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로 점쳐보는 황태자 운명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08 14:51:32
  • 호수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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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한동훈이 사는 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당선 이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최대 패배자로 인식됐다. 그의 최대 약점은 선출직 선거에 나서본 적이 없단 것이다. 내년 재보궐선거가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는 과연 사면초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26일 당선되자, 세간의 관심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로 집중됐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23년 12월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던 친한(친 한동훈)계 핵심이었다가 결별했기 때문이다.

전대 출마
친한계 이견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진행되던 지난해 12월 결별했다. 장 대표가 입을 꾹 다문 채 국회 본관 소재 당 대표 비서실을 나가고, 한 전 대표가 웃으면서 문을 잡은 사진 한 장은 큰 화제가 됐다.

친한계 내부에선 한 전 대표의 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일원인 정성국 의원은 지난 6월 <일요시사>와 만나 한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두고 “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아직은 나설 시기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 전 대표는 출마하지 않았다. ‘중도층 공략’을 강조한 당 대표 후보로는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있었다. 조 의원은 안 의원에게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안 의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둘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고, 단일화 조율에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가 목소리를 냈던 시기는 장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결선이 진행됐던 시기였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극적으로 투표해서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며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지지 호소로 해석됐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의 악연은 이미 세상이 다 알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고, 장 대표는 강경 보수 민심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전 대표와 강경 보수의 관계도 험악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9일, 후보 토론회에서 “한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공천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씨”라고 답변했다. 이어 “전씨는 탄핵 국면부터 국민의힘을 위해 열심히 싸운 분이고, 지금도 더불어민주당·이재명정권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열심히 싸운 분에게 공천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당심을 어기고 반대로 간 사람과 열심히 당과 함께 싸운 사람 중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한 전 대표의 최대 정치적 약점을 찌르고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선출직 선거에 아직 출마한 적이 없다. 선거 당선 경험이 없단 것은 결국 “정치적 역량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난해 4월 총선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에서 불과 108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엔 당 대표로 당선됐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 관계를 해소하지 못했다.

‘마지막 카드’ 선출직도 어렵다?
재보선 지역구 모두 민주당 텃밭

이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한 전 대표가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국민의힘의 권력구도는 한 전 대표에게 대단히 불리하다. 친한계 의원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윤 전 대통령 파면·구속 ▲특검 3개(내란·김건희·채 상병) 등은 국민의힘에 큰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위기감을 공유하는 집단에선 강경파가 득세한다. 이 같은 경향은 조 의원과 안 의원이 당 대표 선거 결선 컷오프를 통해 확인됐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탈당하기도 어렵다. 6선의 조 의원과 3선 송석준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친한계 의원 대부분은 초선 의원 및 비례대표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 즉시 의원직을 잃는다. 당이 제명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그렇게 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제3당 창당 실험은 이회창 전 총리도 이미 실패했던 사례가 있다. 물론 안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바른정당을 창당한 적도 있다.

두 사람은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지만, 끝내 실패로 끝났다. 개혁신당이 독자적인 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매우 미약하다. 한 전 대표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실험이다. 한 전 대표도 양당제가 굳건한 우리 정치 현실을 모를 리가 없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전 대표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나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보수 성향 정치 원로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들은 한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고, 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덕수 당시 총리와 ‘당정 협력’ 체제를 발표한 후 순식간에 추락했다. 두 사람이 발표했던 체제의 골격은 ▲사실상 윤 전 대통령 직무 배제 ▲윤 전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여당 대표와 총리의 주 1회 회동 ▲긴밀한 협의로 국정 공백 차단 등이었다.

이는 아직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를 국정 운영 주체로 내세우고, 여당 대표가 사실상 실권을 행사하는 체제로 해석됐다. 이는 곧 엄청난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당 대표가 국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입꾹닫’
8개월 후…

헌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통령을 국정에서 배제하는 방안 자체도 매우 어색하게 다가왔다.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은 한 전 대표를 ‘너’라고 호칭하면서 “네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고 정면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훗날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통해 “당시 선언은 대통령의 2선 후퇴로 국정을 맡은 총리의 국정 수행을 당이 철저히 지원한다는 정도의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며 “집중포화를 받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는 소회를 남겼다.

사실 당시 한 전 대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장 대표는 친한계를 이탈했다. 당시 지도부였던 친한계 소속 장동혁·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지도부 전원도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유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한 전 대표 체제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는 사퇴 후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지만, 김 전 장관에게 밀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후엔 줄곧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현 상황에선 한 전 대표가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을 이탈해 독자적인 세를 구축한 개혁신당이 있지만, 한 전 대표 측과 개혁신당은 대단한 앙숙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상황은 주변 모두가 적인 사면초가와 다름없다.

