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임박’ 황태자 띄우기 막전막후

어명이오, 길을 비키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의 실질적 2인자가 국민의힘에 곧 등판할 태세다. 몸값을 충분히 불렸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면 총선 승리가 가능해질까? 오히려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서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결국 물러났다. 당 대표로 뽑힌 지 9개월 만이다. 여기저기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더 이상 버티는 게 무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조기 종료하자 그 책임론이 김 전 대표에게 가해졌다. 혁신위가 막 출범했을 무렵, 김 전 대표는 분명 전권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진 험지 출마 및 불출마를 혁신위 안건으로 올리자, 김 전 대표는 애써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의 남자들
속속 불출마

결국 혁신위와도 대치 전선이 펼쳐졌고, 결국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 종료해 버렸다.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사실상 대표직을 버티면서 시간을 끌기 위해 발족한 게 아니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혁신위의 안건 중 당 지도부 등 주류가 불편할만한 사안은 여전히 공식 의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를 점점 옥죄어왔다. 가장 먼저 김 전 대표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이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다. 국민의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뒤다. 해당 보고서엔 국민의힘이 다음 해 총선 시 서울서 6석 확보에 그칠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이후 줄줄이 당내 의원들로부터 김 전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아·김미애·김태흠·서병수 의원 등 초선 및 중진들이 김 전 대표에게 물러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만 해도 김 전 대표는 아무 소리 없이 버텼다. 그러나 점차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부터 잠행에 들어갔다. 그사이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나를 밟고 윤석열정부를 성공시켜 달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 불출마를 생각했다”며 “또 한 번의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고 밝혔다. 장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선이 다시 김 전 대표에게 쏠렸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2일, 13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측근과 함께 거취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김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물러나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말을 듣고 김 전 대표도 거취를 결단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간의 잠행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벌써 두 명의 당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김 전 대표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 했다.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놔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김기현 279일 만에 자진 하차
국힘 3번째 비상위 체제 전환 

이어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내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내 몫이다.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서는 안 된다”며 입장문을 통해 사퇴를 선언했다.

김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된다. 

김 전 대표는 최측근과 거취를 고민할 때 3가지 사안으로 고민했다. 우선 당 대표직만 내려놓고 울산 남구에 출마하는 안이다. 이번 입장 발표엔 지역구인 울산(남구을)을 포기한다는 워딩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해당 안이 가장 가능성 높았던 이유는 출마를 저울질하던 울산 남구청장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찍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선대위 체제는 가장 안정적인 안으로, 간판만 바뀔 뿐 내부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면에서 고려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만 물러났을 뿐, 지도부는 여전히 견고해 혁신 의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최종 의결권이 여전히 지도부에 남아있기도 하다. 사실상 국민의힘에는 남은 카드가 몇 개 없는데 그나마 현실적인 카드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중진의원연석회의 직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며 “중진 의원님 대부분이 비대위 구성이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비대위원장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여러 인사들이 거론된다. 

대대적 
물갈이

이로써 국민의힘은 3번째 비대위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비대위나 어떤 체제가 바뀐다고 해도 길이 크게 바뀌겠느냐”고 의아해했다. 이는 사실상 어떤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어렵다는 말로 해석된다. 

결국 위기를 돌파할 인물로 한 장관이 다시 소환됐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소환이 다소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한 장관은 대구, 울산, 대전 등 지방 방문을 시작으로 사실상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를 찾아 보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자리서 한 장관은 “300명이 쓰는 언어가 아닌 5000만명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겠다”는 말로 정치 참여를 하겠다는 의중을 에둘러 내비쳤다. 그는 이달 초 개각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민관리청 신설건이 마무리된 뒤, 연말 또는 연초 원포인트 개각 대상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장관은 윤석열정부 스타 장관 중 가장 핫한 인물로, 국민의힘을 이끌 새로운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한 장관의 이른 등판이 과연 도움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일단 차기 대선주자로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를 많이 줄였다.

