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윤석열의 남자’ 심우정

‘배신의 칼’ 넣고 ‘충성의 칼’ 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 지명되면서 내달 3일 열리는 청문회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검사 임관 전의 과거 음주 운전을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수통 후보들 대신 기획통인 심 후보자를 선택한 가운데 검찰에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잘 풀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사로 임관하기 전 음주 운전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 국회에 제출된 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심 후보자는 사법연수원생 신분이던 지난 1995년 5월 음주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같은 해 8월 서울중앙지법원서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며 그대로 확정됐다. 

면허정지?
벌금 70만원

당시 벌금 수준으로 볼 때 심 후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2019년 개정되기 전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 0.1% 미만일 때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심 후보자는 같은 해 12월2일 김영삼 대통령이 ‘일반 사면령’을 공포하면서 도로교통법 위반죄를 사면받았고, 이후 2000년 검사로 임관했다. 

당시 김영삼정부는 국회 동의를 얻어 1995년 8월10일 이전에 도로교통법 위반 등 35개의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일반 사면령’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검사 임관 이전인 약 30년 전에 음주 운전으로 적발됐다가 일반사면을 받은 사실이 있다”며 “비록 일반사면을 받았고 검사 임관 이전의 일이긴 하지만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 이후 지금까지 몸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공직자로서 처신에 더욱 주의하겠다”고 사과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심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명의의 재산으로 총 108억8800만원을 신고했는데, 대부분 배우자 몫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따르면, 심 후보자 본인 명의의 재산은 14억2200만원이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아파트(177.15㎡) 절반(10억3000만원)과 2017년식 제네시스 G80 승용차(예금 3억6300만원), 증권(420만원) 등이다. 

배우자 명의의 재산은 92억7928만원이다. 배우자는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지분 나머지 50%를 비롯해 부산, 대전, 경남 거창 등지에 약 23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 상가 등을 소유하고 있었다. 

예금 32억1106만원과 증권 26억3723만원, 2017년식 제네시스 G80 승용차, 4600만원 상당의 골프 회원권도 재산으로 신고했다. 배우자는 부동산 재산 중 아파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친 고 김충경 동아연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았다. 

윤,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특수통 대신 기획통 선택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심 후보자의 딸은 5582만원, 대학생인 아들은 1억2343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들이 보유한 재산은 대부분 애플·엔비디아·AMD 등 해외 등 해외 기업 주식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3일, 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해 내달 3일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건희 여사 수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등 야권 수사가 청문회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또 카카오그룹과 관련한 이해충돌이 쟁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심 후보자는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기소된 카카오그룹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 공소 유지를 총괄하게 된다.

심 후보자의 동생인 심우찬 변호사가 지난 5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책임경영위원회에 영입돼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도 법조계에선 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명이 확정되면 이 총장의 임기 종료 이튿날인 다음 달 16일부터 총장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신임 총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9월까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차기 검찰총장에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서 윤 대통령이 박성재 법무부 장관 제청을 받고 새 검찰총장 후보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심 후보자는 법무검찰 주요 분야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왔다”며 “합리적 리더십으로 구성원의 신망이 두텁고 형사 절차 및 제도에 넓은 식견,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향후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고 법치주의, 헌법 수호, 국민 보호 등 검찰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문회
쟁점은?

심 후보자는 검찰 내부서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다.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평가다. 

그는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 차장검사 등 검찰을 지휘·감독하거나 법무 정책을 수립하고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을 주로 맡았다. 

특수통·공안통 검사가 주로 맡는 검찰총장으로 기획통을 발탁한 것은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1년 한상대 전 총장 이후 13년 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수통 출신들이 개별 사건에 집중해 파고든다면 기획통은 통상 검찰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국회와 법원 등 다양한 외부 기관과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야권 등 정치권 공세에 검찰조직이 동요하는 상황서 법무부 소속으로 국회 대응 경험이 많은 심 후보자가 나머지 후보 중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도 있다. 어려운 수사를 풀어내고 관리하는 데도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총장보다 기수가 높은 심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면서, 검찰조직은 당분간 큰 인사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에는 그동안 신임 총장이 임명되면 선배와 동기들이 그만두는 관례가 있어 왔다. 

