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부 강화’ 심우정 처음 꺼낸 이유

장기 미제사건부터 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취임 후 해결할 최우선 과제로 ‘형사부 강화’를 선택했다. 매번 김칫국만 들이켜던, 검찰개혁 정책이었던 형사부 강화와 관련해 TF까지 출범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TF가 올해 안에 해결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늘어난 장기 미제사건,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될지 지켜볼 시점이다.

역대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을 이야기할 때 늘 나오는 정책 중 하나가 형사부 강화였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기업이 연루된 사건이 주된 관심을 받으며 해당 정책은 공수표처럼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검찰 내부에선 심우정 검찰총장의 최우선 과제로 형사부 강화가 꼽힌 만큼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심각한 현실

검찰 형사부 강화가 새삼스레 주목받는 이유는 심 총장이 취임 전부터 계속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심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서도 “형사부 검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9일 취임사에선 “형사부의 인력, 조직을 대폭 강화하겠다” “개선방안이 구호에 그치지 않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선 형사부 검사들의 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검찰에는 매년 40만건이 넘는 고소·고발 건이 접수되고 사건 대부분이 형사부에 배당된다. 형사부 검사 1명이 매달 배당받는 사건은 100건이 넘는다. 검사들 표현으론 사건을 ‘쳐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검찰에서는 사건 배당 후 3개월을 통상적인 사건 처리 기간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수사결정시스템서 사건을 수리한 지 3개월 미만인 경우엔 사건이 검은색으로 표시되다가 3개월이 넘으면 초록색, 4개월을 넘으면 빨간색으로 바뀐다.

말 그대로 수사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게다가 상부에서는 매달 미제사건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어 일선 형사부 검사들은 사건 처리를 위한 밤샘 근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검찰청의 3개월 초과 장기 미제사건은 1만4421건이었다. 2020년 1만1008건이었다가 2021년 4426건으로 줄었지만, 2022년 9268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2년 연속 급증했다. 6개월 초과 미제로 범위를 좁히면 4693건(2020년)→2503건(2021년)→3932건(2022년)→6594건(2023년)으로 증가세다. 

전체 사건 대비 장기 미제사건의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다 지난해 10%를 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2020년 5.05%, 2021년 7.72%, 2022년 7.59%를 거쳐 지난해 11.5%에 달했다.

형사부 검사 1명당 100건 이상 배당
지난해 3개월 초과 미제 1만4000여건

특히 장기 미제 증가율은 소규모 검찰청일수록 높았다. 규모가 작을수록 검사 한 명 감소에 대한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 최소 수준인 춘천지검은 3개월 초과 장기 미제사건이 2021년 41건서 지난해 508건으로 10배 이상 늘어 이 시기 증가율 전국 1위였다.


검찰 장기 미제사건이 감소한 해는 2021년이 유일했는데, 바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때다. 당시 검찰의 사건이 줄었던 것은 바뀐 수사권에 적응하던 경찰이 검찰에 사건 송치를 적게 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지난 2022년부터 경찰의 송치가 다시 늘고,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이 이의제기로 다시 검찰에 넘어오면서 검찰서 겪는 지체현상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내부에선 장기 미제의 이유로 ▲검경 수사권 조정 ▲부족한 인력 ▲디지털포렌식 등 수사 과정 증가 등을 꼽는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뿐 아니라 검찰의 사건 처리 속도에도 큰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선의 한 검사장은 “한 사건이 여러 개로 분리돼 검찰·경찰로 나눠지거나, 수사기관 사이 ‘핑퐁’이 이뤄지면서 검토해야 할 기록 자체가 훨씬 많고 복잡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지난해 수사준칙 개정으로 검찰이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분담하지만, 여전히 검사가 직접 조사해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기보다는 경찰 기록 검토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라면서 “전반적으로 사건 처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느슨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문제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건을 직접 맡은 평검사 숫자가 계속 줄고, 수사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맡는 대형 사건 재판이 늘어지면서, 일선 형사부의 부담이 과중되고 있다. 

게다가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최근 보안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포렌식 수사에 드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도 수사 지연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압수한 자료를 포렌식할 수 있는 참관실이 부족해 손도 못 댄 채 6개월이 지나는 사건도 상당하다고 한다.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낙점
“말뿐인 전직 총장들과 달라”

실제 대검이 전국 검찰청서 사건을 수사하는 실제 근무 인원을 토대로 검사 한 명이 하루에 새로 맡는 피의자 수를 계산해 봤더니, 2020년 7.3명서 이듬해 6.1명으로 줄었다가 2022년 6.8명, 지난해 7.6명으로 다시 급증해 장기 미제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검사 수를 늘리기 위한 검사정원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계속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심 총장은 취임 후 첫 활동으로 ‘형사부 TF’를 출범시키며 기대를 모으는 분위기다.


지난 27일 대검찰청은 ‘검찰 형사부 강화 TF’를 정식으로 출범했다. 그날 TF는 심 총장과 상견례한 뒤 첫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것처럼 민생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TF가 조직됐다”고 설명했다.

TF는 일선 지방검찰청의 형사부 소속 5~11년 차 검사 7명으로 구성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김천지청, 안양지청, 성남지청,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서울중앙지검 등 소속청도 모두 다르며, 기수 역시 해당 청의 수석검사급(사법연수원 42기)부터 막내급(변호사시험 8회)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모두 형사부로서 실적이 좋은 검사들로 심 총장은 일선에 있는 검사들에게 직접 의견을 듣고 실현 가능한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첫발을 뗀 TF는 앞으로 속도감 있게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주 1~2회 온·오프라인 회의를 토대로 대검서도 주무 부서와 중간 점검용 회의를 열고, 올해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TF에선 인력 운용, 편제, 업무시스템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일선서 체감하는 문제와 해결 방안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우선?

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소속 검사는 “매번 특별수사팀과 공안수사팀의 인력을 형사부로 투입하겠다는 허울뿐인 말을 내뱉었던 총장들과 사뭇 다르다”며 “정치권서 검찰에 대한 압박이 강하지만 내부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듯한 모습이라 다행”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다만 실적이 좋은 검사들로만 TF가 구성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선 검사들의 이야기 담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1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