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한덕수 시한부 한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31 10:06:05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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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시 조기 대선 거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윤석열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부의 예측불허 행보 속 정치권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각각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로써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탄핵소추된 후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로 복귀했다.

돌아온
권한대행

기각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5명은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던 한 권한대행에 대해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4명은 “헌재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다고 보기 어렵고 권한대행의 역할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후임 권한대행이 3명 중 2명을 임명해 손상된 헌법 질서가 일부 회복됐다”면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별개 의견을 제시한 김복형 재판관은 “국회 선출 재판관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고, 상당한 기간 내에 임명하면 된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각하 의견을 제시한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문제를 지적했다. 국무총리를 탄핵 소추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1/3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과반수가 발의하고, 2/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겐 가중 의결정족수 요건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 5당은 지난 21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었다. 이들은 “헌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으니 헌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가담했고,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로부터 3일 후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했기 때문에,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서 “한 권한대행이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쌍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국민의힘에 유리하도록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합의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모두 “여야 합의가 있을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면서 임명하지 않았다.

또한 쌍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내란 특검법)이 국회서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특검 임명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뚜렷한 기준 없이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만 임명했고, 쌍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 등에 대해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쌍 특검 이어
쌍 탄핵 추진?

특히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8일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하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주 1회 회동을 통해 국정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의 책임총리 체제를 발표했는데, 이는 탄핵소추 사유로 이어졌다.

헌재는 이를 두고 “일상적인 당정 협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한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통수권과 외교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서 배제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던 전례가 있다.

이렇듯 두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권한대행이 맡든, 최 부총리가 맡든 국민의힘이 크게 신경 쓸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을 비난하고, 한 권한대행의 복귀를 환영하는 반응 외 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움직임이 격렬해진 쪽은 민주당이다.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날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일 이틀 전이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복귀하자마자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면서 재탄핵 카드를 언급하는 등 다급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서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지난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제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 대표의 일명 “김문기를 모른다”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 관련 “국토부의 협박” 발언에 대해 전부 유죄를 선고하고, 징역 1년 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문기’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거나 “거짓말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제시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과 찍은 골프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보여주는 등 조작을 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백현동 용도변경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한 후 협박한 것”이란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따라 용도 변경했단 해석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대법원이 확정한다. 그래서 항소심 판결만으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관련 법적 논란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은 조기 대선 시 이 대표의 출마 가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정치적 잣대 역할로 통하고 있었다.

국민의힘도 항소심 유죄 판결을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키는 방법으로 한 조기 대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격렬해진
범야권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로 인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이은 조기 대선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만약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면,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더욱 격렬하게 조기 대선을 갈망했을 가능성이 컸다.

민주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이 대표가 갑자기 사라지면, 당을 장악하지 못한 다른 대권주자들의 군웅할거가 진행될 수도 있었다. 아울러 이 대표의 유죄가 확정됐다면, 민주당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지원받았던 국고보조금 434억원을 반납해야 하는 현실적인 궁지에도 몰렸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 대표가 항소심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일각에선 “헌재가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후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이범준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5일 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늦추는 이유에 대해 “일부 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 때문에 사건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각하하려는 재판관 2명이 국론과 소신을 놓고 고민한다는 명분으로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까지 지내보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탄핵 심판서 소수 의견 공개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 정치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논의할 가능성이 없고, 소수 의견을 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거를 제시했다.

정리하면,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소수 의견을 끝까지 유지할지 결정할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취지의 추론이었다.

이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논란서도 진행됐던 흐름이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형사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에 대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항변을 받아들이면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없으므로, 상급심서 파기 사유나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을 제시했다.

이는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실제로 석방돼 비난 여론이 조성되지 않도록 검찰에 즉시항고 제기를 간접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실제로 지 부장판사에 대해선 “왜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취지로 일각의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적대적 공생
언제까지?

