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칼 빼든 공수처 노림수

궁지 몰린 쥐가 고양이 물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수사로 과욕을 부리다 조직 존폐 위기에 빠졌다. 조직이 생겨난 후 전혀 성과를 올리지 못한 공수처는 자신을 무시하는 검찰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 IDS홀딩스 사건, 이정섭 처가 사건, 고발 사주 사건 등 전·현직 검사를 대상으로 한 수사에 수사력을 모은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이후 정치적 후폭풍을 맞고 있다. 공수처는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수처가 공소시효도 얼마 남지 않은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궁서설묘
정면승부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이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수처를 사이에 둔 힘겨루기를 하면서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불법 체포하고, 국회서 위증했다는 혐의 등으로 오동운 공수처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17일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민주당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불법 수사행위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법(공수처 특검법)’ 협조를 촉구했다.

이날 윤 의원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의 ‘영장 쇼핑’ ‘수사기록 누락’ 의혹 등을 거론한 뒤 “기존의 감독 및 감시체계만으로는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독립적인 특별검사를 임명해 공수처의 불법 행위 및 정치적 의도를 철저히 규명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 이후 공수처를 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했던 기관이고,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석방한 기관인 만큼 여야가 두 기관을 두고 대립적 프레임으로 가고 있다”면서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들을 필요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공격했다가 방어했다가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 공수처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5개의 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해 “(윤 대통령의)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손쉽게 투항해 내란 수괴를 풀어주고 내란 공범임을 자백했다”며 심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조직 존폐를 두고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공수처가 심 총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성과를 인정받으면 반전을 노릴 수 있단 시각이 잇따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와 검찰이 대립하면서 민주당이 공수처에 검찰을 상대로 한 무기를 쥐여준 만큼, 그 무기를 포기할 리 없을 것”이라며 “공수처가 정상적인 기관이었다면 공소장 자체를 각하해야 되는데, 공소장을 각하하지 않고 무기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윤 구속 취소 후 벼랑 끝에
전·현직 검사 관련 수사 박차

오동운 공수처장도 해당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지난 19일 오 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심 총장 고발건에 대한 물음에 “아직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원칙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수사팀서 계획을 짜고 있겠지만 그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까진 말해주기 어렵다”며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수처는 심 총장에 대한 수사 외에도 현직 검사 및 검사 출신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10일, 김영일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고발 사건과 관련해 첫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김 검사는 ‘1조원대 폰지사기’ 업체인 IDS홀딩스의 김성훈 전 대표가 구속 중에도 범죄수익을 은닉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이유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당초 지난 2021년 6월에 검찰로 접수된 고발 건은 기본적인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고발건에서 공수처는 김 검사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가 김 전 대표 등을 검사실로 부른 시기, 과거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실서 확보한 출정 기록 등 문건, 김 전 대표 등의 판결문 등을 토대로 김 검사의 혐의점을 살피는 셈이다.

지난 10일, 금융사기없는세상·해피런사기탈북민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금융피해자연대(KIKO공동대책위원회·MBI피해자연합·KOK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밸류인베스트코리아피해자연합·IDS홀딩스 피해자연합)는 지난 2017년부터 김 전 대표 등을 수차례 자신의 검사실로 불러 사적인 전화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등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김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지난 3일 고검 검사로 발령 전까지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직을 맡았다.

김 전 대표는 약 1만2000명으로부터 1조원대의 사기를 친 범죄사실로 구속 기소돼 징역 15년의 형이 확정된 후에도 외부의 공범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감옥에 있는 재소자들과 공모해 여러번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IDS홀딩스
정조준 이유

금융피해자연대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2017년 2~12월, 1심서 대법원 재판까지 구속된 상태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기까지 총 56억원을 은닉했고, 200억원은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 과정서 은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김 검사가 추가 범죄가 발생하도록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피해자연대의 주장이다.

김 검사는 당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대표, 이모(사기 전과범·브로커)씨, 한모씨로부터 범죄수사정보를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검사실서 외부 인사를 만나게 하고 외부와 통화를 하게 하는 등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심을 받는다.

