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민주당 예견된 후폭풍

최소 두 번 더 남았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번에도 동료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재명 대표 체재 이후로 벌써 4번째다. ‘방탄 정당’ ‘내로남불’ 등의 오명은 이번 부결을 계기로 더욱 공고해졌다. 문제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총선이 점차 가까워지는 지금, 반복되는 방탄 논란이 민주당에 달가울 리 없다.

민심의 ‘역풍’ 우려에도, 당내의 첨예한 계파 갈등 속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방탄’ 기조는 굳건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서 모두 부결됐다. 두 의원은 2021년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하도록 만들기 위한 돈봉투 살포 작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더기
반대표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의원 293명이 모였으므로, 가결선은 찬성 147표 이상이었다. 윤 의원 표결 결과는 찬성 139표 반대 145표 기권 9표였고, 이 의원 표결 결과는 찬성 132표 반대 155표 기권 6표였다.

일각에선 최근 민주당 내에서 분출하는 쇄신 요구가 체포동의안 가결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날 국민의힘은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소속 의원 113명 중 112명이 회의장으로 나왔다. 현재 구속 중인 정찬민 의원을 제외하고 ‘총동원령’이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의석수의 한계로 이번에도 가결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민주당서 반대표가 무더기로 나왔다는 의미다. 정치권은 소속 의원이 167명에 달하는 민주당에서 20~30표 안팎의 찬성·기권표가 나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이번 표결 방침을 ‘자율’로 정했다. 반대를 당론으로 밀어붙이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방탄 역풍이 불 가능성이나 반란표 단속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사실상 반대를 당론으로 내세운 것과 같아졌다. 

정치권은 민주당서 무더기로 반대표가 나온 요인을 ‘검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동정표’로 보고 있다. 실제로 표결 직후 민주당 내부에선 이날 국회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한 장관은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의원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 그 20명의 표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며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번에도 부결…‘일파만파’ 논란 지속
당 쇄신 의지 없다? 유권자 역풍 어쩌나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한규 원내 대변인은 “한 장관의 정치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원이 많았다.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이 많은 의원(표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 역시 “개별 의원이 각자 판단에 따라 표결한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가 과도하고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였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기사를 보니까 제 설명 때문에 민주당이 모욕감을 느껴서 방탄(체포동의안 부결)한 것이라는 취지로 민주당 대변인께서 말씀하신 것 같다. 오히려 민주당의 거듭된 방탄에 국민께서 모욕감을 느끼실 것”이라 받아쳤다.

그러면서 “민주당 말씀은 원래는 (찬반 투표를)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제 말을 듣고 욱하고 기분이 나빠서 범죄를 옹호했다는 얘기”라며 “정당이 하기에는 참 구차한 변명이라고 국민이 생각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항해 단일대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전히 형성돼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재차 들어올 때를 염두에 둔 방탄 전략이 재확인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 대표 체재가 시작된 이후로 자당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모두 부결시켜왔다. 지난해 12월 말 노웅래 의원이 뇌물 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아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을 때, 결과는 재석 271명 중 반대 161표로 압도적으로 부결됐다.

곧이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때는 일부 이탈표가 있었지만, 찬성 139표에 그치면서 재석 297명의 과반 달성에 실패해 부결됐다. 이 대표 체재 이전에 민주당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체포동의안에 높은 찬성 비율을 보였던 것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2020년 10월 민주당 정정순 의원, 2021년 4월 이상직 의원,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 체포동의안은 모두 높은 찬성 비율로 통과됐다.

방탄 정당
내로남불

게다가 민주당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이 족족 부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무난히 통과되면서 ‘내로남불’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월 말 치러진 표결은 재석 281표 중 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22표로 가결됐다. 

표결 전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만들어 당내 과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비판 수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국면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를 10대 공약 중 하나로 내건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도 “불체포특권을 제한하자는 것에 100% 동의한다”고 발언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본인이 곤경에 처하자 말을 바꿨다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이 재차 부결되자 공세 수위를 한껏 높였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돈봉투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오염시킨 윤·이 의원에게 결국 갑옷과도 같은 방탄조끼를 입혀주며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역시나 두 의원은 몸만 떠났을 민주당에게는 여전히 함께인 위장 탈당이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애당초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의총에서조차 논의하지 않으며 ‘자율 투표’ 운운할 때부터 통과시킬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며 “오늘로서 윤석열정부 들어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민주당 의원 4명 모두가 살아남는 기록을 남기게 됐으니 두고두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표결 후 “이 대표가 국민들 앞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민주당의 도덕상실증은 이제 구제불능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송(영길)·이(재명) 연대의 돈봉투 카르텔이 벌인 조직적 범죄 은닉 행위에 대해 국민이 심판해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민주당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돈봉투 비리 정치에 제 식구 감싸기 방탄 정치까지 더해졌다”며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한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강은미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결과”라며 “직전 집권당이자 제1당의 정치적 책임의식이 고작 방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총선 코앞
민심 역풍?