검찰 수사팀은 즉시항고 제기를 주장했지만,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를 포기하도록 지휘했다. 법원이 판을 깔아놓은 상황서 검찰이 굳이 즉시항고를 제기할 이유는 없었다. 즉, 법원이 검찰에 공을 넘기려다가 일격을 맞은 것 같은 구도가 완성됐던 것이다.

추론대로라면, 대법원과 함께 양대 최고 법원인 헌재가 하급법원의 판결을 살펴 결론을 내는 이상한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있어도 곤란하고, 없어도 곤란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적대적 공생 관계로 알려졌다. 서로의 지지자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됨으로써, 서로의 정치생명을 유지해 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의 연결을 아직 끊지 않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강력해졌기 때문에 끊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대표에 대한 강성보수 성향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증오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자양분이 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전히 윤 대통령을 배경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지키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이 대표에 대한 항소심 무죄 선고는 역설적으로 이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은 이 대표가 항소심서도 유죄 선고를 받았어야 대한민국의 실질적 1인자와 2인자가 사라진 상황서 무주공산이 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들로선 경선서 윤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하고, 어렵게 진출한 본선에선 질 가능성이 더 큰 이 대표와의 무지막지한 대결을 해야 한다. 현대 정치에선 대선 재수를 생각하기 어렵다. 21세기 이후 한국 정치에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재수 끝에 당선됐고, 현시점에선 이 대표가 대선 삼수에 도전하고 있다. 이 3명의 공통점은 당내 영향력이 막강하단 것이다.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은 삼수에 도전하고 있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재수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3명만큼의 영향력과 득표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아울러 대선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정치적 신이 된 윤 대통령 및 그를 따르는 의원들과의 내부 투쟁이 쉼 없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신이 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파면된 이유와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만들면서 대기업들에 출연을 강요했다가 파면됐다. 이는 기업경영의 자유를 추종하는 보수세력이 용납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양 재단에 출연했던 대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나갔다.

헌재 침묵 속
끝없는 억측들

이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서둘러 절연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스스로 주장하길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민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증오하던 강경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야말로 로망을 자극받아 오래된 웅장한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을 소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실패 후 탄핵소추됐고, 내란죄 피의자로 구속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수모가 윤 대통령을 신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권 원내대표 등 사실상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졌던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의 정치생명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 모두 현 정부 인사로서 이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하더라도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극단적인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 연구원이 지난 4일자 <뉴스타파> 연재 칼럼서 주장했던 내용이었다. 당시엔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최 부총리가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제기됐던 주장이었다.

이 연구원은 칼럼서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수용할지 여야 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대선을 곧바로 공고하기 힘드니, 합의 후 공고하겠다고 밝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최 부총리도 내란죄 피의자고, 국회 내란 특검법을 거듭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서 살아 돌아왔지만,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하는 태도와 거부권을 행사하는 논거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래서 한 권한대행에게 적용해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임기 안에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결정하지 않고 퇴임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지난 26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 소문을 언급하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조금은 불안감이 든다”며 “그렇게까지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무책임한 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다시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각자의 선택을 강행하면서 정치적 혼란을 유발하는 것은 양당 모두 같다. 그러다 보니, 듣기엔 황당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헌재가 공언을 지키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지난해 12월27일 “대통령 탄핵은 다른 사건보다 당연히 중요하다”며 “가장 시급하고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의 끝 없는 침묵 속에서 선고기일은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리저리
차일피일?

그러다 보니 정치권과 언론에선 헌재에 대한 날선 비판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도 지난 26일 “혼돈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해야 할 헌재가 결정을 미룬단 것 자체가 헌정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헌재에 대한 각종 억측이 나오더라도, 그 원인은 헌재가 선고를 미룬 것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억울해하긴 어려워졌다. 법학에 입문한 학생이 처음 배우는 재판의 이념 중 하나는 신속이다.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에게 입문자들이 배우는 개념이 자꾸 강조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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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