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몰이’ 정치권 노림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18 08:54:16
  • 호수 1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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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무장해제 노리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양 세력은 서로의 무장해제를 노리기 시작했다. 보수정당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해체를 주장하고 있고, 범야권은 검수완박을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 현실적인 힘은 범야권이 가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구속을 취소하는 근거로 ▲구속기간 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 여부를 제시했다.

합동작전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선 격론이 이어졌다. 그동안 구속기간을 계산하는 기준은 시간이 아니라 일 단위였다. 형사소송법 제66조는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이 사례가 최초였다.

따라서 “왜 하필 윤 대통령에게 이런 해석이 처음 적용되느냐”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것도 구속 취소 근거로 들었다. 이어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과 판단도 없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직권남용 혐의를 인지한 후 관련 범죄인 내란죄 수사를 했다”면서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해 윤 대통령을 체포·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체포적부심을 기각했고, 서울서부지법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의 주장엔 윤 대통령 측이 파고들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헌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수 없다. 직권남용 혐의 소추를 진행할 수 없다면, 인지된 관련 범죄인 내란죄에 대한 수사 및 기소도 진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발과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진 일원으로 참여해 지난 2022년 10월 한국사법행정학회가 발간한 <주석 형사소송법>엔 “일 단위로 하는 기간엔 수사기관의 구속기간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제기했다면, 집행정지 효력 때문에 윤 대통령은 석방될 수 없었다. 하지만 심우정 검찰총장은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후 52일 만인 지난 8일 석방됐다.

이 사법 리스크 때문에
검찰만 공격하는 민주당

법원은 절차적 상황을 근거로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고, 검찰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주도한 기관은 공수처였다. 정치권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공격 대상을 달리 정해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보수 정치권은 공수처에 대한 거센 공격을 시작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공수처가 더는 존립할 이유가 없다”면서 공수처 폐지를 주장했다. 국정조사특위서 활동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0일, 오동운 공수처장을 윤 대통령 불법 체포 및 구금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 11일 공수처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공수처에 대해선 성과 부족, 검찰 및 경찰과의 중복 수사 문제, 정치적 편향성 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연간 평균 운영비가 200억원에 달하지만, 출범 5년 차까지 직접 기소한 사건은 5건,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1건에 불과해 무용론 지적이 계속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외 공동 발의자 11명 중 같은 개혁신당 소속인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이주영 정책위의장 외 9명은 ‘맹윤(맹렬한 친윤)’ 윤상현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이다. 국민의힘에서 윤 대통령에게 가장 비판적인 김상욱 의원도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물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의석수는 모두 합쳐 111석에 불과하다. 공수처를 실제로 폐지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정치적 공세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꾸준히 갈등을 이어갔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공수처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단 측면서 “제한적으로나마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특히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말라”고 지시한 심 총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심 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물론, 탄핵소추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탄핵소추를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전까지 총 29회에 걸쳐 탄핵소추를 성사시켰고,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이후 지지율 추락을 겪었기 때문이다.

현실적 힘 있는 범야권
이참에 검수완박 재추진?

민주당은 윤 대통령 석방을 결정한 법원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오는 26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항소심 선고가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재판 제1심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현 상황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중 가장 중대한 위기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이 대표 때문에 감히 법원은 공격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에선 검찰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세를 다시 이어나가고 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 ▲수사절차법 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일명 ‘검수완박’ 법안으로 통했던 검찰개혁 4법 입법을 다시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검찰청 폐지 후 공소청이 기소·공소 유지를 전담하고, 검찰이 현재 쥐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기는 방안이 담겨있다. 검찰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범야권의 공세가 다시 수면 위에 올라왔다.

공수처가 설치되면서 양 세력은 상대를 겨냥할 수 있는 칼을 하나씩 쥐고 겨눌 수 있게 됐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초유의 상황은 검찰과 공수처 모두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각종 논란을 수없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법원도 같은 서울중앙지법서 재판부별로 각각 체포·구속에 대한 다른 판단을 내놓으면서 정국의 혼선이 더욱 커졌다.


양 세력은 상대방의 칼 역할을 하는 기관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세로써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이후의 정국에 대처하고 있다. 현실적인 힘은 총 189석을 보유하고 있는 범야권이 쥐고 있다. 범야권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역으로 기회로 삼아 검찰을 해체할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을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하고, 검사의 수사권 근거 조항인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하려고 한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가 오히려 민주당과 검찰의 오랜 악연을 청산하려는 구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지층도 이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눈치싸움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서 파면되고, 민주당이 조기 대선서 승리한다면, 정권과 압도적 의석수의 힘을 앞세워 정권 출범 초기의 호기를 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범야권은 오랜 악연을 완전히 청산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심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결정이 검찰의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탄핵 심판 선고와 조기 대선이란 흐름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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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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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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