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가는 이재명 갈림길

수술이냐 봉합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통합에 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다. ‘비명계 공천 학살’ 가능성이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당내 분위기가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 제시됐다. 동시에 공천 공식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 2기가 위태롭게 출범한 사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발 물러선 채 상대 진영의 갈등을 주연으로 만들겠다는 셈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검찰 출석 때만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안을까
내칠까

23일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앞서 민주당 측은 이 대표의 복귀가 지연되는 것에 관해 “건강상태를 봐서 무리가 없다 싶으면 언제라도 당무에 복귀하겠다는 게 대표의 의지인데, 그만큼 건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날짜를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일부러 복귀 시기를 늦췄다고 내다봤다. 지난 10일 시작한 국정감사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김 대표 체제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현재진행형인 사법 리스크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출석했다.

과거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시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날짜와 시간을 알려 강성 지지자 결집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재판에는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된 만큼 이 대표가 조용히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당 대표 자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은 이 대표의 당무 복귀 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대표의 첫 과제는 ‘가결파’ 징계에 관한 논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원들은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가결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설훈·이상민·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에 관한 징계 청원 글을 작성했다. 해당 청원이 답변 요건인 5만명을 넘긴 만큼 이 대표의 답변이 앞으로 당의 분위기를 판가름하게 된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이들을 내치지 않고 포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에 참석해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거대한 장벽을 넘어야 한다”며 당내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최근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만나 “당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통합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의원들 사이의 앙금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친명(친 이재명)계 내에선 여전히 가결파 징계 요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결파 징계 청원 5만명 달성
화합 메시지에도 숨 가쁜 싸움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해당 행위에 대한 조치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가결파를 구별할 수 없고, 구별한들 이분들에게 어떤 조치와 처분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아직 보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해당 행위를 벌하는 것은 일상적인 당무인 만큼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에 응답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더민주)는 비명계를 겨냥한 물갈이 공천을 언급했다. 더민주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대의원제 축소를 골자로 한 ‘김은경 혁신위원회’ 혁신안 수용을 요구하면서다. 이전부터 비명계 측에서는 대의원제를 축소하게 된다면 일반 권리당원, 즉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들)’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해왔다.

여기에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한마디 얹으면서 갈등은 커질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비명계의 책임론을 언급하며 “이들은 그저 민주당원들에게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싸우고, 보수 언론에 편승해서 당원들을 악마화하는 것에 앞장서고, 그러면서 황당하게도 그것이 애당심이라고 말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심지어 자신들의 수고에 감사하라고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계 의원들이 “민주당의 방탄 프레임을 깨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견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진심으로 너무 감사해서 집으로 돌려 보내드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너무 고생하셔서 집에서 푹 쉬시라”고 비꼬았다.

폭격의 대상이 된 비명계 역시 징계의 부당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 부결이 당론으로 결정되지 않았던 만큼 의원들의 소신을 징계하는 건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지도부 구성 역시 뇌관 중 하나다.

꽝 없는
뽑기판?

