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리는 비명계 1번 타깃

답은 정해졌다 ‘진실의 방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국회를 향한 신호탄이 울렸다. 시합 초반부터 ‘자객 공천’ ‘공천 학살’ 의혹이 여의도를 오르내린다. 친명계 인사가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아무렇게나 굴러가도 박힌 돌을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비명계를 겨눈 표적이 하나씩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당내 ‘공천 학살’ 우려가 가시권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내정하면서다. 원래는 비명(비 이재명)계인 민주당 송갑석 의원 자리였지만, 지난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공석이 됐다.

짙어지는
친명 색채

이 대표가 당무 복귀 후 첫 메시지로 ‘통합’을 내건지 불과 닷새 만에 ‘도로 친명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내년 총선까지 반 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서 친·비명 간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이 되자,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의원은 친낙(친 이낙연)계 인물이지만 당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박 최고위원이 몰고 온 후폭풍을 상쇄하기 위한 ‘형식적 인선’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 등 이 대표 인선 기조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도부의 인선 논의와 관련해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며 “두 분에 관해 최고위원들 의견이 일치했다”고 부연했다.


박 최고위원은 대전 대덕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덕은 비명계인 민주당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다. ‘비명계 솎아내기’가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시작으로 비명계 측은 공천 학살이 본격 시작됐다고 이구동성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도부는)박 최고위원이 충청 여성 정치인이라는 명분으로 직을 줬다”며 비명계 지역구에 출마를 결심한 인물을 발탁한 지도부의 속내를 비판했다.

이어 “이번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며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불출마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공식적으로 당무위원회를 통해 최고위원직을 임명받은 박 최고위원은 ‘자객 공천설’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충청권의 총선 승리를 통해 전국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당의 의지가 포함된 것”이라며 자신이 임명된 이유를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객 공천설이 불거진 데는 비단 박 최고위원 한 명뿐만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강성 친명계로 구성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더민주) 인사를 비롯해 원외 친명계가 비명계 지역구에 대거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여의도 떠도는 숙청 리스트
친명·개딸 합세해 총공격

더민주 강위원 사무총장은 지난달 15일 송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관련해 송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나 정치에 출마를 할 수 있다”면서도 “몇몇 출마하시는 분들이 정치로서 지역구민에게 어필하기보다는 친·반명 경선 구도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더민주 상임운영위원장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비명계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박 당도 5’로 분류되는 이들의 지역이 가장 위태롭다는 평이 나온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뜻으로 강성 지지자들이 비명계를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다. 당도가 높을수록 강성 비명계로 통한다.

당도 5에 해당하는 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는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가 출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 대표는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경기복지재단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내리 5선을 지낸 대전 유성을에는 이 대표의 대선경선캠프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대변인은 과거 이 의원이 친명계 인사들을 싸잡아 ‘곰팡이’에 빗댄 발언을 정면으로 저격했다.

중진 의원이 자극적인 언어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형편없는 기득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 김종민 의원 지역구(충남 논산계룡금산)에 황명선 전 논산시장, 전해철 의원 지역구(경기 안산상록갑)에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중원)에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명계
밀어내기

현재 강력하게 거론되는 ‘비명계 숙청’ 시나리오 중 하나는 당이 친·비명 의원을 경선투표에 올려 당원의 선택에 따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비명계 의원에게 속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아무리 지금의 이 대표가 통합의 메시지를 내더라도 총선이 다가오면 경선을 거쳐 몽땅 ‘합법적 숙청’으로 잘라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곳은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인 만큼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친·비명 두 인물을 나란히 경선에 올렸을 때 개딸은 친명이거나 계파색이 옅은 의원이 새로 깃발을 꽂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다음해 총선 공천특별당규(공천룰)를 발표했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 체제 당시 만들어진 ‘시스템 공천’ 기틀을 유지한 것으로 ▲지역구 경선 원칙 ▲권리당원·국민 50:50 여론조사 ▲전략공천 최소화(20% 내)를 골자로 한다.

이 중에서 뇌관이 된 것은 권리당원과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각각 50%씩 반영된다는 점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부상한 2021년 이후 입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주말 사이에 약 1만명의 당원이 가입하기도 했다.


과도한 ‘팬덤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와 맞먹는 힘을 쥐고 있어 경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성 지지자는 연일 비명계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이원욱 의원의 사무실 앞에는 ‘민주당 내의 검찰 독재 윤석열의 토착 왜구 당도5 잔당들’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 의원을 비롯한 윤영찬·이원욱·박용진·박광온·설훈·김종민·이상민·송갑석·조응천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수박을 뒤집어쓴 합성 사진이 함께 실렸다.

