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한덕수 시한부 한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31 10:06:05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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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시 조기 대선 거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윤석열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부의 예측불허 행보 속 정치권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각각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로써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탄핵소추된 후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로 복귀했다.

돌아온
권한대행

기각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5명은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던 한 권한대행에 대해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4명은 “헌재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다고 보기 어렵고 권한대행의 역할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후임 권한대행이 3명 중 2명을 임명해 손상된 헌법 질서가 일부 회복됐다”면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별개 의견을 제시한 김복형 재판관은 “국회 선출 재판관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고, 상당한 기간 내에 임명하면 된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각하 의견을 제시한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문제를 지적했다. 국무총리를 탄핵 소추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1/3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과반수가 발의하고, 2/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겐 가중 의결정족수 요건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 5당은 지난 21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었다. 이들은 “헌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으니 헌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가담했고,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로부터 3일 후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했기 때문에,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서 “한 권한대행이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쌍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국민의힘에 유리하도록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합의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모두 “여야 합의가 있을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면서 임명하지 않았다.

또한 쌍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내란 특검법)이 국회서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특검 임명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뚜렷한 기준 없이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만 임명했고, 쌍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 등에 대해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쌍 특검 이어
쌍 탄핵 추진?

특히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8일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하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주 1회 회동을 통해 국정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의 책임총리 체제를 발표했는데, 이는 탄핵소추 사유로 이어졌다.

헌재는 이를 두고 “일상적인 당정 협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한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통수권과 외교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서 배제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던 전례가 있다.

이렇듯 두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권한대행이 맡든, 최 부총리가 맡든 국민의힘이 크게 신경 쓸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을 비난하고, 한 권한대행의 복귀를 환영하는 반응 외 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움직임이 격렬해진 쪽은 민주당이다.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날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일 이틀 전이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복귀하자마자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면서 재탄핵 카드를 언급하는 등 다급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서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지난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제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 대표의 일명 “김문기를 모른다”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 관련 “국토부의 협박” 발언에 대해 전부 유죄를 선고하고, 징역 1년 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문기’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거나 “거짓말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제시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과 찍은 골프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보여주는 등 조작을 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한 후 협박한 것”이란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따라 용도 변경했단 해석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대법원이 확정한다. 그래서 항소심 판결만으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관련 법적 논란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은 조기 대선 시 이 대표의 출마 가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정치적 잣대 역할로 통하고 있었다.

국민의힘도 항소심 유죄 판결을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키는 방법으로 한 조기 대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격렬해진
범야권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로 인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이은 조기 대선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만약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면,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더욱 격렬하게 조기 대선을 갈망했을 가능성이 컸다.

민주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이 대표가 갑자기 사라지면, 당을 장악하지 못한 다른 대권주자들의 군웅할거가 진행될 수도 있었다. 아울러 이 대표의 유죄가 확정됐다면, 민주당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지원받았던 국고보조금 434억원을 반납해야 하는 현실적인 궁지에도 몰렸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 대표가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일각에선 “헌재가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후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이범준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5일 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늦추는 이유에 대해 “일부 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 때문에 사건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각하하려는 재판관 2명이 국론과 소신을 놓고 고민한다는 명분으로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까지 지내보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탄핵 심판서 소수 의견 공개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 정치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논의할 가능성이 없고, 소수 의견을 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거를 제시했다.

정리하면,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소수 의견을 끝까지 유지할지 결정할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취지의 추론이었다.

이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논란서도 진행됐던 흐름이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형사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에 대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항변을 받아들이면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없으므로, 상급심서 파기 사유나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을 제시했다.

이는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실제로 석방돼 비난 여론이 조성되지 않도록 검찰에 즉시항고 제기를 간접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실제로 지 부장판사에 대해선 “왜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취지로 일각의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적대적 공생
언제까지?

검찰 수사팀은 즉시항고 제기를 주장했지만,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를 포기하도록 지휘했다. 법원이 판을 깔아놓은 상황서 검찰이 굳이 즉시항고를 제기할 이유는 없었다. 즉, 법원이 검찰에 공을 넘기려다가 일격을 맞은 것 같은 구도가 완성됐던 것이다.

추론대로라면, 대법원과 함께 양대 최고 법원인 헌재가 하급법원의 판결을 살펴 결론을 내는 이상한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있어도 곤란하고, 없어도 곤란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적대적 공생 관계로 알려졌다. 서로의 지지자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됨으로써, 서로의 정치생명을 유지해 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의 연결을 아직 끊지 않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강력해졌기 때문에 끊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대표에 대한 강성보수 성향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증오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자양분이 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전히 윤 대통령을 배경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지키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이 대표에 대한 항소심 무죄 선고는 역설적으로 이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은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 선고를 받았어야 대한민국의 실질적 1인자와 2인자가 사라진 상황서 무주공산이 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들로선 경선서 윤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하고, 어렵게 진출한 본선에선 질 가능성이 더 큰 이 대표와의 무지막지한 대결을 해야 한다. 현대 정치에선 대선 재수를 생각하기 어렵다. 21세기 이후 한국 정치에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재수 끝에 당선됐고, 현시점에선 이 대표가 대선 삼수에 도전하고 있다. 이 3명의 공통점은 당내 영향력이 막강하단 것이다.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은 삼수에 도전하고 있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재수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3명만큼의 영향력과 득표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아울러 대선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정치적 신이 된 윤 대통령 및 그를 따르는 의원들과의 내부 투쟁이 쉼 없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신이 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파면된 이유와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만들면서 대기업들에 출연을 강요했다가 파면됐다. 이는 기업경영의 자유를 추종하는 보수세력이 용납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양 재단에 출연했던 대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나갔다.

헌재 침묵 속
끝없는 억측들

이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서둘러 절연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스스로 주장하길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민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증오하던 강경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야말로 로망을 자극받아 오래된 웅장한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을 소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실패 후 탄핵소추됐고, 내란죄 피의자로 구속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수모가 윤 대통령을 신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권 원내대표 등 사실상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졌던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의 정치생명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 모두 현 정부 인사로서 이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하더라도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극단적인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 연구원이 지난 4일자 <뉴스타파> 연재 칼럼서 주장했던 내용이었다. 당시엔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최 부총리가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제기됐던 주장이었다.

이 연구원은 칼럼서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수용할지 여야 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대선을 곧바로 공고하기 힘드니, 합의 후 공고하겠다고 밝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최 부총리도 내란죄 피의자고, 국회 내란 특검법을 거듭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서 살아 돌아왔지만,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하는 태도와 거부권을 행사하는 논거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래서 한 권한대행에게 적용해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임기 안에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결정하지 않고 퇴임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지난 26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 소문을 언급하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조금은 불안감이 든다”며 “그렇게까지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무책임한 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다시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각자의 선택을 강행하면서 정치적 혼란을 유발하는 것은 양당 모두 같다. 그러다 보니, 듣기엔 황당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헌재가 공언을 지키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지난해 12월27일 “대통령 탄핵은 다른 사건보다 당연히 중요하다”며 “가장 시급하고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의 끝 없는 침묵 속에서 선고기일은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리저리
차일피일?

그러다 보니 정치권과 언론에선 헌재에 대한 날선 비판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도 지난 26일 “혼돈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해야 할 헌재가 결정을 미룬단 것 자체가 헌정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헌재에 대한 각종 억측이 나오더라도, 그 원인은 헌재가 선고를 미룬 것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억울해하긴 어려워졌다. 법학에 입문한 학생이 처음 배우는 재판의 이념 중 하나는 신속이다.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에게 입문자들이 배우는 개념이 자꾸 강조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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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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