지난 17일, 민주당은 원내대표 정무특보에 이병훈 의원을, 원내부대표에 이동주 의원을 추가로 선임했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에 유동수 의원을,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박주민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원내대변인으로는 윤영덕·임오경·최혜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새로 짜여진 원내대표단 구성을 두고 비명계로 꼽히는 의원은 친낙(친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 1명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명계를 향한 압박은 여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절대 좁혀질 것 같지 않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표면적으로’ 품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에 반하는 이들을 끝까지 안고 가는 자세를 취하는 이른바 ‘포용의 정치’를 과시하면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벗어날 탈출구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공천 시스템을 비틀어서 당원의 투표 행사력을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예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개딸이 수두룩하게 몰려올 텐데 비명계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을 이끌어갈 방법을 찾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략 공천에 관해서는 “국정감사 이후 인재 영입으로 데려온 인물에게 쥐여주면 그만”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비명계 컷오프를 하면서도 명분을 챙길 방법이라는 해석이다. ‘공천 학살’이라는 반발이 생기더라도 “유능한 인재를 위한 당의 선택”이라는 말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 내 영입될 인사들이 어느 지역으로 출마할지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만일 비명계가 당에 남아 있을 경우 이 대표는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방탄’ 부담감을 지울 수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 당내서 30표에 달하는 가결표가 나오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벗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만일 이 대표가 비명계와 함께한다면 방탄을 벗어던지고 ‘민심’ ‘화합’ 등의 프레임을 당에 덧씌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방탄 정당’으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앞으로도 재판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 당에 민주주의가 확장되고,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돼 큰 정당으로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합의 길로 접어든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건 이 대표의 해소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다. 잦은 재판 출석으로 인한 리더십 타격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을 상대로 진행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과 검찰은 이 대표의 수사를 두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이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빈털터리 수사”라고 비판하자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백현동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대북송금 사건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안”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앞뒤로
조여온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재정합의를 거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배당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중이자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되던 2018년 12월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모씨에게 “자신이 주장하는 대로 증언해달라”고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관련 재판은 대장동 개발 관련 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등 총 2건이다. 여기에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가 추가 기소하면서 이 대표가 짊어질 리스크가 불어난 것이다.

이 대표가 없는 국회에서는 그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해당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김씨가 비서 배모씨를 시켜 경기도 법인카드로 초밥, 샌드위치 등 사적 물품을 구매하고 관사나 자택으로 오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배씨는 김씨가 당 관련 인사들과 한 오찬 비용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8월, 1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김씨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0일, 해당 의혹을 권익위에 공익 신고한 조명현씨를 권익위 국감의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의결했다. 조씨는 이 대표가 법인카드 사용 등 부패 행위와 관련해 권익위에 공익 신고를 하고 구조금을 신청했지만, 권익위의 미흡한 처리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소환은 지난 18일 민주당 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해당 사건이 정치적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조씨는 같은 날 국회 소통관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무엇이 두려워 국감 참고인으로 나가는 것을 기필코 뒤엎어 무산시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법인카드 의혹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입을 열면서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김 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취임 이후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자체감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감사를 하고 수사 의뢰했다”고 답했다.

한숨 돌리나 했더니…
법카에 위증교사까지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이 김씨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김 지사가 김씨의 사건으로 가정해 대답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김 지사는 “감사 결과 최소 61건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며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공식 감사가 이뤄졌던 만큼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와의 경쟁 관계나 정략적 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리스크를 확대시켜야 하는 만큼 해당 의혹을 장기간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구속영장 기각과 보궐선거 승리의 약효가 벌써 떨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비명 성향 권리당원들이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 차례 이 대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냈다가 법원서 기각된 지 4개월 만이다.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 진행자인 백광현씨는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권리당원 2023명을 소송인으로 하는 ‘당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 대표가 잦은 재판으로 정상적인 당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당헌 80조에 따르면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는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80조 3항을 통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당무위 의결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백씨는 “야당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나오지 않는 추태를 보이고 있는데 권리당원으로서 가만히 있으면 그건 제가 아는 민주당 당원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일부 사이비 신도처럼 보이는,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 극성 개딸의 목소리에 휘둘릴 것이 아니다”라고 이 대표의 ‘팬덤 정치’를 꼬집고 나섰다.

거대 표를 몰고 다니는 개딸이 아닌 다른 당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충고도 전했다.

도돌이표
집안싸움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가 내홍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내 혼란이 밖으로 표출된다면 균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체제로 치를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또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흐름이 상식의 선을 벗어나는 지금으로는 당의 흐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당의 실제 상황과 밖에서 바라보는 현상이 다르게 비춰질 때도 있다”며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의 첫 번째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명계 저격 자객 공천?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 의지를 밝히면서 새로운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된다.

지난 18일 민주당 이해식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은 수도권, 충청, 영호남지역 42명의 전직 기초단체장과 함께 정치연대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풀뿌리 정치연대 혁신과 도전’ 창립을 선언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단체장 출신 인사가 총선에 뛰어드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지만 지도부에 친명계가 다수 포진된 만큼 의도적으로 비명계를 눌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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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