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멍덩’ 김기현 총선 로드맵

장관보다 못한 희미한 존재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아무래도 국민의힘이 인물난에 시달리는 모양이다. 내부를 향해 주먹질하는 이들까지 몽땅 끌어안고 가도 모자란다는 평이 나온다. 차기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약 8개월. ‘양당 지도부 붕괴설’은 이전부터 꾸준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내년 총선은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을 확인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해 원내대표 역임 당시 ‘여소야대’ 국면서 윤석열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완벽한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외치던 김 대표는 지난 3월8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친윤(친 윤석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당 대표 자리를 꿰찼다.

친윤계발
리더십?

김 대표 체제는 출범 이후 당내 이슈를 처리하는 데만 주목한 나머지 민생을 위한 혁신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등 아쉬운 평을 받았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 과도하게 치우쳤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차단돼 국민의힘에 변화와 혁신이 부족했다는 이유다.

의제와 입법 등을 두고 과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끌려다닌 형국이다. 김 대표의 리더십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최근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총선 체제가 예고되면서 판이 뒤집힐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이어 터지는 국민의힘 리스크에도 김 대표가 적정선서 처리했다는 ‘징계 리더십’이 떠오르면서다.

지난 5월10일 ‘전광훈 우파 통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녹취록 유출’ 사태로 자진 사퇴한 태영호 의원에게는 같은 날 당원권 정지 3개월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수해 골프’ 논란의 당사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제 식구 감싸기식인 민주당의 ‘방탄 국회’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 게 득이 됐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다만 김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대표 리스크가 민주당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998년에 임야와 목장 용지를 합쳐 3만5000평의 토지를 구입했다. 이후 울산시가 이 일대에 KTX 울산역과 연계되는 도로 개설사업을 검토하면서 이 지역 땅값이 크게 뛰었다. 해당 의혹은 전당대회서도 숱한 논란을 빚었다. 사전에 내부정보를 활용해 역세권 토지를 구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김 대표를 향해 “울산 땅, 땅, 땅”이라고 외치며 땅 투기 의혹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 밖에도 자신의 측근을 울산 지역 공공기관 요직에 임명하는 의혹을 받는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다수 존재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개인 사법 리스크가 임기 동안 김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에는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을 둘러싼 리더십 논란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수도권 중심으로 인물난이 심각한 상황서 김 대표 지도부의 인재 영입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총선이라는 중요한 의제를 앞둔 상황서 당 대표는 승리를 위해 진두지휘에 나서야 한다. 참신한 인재를 내세워 총선 승리를 판가름할 수도권의 표심을 얻지 못하면 패배하는 것이 자명하다는 설명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온갖 악재를 겪는 상황서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를 이끌지 못한다면 김 대표의 리더십에 본격 위기설이 불어닥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조차 내년 총선서 수도권 표를 얻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민의힘에 마냥 호재는 아니다. 민주당에 등을 돌린 표심이 국민의힘으로 향할 것이란 보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의도 장관들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여당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는 평가 역시 김 대표에게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 박민식 보훈부(이하 국가보훈부) 장관 등은 윤정부 기조를 대변하면서 야당과 맞서 싸우는 등 ‘스타 장관’으로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몸 키우는 유승민·이준석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대표적인 총선 주자로 꼽히는 원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둘러싼 야당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보수층의 눈길을 끌었다. 앞서 ‘대장동 1타 강사’로 이름을 띄운 원 장관은 ‘고속도로 1타 강사’로 국민과의 소통에 나섰다.

이를 시작으로 야당의 공세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이 보수층에게는 긍정적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윤정부 출범 이후 야당을 상대로 거침없는 언변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에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두고 이 대표의 수사망을 좁혀가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을 향한 ‘사이다 발언’을 트레이드마크로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만큼 국민의힘 내부서도 그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장관은 “고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데 장관직을 걸겠다”고 선언하면서 잠재적 총선 후보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은 백 장군은 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되면서 여야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진보 진영서 ‘반민족행위자’로 여겨지는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평가되면서다. 그러던 중 박 장관은 최근 백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내 백 장군 안장자 정보서 ‘친일’ 문구를 삭제했다.

사실상 보수 진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밖에도 박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하는 등 보수층 겨냥에 힘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관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여당의 존재감이 밀린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정국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장관이 여당의 역할까지 대신하면 당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권력의 무게추가 정부로 기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을 만한 여당만의 이슈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좋든 싫든 총선 승리를 위한 확실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
금쪽이

현재 정치권에서는 중도우파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는 인물로는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거론된다. 이 둘은 여당의 약점으로 꼽히는 청년과 중도층서 지지층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내부 분란 없이 하나로 뭉쳐 ‘원팀’ 전략을 펼치는 것이 총선 승리의 길로 제시되면서 본격 김 대표 체제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생겼다. 당의 ‘안정’과 ‘고착’은 한 끗 차이인 만큼 여러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두 인물은 당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하기로 유명한 만큼 이들을 안고 갈 경우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 지도부가 고민에 빠진 사이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활발한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 36세의 나이로 최연소 제1야당 당수로 뽑혔다. 국민의힘에서는 당시 후보 자격이었던 그를 두고 “거침없는 발언은 장점이자 리스크”라며 이 전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청년 보수층을 업고 탄탄대로를 걷을 것으로 예상했던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성접대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당원권 1년6개월 정지를 받았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징계 사흘 만에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의원총회서 의결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이 권 직무대행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다”면서 대통령실을 향해 지난 선거는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칼을 던졌다.