한 전 대표가 계속 정치를 하려면, 결국 선출직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중앙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에 출마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장 대표는 “전씨에게 공천을 주겠다”면서 “한 전 대표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극히 낮은 험지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현시점에서 재보선 진행이 확정된 지역구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충남 아산을이 있다. 이어 민주당 박주민·장철민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는 서울 은평갑과 대전 동구가 공석이 될 수도 있다.

불가능한
3당 실험

또 의원이 형사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후 상급심을 진행하는 ▲인천 동구·미추홀구 갑 ▲경기 안산갑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 갑 등이 있다. 이 지역구는 전원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다.

이 중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가 5선을 지냈던 지역이다. 인천 계양갑에선 송 대표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유동수 의원이 3선 고지에 올랐다. 즉, 인천 계양 지역은 민주당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송 대표 개인의 영향력도 매우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의원직에서 물러난 송 대표를 대신해 재보선에 출마했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1997년 지역구 내에서 개원해 20여년 동안 병원을 운영한 윤형선 속편한내과 대표원장을 후보로 출마시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당시 윤 원장은 이 대통령을 상대로 상당한 선전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55.24%를 득표해 44.75%를 득표한 윤 원장을 상대로 승리했다. 하지만 윤 원장의 선전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긴장시켰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윤 원장의 선전을 염두에 두고 출마를 준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깊이 살펴봐야 한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역 밀착 후보를 공천하겠다”면서 윤 원장을 공천했다. 실제로 계양을 유권자들도 20여년 동안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한 윤 원장을 주목했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텃밭도 아닌 곳에서 당시의 이 대통령과 같은 취급을 당해 저조한 득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

충남 아산을은 30~40대 유권자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신도시 지역이다. 즉, 민주당을 주로 지지하는 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다. 강 실장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47.61%를 득표해 국회에 입성했고, 선거를 치르면서 ▲제21대 총선 59.71% ▲제22대 총선 60.35% 등 득표율이 높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장·노년 여성 중심으로 개인 지지층을 형성한 한 전 대표에겐 최악의 지역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는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 세대와 2030 세대 여성을 상대로도 열세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2030 남성 사이에서도 큰 지지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 성향은 강경 보수·개혁신당 지지·민주당 지지 등으로 3등분 돼있다. 한 전 대표가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셈이다.

“전한길 줘도 한은 못 준다”
장동혁에게 공천장 받으려면…

인천 동구·미추홀구 갑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신설된 지역구고,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이곳에서 2번 모두 승리한 재선 의원이다. 지난 총선 당시 득표율은 53.73%였다. 인천 동구엔 공단이 밀집해 있어서 노조 등 진보 진영에 속한 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보수 정당 후보로선 힘겨운 선거를 치러야 한다.

경기 안산갑은 선거구 획정 흐름 때문에 제15대·제16대·제22대 총선만 진행됐다. 3번 진행된 총선에선 모두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됐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이곳에서 제15대·제16대 의원을 지냈고, 양문석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55.62%를 득표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단원고가 이곳에 있다. 국민의힘 후보에겐 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경기 평택을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이병진 의원이 54.23%를 득표해 당선됐던 지역이다. 이 지역에선 자유민주연합·민주당계 정당·보수 정당 후보들이 교차로 당선됐다. 보수 정당에선 미래통합당 유의동 전 의원이 3선을 지내다가 이 의원에게 져서 낙선했다.

유 전 의원은 유승민계로 알려졌다가 한 전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도왔다. 유 전 의원의 낙선은 한 전 대표가 이 지역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전북 군산·김제·부안 갑은 호남 지역 특성상 13대 총선부터 내리 민주당계 정당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했다. 지난 총선에선 오지성 군산 오직예수교회 담임목사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13.26%를 득표한 후 낙선했다. 재보선이 확정되면, 당협위원장을 맡은 오 목사가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가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눈앞과 등 뒤에 모두 적을 두고 싸워야 한다. 등 뒤에 있는 적이 한 전 대표에게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 공천을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주인은 장 대표와 그를 대표로 당선시킨 언더 찐윤이다.

현실적으로 공천을 좌우하는 사람들은 이들이다. 결국 이들과의 타협이 우선이다.

따라서 한 전 대표로선 정치적 존재감을 확인하려면 ‘국민의힘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큰’ 지역구 선택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것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런 지역구에서 살아 나온다면,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대구 수성갑에서 승리해 정치적 무게를 키운 것처럼 한 전 대표의 위상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국민의힘 내 한 전 대표 거부 정서는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는 인상을 준다. 장 대표가 친한계에서 이탈하고, 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일조한 상황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앞으로도
첩첩산중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은 “정치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인상을, 당 대표 선거 불출마 과정은 “제때 결단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한 전 대표의 현 상황은 여러 인상이 모인 결과물이다.

