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시작될 변화를 기대하며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5.07.08 09:52:57
  • 호수 1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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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헤라클레이토스는 전쟁을 “세상 모든 것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세상 모든 것의 어머니는 무엇일까? 만약 그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그는 인간 존재의 본성적 욕망이라 답했을지도 모른다. 변화와 투쟁을 세계의 근본 원리로 본 그에게 전쟁은 혼돈과 창조를 동시에 품은 필연이었다.

그렇다면 이 전쟁이 끊임없이 재현되는 세계 속에서 어머니로서의 새로운 원리는 무엇이어야 할까?

눈부신 문명 발전의 뒤편엔 늘 전쟁이 있었다. 대량 파괴의 폐허 위에선 베이비붐이 일었고, 복구 수요는 실업의 늪에서 사람들을 구출했다. 전쟁은 자본주의 구조가 마주한 모순을 임시로 봉합했고, 과학과 기술뿐 아니라 예술과 문화의 감각까지 자극했다.

그러나 이 모든 ‘생산적’ 파괴는 핵무기가 등장하면서부터 본질이 바뀌었다.

핵무기는 전쟁의 귀결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과 이란, 두 나라 사이에 감도는 긴장은 그 상징적 무대를 제공한다. 핵을 가진 이스라엘은 국제 사찰의 바깥에 있고, 핵을 추구하는 이란은 규범 안에 있다.

어느 쪽이 더 정당한가? 누구의 폭력이 더 정당화될 수 있는가? 명백한 사실조차 국제정치의 계산 속에 묻히는 현실에서 미국의 개입은 또 다른 결과를 결정지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공정한 관찰자 혹은 정당한 중재자가 될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명분으로 전투가 시작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전쟁은 돈이 없어서 일어나며 돈이 있어야 수행할 수 있다. 핵이라는 무기는 터지면 모두가 죽는다는 전제 아래서도 여전히 ‘가져야 할 힘’으로 추앙받는다.

이 아이러니는 지금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역설적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결국 전쟁은 상상력의 실패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파괴를 선택하는 순간, 정치적 상상력은 기능을 멈춘다. 싸움을 거는 쪽도, 방어하는 쪽도 패배를 상정하지 않으며 누구도 전쟁의 끝을 진심으로 상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가장 어두운 전쟁터에서도 상생의 길을 모색해온 존재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파괴를 상상하는 능력이 아닌 공존을 상상할 수 있는 용기다.

지금 세계는 패권을 향한 경쟁에 빠져 있고, 자국 이기주의는 국제 질서를 빠르게 침식시키고 있다. 자유무역은 후퇴하고, 연결고리가 약한 국가들부터 무너져내린다. 우리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사라져가는 푸른 산호초처럼, 이 세계는 정교한 균형 위에 존재하지만 무분별한 정복과 확장은 그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전쟁이란 아버지를 넘어, 세상 모든 것의 어머니가 필요하다. 상상력, 공감, 돌봄, 생명의 질서를 회복하는 힘. 국제정치는 사실의 세계가 아니라 믿음과 상상의 세계다. 베네딕트 앤더슨이 말했듯 국가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해 있다고 ‘믿는’ 공동체다.

그 믿음이 바뀌어야 존재하지 않는 적을 만들지 않게 되고, 새로운 질서 확립이 가능해진다.


이 변화의 중심에 문학적 상상력이 있다. 정치는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이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 없는 국제정치도, 지도자도 존재할 수 없다. 경쟁과 정복의 논리만으로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은 연대와 상상력이다. 법전을 통째로 외우는 정치인은 많지만, 사람과 세상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없는 이가 지도자가 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문학이다.

특히 우리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어느 해보다 뜨거울 여름, 대통령의 손에 책 한 권이 들려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황석영 작가의 <불타는 파리의 우체국>이면 더없이 좋겠다. 그 책 한 권이, 이 세상을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바꿔낼지도 모른다.

[조용래는?]
​​​​▲전 홍콩 CFSG 파생상품 운용역
▲<또 하나의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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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