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전체기사 보기

Update. 2024.05.14 17:48

thumbnails
조용래의 머니톡스

[조용래의 머니톡스] 착한 자본주의, 나쁜 자본주의

가난할 땐 힘들어도 희망이 있었다. 저축률은 30%를 훨씬 넘었다. 사람들은 성실하게 일하며 적금을 들었고 가정을 꾸릴 꿈을 꿨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고도 한동안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맞이하기 전의 대한민국은 그랬다.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한국은 세계를 향해 금융시장을 열었다. 저축하던 개인은 투자자로 변신했다. 역설적이게도 과도한 기업부채로 발생한 외환위기가 지나자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외환위기 극복에 유효했다는 평가와 극단적인 양극화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사람들은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저금리 시대엔 현명한 빚쟁이가 오히려 빛을 발했다. 누구나 대출받아 집을 사고 주식을 샀다. 소비는 미덕이 됐고 노동 소득은 오히려 가난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전혀 다르지 않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은 금리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마약성 진통제가 치료제가 아니듯 저금리가 유일한 최선책이 아니란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의 환각은 강력하다. 가계부채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부동산 위기도 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