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한덕수 시한부 한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31 10:06:05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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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시 조기 대선 거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윤석열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부의 예측불허 행보 속 정치권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각각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로써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탄핵소추된 후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로 복귀했다.

돌아온
권한대행

기각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5명은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던 한 권한대행에 대해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4명은 “헌재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다고 보기 어렵고 권한대행의 역할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후임 권한대행이 3명 중 2명을 임명해 손상된 헌법 질서가 일부 회복됐다”면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별개 의견을 제시한 김복형 재판관은 “국회 선출 재판관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고, 상당한 기간 내에 임명하면 된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각하 의견을 제시한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문제를 지적했다. 국무총리를 탄핵 소추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1/3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과반수가 발의하고, 2/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겐 가중 의결정족수 요건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 5당은 지난 21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었다. 이들은 “헌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으니 헌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가담했고,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로부터 3일 후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했기 때문에,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서 “한 권한대행이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쌍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국민의힘에 유리하도록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합의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모두 “여야 합의가 있을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면서 임명하지 않았다.

또한 쌍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내란 특검법)이 국회서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특검 임명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뚜렷한 기준 없이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만 임명했고, 쌍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 등에 대해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쌍 특검 이어
쌍 탄핵 추진?

특히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8일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하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주 1회 회동을 통해 국정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의 책임총리 체제를 발표했는데, 이는 탄핵소추 사유로 이어졌다.

헌재는 이를 두고 “일상적인 당정 협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한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통수권과 외교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서 배제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던 전례가 있다.

이렇듯 두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권한대행이 맡든, 최 부총리가 맡든 국민의힘이 크게 신경 쓸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을 비난하고, 한 권한대행의 복귀를 환영하는 반응 외 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움직임이 격렬해진 쪽은 민주당이다.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날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일 이틀 전이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복귀하자마자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면서 재탄핵 카드를 언급하는 등 다급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서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지난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제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 대표의 일명 “김문기를 모른다”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 관련 “국토부의 협박” 발언에 대해 전부 유죄를 선고하고, 징역 1년 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문기’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거나 “거짓말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제시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과 찍은 골프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보여주는 등 조작을 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한 후 협박한 것”이란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따라 용도 변경했단 해석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대법원이 확정한다. 그래서 항소심 판결만으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관련 법적 논란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은 조기 대선 시 이 대표의 출마 가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정치적 잣대 역할로 통하고 있었다.

국민의힘도 항소심 유죄 판결을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키는 방법으로 한 조기 대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격렬해진
범야권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로 인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이은 조기 대선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만약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면,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더욱 격렬하게 조기 대선을 갈망했을 가능성이 컸다.

민주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이 대표가 갑자기 사라지면, 당을 장악하지 못한 다른 대권주자들의 군웅할거가 진행될 수도 있었다. 아울러 이 대표의 유죄가 확정됐다면, 민주당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지원받았던 국고보조금 434억원을 반납해야 하는 현실적인 궁지에도 몰렸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 대표가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일각에선 “헌재가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후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이범준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5일 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늦추는 이유에 대해 “일부 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 때문에 사건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각하하려는 재판관 2명이 국론과 소신을 놓고 고민한다는 명분으로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까지 지내보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탄핵 심판서 소수 의견 공개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 정치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논의할 가능성이 없고, 소수 의견을 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거를 제시했다.

정리하면,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소수 의견을 끝까지 유지할지 결정할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취지의 추론이었다.

이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논란서도 진행됐던 흐름이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형사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에 대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항변을 받아들이면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없으므로, 상급심서 파기 사유나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을 제시했다.

이는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실제로 석방돼 비난 여론이 조성되지 않도록 검찰에 즉시항고 제기를 간접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실제로 지 부장판사에 대해선 “왜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취지로 일각의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적대적 공생
언제까지?

검찰 수사팀은 즉시항고 제기를 주장했지만,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를 포기하도록 지휘했다. 법원이 판을 깔아놓은 상황서 검찰이 굳이 즉시항고를 제기할 이유는 없었다. 즉, 법원이 검찰에 공을 넘기려다가 일격을 맞은 것 같은 구도가 완성됐던 것이다.

추론대로라면, 대법원과 함께 양대 최고 법원인 헌재가 하급법원의 판결을 살펴 결론을 내는 이상한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있어도 곤란하고, 없어도 곤란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적대적 공생 관계로 알려졌다. 서로의 지지자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됨으로써, 서로의 정치생명을 유지해 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의 연결을 아직 끊지 않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강력해졌기 때문에 끊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대표에 대한 강성보수 성향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증오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자양분이 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전히 윤 대통령을 배경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지키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이 대표에 대한 항소심 무죄 선고는 역설적으로 이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은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 선고를 받았어야 대한민국의 실질적 1인자와 2인자가 사라진 상황서 무주공산이 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들로선 경선서 윤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하고, 어렵게 진출한 본선에선 질 가능성이 더 큰 이 대표와의 무지막지한 대결을 해야 한다. 현대 정치에선 대선 재수를 생각하기 어렵다. 21세기 이후 한국 정치에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재수 끝에 당선됐고, 현시점에선 이 대표가 대선 삼수에 도전하고 있다. 이 3명의 공통점은 당내 영향력이 막강하단 것이다.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은 삼수에 도전하고 있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재수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3명만큼의 영향력과 득표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아울러 대선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정치적 신이 된 윤 대통령 및 그를 따르는 의원들과의 내부 투쟁이 쉼 없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신이 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파면된 이유와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만들면서 대기업들에 출연을 강요했다가 파면됐다. 이는 기업경영의 자유를 추종하는 보수세력이 용납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양 재단에 출연했던 대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나갔다.

헌재 침묵 속
끝없는 억측들

이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서둘러 절연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스스로 주장하길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민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증오하던 강경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야말로 로망을 자극받아 오래된 웅장한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을 소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실패 후 탄핵소추됐고, 내란죄 피의자로 구속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수모가 윤 대통령을 신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권 원내대표 등 사실상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졌던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의 정치생명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 모두 현 정부 인사로서 이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하더라도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극단적인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 연구원이 지난 4일자 <뉴스타파> 연재 칼럼서 주장했던 내용이었다. 당시엔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최 부총리가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제기됐던 주장이었다.

이 연구원은 칼럼서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수용할지 여야 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대선을 곧바로 공고하기 힘드니, 합의 후 공고하겠다고 밝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최 부총리도 내란죄 피의자고, 국회 내란 특검법을 거듭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서 살아 돌아왔지만,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하는 태도와 거부권을 행사하는 논거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래서 한 권한대행에게 적용해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임기 안에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결정하지 않고 퇴임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지난 26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 소문을 언급하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조금은 불안감이 든다”며 “그렇게까지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무책임한 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다시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각자의 선택을 강행하면서 정치적 혼란을 유발하는 것은 양당 모두 같다. 그러다 보니, 듣기엔 황당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헌재가 공언을 지키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지난해 12월27일 “대통령 탄핵은 다른 사건보다 당연히 중요하다”며 “가장 시급하고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의 끝 없는 침묵 속에서 선고기일은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리저리
차일피일?

그러다 보니 정치권과 언론에선 헌재에 대한 날선 비판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도 지난 26일 “혼돈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해야 할 헌재가 결정을 미룬단 것 자체가 헌정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헌재에 대한 각종 억측이 나오더라도, 그 원인은 헌재가 선고를 미룬 것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억울해하긴 어려워졌다. 법학에 입문한 학생이 처음 배우는 재판의 이념 중 하나는 신속이다.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에게 입문자들이 배우는 개념이 자꾸 강조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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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