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한덕수 시한부 한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31 10:06:05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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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시 조기 대선 거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윤석열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부의 예측불허 행보 속 정치권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각각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로써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탄핵소추된 후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로 복귀했다.

돌아온
권한대행

기각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5명은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던 한 권한대행에 대해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4명은 “헌재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다고 보기 어렵고 권한대행의 역할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후임 권한대행이 3명 중 2명을 임명해 손상된 헌법 질서가 일부 회복됐다”면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별개 의견을 제시한 김복형 재판관은 “국회 선출 재판관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고, 상당한 기간 내에 임명하면 된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각하 의견을 제시한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문제를 지적했다. 국무총리를 탄핵 소추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1/3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과반수가 발의하고, 2/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겐 가중 의결정족수 요건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 5당은 지난 21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었다. 이들은 “헌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으니 헌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가담했고,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로부터 3일 후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했기 때문에,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서 “한 권한대행이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쌍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국민의힘에 유리하도록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합의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모두 “여야 합의가 있을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면서 임명하지 않았다.


또한 쌍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내란 특검법)이 국회서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특검 임명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뚜렷한 기준 없이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만 임명했고, 쌍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 등에 대해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쌍 특검 이어
쌍 탄핵 추진?

특히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8일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하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주 1회 회동을 통해 국정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의 책임총리 체제를 발표했는데, 이는 탄핵소추 사유로 이어졌다.

헌재는 이를 두고 “일상적인 당정 협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한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통수권과 외교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서 배제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던 전례가 있다.

이렇듯 두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권한대행이 맡든, 최 부총리가 맡든 국민의힘이 크게 신경 쓸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을 비난하고, 한 권한대행의 복귀를 환영하는 반응 외 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움직임이 격렬해진 쪽은 민주당이다.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날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일 이틀 전이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복귀하자마자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면서 재탄핵 카드를 언급하는 등 다급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서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지난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제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 대표의 일명 “김문기를 모른다”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 관련 “국토부의 협박” 발언에 대해 전부 유죄를 선고하고, 징역 1년 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문기’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거나 “거짓말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제시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과 찍은 골프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보여주는 등 조작을 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한 후 협박한 것”이란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따라 용도 변경했단 해석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대법원이 확정한다. 그래서 항소심 판결만으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관련 법적 논란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은 조기 대선 시 이 대표의 출마 가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정치적 잣대 역할로 통하고 있었다.

국민의힘도 항소심 유죄 판결을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키는 방법으로 한 조기 대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격렬해진
범야권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로 인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이은 조기 대선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만약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면,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더욱 격렬하게 조기 대선을 갈망했을 가능성이 컸다.

민주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이 대표가 갑자기 사라지면, 당을 장악하지 못한 다른 대권주자들의 군웅할거가 진행될 수도 있었다. 아울러 이 대표의 유죄가 확정됐다면, 민주당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지원받았던 국고보조금 434억원을 반납해야 하는 현실적인 궁지에도 몰렸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 대표가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일각에선 “헌재가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후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이범준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5일 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늦추는 이유에 대해 “일부 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 때문에 사건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각하하려는 재판관 2명이 국론과 소신을 놓고 고민한다는 명분으로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까지 지내보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탄핵 심판서 소수 의견 공개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 정치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논의할 가능성이 없고, 소수 의견을 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거를 제시했다.

정리하면,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소수 의견을 끝까지 유지할지 결정할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취지의 추론이었다.


이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논란서도 진행됐던 흐름이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형사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에 대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항변을 받아들이면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없으므로, 상급심서 파기 사유나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을 제시했다.

이는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실제로 석방돼 비난 여론이 조성되지 않도록 검찰에 즉시항고 제기를 간접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실제로 지 부장판사에 대해선 “왜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취지로 일각의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적대적 공생
언제까지?

검찰 수사팀은 즉시항고 제기를 주장했지만,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를 포기하도록 지휘했다. 법원이 판을 깔아놓은 상황서 검찰이 굳이 즉시항고를 제기할 이유는 없었다. 즉, 법원이 검찰에 공을 넘기려다가 일격을 맞은 것 같은 구도가 완성됐던 것이다.

추론대로라면, 대법원과 함께 양대 최고 법원인 헌재가 하급법원의 판결을 살펴 결론을 내는 이상한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있어도 곤란하고, 없어도 곤란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적대적 공생 관계로 알려졌다. 서로의 지지자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됨으로써, 서로의 정치생명을 유지해 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의 연결을 아직 끊지 않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강력해졌기 때문에 끊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대표에 대한 강성보수 성향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증오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자양분이 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전히 윤 대통령을 배경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지키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이 대표에 대한 항소심 무죄 선고는 역설적으로 이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은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 선고를 받았어야 대한민국의 실질적 1인자와 2인자가 사라진 상황서 무주공산이 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들로선 경선서 윤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하고, 어렵게 진출한 본선에선 질 가능성이 더 큰 이 대표와의 무지막지한 대결을 해야 한다. 현대 정치에선 대선 재수를 생각하기 어렵다. 21세기 이후 한국 정치에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재수 끝에 당선됐고, 현시점에선 이 대표가 대선 삼수에 도전하고 있다. 이 3명의 공통점은 당내 영향력이 막강하단 것이다.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은 삼수에 도전하고 있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재수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3명만큼의 영향력과 득표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아울러 대선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정치적 신이 된 윤 대통령 및 그를 따르는 의원들과의 내부 투쟁이 쉼 없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신이 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파면된 이유와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만들면서 대기업들에 출연을 강요했다가 파면됐다. 이는 기업경영의 자유를 추종하는 보수세력이 용납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양 재단에 출연했던 대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나갔다.

헌재 침묵 속
끝없는 억측들

이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서둘러 절연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스스로 주장하길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민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증오하던 강경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야말로 로망을 자극받아 오래된 웅장한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을 소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실패 후 탄핵소추됐고, 내란죄 피의자로 구속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수모가 윤 대통령을 신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권 원내대표 등 사실상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졌던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의 정치생명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 모두 현 정부 인사로서 이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하더라도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극단적인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 연구원이 지난 4일자 <뉴스타파> 연재 칼럼서 주장했던 내용이었다. 당시엔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최 부총리가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제기됐던 주장이었다.

이 연구원은 칼럼서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수용할지 여야 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대선을 곧바로 공고하기 힘드니, 합의 후 공고하겠다고 밝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최 부총리도 내란죄 피의자고, 국회 내란 특검법을 거듭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서 살아 돌아왔지만,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하는 태도와 거부권을 행사하는 논거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래서 한 권한대행에게 적용해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임기 안에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결정하지 않고 퇴임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지난 26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 소문을 언급하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조금은 불안감이 든다”며 “그렇게까지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무책임한 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다시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각자의 선택을 강행하면서 정치적 혼란을 유발하는 것은 양당 모두 같다. 그러다 보니, 듣기엔 황당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헌재가 공언을 지키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지난해 12월27일 “대통령 탄핵은 다른 사건보다 당연히 중요하다”며 “가장 시급하고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의 끝 없는 침묵 속에서 선고기일은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리저리
차일피일?

그러다 보니 정치권과 언론에선 헌재에 대한 날선 비판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도 지난 26일 “혼돈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해야 할 헌재가 결정을 미룬단 것 자체가 헌정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헌재에 대한 각종 억측이 나오더라도, 그 원인은 헌재가 선고를 미룬 것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억울해하긴 어려워졌다. 법학에 입문한 학생이 처음 배우는 재판의 이념 중 하나는 신속이다.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에게 입문자들이 배우는 개념이 자꾸 강조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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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