세간에선 이런 상황을 두고 ‘사면초가’라고 한다. 이 사자성어의 주인공 항우는 최후의 전투였던 해하의 싸움에서 여러 차례 포위망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도 끝내 패배해 사망했다. ‘사면초가’ 상황을 만든 사람은 싸움은 잘하되 정치엔 무지했던 항우 자신이었다. 한 전 대표가 사면초가를 돌파할 방법은 무엇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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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정원 남편 연루 주가조작 ‘리니언시 1호’ 사건 전말

[단독] 양정원 남편 연루 주가조작 ‘리니언시 1호’ 사건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가조작 사건이 현직 경찰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시세조종 사건으로 시작됐던 수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뒤를 경찰이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대된 것이다. 경찰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직접 보도자료까지 배포할 정도로 이례적인 규모의 사건이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 신고 감면)’ 제도를 활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약 3개월 만에 시세조종 조직의 구조와 자금 흐름, 경찰 상대 청탁 정황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주가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 30억원의 주인이자, 투자자로 알려진 차모씨가 자진 신고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시세조종 리니언시 1호’ 사건으로 지칭했다. 자진 신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자칭 영화 <작전> 실제 모델이라고 주장해 온 시세조종 전문가 김모씨(이하, 작전주 김씨)가 기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대신증권 부장 출신 전모씨,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의 남편으로 알려진 이모씨, 전직 축구선수 김모씨까지 가세한 조직형 범행이었다. 김씨는 과거 승부조작을 주도해 선수직을 박탈당했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 특정 종목을 타깃으로 삼아 차명계좌와 대포폰, 현금 30억원 등을 동원해 본격적인 시세조종에 나섰다. 검찰은 실제로 현금 30억원이 담긴 캐리어가 대신증권 사무실로 전달되는 장면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식 거래를 둘러싸고 30억원대 현금 이동과 차명계좌 운용, 반대매매, 투자금 반환 분쟁 등이 얽힌 정황이 담긴 내부 조사 자료가 확인됐다. 지난 3월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여행용 캐리어에 담긴 현금 전달부터 다수 명의 계좌 개설, 투자자문사와의 주식 양수도 계약, 수십억원대 자금 이동, 이후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날짜별로 상세히 기재돼있다. 본지가 확보한 ‘조사 기초자료’에 따르면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노원역 인근 한 카페에서 차모씨는 “코스닥 상장사 씨유박스 만기 전환사채(CB) 70억원을 인수할 수 있으며, 20억원 상당의 권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구조가 변경되며 70억원 전체 인수가 아닌 일부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차씨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논의는 듀오백 주식 거래로 이어졌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2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차씨는 “듀오백 2대 주주가 보유한 200만주를 주당 2700원, 총 54억원에 인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어 “54억원 규모 인수 자금과 별도로 30억원의 주식 매수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기록됐다. 차씨의 지인 문모씨는 2024년 8월경부터 김씨의 사무실을 오가며 관련 정보를 듣고 있었다.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보통주 200만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실제 현금 이동은 같은 달 27일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에는 지난해 12월27일 오후 4시경 대신증권 일산WM지점에서 전직 야구선수 김모씨와 문씨가 대신증권 전 부장 전모씨 및 작전주 김씨에게 30억원을 전달했다고 기재돼있다. 형태는 ‘여행용 슈트케이스 및 쇼핑백’으로 적시됐다. 자금을 4인 명의 계좌로 나눠 입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텔레그램을 통해 계약자 4인의 명의로 전씨에게 일체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 파일이 전달됐으며, 작전주 김씨의 부인 송씨·양정원의 사촌동생 김모씨와 소모씨, 그리고 이모씨 등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휴대전화 4대도 이들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적혀 있다. 30억 중 7억만 돌려받은 현금 주인 폭로 반대매매 발생 후 투자금 손배소로 번져 자료에는 “대신증권에서는 현금 보관이 불가능하다고 해 작전주 김씨가 직접 수령해 이동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후 자금은 금융기관을 통해 입고됐다. 지난 2025년 1월3일 새마을금고 영등포본동지점에서 차명주 A씨의 명의로 현금 30억원이 입금됐고, 현금 확인에만 4시간이 소요됐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또 문씨에게 은행 입고 사실을 전달했다는 기록도 포함됐다. 본격적인 계약은 지난 1월14일 진행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날 방배동 스타벅스에서 앨터스투자자문과 계약을 위한 사전 미팅이 진행됐다. 당시 최초 54억원 지급 계획과 관련해 양정원 남편 이씨가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고, 30억원 중 일부 자금으로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주식 150만주를 우선 계약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앨터스투자자문 사무실에서는 150만주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자료에는 4명의 차명주 명의로 각각 37만5000주씩 계약이 진행됐다. 