이후 정부여당을 향한 이 대표의 쓴소리 정치가 본격 막을 올렸다는 평이다. 당원권이 정지됐지만 자신의 SNS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연일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이 수해복구 지원을 언급하며 ‘이권 카르텔 정치 보조금 폐지’를 주장한 것을 두고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권 카르텔’은 정치 용어고 ‘수해복구’는 절박한 현안인데 이 두 가지를 엮는 것은 적절치 못한 뜻이다.

품을까
내칠까

정확한 액수나 범위조차 설정되지 않은 상태서 보조금을 산출하겠다는 점 역시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이런 메시지를 낼 것을 대통령에게 조언한 참모는 당장 잘라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이 밖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양평고속도로 등 쟁점을 따져가며 여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전 대표가 내년 노원병 총선 출마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한 만큼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대비한 예열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 조합>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정책토론에 나섰다. 현안에 대해 평가하고 의견을 내기보다는 교육, 환경, 경제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정책 논의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유튜브에는 이 전 대표와 함께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로 꼽히는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출연했다.

유 전 의원 역시 다시 목소리를 키우면서 정치 입문 신호탄을 쏴 올렸다. 유 전 의원은 2020년부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인물이다. 2021년 8월9일에는 대선캠프를 출범시켰지만 지지도가 당시 후보였던 윤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6월 지방선거로 치르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지만 국민의힘 경선서 패배했다. 언제나 대선을 향한 목표가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을 향한 날을 거둘 생각이 없다는 게 일부 정치권의 시각이다.

앞서 그는 윤 대통령의 장모가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로 법정 구속됐으나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을 두고 “선택적 침묵”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국민 앞에 떳떳이 입장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공천 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대통령께서 정치를 안 해 보셔서 그런데 여기에 지금 국민의힘을 자기가 완전히 장악을 했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공천에 목을 맨 의원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일 뿐 대통령을 향한 충성과 맹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앞서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에 선을 긋고 “공천을 구걸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것을 두고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풀이가 나왔다. 더 나아가서는 대선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해석도 존재한다.

고개 드는 비대위설
믿을 건 도덕성뿐?

절대 굽히지 않을 것 같은 두 인물을 품고 갈지 빠르게 털어야 할지 당 내부서도 좀처럼 의견이 모이지 않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포용론을 제시하며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은 서먹한 관계일지라도 다가오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우파의 표를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서도 내년 총선 공천서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다른 한쪽에서는 포용론 자체가 시기상조란 분위기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운영 등 조직정비가 이루어지는 만큼 특정 인사에 대한 공천을 논의하는 것은 이르다는 설명이다. 아직 비윤계에 대한 당내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 역시 포용 논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좀처럼 당론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김 대표가 전체적으로 당이 책임을 지고 주도하는 ‘이기는 총선’을 주문할 전망이다. 당의 ‘안정’과 ‘고착’은 한 끗 차이인 만큼 당의 혁신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나와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총선을 넘기지 못한 채 ‘김기현호’가 가라앉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하나둘 거론되는 인물이 있는 모양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전부터 차기 당 대표로 여러 명이 거론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개개인의 리스크를 다 털지 못한다면 김 대표와 피차 일반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는 만큼 국민의힘이 민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총선까지 김 대표 체제가 유지될지 불투명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가 공직자의 도덕성과 윤리, 공직기강을 강하게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 민주당 돈봉투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등의 문제가 민주당의 최대 약점인 만큼 도덕성을 강조해 우위에 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아직 유효한 만큼 총선이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판도로 흘러갈 것이란 긍정적인 시나리오도 제시된다.

휴가 끝
전쟁 시작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휴가를 냈다. 휴가가 끝나는 대로 여야는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휴가 기간 동안 김 대표는 총선 전략 등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한 구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총선에 윤정부 성적표가 달렸다. 휴가를 마친 김 대표의 움직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놓을 수 없는 긴장의 끈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휴가 중에도 야당을 향한 칼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김 대표는 ‘김은경 혁신위’(이하 혁신위)가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1대1 표결해야 하느냐”고 발언한 것을 두고 “민주당의 노인 비하 DNA는 못 고친다”고 비판했다.

지난 3일에는 “우리 당 같으면 이미 지위를 막론하고 벌써 중징계를 했을 것”이라며 민주당에 있어 윤리 기준은 강자의 이익이라고 비꼬았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서는 “삼고초려 끝에 초빙해 온 인물이 현란한 플레이를 하고 계시는데 이 대표는 ‘오불관언’”이라고 꼬집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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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