풀기

목포시의 현역은 민주당 김원이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서 당시 민생당 의원이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11.42%p로 꺾고 승기를 거머쥐었다. ‘정치 9단’이자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을 두 자릿수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현재 김 의원은 다음 해 치러질 22대 총선을 앞두고 전남의 주요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1지방선거 당시 김 의원의 보좌진이 성폭력 혐의로 피소되고 당원 명부를 유출하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추스르고 대내외적으로 영향력을 입증하면서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김대중 전남교육감과 간담회를 갖고 목포고등학교·목포여자고등학교를 옥암지구 내 통합·이전하는 데 전남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에는 목포시 특별교부세 및 내년도 국비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박홍률 목포시장과 면담을 추진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김 의원의 목포시 재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져 놓은 만큼 공천을 받는다면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제시된다.

하지만 민주당의 최대 격전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목포시를 노리는 후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거물급으로 꼽히던 박 전 원장과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선거구를 옮기면서 ‘해볼만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시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홍걸 의원이 목포시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자신이 그와 경쟁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김홍걸 의원이 DJ 핏줄을 내세워 목포서 압승을 거둘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돌연 서울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다. 윤석열정부를 심판하고 강서구의 숙원을 풀어내는 ‘해결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거물’ 박지원·김홍걸 불출마 선언
‘훅’ 낮아진 허들에 “나도 한 번?”

김 의원은 “강서구에 깊은 연고는 없지만,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지원을 다니면서 느낀 바가 있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목포시의 양대 산맥이던 두 인물이 지역구를 옮기자 기회를 노리던 후보군이 본격적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3연패 기록을 가진 배종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원이 의원의 뒤를 바짝 쫓으면서 ‘만년 2등’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 부위원장은 지난 18·19대 총선서 공천을 신청했으나 번번이 탈락했다. 19대에서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는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낙선했다. 제21대 총선에서는 현역인 김 의원에게 밀려 공천권을 얻지 못했다.

목포서만 무려 세 번의 공천 탈락을 겪은 만큼 단단히 날을 갈고 출마 채비에 나설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그는 지난 2일 목포수산물유통센터서 저서 <17년의 도전 목포 바보 배종호>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등 정치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꾸준히 얼굴도장을 찍은 덕분인지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배 부위원장의 인지도가 김 의원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이 경선서 마주한다면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린다.

이윤석 전 의원도 목포시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서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현직 국회의원인 김홍업 후보를 꺾은 인물이다. 전남도의원 3선을 지낸 후 전남 무안·신안 지역서 18·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지난 21대 총선서 민생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1월 민주당으로 복당한 후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등 여의도 복귀를 노리고 있다.

여의도 경력직부터 중고신입까지
“내가 찐” 너도나도 DJ 정신 강조

민주당 인사 중 첫 번째로 목포시 출마 의사를 밝힌 김명선 정책위부의장의 행보도 눈여겨볼만하다. 그는 지난 대선서 당시 이재명 후보 직속 시민캠프인 ‘더밝은미래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9월, 이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였을 때 동조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단식 7일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목포시 평화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이 대표의 정치적 고뇌와 고통을 나누고 그의 정치철학을 지지한다는 뜻을 목포시민 여러분께 간절하게 전달하겠다”며 뜻을 함께했다.

친명(친 이재명)계인 점을 부각해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부부요양병원 원장인 문용진 병원장도 총선 의지를 밝혔다. 의료계 출신인 만큼 목포시의 숙원인 의대와 대학 상급병원 유치로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는 지난 10월 노벨평화상 기념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에는 출판기념회를 열고 “목포가 낳은 큰 정치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생 강조한 ‘민생의 정치철학’을 계승하겠다던 목포 정치가 기득권 정치로 변질됐다”며 실용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 비서 출신인 신재중 전 청와대 관저비서관실 행정관의 출마설에도 힘이 실린다. 최근 <김대중은 내 인생의 버팀목이었다>라는 책을 출판한 그는 오는 15일 김대중 기념관서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신 전 행정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잠언을 매일 하나씩 공유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곁에서 갈고 닦은 ‘DJ 정신’을 강점으로 내세워 목포시민의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야적야’

이밖에도 장만채 전 전남도교육감, 이호균 전 전남도의장, 권욱 전 전남도의원, 김한창 민주당 통합위원회 호남전략단장 등이 자칭타칭 민주당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쟁쟁한 후보군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야당의 적은 야당’이라는 기류가 흐른다. 여의도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같은 편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셈이다. 공천을 따내기 위한 후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목포시의 총선 판도가 복잡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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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