‘나에게 한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주주의를 배신한 매국노를 백번 천번 먼저 처단할 것이다’라는 협박성 문구는 당내서도 논란이 됐다.

일부는 이 의원의 사무실에 들어가 소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비명계 측은 “이 대표가 말한 통합 메시지가 단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이 대표가 이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연말까지
갑론을박

비명계는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총선을 관리하는 총선기획단 단장은 관례적으로 당의 사무총장이 맡는데, 친명계 중진으로 꼽히는 조 사무총장이 키를 쥐면 공천 보복이 현실화할 것이란 해석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으로 송 전 최고위원과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직을 내려놨을 당시 조 사무총장은 예외였다. 당시 조 사무총장을 비롯한 정무직 당직자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조 사무총장의 사퇴 여론이 일었다. 사무총장직은 경선 전 정무적 단계서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립적인 인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지도부는 조 사무총장의 사퇴론을 일축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사무총장은 대표와 최고위원회 의결 사항을 실무적으로 빈틈없이 지원하는 직책”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거취 논란이 계속되던 지난 1일, 민주당이 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총선기획단은 단장인 조 사무총장을 비롯한 13명의 관련직 위원으로 구성됐다.

총선기획단에는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한준호 홍보위원장 ▲이재정 전국여성위원장 ▲전용기 전국청년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일반직 위원은 ▲신현영 의원 ▲최택용 부산 기장 지역위원장 ▲박영훈 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 ▲장현주·장윤미 변호사가 임명됐다.

총선기획단이 출범하자 비명계의 불만이 즉각 터져 나왔다. 이들 대부분이 계파색이 옅거나 일부 친명 성향이 드러난다는 게 비명계 의원들의 주장이다.

경선까지 붙여놓고 팽?
합법적 컷오프에 반발

특히 최 위원장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가결표를 찍은 의원을 겨냥한 적 있어 친명 색이 짙다는 평을 받는다. 최 지역위원장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두고 SNS를 통해 ‘검찰 독재 부역자’라고 비난하며 “당내 청소에 나서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1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중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총선기획단에는 ‘대표 소장파’로 꼽혔던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합류했다. 프로게이머 출신이자 현 노무현재단 이사인 황희두씨를 영입하기도 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 대표의 결함이자 한계”라며 이번 인선을 평가했다.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앉힌 건 민주당이 이 대표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백날 통합을 외친다고 하더라도 결국 말을 뒤집는 선수”라며 “이 대표 체제에 관한 불신이 치유되긴커녕 오히려 부채질한 꼴”이라고 소리 높였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통화서 “이번 인선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기 위한 절차”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22대 국회서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될 경우 민주당의 승패는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 이 대표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명계의 우려 목소리가 우후죽순 솟아나자 지도부에서는 논란에 반박하고 나섰다. 모든 공천은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만큼 비명계만 축출될 가능성은 작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중진 비명계 지역구를 노리는 인사가 대부분 신인인 점을 감안했을 때 경선을 치른다면 국민에게 인지도가 쌓인 비명계 의원이 유리하다는 해석도 내놨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자객 공천 논란을 두고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대부분 이재명 대표와 가깝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정치 신인이나 도전자들의 ‘자가발전’”이라며 “전혀 이재명 대표하고 연관된 분들은 없다”고 주장했다.

지도부가 진압에 나섰지만 친·비명 간의 갈등은 공천 결과가 판가름 나는 연말·연초까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친명계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주장을 이어가며 본격 비명계 압박에 나서면서다. 내년 총선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여 강경 투쟁’이 필요한데, 비명계가 소란을 일으켜 당에 균열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기약 없는
마침표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명계가 공천받지 못한다면 대거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는 등 그들의 정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현재 비명계의 결집력이 약한 만큼 ‘각자도생’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기는 위해서는 결이 맞는 인물을 끌어모으는 구심점이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며 결집 가능성이 작다고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비명계 의원이 여러명 있지만 이들이 하나로 뭉칠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면서도 “만일 하나의 계기가 기폭제가 된다면 (창당이)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산·민생 잡는 이재명 논란은 뒷주머니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체제에 들어섬과 동시에 예산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비명계의 ‘친명기획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내 갈등을 재점화할 여지를 줄이는 대신 예산안에 집중하면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민생경제 기자회견서 “윤석열정부가 오로지 건전 재정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위기 극복 방안을 총동원하면 3% 성장률 회복이 가능하다”며 이를 뒷받침할 ‘쌍끌이 엔진’으로 미래형 SOC 투자와 소비 진작 두 가지를 강조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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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