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누가 경제학자들에게 돌을 던지랴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5.12.11 15:28:21
  • 호수 1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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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서 문제는 분야별로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환율은 환율대로 흔들리고, 부동산은 부동산대로 불안하다. 가계부채는 또 다른 위기처럼 따로 떼어 말하지만 사실 이것도 부동산에 엮인 문제다. 부동산 거품과 환율 불안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한국 경제의 모순이다.

한국 원화가 유독 심하게 흔들리는 이유는 한국 경제 내부의 취약한 구조가 외부 충격을 키운다는 데 있고 그 취약성의 중심에는 늘 부동산이 있다.

한국의 자산 구조는 극단적이다. 국민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에 묶여 있고, 가계부채는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났다. 경제는 생산보다 부동산 가격에 더 민감해졌다. 집값이 흔들리면 금융 시스템부터 불안해진다. 이런 구조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실효적으로 조정 가능한 변수’로 놓기 어렵다.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됐다는 얘기다.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면 대출 부실이 터진다. 부실이 커지면 금융 불안이 생기고, 금융 불안은 곧바로 환율 불안으로 이어진다. 한국이 금리를 미국처럼 과감하게 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환율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는 따라 올려야 한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는 순간 부동산시장에 충격이 오고, 과도한 가계부채는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한다.

한국은 부동산을 지키기 위해 금리를 제때 올리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그 대가로 환율 불안이 일상이 됐다.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이 흔들리고, 금리를 못 올리면 환율이 흔들리는 구조.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흔들리게 돼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한국의 물가 지표에서 주택 가격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집값이 두 배, 세 배, 열 배가 되어도 소비자물가지수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물가 지표는 조용한데, 국민의 삶은 요동친다.

정책 결정자는 공식 지표를 보면서 “물가는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지표가 현실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된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국제 기준이라고 설명해 왔으며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동산이 국민 자산의 70~80%를 차지하고, 집 한 채 가격이 한 세대의 인생을 좌우하는 한국에서 이런 기준을 아무 조정 없이 쓰는 것은, 이 나라의 현실을 일부러 보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부동산 전체주의’에 가까운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지표만은 “평범한 자본주의 국가”인 척 유지해 온 셈이다.

주택 가격을 물가에서 사실상 제외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부동산을 정책의 감시망에서 지워버린 것과 같다. 동시에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도 지나치게 관대했다. 임대소득, 양도차익, 보유세 어느 지점에서도 부동산을 부의 특권적 원천으로 삼는 흐름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

조세체계는 노동·생산소득에는 엄격했지만, 부동산소득에는 유난히 너그러웠다. 그 관대함이 부동산을 한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괴물 시장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한국에선 부동산이 가장 손쉬운 ‘부의 사다리’가 됐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부동산이 자산시장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부동산을 다른 금융자산과 똑같은 투자 대상으로만 다뤄도 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집은 한편으론 자산이지만, 동시에 최소한의 주거권과 직결된 재화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과 세대 간 형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이 세 가지 성격이 충돌하는데도, 경제학은 오랫동안 부동산을 “시장에 맡겨야 할 자산”으로만 평가해 왔다.

한국의 정책은 이런 전제를 그대로 따라갔다.

첫째, 물가 지표에서는 집값을 빼서 공식적인 문제를 작게 보이게 만들고 둘째, 조세체계에서는 부동산소득을 느슨하게 다뤄 자산 집중을 허용하고 셋째, 통화정책에서는 부동산시장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금리를 조정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다음과 같은 ‘부동산 거품을 제거할 수 없는 구조=환율이 불안정한 근원적 이유’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금리를 올리면 집값이 흔들리고, 집값이 흔들리면 금융 불안이 생기고, 금융 불안이 생기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환율이 출렁인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은 어느 날 갑자기 밖에서 들어온 충격이 아니다.

모순이 내부에서 만들어져, 제도와 지표와 정치에 박혀 화석처럼 굳어버린 구조다. 이 모순을 풀려면 부동산 중심 구조를 허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집값을 잡자”는 수준의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물가 지표에서 주거비를 현실에 가깝게 반영하고, 부동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부동산이 더 이상 무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노동·생산소득이 자산소득보다 덜 차별받는 방향으로 부의 축적 구조를 바꾸는 일, 이런 근본적인 개편이 함께 가야 한다.

또 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집단이 있다. 경제학자들이다. 그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이 모순을 누구보다 먼저 관찰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물가 지표에서 빠진 주택 가격, 부동산 쏠림을 방치하는 조세 구조, 부동산을 건드리지 못하는 통화정책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연구할 수 있었던 집단이다.

그럼에도 ‘국제 기준’과 ‘시장 효율성’이라는 허울 뒤에 숨은 채, 정책 기준을 바꾸자고 공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정부는 그들이 만든 이론과 지표를 근거로 정책을 정당화했다. 정치권은 부동산을 권력의 도구로 삼았다. 그 사이 한국 자본주의는 지금의 비틀린 형태가 되고 말았다. 한국 부동산의 괴물성은 어떤 한 정부의 실패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경제학이라는 이름, 그 아래 쌓여 온 장기적인 침묵과 방치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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