이씨는 양정원 사촌동생 소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야구선수 김씨는 차씨의 부인 송씨 대리인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적혀 있다. 계약 상대방은 앨터스투자자문 회장 유영근이다. 이 과정에서 보유 주식 수량이 부족해 추가 매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계약 체결일은 2025년 1월15일 자로 작성됐다. 또 앨터스투자자문 고객 4인이 보유한 총 49만5000주에 대해 차명주 A씨와 별도의 양수도 계약도 체결된 것으로 정리돼있다. 실제로 자금 이체도 이뤄졌다. 같은 해 1월15일 A씨는 150만주 계약금 명목으로 각 5062만5000원씩 총 2억250만원을 앨터스투자자문에 송금했다. 같은 날 49만5000주 계약금 10%에 해당하는 총 1억3365만원도 지급됐다. 세부 내역에는 B씨 3만5000주 945만원, C씨 8만주 2160만원, D씨 15만주 4050만원, E씨 23만주 6210만원 등이 기재됐다. 이들의 수법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패턴을 따른다. 복수 계좌를 활용한 이른바 ‘배수 계좌’ 구조를 통해 물량을 분할하고 반복 매매를 진행했다. 배수 계좌주는 전 축구선수 김씨로 알려졌다.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고가 매수 주문 등을 반복하며 듀오백 주가는 단기간 급등했다. 1900원대였던 주식은 장중 4000원 이상까지 치솟았고, 거래량도 최대 400배 가까이 폭증했다. 검찰은 이들이 최소 2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세조종 거래를 벌여 14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월17일에는 대신증권 차명주 김씨의 계좌에서 양정원에게 2억원이 송금됐고, 같은 날 소씨 계좌에서는 문씨에게 1억원이 송금됐다. 이후에도 특정 인물의 지시에 따라 수억원 단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동했고, 일부 자금은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후 주가 흐름과 반대매매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는 2025년 3월경 반대매매가 발생했다고 기재돼있다. 이후 차씨가 30억원 반환을 요구했고, 이씨 측은 듀오백 인수 구조와 120억원 규모 코인 자금, 향후 주가 목표 등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특히 자료에는 “목표가 8000원”, “최종적으로 1만7000원”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자료에는 차씨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후 관계자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뚜렷한 줄기 나왔는데 놓아준 경찰? 유착 정황 포착···인적 쇄신으로 끝? 실제로 2025년 3월14일 반대매매로 주가가 무너지면서 작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30억원의 실소유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됐다. 차씨는 “30억원은 자신의 자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자금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동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제보에 따르면, “이씨 측에서 차씨에게 반환한 현금은 7억원가량”이라며 “23억을 못 돌려받으면서 차씨가 반환을 요구하면서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대신증권 내부 감사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2025년 5월 대신증권 감사실에 관련 진정서가 접수됐으며, 전씨에 대해 정직 6개월 조치가 내려졌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자료 마지막 부분에는 차씨가 대신증권 외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이자 양정원의 남편 이씨가 서울 강남권 경찰 관계자들에게 각종 형사사건 무마 청탁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씨가 과거 양정원이 연루된 사기 사건 해결을 부탁하며 현직 경찰관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공소 사실에는 경찰관들에게 유흥주점 접대를 제공하고 금품까지 건넨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선상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강남경찰서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이어 서울경찰청은 강남서의 수사·형사과 인력을 전원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수사라인 교체는 강남서 소속 송 모 경감이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뤄졌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오후 상반기 경정급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강남서 신임 수사 1과장 자리에는 경북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손재만 경정이, 수사 2·3과장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유민재·채명철 경정이 맡는다. 형사 라인의 경우 1과장에는 김원삼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1과장이, 2과장에는 염태진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이 각각 자리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11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착 의혹과 관련 강남권 수사 부사에서 경정·경감급에 대한 근무 기강을 포함한 내부 평가를 고려해 순환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서 수사 라인 물갈이는 2019년 ‘버닝썬’ 사태 후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강남서는 최근 강남권 외 경찰서 수사 경력자 등을 지원 조건으로 하는 ‘수사·형사과 보직 공모’를 경찰 내부적으로 공고했다. 경감을 대상으로 한 두 자릿수 모집이다. 버닝썬 후 최대 물갈이 공고에 따르면 팀원·팀장을 구분해서 모집하지만 강남권 경찰서 5곳(강남·서초·송파·방배·수서) 이외 26개 관서에서 근무 중인 경감이어야 한다는 게 필수 조건으로 내걸렸다. 이씨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수사 과정에서 그가 평소 친분이 있던 경찰청 소속 A 경정을 통해 당시 강남서 수사1과 팀장이던 송 경감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하고,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