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문재인정부 건드는 검찰, 왜?

평산마을 가는…문 여는 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문재인정부에 관한 수사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정도다.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된 물증 확보 차원이지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계 조작’ 의혹도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소환조사하면서 조만간 재판에 넘길 분위기다.

문재인정부를 향한 검찰의 칼날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부터 시작됐다. 최근까지 청와대 출신 핵심 인사들이 대거 소환됐다. 한 검찰청서만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서 지방청까지 수사에 참여했다. 총선을 앞둔 현재 검찰은 다시 수사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대대적인
압수수색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이승학)는 지난 1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였던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인사혁신처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서 ‘윗선’의 부당한 지시·개입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함이었다.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시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한다.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이 직권남용의 결과물이라면, 직권을 남용해 이 일을 지시한 공무원과 그 일을 수행할 의무가 없음에도 그 지시를 따른 또 다른 공무원이 있다는 설명이다.

중진공 이사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26조(준정부기관 임원의 임면)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한 사람을 주무기관의 장(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되던 2018년 3월은 중기부 장관은 민주당 홍종학 전 의원이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서씨를 자신이 지배하는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채용해 준 것의 뇌물성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서씨를 채용한 게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해 준 것의 대가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다. 서씨가 취업한 시점은 2018년 7월로 이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난 날이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 앞서 서씨의 채용 과정이 이스타항공·타이이스타젯의 정상적인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업무방해)를 걸고 지난해 말부터 이스타항공·타이이스타젯의 채용 업무 관련자 등을 집중적으로 불러 조사해왔다.

이 전 의원은 이미 자신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타이이스타젯 채용 비리 의혹 등으로 이미 4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2019년 1~9월엔 선거구민 377명에게 260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하는 등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1년4개월 집행유예 2년(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상태다.

지난해 4월에는 이스타항공 계열사에 총 43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횡령)로 징역 6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문재인 전 사위 채용비리 의혹 수사 강도 업
사업 이권 몰아준 혐의 확인…다음은 청와대?

2015년 10월 이스타항공사를 지주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서 계열사인 아이엠에스씨와 새만금관광개발의 주식 520만주를 자녀들이 주식 전량을 보유한 이스타홀딩스에 헐값으로 팔아 지은 죄였다. 같은 달 이 전 의원은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와 함께 2017년 2~5월 타이이스타젯 설립을 위해 이스타항공의 항공권 판매 태국대리점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대한 항공권 판매대금 채권 약 71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배임)로도 기소됐다.

전주지검은 이 전 의원이 2015~2019년 승무원 채용 당시 특정 지원자들을 인사팀에 추천하는 등 이스타항공의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전주지법서 열린 결심공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조계에서는 문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직 인사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주지검이 지난해 11월13일부터 17일까지 중기부, 인사혁신처, 중진공을 잇달아 압수수색한 점이 해당 관측에 무게를 더 한다.

전주지검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3일이 넘게 진행했다. 그동안 검찰은 서씨의 특혜채용 의혹 과정에 앞서 개인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운용기관이며 중진공 자회사이자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벤처 업계 등을 대상으로 벤처 투자 재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중진공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씨는 지난 2018년 모바일 게임 개발 회사 ‘토리게임즈’에 근무했다. 이 회사와 관련된 벤처캐피탈 업체 케이런벤처스에 280억원을 투자했다. 케이런벤처스는 토리게임즈에 자금을 대여한 것으로 알려진 ㈜플레너스투자자문의 전 직원이 설립한 회사다.

플레너스투자자문은 2016~2017년 토리게임즈에 8000만원을 빌려줬다. 이때는 서씨가 근무한 시기(2016년 2월~2018년 3월)다.

청 출신들
대거 소환

토리게임즈는 설립 초기 차입금이 300만원에 불과했으나, 서씨 입사 이후 총 9억원까지 늘었다. 검찰은 서씨가 다니던 회사와 관련된 벤처캐피탈이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수백억원을 부당한 방법으로 출자받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진행된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서씨의 특혜 채용 의혹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통해 지난 2017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이 주관한 비공식 회의에 관한 내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비공개회의서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이 결정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비공개회의서 나온 임명 배경과 당시 상황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최근 중기부 관계자로부터 “2017년 말 중진공 이사장 공모가 나기 전 청와대 비공식 회의서 이 전 의원이 내정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비공개 회의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현옥 전 인사수석, 홍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핵심 인물에 관한 구속영장이 법원의 문턱에 막힌 상황이다. 월성 원전 감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까지 2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전고법 형사3부는 지난 9일 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산업부 A(56) 국장과 B(53) 과장, C(48) 서기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께 월성 원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갑자기 속도
내는 이유는?

부하직원이던 C씨는 같은 해 12월 2일 오전에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일요일인 전날 오후 11시께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지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심 재판부는 “C씨가 보관한 자료는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고, 감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아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방실침입 혐의도 사무실의 평온 상태를 해친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피고인들로 인해 감사 기간이 예상했던 기간보다 7개월가량 지연되는 등 감사가 방해됐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감사원이 감사 대상이 아닌 애먼 컴퓨터를 디지털 포렌식하는 등 부실하게 업무를 처리한 잘못이 크다고 봤다.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1년∼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한 만큼, 이번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과정서의 위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파일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를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는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과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다.


통계조작 의혹 “김현미 지시” 진술 확보
핵심 인물 영장 잇달아 기각…차질 불가피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서 “이 사건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채희봉 전 비서관, 백운규 전 장관 등 윗선 지시에 따른 위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해 다른 공무원의 파일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지만, 산업부 공무원들의 무죄가 확정될 경우, 원전 즉시 가동 중단 결정 과정서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문정부의 집값 등 국가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통계법 위반)를 받는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검찰 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대전지검은 “법원은 피의자들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본건이 다수에 의한 권력형 조직적 범죄임에 비춰 납득이 쉽지 않다”며 유감을 표했다.

감사원은 앞서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했다며 이들과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을 포함한 문 정부 인사 22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전임 정책실장 등 이른바 ‘윗선’을 향한 검찰의 수사 계획도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소환조사하기 이전 “김 전 장관이 전셋값 통계 유출과 매매가 통계 조작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국토부 직원들에게서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서 관련 사건 영장을 기각했지만 유의미한 진술과 물증은 확보한 상황”이라며 “원칙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2020년 8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통계 유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김 전 장관이 국토부 주택토지실장과 과장을 불러 “전셋값이 지금 중요한 시기인데 매매가와 같은 추정치 속보치가 왜 없느냐”는 이유로 통계 유출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 중이다.

선거 직전
역풍 우려

2017년 6월부터 청와대가 받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값 ‘주중치’(공식 발표 전 중간 통계)와 ‘속보치’(공식 발표 하루 전 통계)를 전셋값까지 받아보려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통계법상 통계 공표 전날 정오 이전에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불법이다.

통계 유출이 이뤄질 당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2020년 7월 31일 시행된 이후 전셋값 폭등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2020년 8월 이후 전셋값 추정치, 속보치를 받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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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