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임박’ 황태자 띄우기 막전막후

어명이오, 길을 비키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의 실질적 2인자가 국민의힘에 곧 등판할 태세다. 몸값을 충분히 불렸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면 총선 승리가 가능해질까? 오히려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서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결국 물러났다. 당 대표로 뽑힌 지 9개월 만이다. 여기저기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더 이상 버티는 게 무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조기 종료하자 그 책임론이 김 전 대표에게 가해졌다. 혁신위가 막 출범했을 무렵, 김 전 대표는 분명 전권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진 험지 출마 및 불출마를 혁신위 안건으로 올리자, 김 전 대표는 애써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의 남자들
속속 불출마

결국 혁신위와도 대치 전선이 펼쳐졌고, 결국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 종료해 버렸다.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사실상 대표직을 버티면서 시간을 끌기 위해 발족한 게 아니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혁신위의 안건 중 당 지도부 등 주류가 불편할만한 사안은 여전히 공식 의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를 점점 옥죄어왔다. 가장 먼저 김 전 대표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이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다. 국민의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뒤다. 해당 보고서엔 국민의힘이 다음 해 총선 시 서울서 6석 확보에 그칠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이후 줄줄이 당내 의원들로부터 김 전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아·김미애·김태흠·서병수 의원 등 초선 및 중진들이 김 전 대표에게 물러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만 해도 김 전 대표는 아무 소리 없이 버텼다. 그러나 점차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부터 잠행에 들어갔다. 그사이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나를 밟고 윤석열정부를 성공시켜 달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 불출마를 생각했다”며 “또 한 번의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고 밝혔다. 장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선이 다시 김 전 대표에게 쏠렸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2일, 13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측근과 함께 거취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김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물러나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말을 듣고 김 전 대표도 거취를 결단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간의 잠행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벌써 두 명의 당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김 전 대표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 했다.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놔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김기현 279일 만에 자진 하차
국힘 3번째 비상위 체제 전환 

이어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내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내 몫이다.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서는 안 된다”며 입장문을 통해 사퇴를 선언했다.

김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된다. 

김 전 대표는 최측근과 거취를 고민할 때 3가지 사안으로 고민했다. 우선 당 대표직만 내려놓고 울산 남구에 출마하는 안이다. 이번 입장 발표엔 지역구인 울산(남구을)을 포기한다는 워딩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해당 안이 가장 가능성 높았던 이유는 출마를 저울질하던 울산 남구청장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찍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선대위 체제는 가장 안정적인 안으로, 간판만 바뀔 뿐 내부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면에서 고려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만 물러났을 뿐, 지도부는 여전히 견고해 혁신 의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최종 의결권이 여전히 지도부에 남아있기도 하다. 사실상 국민의힘에는 남은 카드가 몇 개 없는데 그나마 현실적인 카드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중진의원연석회의 직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며 “중진 의원님 대부분이 비대위 구성이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비대위원장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여러 인사들이 거론된다. 

대대적 
물갈이

이로써 국민의힘은 3번째 비대위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비대위나 어떤 체제가 바뀐다고 해도 길이 크게 바뀌겠느냐”고 의아해했다. 이는 사실상 어떤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어렵다는 말로 해석된다. 

결국 위기를 돌파할 인물로 한 장관이 다시 소환됐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소환이 다소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한 장관은 대구, 울산, 대전 등 지방 방문을 시작으로 사실상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를 찾아 보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자리서 한 장관은 “300명이 쓰는 언어가 아닌 5000만명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겠다”는 말로 정치 참여를 하겠다는 의중을 에둘러 내비쳤다. 그는 이달 초 개각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민관리청 신설건이 마무리된 뒤, 연말 또는 연초 원포인트 개각 대상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장관은 윤석열정부 스타 장관 중 가장 핫한 인물로, 국민의힘을 이끌 새로운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한 장관의 이른 등판이 과연 도움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일단 차기 대선주자로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를 많이 줄였다.

