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검사들 간 큰 무리수

여의도까지 ‘검사 왕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검사들의 총선 출마가 정치적 중립 논란을 낳고 있다. ‘황운하 판례’ 이후 계속되는 선거 논란이다. 이에 출마 제한법 입법도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다.

제22대 총선에 현직 검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에 출마를 강행하기도 하며 정치적 중립 논란이 점차 확산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4·10 총선 출마 예비자를 253개 선거구별로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사 출신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19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7명으로 26명에 달한다. 

정부 요직에 
국회도 장악?

후보 등록을 앞둔 인사가 많아 검찰 출신 후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지난 총선보다 많은 검사 출신 인사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21대 총선에서는 41명의 검사 출신 인사들이 공천을 받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각 당에 출마한 인원을 보면 국민의힘에서는 윤갑근(충북 청주상당) 전 대구고검장, 김진모(충북 청주서원) 전 서울남부지검장, 노승권(대구 중·남구) 전 대구지검장 등이 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에서는 양부남(광주 서구을) 전 광주지검장, 박균택(광주 광산갑) 전 광주고검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서 검찰 출신 출마자가 많은 것은 현 정부 들어 검사 출신이 요직에 대거 기용된 데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공천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야당에서는 대개 이번 정권서 한직으로 물러난 검사들이 윤석열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문재인정부서 요직을 지낸 이성윤·신성식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총선 출마를 밝힌 이들 중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청법 43조에 따르면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검사의 정치운동 등을 금지하고 있다. 

또 검사가 공직선거 후보자로 입후보하고자 한다면 공직선거법상 90일 전까지 공직서 사직해야 한다. 이에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검사들은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기소된 공무원의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들의 사표는 반려되거나 수리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정치적 중립 논란에도 이들이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대법 판례 때문이다. 이른바 ‘황운하 판례’로 현직 공무원들이 징계를 각오하고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활동하다가 시한 내 사표만 던지면 손쉽게 정치권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중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황 의원은 2019년 11월 명예퇴직을, 2020년 1월에는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경찰청은 ‘수사 및 기소가 퇴직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를 불허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검 출신 예비후보 여야 합쳐 26명
지난 총선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

경찰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총선에 출마 후 당선되자 이은권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황 의원을 상대로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은 당선무효 소송서 황 의원의 출마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당시 “공직선거법서 정한 기간 내(선거일 90일 전)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시했다.

공직선거법 53조는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은 선거일 90일 전까지는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같은 조 4항은 소속기관의 장이나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부터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도 “황운하 판례는 현직 공무원의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은 상황서 정당 가입과 후보자 등록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황운하 판례가 논란이 되자 황 의원은 자신의 SNS에 “총선을 앞두고 공직자 신분으로 출마를 선언한 공무원들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다수 언론이 황운하 판례를 근거로 현직 공무원들이 출마를 강행했다고 해 그 판례가 무슨 의미인지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소속 기관장이 사직원 수리를 지연하거나 거부함에 따라 공무원이 법정기한 내에 그 직을 그만둔 상태로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무원의 사직원 제출 후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고 분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시”라고 설명했다.

현재 황운하 판례가 적용되는 인물은 이성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김상민 대전고검 부장검사 3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무마’ 의혹으로 서울고법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2월,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5일 이뤄질 예정이다.

황운하 대법 
판례 보니…

서울중앙지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연구위원이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 대한 ‘찍어내기 감찰’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1994년 임관해 광주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 내 대표적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꼽힌 그는 지난 정부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SNS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혈세 578억원을 써대고선 순방이 곧 민생이라 주장하고, 정의와 공정의 화신인 양 온갖 레토릭을 쏟아내더니 김건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윤석열 사단에 정치란 무엇인가”라며 “국민들은 더 이상 사이비에게 운명을 맡길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윤석열 사이비 정권을 끝장내고,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최선봉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신 연구위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6∼7월 한 비대위원장(당시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의 대화 녹취록 내용이라며 KBS 기자에게 허위 사실을 알린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순천고,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시험에 합격해 제2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이후 대검 과학수사담당관, 춘천지검 강릉지청장, 부산지검 반부패강력부장, 수원지검장,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경고 무시한
논란의 3인방

그간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김경언 로비스트 사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무마 사건 등의 굵직한 수사를 맡았다. 그러나 윤 정부 이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당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6일 총선 출마를 위해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지난 10일 순천서 북콘서트를 열며 정치 행보에 들어갔다.


그는 북콘서트서 “현 정권이 들어서며 맡게 된 이재명 대납 수사 사건, 그의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언론은 나를 정치검사로 만들고, 차장검사로 좌천시켰으며 한 달 후에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까지 발령냈지만 그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기에 좌절하지 않는다”며 “난 원래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으로서 22년의 검사 생활을 끝내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첫발을 내딛는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들과 달리 감찰 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이던 지난해 추석 고향 주민들에게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며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논란이 됐다.

당시 그는 대검에 ‘정치적 의미 없는 안부 문자’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에 대검 감찰위원회는 지난해 12월28일 김 부장검사에게 비교적 가벼운 ‘검사장 경고’ 조처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의 결정이 있기 전 김 부장검사가 사직서를 내고 창원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대검은 김 부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인사 조처하고 감찰에 다시 착수했다.

사직서 수리 전…정치적 중립 논란
‘검사 출마 제한법’ 입법 다시 주목

감찰로 인해 김 부장검사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지만 그는 지난 6일 창원대학교서 출판기념회를 진행하고 지난 9일에는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적으로 경남 창원시 의창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기자 회견 당시 김 부장검사는 “돌아갈 수 있는 배를 태웠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서 “출마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12월 이후에 했고,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후보자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현직 검사지만 (검사로서)활동을 전혀 안 하고 있고, 지금 이런 상황(출마)서 사건을 처리한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기를)나눠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김 부장검사에 대한 중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대검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행위를 확인한 즉시 신속하게 감찰을 실시해 중징계했고, 향후에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법 판례로 법률이 인정됐지만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세가 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들에 대해 “앞서 퇴직 직후 출마를 하거나 입당한 선배들도 많은 비판을 받았었는데 아직 사직서도 수리되지 않은 상황서 출마를 결정한 점이 더욱 논란을 낳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장검사의 행보로 그가 진행하던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냐고 의심이 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며 “공직자로서 기본 자세를 놓치고 몸담은 기관을 욕보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출마 논란으로 현직 검사들이 출사표를 던져 논란인 가운데 ‘검사 출마 제한법’ 입법이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해당 법안은 수사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발의됐다.

지난 2020년 최강욱 전 의원 등이 발의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검사가 퇴직한 후 1년 동안 공직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조건 공천?
나가면 된다?

이른바 검사 출마 제한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열린민주당 소속이었던 최 전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으나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자 이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2월 법무부는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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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