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4월 총선 ‘동네북’ 선관위 잔혹사

‘헌법기관’ 방패로 60년 고인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년 4월, 여야 양 진영의 명운을 건 경기가 열린다. 경기의 규칙은 간단하다. 더 많은 지지를 얻은 쪽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자리는 총 300개. 무승부는 없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필연적으로 진다. 문제는 심판이다. 초대형 경기를 6개월 앞두고 심판의 자질이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제로섬 게임이다. 승자의 이득은 곧 패자의 손실이 된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다시 말해 승부서 밀리면 손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선거 때마다 정당이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이유다. 

심판 역할
자질 부족

선거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이기고 지는 결과만 있기 때문에 심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심판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패자의 승복은 바랄 수 없다. 이긴 자 역시 찝찝한 승리를 누릴 뿐이다. 심판을 맡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선거 전반을 관리한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비롯해 협동조합의 이사장 선거까지 투표를 통해 당락이 갈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선관위가 있다.

최근 선관위가 끊임없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60년 선관위 역사에서 가장 최악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취약한 보안 상태도 드러났다. 특히 보안 문제가 언급된 부분은 ‘혹시?’라는 의구심을 국민에게 심어줬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중앙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지난 7월17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합동보안점검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앙선관위의 투·개표 관리 시스템은 북한 등이 언제든 침투할 수 있는 상태로 드러났다. 선관위의 사이버 보안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국정원은 기술적인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가상의 해커가 선관위 전산망 침투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취약점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서 투표 시스템, 개표 시스템, 선관위 내부망 등에서 해킹 취약점이 다수 발견된 것.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선관위가 보유한)전체 장비 6400여대 가운데 약 5%인 317대만 점검했다”고 말했다. 백 3차장은 “선거의 제도적 통제장치는 고려하지 않고 기술적 측면서 해커의 관점으로 취약점 여부를 확인한 것”이라며 “과거의 선거 결과 의혹과 결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안 부분서 취약점이 발견된 것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유권자 등록 현황과 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선관위의 ‘통합 선거인 명부 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 침투할 수 있고 해킹도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사전투표 인원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시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을 투표한 사람으로 표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유권자를 정상 유권자로도 등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점검으로 해킹 가능성
투·개표 시스템부터 전산망까지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청인(선관위 도장)과 사인(투표관리관의 도장) 파일을 내부 시스템에 침투해 훔치는 것도 가능했다. 여기에 테스트용 사전투표 용지 출력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제 사전투표 용지와 QR코드가 같은 투표용지를 무단으로 인쇄할 수 있었다.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통신장비에는 인가를 받지 않은 외부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어 내부 선거망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개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왔다. 특히 투표용지 분류기에서는 USB 등 외부 장비의 접속을 통제해야 하는데도 비인가 USB를 무단 연결하면 해킹 프로그램 설치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 투표 분류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 

선관위 전산망 역시 해킹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 선관위 전산망은 홈페이지 등이 연결된 인터넷망, 선거사무 관리를 위한 업무시스템을 운영하는 업무망, 투·개표 관련 주요 선거 시스템을 포괄하는 선거망 등으로 구분된다.

중요 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망과 선거망 등 내부 전산망은 인터넷과 분리해야 하는데 선관위의 경우 망 분리 보안 정책이 미흡해 전산망 간 통신이 가능했다. 다시 말해 인터넷서 업무망·선거망으로 침입할 수 있는 것. 

또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재외공관의 재외선거망까지 침투가 가능했다. 재외선거관리시스템서 재외국민선거인명부를 탈취하고 재외 공간의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보안에 대한 선관위의 안일한 인식이다. 선관위 시스템 비밀번호는 ‘12345’ 등 초기 설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커한테
다 뚫린다

심지어 해킹에 대한 사전 경고가 있었음에도 선관위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국정원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선관위에 관련한 해킹 8건을 통보했다. 선관위는 국정원 통보 전까지 해킹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처는 더 최악이었다. 해킹 원인을 조사하지 않았고 피해자 보안조치 역시 실시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 과정서 2021년 4월 선관위의 인터넷 컴퓨터가 북한 ‘김수키’ 조직의 악성코드에 감염돼 상용 메일함에 저장됐던 대외비 문건 등 업무 자료와 저장 자료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자체 평가서 스스로를 100점이라고 진단했지만 국정원의 평가는 30점을 간신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 보호대책 이행 여부 점검’을 자체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이었다고 국정원에 통보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번 점검서 같은 기준으로 재평가했더니 31.5점에 불과했다. 

