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25) 공약해부-⑤ 정치쇄신안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30 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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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는 정치쇄신 "중이 제 머리 깎기 성공할까?"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로 여야의 대선후보로 압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다섯 번째 순서로 그들의 '정치쇄신안'을 살펴봤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정치권의 비리스캔들과 도를 넘은 특권 남용. 비록 중도사퇴 하긴 했지만 이번 대선에 불어 닥친 안철수 바람은 이 같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으로부터 시작됐다. 때문에 정치쇄신은 다가오는 대선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게 됐다. 그렇다면 여야의 각 후보별 정치쇄신안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박근혜 <4가지 핵심과제>
"국민이 원하면 개헌도 추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내세운 정치쇄신안의 핵심과제는 ▲정당 개혁 ▲국회 개혁 ▲민주적 국정 운영 ▲깨끗한 정부 등 네 가지다. 박 후보는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며 "잘못된 정치야말로 국민 행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인 만큼 잘못된 제도와 관행 모두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박 후보가 제시한 '정당 개혁'의 핵심은 공천 개혁이다. 박 후보는 "그동안 각 정당이 상향식 공천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상향식 공천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국회의원 후보 선출 시 여야 동시 국민 참여경선을 법제화하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시 밀실공천을 근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밀실공천 근절


아울러 박 후보는 "각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이 늦어지면서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정당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일 2개월 전, 대통령후보는 선거일 4개월 전까지 확정할 것을 법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각 정당의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는 2월까지, 대선후보는 8월까지 확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후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부정부패에 따른 재보궐선거가 발생할 경우 원인제공자가 비용 부담 ▲공천 관련 금품 수수자에 대한 30배 과태료 부과 및 20년간 공무담임권 제한 ▲정치자금 관련자료 공개기간 4년으로 연장 등을 쇄신안에 포함시켰다.

두 번째 '국회 개혁'과 관련해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제한 및 불체포특권 폐지 등을 제안했다. 박 후보는 국회 윤리특위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의원 징계 등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의원들이 물의를 빚어 윤리특위에 회부되더라도 동료의원들이 징계수위를 최종 결정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제기돼온 사실을 염두에 둔 조치다. 또 박 후보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해 상시적인 예결산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민주적 국정 운영'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대통령의 제왕적인 권력구조를 분산시키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박 후보는 사문화돼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총리 제청권을 보장하고, 장관에게도 부처 및 산하기관장 인사권을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인사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탕평인사 원칙 ▲공직 임용 시 공평 대우 보장을 위한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등의 구체적 실천과제도 제시했다.

덧붙여 박 후보는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여당은 물론 야당들과도 소통해야 한다"면서 행정부 수반 자격으로 매년 정기국회에서의 대통령 연설을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 '깨끗한 정부' 실현을 위해선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부패 근절을 위한 '특별 감찰관제'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한 '상설특별검사제' 도입이 추진된다.

특별 감찰관은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회의 추천을 받으며, 자체 조사권도 갖게 할 계획이다. 박 후보는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익추구는 철저히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비리 척결

한편 박 후보는 이 같은 네 가지 정치쇄신안 외에도 이번 대선정국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개헌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도 밝혔다. 박 후보는 "제시한 과제들은 대통령의 의지로 가능한 것도 있지만, 법률은 물론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도 있다"면서 "집권 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 공동선언>
"새정치로 새로운 대한민국 연다"

지난 23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전격적으로 선언하면서 야권의 단일후보는 사실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결정됐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이미 지난 18일 정치쇄신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새정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정책연대에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문 후보의 정치쇄신안은 새정치 공동선언문에 기초하고 있다. 양 후보는 당시 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은 현재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며 "낡은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치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적 국정운영

이번 선언문은 ▲새로운 리더십과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으로 소통과 협치의 시대 ▲철저한 정치혁신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생산적 정치, 깨끗한 정부 ▲과감한 정당 혁신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연대 등 네 가지 합의로 요약된다.

우선 첫 번째로 소통과 협치의 시대를 강조한 두 후보는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정치적 협의가 중요한 경제민주화, 일자리 및 비정규직 문제 해결, 복지의 확대, 남북 평화와 협력, 정치개혁 등 5대 국정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정 국정협의회 상설화라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필요할 때마다 대통령이 국회에 직접 나가서 국정 현안을 설명하고, 청와대로 국회와 정당의 지도자들을 정례적으로 초청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는 새로운 대통령상을 실천하겠다는 내용도 선언문에 담았다.

총리 인사권 보장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인사제청권과 해임건의권도 확고하게 보장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나 부당한 권력형 인사개입을 용인하지 않으며 선거를 도와주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을 나누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득권과 연고가 아닌 도덕성과 능력, 업무적합성을 기준으로 지역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다"는 내용도 넣었다.

두 번째 생산적 정치, 깨끗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는 부정부패와 비리 전력이 있는 인사는 고위직 임용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공직자의 유관 기업 취업제한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도 근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권력 사유화와 남용, 그리고 정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영리목적의 겸직은 모두 금지하며 헌정회의 국회의원 연금제도는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 산하에는 시민제소위원회를 설치하고, 윤리특위의 징계안 결정은 일정한 시한 내에 반드시 본회의에 상정,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전원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하며 본회의는 위원회의 결정을 수정 없이 수용하도록 하며, 국회의원 세비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국회의원세비심의회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된 의원정수 축소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지역구를 줄이는 과정에서 의원정수를 조정하겠다는데 합의했다. 이 밖에도 양 후보는 상시 국정감사제도와 각종 기금의 회계를 철저하게 점검하기 위한 (가칭)회계감사처 설치 등을 약속했다.

권력남용 방지

세 번째는 정당 혁신을 위한 방안이다. 문 후보는 "기성 정당은 중앙당 중심의 권한 집중, 인물과 계파 중심의 줄세우기, 국민과의 소통 부족, 그리고 현장과 유리된 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정당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비대한 중앙당의 권한과 기구를 축소하고 당의 분권화, 정책정당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당의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며 강제적 당론을 지양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도 합리적으로 정비하며 현행 정당국고보조금은 축소하되 정당의 정책연구소를 독립기구화하여 지원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기초의회 의원의 정당 공천제도는 폐지하되, 여성의 기초의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비례대표제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세부사항은 충돌

한편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새정치 공동선언을 통해 정치쇄신안에 대한 정책연대에 합의하긴 했지만 '국회의원 정수 조정' 등 일부 사항은 이견을 나타냈었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대해서 문 후보 측은 '현상유지'를 주장한 반면, 안 전 후보 측은 '축소'를 주장했었다. 결국 양 후보는 협상문에 "의원정수를 조정하겠다"는 표현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안 전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국회의원 정수 조정은 문 후보의 공약에 따라 현상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정수는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지역구의 축소를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문 후보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득권 타파의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배당해 전문정치인이 아닌, 정당이 추천하는 연령별·직능별 전문가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석분포는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현행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두 배 정도 늘린 것이다.

이 밖에도 안 전 후보는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50%정도로 축소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이 역시 문 후보의 공약대로 정당의 국고보조금 30%를 정책분야에 쓰도록 원칙을 정하고 정책연구원을 공약기구화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 후보의 새 정치 구상은 '정치개혁'과 '반부패'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문 후보가 내놓은 정치쇄신안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쇄신안들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노무현을 넘어서지는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문 후보의 '추진력'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끝내 이루지 못했던 정치쇄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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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