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푸는 민주당 조기 대선 로드맵

시동 거는 대선 열차…승객은 1명?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변론기일이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승부수로 개헌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성도, 뉘우침도 없는 최후 변론이 오히려 탄핵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통해 “이번 비상 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용”이라고 주장하며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에 나서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거짓말과 궤변”이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제 발에
넘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서 열린 11차 변론서 최후진술을 통해 탄핵 기각을 전제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 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며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책임총리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며 “글로벌 중추 외교 기조로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냈던 경험으로 대외 관계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데 마지막 40분을 할애했다. 이 과정서 ‘간첩’이라는 단어는 25번이나 등장했다.

그는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 세력이 연계해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들은 가짜 뉴스, 여론조작, 선전·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당장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 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대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고 야당 대표의 범죄를 심판할 판사들까지 압박하기 위한 ‘방탄 탄핵’을 일삼아 국정이 마비됐다”며 비상계엄의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놓고 반응은 엇갈렸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역시 “대통령이 개헌 문제와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게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성을 갖고 이야기했다”며 개헌에 초점을 맞췄다.

탄핵 인용 시 60일 내 대선 가능성
‘이재명 올인’ 한 우물에 일사불란

야당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 탄핵 불씨를 지폈다고 봤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앞세워 정권교체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개헌, 선거제 운운하며 복귀 구상을 밝힌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군·경을 동원해 헌정을 파괴하려 한 내란범이 다시 권력을 쥐고 헌정을 주무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빠른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한강대교를 폭파한 후 국민에게 ‘이상 없다’고 방송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 판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전제가 없는 상태서 이런 이야기(대통령 임기단축 개헌)부터 하다니 기본이 안 된 것”이라며 “최근 보수 언론이 임기 단축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기대할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탄핵 기각을 전제로 하는 윤 대통령과 달리 야당은 탄핵 인용을 확신하고 있다. 각종 간담회를 통해 정치 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탄핵은 반드시 된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반드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탄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지금부터 (윤 대통령)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치르고 그 이후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는 정당은 민주당밖에 없다”고 설파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론을 오는 11일 전후로 예상한다. 윤 대통령의 파면과 5월 조기 대선을 확실시하는 상황서 60일이란 시간은 짧기만 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미 조기 대선은 시작됐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의 입에 쏠려 있을 뿐, 여기저기서 대권 행보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며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대선 출마 선언이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0일 열린 국회 교섭단체 연설서 이 대표는 ‘국민’을 46번 언급했다. 산업, 성장, 노동 또한 20회 이상이었다. 거대 야당을 겨냥한 국민의힘의 연설과 달리 이 대표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싶다”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등 차기 집권당의 면모를 부각했다는 설명이다.

진해지는
밑그림

이날 이 대표는 “새롭고 공정한 성장동력을 통해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해야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 국민의 기본적 삶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나라, 두툼한 사회 안전망이 지켜주는 나라여야 혁신의 용기도 새로운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해서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며 “기본 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후 민주당은 각종 위원회와 포럼을 발족하며 당 정열에 나섰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6일 잠시 멈춰있던 집권플랜본부를 재가동하면서 대선 열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성장은 민주당 대한민국 성장 전략’을 주제로 신년 세미나를 개최하고 ‘선 선장 후 복지’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후 민주당은 12·3 내란 사태 당시 청년이 광장에 나선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아울러 이 대표의 먹사니즘을 지역의 특성에 맞춘 ‘먹사니즘 전국네트워크’, 유보 통합 대안을 논의하는 ‘보육특별위원회’, 직능단체별 정책개발과 입법 과제 해결 등을 골자로 한 ‘전국직능대표자회의’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최근에는 ‘내란 종식과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人(인)포럼’ 출범을 예고하며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친명(친 이재명)계가 주축인 ‘더민주혁신회’도 인천, 전남, 전북 등지서 기지개를 켰다. 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이 아직 나오기 전인 만큼 공식적으로는 조기 대선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집권 여당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로 풀이했다.