보수 대권후보에서는 연일 1위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올랐다. 위기 때마다 소환되곤 했으며 일단 이름만 거론되면 기대치부터 높아진다. 자신들의 잘못을 한 장관의 이미지를 빌려 덮는 식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설이 나오는 이유도 한 장관으로 인적 쇄신을 하고, 그의 얼굴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단연 몸값이 높은 터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등판 시 이준석 전 대표에게 쏠린 신당 창당론을 어느 정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등판 자체만으로 이슈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한 장관의 거취가 조만간 분명해질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다만 이른 이미지 소비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윤의 그림자
왕좌 만들기

이제 국민의힘에 중요한 부분은 한 장관을 사용하는 법 외에도 그가 필요한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지역구로 출마할지, 비례대표로 출마할지, 지역구로 출마하는 경우 보수 텃밭과 험지 중 어디로 출마하느냐도 관건이다. 

출마 지역의 경우, 수도권이 유력해 보이는데 보수의 상징성이 큰 곳과 대권주자로 한층 더 발돋움할 수 있는 비교적 험지 지역들이 거론된다. 안전을 위해서는 보수 성향이 강한 서울 강남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유세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 전국적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보수를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반면 종로 등 수도권 험지로 나섰다가 당선만 된다면 중도층에도 소구력이 있다는 게 입증된다. 비례대표 출마 시에도 선 순위라면 당선이 수월해진다. 또 지역구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돼 다른 후보를 지원하기도 쉽다. 

총선 국면서 한 장관은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한 장관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부여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국민의힘이 일찍 선대위를 꾸리지 않고, 비대위로 돌입하는 이유로 해석된다. 한 장관이 장관직서 물러난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반응을 살펴야 한다. 

보수층은 단연 그를 치켜세우지만, 문제는 중도층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인식 때문에 중도층은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가장 먼저 털어내야 할 이미지다. 윤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경우,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한 장관만 바라보다가는 총선서 미역국을 들이킬 수도 있다. 정치 이력이 전무한 그가 선거판서 장관 시절의 모습을 보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장관 때는 가진 무기가 많아 공격력이 높았던 데다 명실상부한 윤 대통령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지만 유세장에선 이런 장점들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한동훈 등판?
“이르다…대선까지 아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2인자가 대권 도전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야 장관도 득을 보는 구조다. 한 장관으로 박스권 지지율을 탈출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시도가 무위에 그친다면, 앞으로 한 장관의 행보도 빛을 보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당내서도 한 장관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측근 세력들이 투입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측근을 대거 총선에 투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한 장관 역시 윤 대통령의 사람으로서 윤정부 출신 중 가장 전면에 서게 된다. 현재 대통령실서 근무했던 인물 중 총선 출마자로 예상되는 인물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김은혜 전 홍보수석,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외에도 행정관, 비서실 출신 등 무려 30명이 넘는다.

이 중 몇몇은 실제로 출마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출마 교통정리를 두고 혼란이 지속 중인 가운데, 최악의 경우 한 장관과 대통령실 인물들 및 현역 의원들 간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총선까지 갈등 봉합은커녕 혼란만 지속되다가 총선이 끝나버릴 수도 있는 만큼 그가 확실한 구원투수가 될지 패전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한동훈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게 단순히 윤 대통령의 바람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을 때도 발생한다. 비대위원장은 당연직이므로 선대위원장을 겸임할 수 있다. 당 대표직을 대행하며 공천의 최종 결정권자가 되기도 한다. 이 경우 또다시 용산의 국민의힘 장악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 

입당하면
분란 요소?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한 장관이 중요한 직책을 맡아 국민의힘 선거를 이끌어가려면 국민적 신망이 있어야 한다”며 “지지층의 지지와 환호만 갖고 뭔가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국민의힘 내년 총선 전략이 허약하다는 반증”이라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는?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에 돌입한다.

이번에도 누구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느냐가 관건이다.

당내에서는 중량감과 스피커가 큰 인물을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현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만 해도 여럿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다.

또 최근 국토부 장관직을 사임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 사태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이 꼽힌다.

이 밖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얼마 전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도 거론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조속히 비대위를 추진할 예정으로 체제 전환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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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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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