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한덕수 시한부 한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31 10:06:05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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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시 조기 대선 거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윤석열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부의 예측불허 행보 속 정치권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각각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로써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탄핵소추된 후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로 복귀했다.

돌아온
권한대행

기각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5명은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던 한 권한대행에 대해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4명은 “헌재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다고 보기 어렵고 권한대행의 역할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후임 권한대행이 3명 중 2명을 임명해 손상된 헌법 질서가 일부 회복됐다”면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별개 의견을 제시한 김복형 재판관은 “국회 선출 재판관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고, 상당한 기간 내에 임명하면 된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각하 의견을 제시한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문제를 지적했다. 국무총리를 탄핵 소추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1/3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과반수가 발의하고, 2/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겐 가중 의결정족수 요건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 5당은 지난 21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었다. 이들은 “헌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으니 헌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가담했고,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로부터 3일 후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했기 때문에,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서 “한 권한대행이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쌍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국민의힘에 유리하도록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합의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모두 “여야 합의가 있을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면서 임명하지 않았다.

또한 쌍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내란 특검법)이 국회서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특검 임명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뚜렷한 기준 없이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만 임명했고, 쌍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 등에 대해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쌍 특검 이어
쌍 탄핵 추진?

특히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8일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하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주 1회 회동을 통해 국정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의 책임총리 체제를 발표했는데, 이는 탄핵소추 사유로 이어졌다.

헌재는 이를 두고 “일상적인 당정 협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한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통수권과 외교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서 배제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던 전례가 있다.

이렇듯 두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권한대행이 맡든, 최 부총리가 맡든 국민의힘이 크게 신경 쓸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을 비난하고, 한 권한대행의 복귀를 환영하는 반응 외 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움직임이 격렬해진 쪽은 민주당이다.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날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일 이틀 전이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복귀하자마자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면서 재탄핵 카드를 언급하는 등 다급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서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지난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제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 대표의 일명 “김문기를 모른다”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 관련 “국토부의 협박” 발언에 대해 전부 유죄를 선고하고, 징역 1년 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문기’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거나 “거짓말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제시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과 찍은 골프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보여주는 등 조작을 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한 후 협박한 것”이란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따라 용도 변경했단 해석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대법원이 확정한다. 그래서 항소심 판결만으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관련 법적 논란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은 조기 대선 시 이 대표의 출마 가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정치적 잣대 역할로 통하고 있었다.

국민의힘도 항소심 유죄 판결을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키는 방법으로 한 조기 대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격렬해진
범야권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로 인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이은 조기 대선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만약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면,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더욱 격렬하게 조기 대선을 갈망했을 가능성이 컸다.

민주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이 대표가 갑자기 사라지면, 당을 장악하지 못한 다른 대권주자들의 군웅할거가 진행될 수도 있었다. 아울러 이 대표의 유죄가 확정됐다면, 민주당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지원받았던 국고보조금 434억원을 반납해야 하는 현실적인 궁지에도 몰렸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 대표가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일각에선 “헌재가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후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이범준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5일 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늦추는 이유에 대해 “일부 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 때문에 사건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각하하려는 재판관 2명이 국론과 소신을 놓고 고민한다는 명분으로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까지 지내보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탄핵 심판서 소수 의견 공개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 정치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논의할 가능성이 없고, 소수 의견을 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거를 제시했다.

정리하면,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소수 의견을 끝까지 유지할지 결정할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취지의 추론이었다.

이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논란서도 진행됐던 흐름이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형사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에 대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항변을 받아들이면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없으므로, 상급심서 파기 사유나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을 제시했다.

이는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실제로 석방돼 비난 여론이 조성되지 않도록 검찰에 즉시항고 제기를 간접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실제로 지 부장판사에 대해선 “왜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취지로 일각의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적대적 공생
언제까지?

검찰 수사팀은 즉시항고 제기를 주장했지만,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를 포기하도록 지휘했다. 법원이 판을 깔아놓은 상황서 검찰이 굳이 즉시항고를 제기할 이유는 없었다. 즉, 법원이 검찰에 공을 넘기려다가 일격을 맞은 것 같은 구도가 완성됐던 것이다.

추론대로라면, 대법원과 함께 양대 최고 법원인 헌재가 하급법원의 판결을 살펴 결론을 내는 이상한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있어도 곤란하고, 없어도 곤란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적대적 공생 관계로 알려졌다. 서로의 지지자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됨으로써, 서로의 정치생명을 유지해 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의 연결을 아직 끊지 않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강력해졌기 때문에 끊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대표에 대한 강성보수 성향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증오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자양분이 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전히 윤 대통령을 배경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지키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이 대표에 대한 항소심 무죄 선고는 역설적으로 이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은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 선고를 받았어야 대한민국의 실질적 1인자와 2인자가 사라진 상황서 무주공산이 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들로선 경선서 윤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하고, 어렵게 진출한 본선에선 질 가능성이 더 큰 이 대표와의 무지막지한 대결을 해야 한다. 현대 정치에선 대선 재수를 생각하기 어렵다. 21세기 이후 한국 정치에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재수 끝에 당선됐고, 현시점에선 이 대표가 대선 삼수에 도전하고 있다. 이 3명의 공통점은 당내 영향력이 막강하단 것이다.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은 삼수에 도전하고 있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재수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3명만큼의 영향력과 득표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아울러 대선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정치적 신이 된 윤 대통령 및 그를 따르는 의원들과의 내부 투쟁이 쉼 없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신이 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파면된 이유와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만들면서 대기업들에 출연을 강요했다가 파면됐다. 이는 기업경영의 자유를 추종하는 보수세력이 용납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양 재단에 출연했던 대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나갔다.

헌재 침묵 속
끝없는 억측들

이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서둘러 절연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스스로 주장하길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민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증오하던 강경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야말로 로망을 자극받아 오래된 웅장한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을 소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실패 후 탄핵소추됐고, 내란죄 피의자로 구속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수모가 윤 대통령을 신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권 원내대표 등 사실상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졌던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의 정치생명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 모두 현 정부 인사로서 이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하더라도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극단적인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 연구원이 지난 4일자 <뉴스타파> 연재 칼럼서 주장했던 내용이었다. 당시엔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최 부총리가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제기됐던 주장이었다.

이 연구원은 칼럼서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수용할지 여야 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대선을 곧바로 공고하기 힘드니, 합의 후 공고하겠다고 밝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최 부총리도 내란죄 피의자고, 국회 내란 특검법을 거듭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서 살아 돌아왔지만,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하는 태도와 거부권을 행사하는 논거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래서 한 권한대행에게 적용해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임기 안에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결정하지 않고 퇴임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지난 26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 소문을 언급하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조금은 불안감이 든다”며 “그렇게까지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무책임한 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다시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각자의 선택을 강행하면서 정치적 혼란을 유발하는 것은 양당 모두 같다. 그러다 보니, 듣기엔 황당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헌재가 공언을 지키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지난해 12월27일 “대통령 탄핵은 다른 사건보다 당연히 중요하다”며 “가장 시급하고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의 끝 없는 침묵 속에서 선고기일은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리저리
차일피일?

그러다 보니 정치권과 언론에선 헌재에 대한 날선 비판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도 지난 26일 “혼돈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해야 할 헌재가 결정을 미룬단 것 자체가 헌정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헌재에 대한 각종 억측이 나오더라도, 그 원인은 헌재가 선고를 미룬 것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억울해하긴 어려워졌다. 법학에 입문한 학생이 처음 배우는 재판의 이념 중 하나는 신속이다.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에게 입문자들이 배우는 개념이 자꾸 강조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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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