한때 여의도를 뜨겁게 달군 이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과 ‘경제 우클릭’ 역시 조기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 1월 출범한 민주당 경제안보특별위원회 주요 기업 책임자를 비롯한 경제 단체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날 민주연구원은 바이오 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빅테크와 성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친기업 행보에 속도를 냈다.

앞서 막고
뒤서 밀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광폭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사실상 이슈 주도권을 빼앗겼다. 최근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띄우자 국민의힘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험천만한 법안”이라며 “민주당은 눈앞의 권력에 눈이 멀어 경제 위기는 외면한 채 경제의 정치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친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이재명식 양두구육(양 머리를 놓고서 개고기를 파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경제 우클릭을 연타하는 동시에 집토끼를 단속하기 위한 이 대표의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대표는 지난 한 달간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를 만나 통합 메시지를 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이 대표는 비명계 인사를 선대위에 합류시켜 정치 공간을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21일 박용진 전 의원,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나 오찬 회동을 했다. 이후 같은 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실장을, 하루 뒤인 28일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만남을 가졌다.

압축적인 통합 행보에 나섰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지난 총선서 공천을 놓고 벌어진 갈등의 골이 큰 만큼 당의 통합 과정 또한 장기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27일 회동서 임 전 실장은 “앞으로도 저는 좋은 소리보다 쓴소리를 많이 하고 싶고 가까이서 못 하는 소리, 여의도서 잘 안 들리는 소리를 가감 없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의 구조서 이 대표와 경쟁해보려고 용기를 내고 이재명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분들을 성원하고 지지할 생각”이라며 “통합과 연대도 더 담대하고 절실하게, 누구도 예상 못하는 범위로 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정당에 다양성이 있어야 하고, 당연히 해야 할 얘기도 해야 한다”며 “그걸 제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전 의원 역시 “이 대표와의 악연을 털었다”면서도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을 주장하는 이낙연 전 총리와의 통합을 요구했다.

여당에 짙게 깔린 명 그림자
‘시장님 정조준’ 특검법 압박

임기 단축을 골자로 한 개헌도 숙제 중 하나다. 비명계는 앞다퉈 개헌 논의를 띄웠지만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가 유력 대선주자가 되자 개헌을 외면했다는 비판과 개헌을 요구한 인사를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비난하는 움직임이 양쪽서 일면서 또다시 갈등이 터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서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뼈아픈 경험을 한 민주당은 통합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좁힐 듯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선 국면이 열리면, 지난 패배를 교훈 삼아 대동단결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외연 확장에 나선 민주당은 국민의힘 기선 제압 방식으로 특검법을 택했다. 특히 국민의힘 인사가 깊게 얽혀있는 ‘명태균 특검법’은 여권 대선 잠룡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지난달 11일 야6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공동 발의했다. 지난달 27일 본희의 상정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재석 의원 274인 중 182인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 대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을 겨냥했다.

이에 반발한 오 시장은 “민주당이 요즘 명태균에게 의존한다”며 “민주당의 아버지가 이재명인 줄 알았더니 명태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홍 시장도 “명태균 특검이든 중앙지검 검찰조사든,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니들(너희들) 마음대로 해라”며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기소된 사람이 뻔뻔하게 대선 나오겠다고 설치면서 ‘김대업 병풍 공작’을 하는데 국민이 또 속겠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민주당 조기 대선 전략’으로 규정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낱 선거 브로커가 쏟아낸 허황된 말을 신의 말씀처럼 떠받들면서 특검으로 여당과 보수진영을 무차별적 초토화하려는 것”이라며 “명태균은 자신이 살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정치적 판단을 내린, 민주당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착착 스텝을 밟아가는 민주당의 조기 대선 계획에 유일한 변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시계와 이 대표의 법원 시계가 동시에 달리는 만큼 먼저 결과가 나오는 사람이 패배다.

만에 하나
뒤집히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기일은 오는 26일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선고 기일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 결과가 먼저 나올 가능성에 힘을 실었지만, 만에 하나 헌재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조기 대선 판이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릴 경우, 이 대표의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는 헌법 제84조를 언급하며 “법의 취지는 국가원수이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직무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에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걸 전제로 한다. 당연히 재판이 중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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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