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검사들 간 큰 무리수

여의도까지 ‘검사 왕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검사들의 총선 출마가 정치적 중립 논란을 낳고 있다. ‘황운하 판례’ 이후 계속되는 선거 논란이다. 이에 출마 제한법 입법도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다.

제22대 총선에 현직 검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에 출마를 강행하기도 하며 정치적 중립 논란이 점차 확산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4·10 총선 출마 예비자를 253개 선거구별로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사 출신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19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7명으로 26명에 달한다. 

정부 요직에 
국회도 장악?

후보 등록을 앞둔 인사가 많아 검찰 출신 후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지난 총선보다 많은 검사 출신 인사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21대 총선에서는 41명의 검사 출신 인사들이 공천을 받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각 당에 출마한 인원을 보면 국민의힘에서는 윤갑근(충북 청주상당) 전 대구고검장, 김진모(충북 청주서원) 전 서울남부지검장, 노승권(대구 중·남구) 전 대구지검장 등이 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에서는 양부남(광주 서구을) 전 광주지검장, 박균택(광주 광산갑) 전 광주고검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서 검찰 출신 출마자가 많은 것은 현 정부 들어 검사 출신이 요직에 대거 기용된 데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공천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야당에서는 대개 이번 정권서 한직으로 물러난 검사들이 윤석열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문재인정부서 요직을 지낸 이성윤·신성식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총선 출마를 밝힌 이들 중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청법 43조에 따르면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검사의 정치운동 등을 금지하고 있다. 

또 검사가 공직선거 후보자로 입후보하고자 한다면 공직선거법상 90일 전까지 공직서 사직해야 한다. 이에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검사들은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기소된 공무원의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들의 사표는 반려되거나 수리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정치적 중립 논란에도 이들이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대법 판례 때문이다. 이른바 ‘황운하 판례’로 현직 공무원들이 징계를 각오하고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활동하다가 시한 내 사표만 던지면 손쉽게 정치권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중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황 의원은 2019년 11월 명예퇴직을, 2020년 1월에는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경찰청은 ‘수사 및 기소가 퇴직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를 불허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검 출신 예비후보 여야 합쳐 26명
지난 총선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

경찰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총선에 출마 후 당선되자 이은권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황 의원을 상대로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은 당선무효 소송서 황 의원의 출마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당시 “공직선거법서 정한 기간 내(선거일 90일 전)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시했다.

공직선거법 53조는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은 선거일 90일 전까지는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같은 조 4항은 소속기관의 장이나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부터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도 “황운하 판례는 현직 공무원의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은 상황서 정당 가입과 후보자 등록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황운하 판례가 논란이 되자 황 의원은 자신의 SNS에 “총선을 앞두고 공직자 신분으로 출마를 선언한 공무원들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다수 언론이 황운하 판례를 근거로 현직 공무원들이 출마를 강행했다고 해 그 판례가 무슨 의미인지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소속 기관장이 사직원 수리를 지연하거나 거부함에 따라 공무원이 법정기한 내에 그 직을 그만둔 상태로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무원의 사직원 제출 후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고 분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시”라고 설명했다.

현재 황운하 판례가 적용되는 인물은 이성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김상민 대전고검 부장검사 3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무마’ 의혹으로 서울고법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2월,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5일 이뤄질 예정이다.

황운하 대법 
판례 보니…

서울중앙지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연구위원이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 대한 ‘찍어내기 감찰’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1994년 임관해 광주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 내 대표적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꼽힌 그는 지난 정부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SNS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혈세 578억원을 써대고선 순방이 곧 민생이라 주장하고, 정의와 공정의 화신인 양 온갖 레토릭을 쏟아내더니 김건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윤석열 사단에 정치란 무엇인가”라며 “국민들은 더 이상 사이비에게 운명을 맡길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윤석열 사이비 정권을 끝장내고,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최선봉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신 연구위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6∼7월 한 비대위원장(당시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의 대화 녹취록 내용이라며 KBS 기자에게 허위 사실을 알린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순천고,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시험에 합격해 제2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이후 대검 과학수사담당관, 춘천지검 강릉지청장, 부산지검 반부패강력부장, 수원지검장,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경고 무시한
논란의 3인방

그간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김경언 로비스트 사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무마 사건 등의 굵직한 수사를 맡았다. 그러나 윤 정부 이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당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6일 총선 출마를 위해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지난 10일 순천서 북콘서트를 열며 정치 행보에 들어갔다.


그는 북콘서트서 “현 정권이 들어서며 맡게 된 이재명 대납 수사 사건, 그의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언론은 나를 정치검사로 만들고, 차장검사로 좌천시켰으며 한 달 후에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까지 발령냈지만 그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기에 좌절하지 않는다”며 “난 원래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으로서 22년의 검사 생활을 끝내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첫발을 내딛는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들과 달리 감찰 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이던 지난해 추석 고향 주민들에게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며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논란이 됐다.

당시 그는 대검에 ‘정치적 의미 없는 안부 문자’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에 대검 감찰위원회는 지난해 12월28일 김 부장검사에게 비교적 가벼운 ‘검사장 경고’ 조처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의 결정이 있기 전 김 부장검사가 사직서를 내고 창원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대검은 김 부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인사 조처하고 감찰에 다시 착수했다.

사직서 수리 전…정치적 중립 논란
‘검사 출마 제한법’ 입법 다시 주목

감찰로 인해 김 부장검사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지만 그는 지난 6일 창원대학교서 출판기념회를 진행하고 지난 9일에는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적으로 경남 창원시 의창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기자 회견 당시 김 부장검사는 “돌아갈 수 있는 배를 태웠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서 “출마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12월 이후에 했고,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후보자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현직 검사지만 (검사로서)활동을 전혀 안 하고 있고, 지금 이런 상황(출마)서 사건을 처리한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기를)나눠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김 부장검사에 대한 중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대검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행위를 확인한 즉시 신속하게 감찰을 실시해 중징계했고, 향후에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법 판례로 법률이 인정됐지만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세가 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들에 대해 “앞서 퇴직 직후 출마를 하거나 입당한 선배들도 많은 비판을 받았었는데 아직 사직서도 수리되지 않은 상황서 출마를 결정한 점이 더욱 논란을 낳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장검사의 행보로 그가 진행하던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냐고 의심이 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며 “공직자로서 기본 자세를 놓치고 몸담은 기관을 욕보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출마 논란으로 현직 검사들이 출사표를 던져 논란인 가운데 ‘검사 출마 제한법’ 입법이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해당 법안은 수사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발의됐다.

지난 2020년 최강욱 전 의원 등이 발의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검사가 퇴직한 후 1년 동안 공직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조건 공천?
나가면 된다?

이른바 검사 출마 제한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열린민주당 소속이었던 최 전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으나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자 이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2월 법무부는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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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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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