하지만 심 후보자의 경우 동기인 임관혁 서울고검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후배들이어서 고위직 줄사퇴와 이에 따른 대규모 인사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또 검찰조직 운영 방향도 안정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특히 지난 5월 검찰 고위직 인사와 김 여사 수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출됐던 대통령실과 대검, 서울중앙지검 간 불협화음을 수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자가 지명된 것은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 여사의 조사 방식을 두고 이 총장과 수사를 맡은 중앙지검이 갈등을 빚은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여사 수사팀에 속한 검사가 대검찰청의 이른바 ‘총장 패싱’ 진상 파악에 반발해 사표를 내는 등 검찰 내 갈등이 컸던 만큼 심 후보자는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과제를 맡게 됐다.

심 후보자는 야권의 검사 탄핵과 검찰청 폐지 추진 등 공세에 대응하는 책무도 맡아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처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 법안을 추진하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엔 검찰이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수사 과정서 3000여명의 통신 내역을 조회한 것을 두고 ‘사찰’로 규정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낙점한 이유
두터운 신망

심 후보자는 지난 11일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 앞에서 검찰총장 후보 지명자 소감 발표를 통해 “엄중한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자는 야권서 추진 중인 검사 탄핵에 대해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검찰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사 탄핵은 검찰이 제대로 일을 못하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잘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현직 영부인들에 대한 수사 원칙에 대해 “증거와 법리를 따라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게 되도록 구성원을 잘 이끌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 ‘특혜도 성역이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는 “어떠한 수사에 있어서도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며 “저도 똑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다만 검찰 구성원들이 앞으로 그런 믿음을 갖고 당당히 본인들의 일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이튿날엔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돼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고, 그 역할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심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고등검찰청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첫 출근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질의에 “공직자는 각자의 자리서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와 해결 방안을 묻는 말에는 “결국 검찰 구성원 개개인이 사명감을 갖고 검찰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취임한다면)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임관 전 음주운전 적발…일반 사면
카카오 수사 이해충돌 부상 가능성

그는 첫 출근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막중한 책임감 느끼고 있고 또 국민 여러분께서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오늘 첫 출근인 만큼 앞으로 성실하게 청문회 준비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 김건희 여사 수사와 관련한 검찰 내 갈등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건이 진행 중인데 공직 후보자로서 사건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그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심 후보자는 전날 비슷한 취지의 질문에 대해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바 있다. 

심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첫 출근하면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전무곤 기획조정부장을 단장으로 대검찰청 인력 중심으로 구성된다. 

총괄팀장은 장준호 대검 정책기획과장, 청문지원팀장은 김남훈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장, 정책팀장은 문현철 대검 인권정책관, 홍보팀장은 이응철 대검 대변인이 맡는다.

심 후보자는 1971년 충남 공주서 태어나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충남도지사 등을 지낸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아들이기도 하다. 충청 출신 검찰총장은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2년 충남 보령 출신 김각영 전 총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난 1994년 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심 후보자는 2000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춘천지검 강릉지청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법무부 검찰과 검사, 대전지검 부부장검사, 주LA 총영사관 법무협력관을 지내며 수사·기획 경험을 쌓았다. 

문재인정부 들어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등을 지낸 뒤 2019년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임명,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을 보좌하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서울동부지검장, 인천지검장, 대검 차장검사를 거쳐 지난 1월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지난 2017년 형사1부장으로 손발을 맞췄던 인연이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이었던 당시 국정 농단 방조 의혹을 받았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특혜 의혹을 수사하기도 했다. 

심 후보자는 박 장관뿐만 아니라 김주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과도 근무한 인연이 있다. 지난 2014년 1월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김 수석을 보좌했다. 

이후 2015년 2월부터 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했는데, 당시 중앙지검장이 박 장관이었다. 심 후보자는 이 총장보다 한 기수 선배임에도 대검 차장으로 총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아울러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후임 인선 과정서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장관 직무대행도 했다.

복잡한 형국
산적한 난제

지난 2018년 10월 신설된 ‘검사 선서’ 제정에 실무자로 참여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심 후보자는 검찰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어수선한 검찰조직을 재정비해 조기 안정화를 구축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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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