체포동의안 부결로 검찰은 돈봉투 의혹 수사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그동안 검찰은 의혹에 연루된 이들의 증거인멸을 우려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은 이미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하고 제공했다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8일 구속됐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역시 개인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상태다.

여기서 검찰이 두 의원의 신병마저 확보했다면, 수사 속도에는 더욱 탄력이 붙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향후 수사 속도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피의자 구속 상태에서 소환 조사는 어렵지 않지만, 불구속 조사는 상호 일정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검찰이 혐의의 종착지로 보고 있는 송 전 대표에 관한 수사 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 측은 체포동의안이 기각된 점에 관해 유감을 표명했다.

검찰은 “헌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의 중대성과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 등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심문 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된 상황이 유감”이라며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계없이 전당대회 금품 살포 및 수수와 관련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장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제 열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 국면서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코인 투기,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데 이어 당사자들을 당이 감싸주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의혹이 불거진 직후에는 강도 높은 자체 쇄신을 결의했던 민주당이 얼마 뒤 태도를 뒤집은 것도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 취임 후 4건 모두 부결
총선 코앞인데…부결 부담 커져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서 “민주당의 윤리 규범을 제1의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 온정주의를 과감하게 끊어내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 윤리 규범에는 청렴 의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 조항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번 표결서도 온정주의적 반대표가 속출한 만큼, 당내 쇄신 의지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됐다.

이달 내로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었던 새 혁신위원회도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의 혁신위원장직 낙마 이후로 줄곧 표류하는 중이다. 가뜩이나 당내 쇄신·혁신 동력이 떨어져 보이는 상황서 이를 부정하는 듯한 단체행동이 포착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이 마지막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검찰이 총선 전에 최소 2번 이상의 체포동의안 요청을 국회로 보낼 것으로 점친다. 이미 표결을 한 차례 거쳤음에도 개인 의혹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이 대표와 코인 투기 의혹에 휩싸인 김남국 체포동의안이 다시금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와 김 의원은 당내 주류 세력과 강성 지지층의 엄호를 확실하게 받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쉽게 결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부결 또한 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부터 ‘방탄’ 면모를 수차례 반복해서 보여준다면, 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대형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통해 공격할 명분을 쌓아둔 국민의힘의 존재도 부담이다. 

비록 이번 표결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잔존한 계파 갈등도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비명계가 이 대표 ‘손절’이나 용퇴를 재차 요구할 수 있고,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집단적으로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비명계는 지난 이 대표 표결에 앞서 이 대표와 친명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뒤이은 표결 결과 민주당 내부에서 30개 안팎의 반란표가 나왔고, 그 대부분이 비명계서 나온 것으로 추측됐다.

커져가는
대표 책임론

방탄 프레임 형성의 빌미를 제공한 이 대표 ‘책임론’ 또한 계속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 탓에 당 내부의 각종 의혹에 단호한 대처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줄곧 들어왔다. 매번 방탄 논란이 타오를 때마다, 이 대표의 입지에 점차 균열이 생기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통 끝 합의…민주당 새 상임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서 자신들 몫의 상임위원장 6자리 인선을 마무리지었다. 그간 숱한 잡음을 빚었던 상임위원장 인선은 재선 의원 위주로 마무리됐다. 

이날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전문성과 지역 특성, 본인 희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 후보를 인선했다”며 “이들 모두 의정활동 경험이 풍부하고 21개 국회서 간사 등 역할을 한 분들이라 현안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먼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게 된 서삼석 의원은 위원회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현재 상임위원장 중 호남 지역 의원이 없어 ‘지역 안배’ 의도도 내포된 인선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의 지역구는 전남 영암·무안·신안이다.

행정안전위원장은 현재 간사인 김교흥 의원이 맡기로 했다.

업무 연속성을 고려한 인선이다.

교육위원장은 제21대 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의 추천에 힘입어 김철민 의원이 낙점됐다.

이재정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맡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선임부의장 재임 시절 관련 정책 논의를 주도한 성과와 당내 ‘여성 우선배치 원칙’이 적용된 결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위원장은 치과의사 출신인 신동근 의원이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뽑혔다.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게 된 박정 의원은 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 임기 당시 친노동, 친환경 정책을 주도한 점, 을지로위원회 활동 등 노동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점 등에서 적임자로 인정받았다.

이번 상임위원장 선출은 민주당이 지난 12일 의원총회서 마련한 새로운 기준에 근거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당내 요직을 맡은 인사들은 상임위원장을 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장관 이상의 고위 정무직이나 전직 원내대표를 맡은 이들도 제외 대상이다.

이 같은 기준에 따르다 보니, 재선 의원들이 대거 상임위원장을 맡게 됐다는 후문이다.

지금까지는 3선 이상의 중진의원들이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번에 선출된 상임위원장들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29일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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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