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구속 취소 대검 지침 보니…

윤만 ‘시간’으로 나머지는 ‘날’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이후 대검서 즉시항고와 보통항고를 포기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검은 이에 구속 관련 지침을 일선 청에 내렸지만, 여전히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검이 나서서 ‘윤석열 지키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검찰 내부서도 대검에 해당 지침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취소된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대검찰청(이하 대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실무를 하는 수사팀과 지휘부 간의 간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검에서는 급하게 구속과 관련된 지침을 일선 청에 내렸지만 오히려 혼란만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헌성?

대검은 지난 11일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장 명의로 ‘구속기간 산정 및 구속취소 결정 관련 지시’ 업무 연락을 전국 청에 전파했다. 주 내용은 전국 일선 검찰청에 구속기간을 기존대로 ‘날’로 산정하며 구속기간 산정 방식과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대검과 상의하라는 것이다.

대검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업무 연락을 통해 “구속기간 산정 방식과 관련해 오랜 기간 형성돼온 법원 및 검찰 실무례에 부합하지 않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있었다”며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법원 판단에 동의하기 어려워 본안 재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윤 대통령 사건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이어 “각급 청에서는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되, 수사가 마무리된 경우에는 가급적 신속히 사건을 처리해달라”며 “그 밖에 구속기간 산정과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실과 상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1993년과 2012년, 보석 및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 규정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재 결정을 제시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도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기획과장은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규정 역시 위헌 소지가 농후한 점을 감안해 향후 구속 취소 사안이 발생하면 법원에 충실하게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검에서는 “법원서 구속 취소를 결정할 경우 결정을 존중해 신병을 석방하며, 특이사항이 있을 때는 대검 공판송무부와 대응 방향을 상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즉시·보통항고 포기 ‘일파만파’
여전히 남는 의문…검 내부 불만

앞서 피의자 신병과 관련한 즉시항고는 이미 헌법재판소서 두 차례나 위헌 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아니지만, 구속된 피고인에게 보증금을 받거나 보증인을 세워놓고 거주지와 사건 관련인 접촉 제한 등 일정한 조건을 걸어 풀어주는 보석(保釋·보증 석방), 피고인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구속 집행 정지에 대한 즉시항고의 경우 1993년과 2012년에 위헌 결정이 났다.

헌재는 당시 “인신 구속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영장주의와 적법 절차의 원칙,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업무 연락은 심우정 검찰총장 지시로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윤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검찰 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진 영향으로 나온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법원 판단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검찰이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현 지침에 따르라’는 지시를 일선에 내리고, 즉시항고 카드도 쓰지 않겠다는 점을 밝히면서 구속기간 산정을 둘러싼 피의자 및 피고인들의 후속 대응이 줄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이후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동종 사안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고, 당장 이번 사건과 결정을 계기로 많은 구속 피고인과 피의자들이 동종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명호가한 입장과 논리를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속 취소와 관련한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자신이 생각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거론하며 “대검이 이번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고 풍성하게 제공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검찰 구성원들만이라도 대검 지휘의 순수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채수양 창원지검 부장검사(32기)도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헌재의 기존 결정들이 구속 취소 즉시항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법원·검찰 실무례 부합치 않아”
“본안 재판서 적극적 의견 개진”

그는 “구속 집행정지, 보석, 구속 취소는 모두 피고인의 신병을 다루는 절차지만 그 법적 성격과 효과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구속 취소는 구속 자체가 부당하거나 필요성이 소멸했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결정하는 조치로, 구속의 효력을 완전히 소멸시키므로 동일한 범죄로 다시 구속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 동일한 법적 상황서 일부 피고인은 즉각 석방되고, 일부는 계속 구속되는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형사사법 체계서 법 적용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며, 평등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강남수 수원지검 부장검사(31기)도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했던 수십 년간의 실무에 비춰볼 때 구속기간을 도과한 불법체포, 구금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피고인 등이 고소,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이에 대한 대검의 대응책은 무엇인지”라고 추궁했다.

그는 “검찰총장을 비롯해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분들의 충분한 답변 및 납득할 수 있는 업무지시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대검의 구속 취소 위헌 판단이 옳다고 보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즉시항고 자체가 위헌성이 큰데 상급심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다”며 “피고인을 구치소에 더 붙잡아 두려는 즉시항고는 적절하지 않고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도 “구속 집행정지의 즉시항고가 위헌 결정이 났을 때 구속 취소 즉시항고 조항도 삭제했어야 하는데, 법무부나 국회의원이 안일하게 법 개정을 하지 않은 게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전직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사가 즉시항고로 집행을 중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유신 체제의 잔재고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짚었다.

구하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두고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변경한 법원 판단을 받아들인 대검찰청이 정작 일선 검찰청에는 종전 방식대로 ‘날’ 단위 구속기간 계산을 지시한 데 대해 ‘모순투성이’ ‘국민을 원숭이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대검의 지침은 윤 대통령에 대해서만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적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즉시항고 포기가 ‘윤석열 구하기’였다는 점을 자인했다는 것이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