금융피해자연대에 따르면 검사실로 소환된 횟수는 이씨는 2016년에 94회, 2017년 47회, 2018년 23회이고, 김 전 대표는 2017년 47회, 2018년 23회, 한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 3일까지 50회다. 금융피해자연대는 김 전 대표 등이 공모해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변호사 2명을 지난해 5월1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김 검사는 현 정부서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장(2022년 7월~2023년 9월)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 수사를 수원지검 2차장 대행 신분으로 지휘한 때의 일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023년 6월 검찰서 “이 대표도 대북 송금 사실을 알았다”는 검찰 진술을 했다가, 2023년 말부터 줄곧 ‘검찰 술자리 회유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이 청사에서 술자리를 가졌고, 이때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종용했다는 게 골자다.

야권은 김 검사의 IDS홀딩스 이력 등을 근거로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다.

문제는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6월까지라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직권남용은 7년, 직무유기는 5년의 공소시효를 가지고 있다. 공수처는 김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사건 처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 수사4부는 지난 10일 검찰로부터 제보자인 처남댁 강미정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확보하고 강씨를 지난 21일 불러 조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지난 6일 이 검사를 주민등록법·청탁금지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공수처로 이첩했다.

고발 사주
재수사도


검찰은 사건 제보자에게 수사자료를 사진 촬영해 외부로 유출하게 한 전직 검사 박모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하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부분은 공소시효 만료 두 달을 남기고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서 “검찰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건 처리를 위한 시간으로 볼 때 촉박한 건 사실”이라며 “검찰 단계서 기존에 수사한 자료들도 넘어온 게 있고 참고해서 처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검사가 받은 공무상 비밀누설혐의의 공소시효가 3월29일로 만료된다”며 “그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검찰이 공소시효 가까운 시점에 사건을 이첩한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법에 따라 검찰서 혐의를 발견하자마자 공수처에 이첩을 했다면 사건 처리에 더 수월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혐의를 발견하고도 기소할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이첩했다. 남은 시간으로는 공수처가 할 수 있는 것은 검찰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만 파악한 후 기소를 위해 다시 검찰에 보내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사실 검찰이 수사 개시할 수 있는 혐의보다 많은 것을 수사한 후 ‘우리 수사 내용대로 기소하라’라는 무언의 압박과 다르지 않다”며 “공수처의 수사를 항상 의심하던 검찰이 이제는 산하 조직서 수사 내용을 확인하듯 공수처를 이용하는 것에 공수처 내부에서는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공수처 검사 출신 법조인도 “바로 공수처에 검사 범죄 혐의 사건을 보내서 수사하라는 것이 공수처법의 취지지만, 공수처가 검찰과 대립각을 세울 만한 힘이 없다 보니, 검사의 범죄 혐의도 검찰이 계속 쥐고 기소할 정도가 돼야 이첩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남은 공소시효 수사력 집중
부실 수사 불명예 털어낼까

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이전에 유일한 성과로 꼽히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지난 14일, 고발 사주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가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국민의힘 김웅 전 의원, 전직 대검찰청 간부 8명 등을 직권남용, 위증,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고발 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김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는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문제의 고발장을 텔레그램을 통해 직접 전달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손 검사장은 1심서 징역 1년이 선고됐지만, 지난해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대검 수정관실서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판단했으며 손 검사가 김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무엇보다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 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 및 공모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던 대검 수정관실 소속 검사에게 총선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판결문이 가리키는 ‘진범’은 따로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준성이 이 사건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로 전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손준성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또는 스스로 수사 정보를 수집했다면, 이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준성도)수정관실서 윤석열의 처, 장모 관련 형사사건 정보 및 판결문 등을 검색하고 사건 경과를 정리하며, 의혹 제기에 장모의 입장서 대응하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당시 손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계에 주목했다.

공수처는 당초 손 검사장만 불구속 기소하고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 등 다른 피의자들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법원서 손 검사장의 상급자(윤 대통령 등)가 고발 사주를 지시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새로이 고발장을 접수하고 재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궁지에 몰린 공수처가 전·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를 통해 살아날 구멍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가 생겨난 후부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공소시효도 얼마 남지 않은 사건 처리로 급부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적 외풍
마지막 기회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의 수사 능력에는 계속 의문점이 있었다”며 “오랜 기간 수사를 해도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발등에 불똥 떨어진 지금 갑자기 수사력이 올라오길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 공수처 출신 변호사도 “공수처는 항상 인력 문제를 갖고 있다”며 “게다가 시간이 부족한 지금, 해당 사건들에 아무리 수사력을 집중해도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검찰이 어물쩍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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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