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정국’ 내우외환 국힘 마지막 승부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14 14:02:46
  • 호수 1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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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은 살아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가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20명이 조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심을 얻기 위한 경쟁과 외부의 압력을 동시에 견뎌내야 하는 현 상황을 누가 보기 좋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직후, 국민의힘 일각과 강경 보수 세력 사이에선 ‘윤 어게인’이란 구호가 등장했다. 이 구호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서신으로부터 비롯됐다. 이 서신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서신서 “이게 끝이 아닙니다. 시작입니다”라며, “RESET KOREA. YOON AGAIN!(한국을 원점으로. 다시 윤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시작”
후계자 물색

윤 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헌법은 대통령 중임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가공무원법도 파면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5년 동안 공직에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명태균 게이트 등 각종 수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윤 어게인’이란 구호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를 물색해 지지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도 지난 6일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한 서신서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나라와 미래의 주인공은 청년 여러분이니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달라”며 “대통령직에선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중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는 구절은 정치 관여 의사로 해석되고 있다.

이후 주목받은 국민의힘 대권주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8일 장관직을 사퇴한 후, 다음날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서 가장 유력한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당내 조직이 부실하다.

국회의원 활동은 지난 2008년까지 했고, 지난 2020년엔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현실적으로 대선 경선·본선서 후보로 활동하려면, 윤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4개월여 동안 조성한 강경 보수 세력이 반드시 뒷받침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상왕 정치를 하면서 형사재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 설령 유죄가 확정된다고 해도 사면·복권을 도모하려면, 정치적 견해가 비슷하면서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묶어둘 수 있는 대선후보를 물색해야 한다.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거론된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지도부의 거취를 당에 일임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의원총회를 열어 지도부를 재신임했다.

국민의힘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일부 사퇴 의견을 낸 분들도 있지만, 현 지도부가 남은 대선 일정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의미서 재신임을 박수로 추인했다”고 밝혔다. 강성 친윤(친 윤석열) 성향의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한, 윤 전 대통령의 지원으로 김 전 장관은 빈약한 조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대권 경쟁 가장한 당권 경쟁
윤심 경쟁·외부 압력 동시에

다만 김 전 장관이 윤심(윤석열 전 대통령의 마음)을 독점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군은 무려 20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친윤 성향 후보군은 ▲윤상현 의원 ▲나경원 의원 ▲김기현 전 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다. 특히 윤 의원은 강경 보수 세력과의 소통에 매우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 윤심과 거리를 두는 후보는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밖에 없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강성 친윤 대선후보·지도부의 결합은 중도층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전 장관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본격적으로 경선에 뛰어들면 김 전 장관의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단 생각 때문에, 김 전 장관과 만나길 꺼린다”고 주장했다.

꺼리는 이유로는 “김 전 장관이 대선캠프 참여와 도움을 요청할 것이고, 발목이 잡힐 것으로 우려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우려를 토대로 제시됐던 대안은 ‘한덕수 대망론’이다. 이 주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후 구체적으로 불거졌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고, 법제처장으로서 김건희 특검법 반대·윤 전 대통령 체포 반대 등 목소리를 키웠다.

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한 피의자로 입건돼있다. 따라서 “이 후보자 지명 자체가 국민의힘을 통한 한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 측은 “대선 출마 의사가 전혀 없다”거나 “국정 운영에 전념하겠다”는 취지로 대망론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막산이’로, 한 권한대행을 ‘갓생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안동 출신 막산이 VS 전주 출신 갓생이”라고 적었다.

“전북 전주 출신 한 권한대행을 국민의힘의 대선주자로 옹립하면, ‘호남 출신 보수정당 대선후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강성 이미지의 김 전 장관이 아닌, 권한대행 재임 중 주요 사안을 국민의힘에 우호적으로 결정하는 경제 관료 출신이란 점도 부각할 수 있다.

한덕수
대망론?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바로 그 “주요 사안을 국민의힘에 우호적으로 결정했다”는 점 때문에 김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중도층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친윤 성향 대권주자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사실은 윤 전 대통령에겐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자신을 향해 어필을 하려 경쟁할수록 자신의 존재감이 확인돼 당내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윤심을 놓고 최대한 다자 구도가 형성되고, 주자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진다면 윤 대통령으로선 흐뭇한 그림이 된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의 그 흐뭇한 그림이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임자와 후임자는 필연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전임자는 최대한 고분고분한 후임자를 물색하려고 하지만, 후임자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설령 조기 대선서 패배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대권주자가 무려 20명이나 거론되는 이유를 비교적 낮은 본선 승리 가능성과 맞물려 판단하면,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강하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비판을 받는 상황도 연결 짓는다면, 서울 내 일부 지역구와 대구·경북 등 핵심 지지기반 공천을 장악하기 위한 현실적인 속내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엔 조기 대선을 둘러싼 ‘내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외환도 있다. 국민의힘이 재집권하지 못하면,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대통령도 없고, 권한대행도 없다. 현재까지 연루 의혹이 있다고 거론된 국민의힘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 ▲윤상현 의원 ▲윤한홍 의원 ▲추경호 의원 ▲조은희 의원이다.