보수 대권후보에서는 연일 1위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올랐다. 위기 때마다 소환되곤 했으며 일단 이름만 거론되면 기대치부터 높아진다. 자신들의 잘못을 한 장관의 이미지를 빌려 덮는 식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설이 나오는 이유도 한 장관으로 인적 쇄신을 하고, 그의 얼굴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단연 몸값이 높은 터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등판 시 이준석 전 대표에게 쏠린 신당 창당론을 어느 정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등판 자체만으로 이슈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한 장관의 거취가 조만간 분명해질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다만 이른 이미지 소비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윤의 그림자
왕좌 만들기

이제 국민의힘에 중요한 부분은 한 장관을 사용하는 법 외에도 그가 필요한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지역구로 출마할지, 비례대표로 출마할지, 지역구로 출마하는 경우 보수 텃밭과 험지 중 어디로 출마하느냐도 관건이다. 

출마 지역의 경우, 수도권이 유력해 보이는데 보수의 상징성이 큰 곳과 대권주자로 한층 더 발돋움할 수 있는 비교적 험지 지역들이 거론된다. 안전을 위해서는 보수 성향이 강한 서울 강남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유세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 전국적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보수를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반면 종로 등 수도권 험지로 나섰다가 당선만 된다면 중도층에도 소구력이 있다는 게 입증된다. 비례대표 출마 시에도 선 순위라면 당선이 수월해진다. 또 지역구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돼 다른 후보를 지원하기도 쉽다. 

총선 국면서 한 장관은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한 장관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부여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국민의힘이 일찍 선대위를 꾸리지 않고, 비대위로 돌입하는 이유로 해석된다. 한 장관이 장관직서 물러난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반응을 살펴야 한다. 

보수층은 단연 그를 치켜세우지만, 문제는 중도층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인식 때문에 중도층은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가장 먼저 털어내야 할 이미지다. 윤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경우,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한 장관만 바라보다가는 총선서 미역국을 들이킬 수도 있다. 정치 이력이 전무한 그가 선거판서 장관 시절의 모습을 보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장관 때는 가진 무기가 많아 공격력이 높았던 데다 명실상부한 윤 대통령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지만 유세장에선 이런 장점들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한동훈 등판?
“이르다…대선까지 아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2인자가 대권 도전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야 장관도 득을 보는 구조다. 한 장관으로 박스권 지지율을 탈출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시도가 무위에 그친다면, 앞으로 한 장관의 행보도 빛을 보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당내서도 한 장관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측근 세력들이 투입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측근을 대거 총선에 투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한 장관 역시 윤 대통령의 사람으로서 윤정부 출신 중 가장 전면에 서게 된다. 현재 대통령실서 근무했던 인물 중 총선 출마자로 예상되는 인물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김은혜 전 홍보수석,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외에도 행정관, 비서실 출신 등 무려 30명이 넘는다.

이 중 몇몇은 실제로 출마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출마 교통정리를 두고 혼란이 지속 중인 가운데, 최악의 경우 한 장관과 대통령실 인물들 및 현역 의원들 간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총선까지 갈등 봉합은커녕 혼란만 지속되다가 총선이 끝나버릴 수도 있는 만큼 그가 확실한 구원투수가 될지 패전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한동훈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게 단순히 윤 대통령의 바람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을 때도 발생한다. 비대위원장은 당연직이므로 선대위원장을 겸임할 수 있다. 당 대표직을 대행하며 공천의 최종 결정권자가 되기도 한다. 이 경우 또다시 용산의 국민의힘 장악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 

입당하면
분란 요소?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한 장관이 중요한 직책을 맡아 국민의힘 선거를 이끌어가려면 국민적 신망이 있어야 한다”며 “지지층의 지지와 환호만 갖고 뭔가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국민의힘 내년 총선 전략이 허약하다는 반증”이라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는?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에 돌입한다.

이번에도 누구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느냐가 관건이다.

당내에서는 중량감과 스피커가 큰 인물을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현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만 해도 여럿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다.

또 최근 국토부 장관직을 사임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 사태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이 꼽힌다.

이 밖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얼마 전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도 거론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조속히 비대위를 추진할 예정으로 체제 전환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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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