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더불어민주당 분당 시나리오

당 대표 리스크 “이러다 다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같은 당 의원들조차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실금 같던 틈이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급하게 한쪽 입을 틀어막아도 다른 쪽에서 이야기가 새어 나온다. ‘민주당 분당설’이라는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당내엔 긴장감마저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분당설이 고개를 들었다. 이전부터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계, 친낙(친 이낙연)계, 친문( 친문재인)계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계파가 형성됐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이 발을 딛는 곳마다 유독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긴장감은 벌써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의 분열 조짐은 지난 2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압도적 부결을 자신한 것과 달리 30표가량의 무더기 이탈표가 쏟아졌다. 당시 이 대표에겐 “정치적 사망이 선고됐다”는 평가도 오르내렸다. 이후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을 두고 ‘방탄’ 논란이 일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치명타를 입었다.

가동되는
시한폭탄

그러던 이 대표가 지난달 19일 국회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날 이 대표의 선언은 자신과 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는 차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극명한 반응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부터 당이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이들은 의원에게 주어지는 특권을 당당히 포기함으로써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의미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 대표에게 한정된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입법부가 어떻게 검찰 독재정권과 싸울 수가 있겠냐는 입장이다. 현재 윤석열정부의 ‘검찰 독재’ ‘정치탄압’이 만연한 만큼 민주당 모두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으로 오히려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이하 혁신위)가 나섰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1호 혁신안으로 제시했지만 의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지난 1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은 망한다”며 압박도 가했다. 혁신위가 민주당을 따끔하게 질책한 다음 날인 지난 13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의제로 두고 의원총회가 열렸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날 의원총회서 지도부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적으로 선언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윤리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혁신안을 추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혁신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1호 혁신안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이 영장 청구를 판단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는 말에 묻히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비명(비 이재명)계와 친낙계로 구성된 31명의 민주당 의원이 돌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습니다’란 입장문을 내고 포기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제 식구 감싸기’와 계파 다툼이 난무하는 정당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이하 더미래)도 이날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끝까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못한 의원에게 있어 이들의 결의는 탐탁지 못한 선택으로 비춰졌다. 친명계 위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민주당의 내홍이 깊어졌다. 체포동의안에 관해 당론을 정한 적이 없을뿐더러 수사 과정에 따라 각자 판단할 일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한발 빠른 비명·친낙
민주당 지도부 통수?

불체포특권이 헌법에 규정된 만큼 결의만으로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두고 당심에 조금씩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이던 중 불현듯 ‘유쾌한 결별’ 이야기가 툭 튀어나오면서 민주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같은 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한 라디오를 통해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이 구성원들이 공통분모를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균열이 생길 것이란 뜻이다.

이를 두고 유쾌한 결별이 반드시 분당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위와 당 지도부는 이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질타했다. 하나로 똘똘 뭉쳐 윤정부와 맞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당을 ‘갈라치기’ 하는 발언이 오히려 분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지도부에서는 이 의원의 발언이 도를 지나치게 넘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를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해당 행위로 간주하고 엄중히 경고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반응에 이 의원은 “어디까지나 유쾌한 결별까지 ‘각오’하면서 당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이 이원의 ‘유쾌한 결별’ 발언을 시작으로 민주당 분당을 둘러싼 말이 겹겹이 얹어졌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심리적 분당’에 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이 갈라설 가능성은 적지만 계파 싸움이 격해질 경우 심리적으로 분당할 것이란 우려를 표한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귀국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 전 총리에게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시국인 만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함께 윤정부를 견제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재명
살리기

이를 두고 추 전 장관은 “백지장을 맞들어도 방향이 다르면 찢어진다”고 일갈했다. 백지장을 맞대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조차 모른 채 섣불리 함께하는 것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분당설에 연기가 피어오르자 민주당은 초기 진압에 나섰다. 특히 혁신위는 ‘유쾌한 결별’ 발언을 두고 개혁과 혁신이 절박하다는 것을 다소 거칠게 표현했을 뿐, 분당의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죽어라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죽어’라는 뜻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친명계에서는 “민주당의 분당은 곧 윤석열 대통령이 원하는 길”이라고 소리 높였다. 현 시점서 민주당이 갈라서게 된다면 내년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까지 줄줄이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유쾌한 결별’에 ‘공천 룰’이라는 또 다른 불씨가 피어올랐다. 내년 총선을 두고 예고된 치열한 공천권 싸움에 권력이 개입할 가능성이 제시되면서다.

지난 19일, 혁신위는 공천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여럿 있었다며 공천 룰 변경을 시사했다. 민주당에는 또다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로 한차례 당을 뒤흔든 혁신위가 이전보다 민감한 소재에 과감히 손을 댄 것이다.