명태균씨는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명씨의 휴대전화엔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정치인 140명의 연락처가 저장된 것으로 확인된다. 정권을 잃은 후 명태균 특검법이 통과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면,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특검에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명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법원은 명씨의 주거지를 제한했지만, 최소한 명씨의 입은 자유로워졌다.

특검이 아니더라도,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도 정권교체 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조기 대선 경선은 더더욱 생존 경쟁이 된다. 대선 출마 선언을 통해 최대한 체급을 높여 ‘정치 탄압’이란 주장이라도 제기할 수 있어야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

최대한
고분고분

아울러 야권에선 지난해 12월 이후 국민의힘을 향해 꾸준히 제기했던 정당해산심판 카드를 다시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프랑스 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는 알베르 카뮈의 격언을 인용하면서 “내란당은 대선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가? 내란당은 해산시켜야 하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지난달 14일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외환 혐의로 형을 확정받으면 소속 정당이 정당해산심판을 받도록 한다”는 취지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제일 먼저 후보자 등록을 하는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도 지난 4일 “국민의힘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조기 대선이 아니라 정당해산심판”이라며 “국민의힘 제1호 당원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모든 국민이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자당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도 같은 내용이 규정돼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주장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도 내란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당 해산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지난 1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이대로 가면 해산당해도 할 말 없는 정당의 모습”이라며 “헌재도 해산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 지지자들은 꾸준히 “민주당이 집권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무위원 전원 탄핵소추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스스로 해체하거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서 심판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민주당 의원 등 72명에 대해 내란음모죄·내란선동죄 고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지난 2015년 진행된 통합진보당 해산과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현행 거대 양당 중심 정치의 한 축이다. 따라서 실제로 진행될 경우, 판 자체를 뒤엎는 조치로 인식될 수 있다. 천 권한대행도 “헌재도 ‘이 정도 되는 정당을 해산해야 하나’ 싶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국민의 심판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는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성 정치 공세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민의힘의 입장에선 내란 특검과 함께 꾸준히 이어질 정치적·사법적 공세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단 문제가 남는다.

살기 위한 몸부림 어디까지?
김상욱이 뜨면 게임 끝난다?

국민의힘을 어렵게 할 요소로 초선 김상욱 의원도 거론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이후 당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소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국회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다가 윤 의원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역구에선 후원회가 해체되는 등 조직적인 반발이 이어졌고, 울산시당위원장도 사퇴했다. 광주서 진행된 탄핵 반대 집회를 놓고, 사과 차원서 광주 방문을 주장했다가 친한(친 한동훈)계서도 축출된 듯한 양상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김 의원은 ‘보수의 가치’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4개월 동안 정치적 지명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국민의힘 외부에 비치는 김 의원은 탄압당하는 희생자의 모습이다. 김 의원도 다양한 언론 인터뷰서 자신의 현 상황을 설명하면서 보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럼으로써 김 의원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으로 나아가는 ‘보수의 예수’ 형상이 그려진다. 국민의힘서 김 의원을 공개적으로 두둔한 사람은 6선 조경태 의원밖에 없었다.

조 의원은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초선 의원으로서 소신 있는 발언과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김 의원에게 많은 격려를 보내고 있다”며 “다수의 잘못된 생각에 매몰돼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김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고,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대변인도 “정치를 잘못 배웠다”는 등 비판을 가했으며, 권 원내대표도 탈당을 권유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지난 6일 비상 의원총회서 “당론을 무시하고 당론을 알길 깃털 같이 안다”면서 조 의원과 김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김 의원을 비토할수록, 국민의힘은 예수 바라바를 살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일 것을 요구한 유대인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난 1월 김 의원을 일컬어 “우리는 히틀러고, 김상욱은 유대인이냐”고 질타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강경 보수층 바깥에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일 것을 요구했단 이유로 2000년 넘게 나쁜 이미지가 이어지는 당시의 유대인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실제로 이어지면, 김 의원은 스스로 짊어진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십자가형이 완성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권 원내대표도 조 의원과 김 의원을 거론하면서 “당원들의 마음마저 건드리는 말을 인터뷰서 하는 건 삼가야 한다”는 말만 할 뿐, 실질적 조치는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스스로 정치적 소신을 멈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이 경선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외부로 표출된다면, 김 의원의 소신 행보와 더욱 대비될 것이다. 김 의원이 주목받을수록 국민의힘의 존재가 어두워지는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해산 압박
어떻게?

조기 대선을 앞두고 동시다발적으로 내우외환이 터지는 국민의힘은 마치 우리나라 후삼국 시대 같은 난세가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20명이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현 상황은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암투가 난무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상황서 윤심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자신을 중심에 놓고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했다. 아직 살아있는 윤심과 외부의 해산 위협까지 버텨내야 하는 현 상황을 누가 보기 좋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살기 위한 각자의 몸부림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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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