국정원은 “선관위는 그동안 국정원의 현장 점검을 거부하고 자체 점검 결과를 서면으로만 제출했다”면서 “31.5점은 지난해 102개 기관 중 최하점에도 미치지 못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선관위가 100점 만점을 통보했을 때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선관위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관위는 국정원 점검 이후 내년 총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앙선관위는 총선 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 보관 과정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전국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장소에 설치한 CCTV 화면 전부를 실시간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대처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앞서 선관위가 채용 문제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것도 불신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선관위는 그동안 외부의 관리·감독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타이틀로 철옹성 같은 방어막을 구축했다.

반쪽 조사
문제 많아

그 결과 내부가 완전히 ‘고인물’화되면서 신뢰도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 7년간의 선관위 공무원 경력채용 실태를 전수조사했다. 선관위가 권익위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핵심인 가족 및 친인척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채용 비리 정황이 드러났다. 권익위는 353건을 적발, 이 중 312건을 수사 의뢰했다.

반쪽 조사였지만 특혜 채용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조사 결과 ▲법적 근거 없이 임기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공고 게재 ▲경력증명서 미제출에도 채용 ▲나이 등 자격요건 미달자의 합격 등이 적발됐다. 특혜 채용 의혹 합격자와 선관위 직원 간 가족 및 친인척 여부는 향후 검찰 수사 단계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선관위에 수차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인사기록 카드, 인사시스템 접속 권한, 채용 관련자 인사 발령 대장, 비공무원 채용 자료 등을 요구했지만 전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본인이나 가족 주민등록번호 제공에 동의한 게 41%에 불과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법 위임 규정에 따른 정례적 인사 감사도 전혀 실시하지 않아 불공정 채용이 반복됐다고 보고 있다. 

특혜 채용으로 도덕성 타격
‘노태악 사퇴론’ 다시 불거져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선관위는 ‘규정 미비’ ‘당사자의 실수’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과 관련해 정당성을 따져달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서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겼을 때 헌재가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선관위는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후 감사원이 직무감찰 계획을 밝히자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거부했다가 비판이 이어지자 부분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자, 선관위 측은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경력 채용과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명확히 정리돼 국가기관 간 불필요한 논란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에 이어 지난 12일 중앙선관위를 비롯한 선관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채용 비리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중앙선관위 해킹 의혹 관련 대응 TF를 구성하는 등 선관위 압박에 나섰다.

선관위는 선거 결과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선거 불복을 조장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신이냐
회복이냐

선관위를 둘러싼 잦은 논란에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론도 불거지고 있다. 노 위원장은 지난 5월,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사과하면서도 사퇴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이 선관위 관련 의혹에 책임을 지고 자리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판의 자질이 부족하면 경기를 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람객까지 피해를 입는다. 결국 선관위의 문제는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 감사원, 권익위, 국정원 등 선관위는 현재 사면초가 상태에 빠져 있다. 현재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선관위에 대한 평가가 갈릴 듯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열 3위와 6위 차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탄 승용차가 대법원장 일행인 것처럼 버스전용차로로 달렸다가 적발돼 과태료를 문 사실이 드러났다.

노 위원장이 탄 선관위 관용차는 지난해 10월1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다 단속카메라에 찍혔다. 

국가의전 서열 3위인 대법원장 관용차는 경찰 호위 대상으로 버스전용차로로 통행이 가능하지만, 서열 6위인 선관위원장은 버스전용차로로 다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0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국정감사를 위해 선관위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서 드러났다.

노 위원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앞으로 좀 더 세심히 주의하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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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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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