민주당의 공천 룰은 이미 지난 5월 확정됐다. 민주당은 앞서 이해찬 전 대표 시절인 2019년 7월에 만들어진 시스템 공천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혁신위는 해당 틀에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제 혁파’와 유능한 인재를 기용하는 ‘투명한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대표가 총선을 치르고 대선까지 가기 위해 공천권을 휘두를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다. ‘이재명 호신위’이라는 의혹을 떠안은 혁신위가 공천룰을 어떻게 손볼지에 따라 내년 총선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을 목표로 한다면 공천룰 손질이 불가피한 만큼 혁신위를 통해 자신의 뜻을 펼칠 것이란 비판을 제기했다. 비명계서도 기존에 확정됐던 공천 룰을 손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천 룰을 건드릴 경우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이 대표와 친명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공천의 판이 짜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천 룰이 어떻게 변경되느냐에 따라 계파 간 유불리뿐 아니라, 의원들이 총선 전략마저 달라질 수 있다.

정치생명의 호흡기와도 같은 공천권을 권력의 입맛대로 주무르게 된다면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서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통과시키는 데도 갈등이 있었던 만큼, 혁신위가 공천 룰을 일방적으로 손댈 경우 민주당 분당설에 또다시 불꽃이 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얼기설기
미봉책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분당이라는 건 쉽게 일어나지 않겠지만 만일 공천이라는 변수가 생긴다면 가능성은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천권에 이 대표가 입김을 불어넣으면 비명계 의원이 대거 컷오프되고 이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이 창당된다면 민주당의 분당설은 단순이 ‘설’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목적성이 뚜렷하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원회가 아니냐’는 질문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혁신위가 공천 룰 손질을 예고한 이튿날 친명계 성향의 단체도 ‘공천혁신’을 주장했다. 비명계 의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민주혁신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10대 공천혁신안’을 발표했다. 공천혁신은 ‘물갈이의 제도화’인 만큼 민주당이 민심의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586세대를 겨냥한 퇴진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민 의원은 다음 총선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역 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3선 이상 다선 의원은 4분의 3 이상인 만큼 39명 중 30명은 물갈이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혁신회는 같은 지역구서 3선 이상을 지낸 의원에게 경선 득표율 50%를 감산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선 공천 컷오프 비율을 현행 20%서 3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민심을 거부한다면 배가 뒤집힐 수밖에 없다며 압박했다. 만일 공천 룰이 퇴진론의 방향으로 틀어진다면 중진 현역 의원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체포특권에 공천까지
건드는 족족 ‘와르르’

혁신위도 궤를 같이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 차원서 공천 룰을 이해하고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당 공천 과정서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을 혁파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가 혁신위의 세 번째 혁신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되자 비명계 의원은 자신을 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의원의 역량이 아닌 선수만 놓고 따지는 것 역시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천권 문제만으로는 민주당의 분당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이 대표가 자신의 입맛대로 공천권을 휘두르기에는 각종 사법 리스크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분당할 가능성이 작다는 평이다.

신당이 생기기 위해서는 힘이 있는 지도부가 나서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수는 총선을 9개월 앞둔 지금 호남 지역을 공격적으로 노리는 제3지대다. 표심이 어디로 흘러 들어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를 수도 있다.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서 이길 것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표심이 이전 같지 않은 데다가 무당층을 겨냥한 신당까지 생기면서다. 같은 당 의원들끼리 화합하지 못하니 윤정부와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서도 승리가 확실치 않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의 시선이다.

긴장감
최고조

악조건인 상황서 계파 간 갈등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대표와 이 전 총리의 회동마저 취소됐다. 벌써 두 번째 불발이다. 차일피일 미뤄진 만남에 민주당은 폭우를 이유로 들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론’을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실금이 그어진 셈이다. ‘유쾌한 결별’과 ‘불쾌한 동거’ 사이서 혁신위만 진땀을 빼고 있다. 168명의 민주당 의원을 어르고 달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려놓은 불체포특권 득일까? 실일까?

긴 진통 끝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소속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했다.

민주당이 회복해야 할 도덕적 정당이란 위치를 고려했다고 전해졌지만 혁신안 부결이 몰고 올 파장을 염려해 결의를 추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하면서도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 흠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반쪽짜리’ 결의라는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당한 영장인지 아닌지를 판사가 아닌 정당이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다.

결과적으로 비명계는 이 대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쥐게 됐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리스크 돌파를 위한 승부수 아닌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예상되는 이유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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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