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국민이 국가를 믿지 못하고 있다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4.12.06 09:07:25
  • 호수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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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비관적이다. 환율(달러/원) 1400원대 시대가 뉴노멀이 돼서가 아니라 얼마나 더 많이 오를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까지 동원해서 환율 방어에 나서는 정부를 보면 섬뜩하다. 그런다고 정부가 원하는 환율 수준으로 얼마간 묶어 둘 수 있을지 장담하지도 못한다.

시장개입의 선악을 논하기 전에 그 실패를 두려워해야 한다. 실패한 외환시장 개입은 더 심각한 환율 상승을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증명했듯, 십중팔구는 실패하고 잘해도 본전인 게 시장개입이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탕진해서라도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면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성과도 확실해야만 한다.

시장경제 원리를 따르는 투자자들은 금융 당국의 시장개입을 ‘모럴 헤저드’라고 비판하지만, 대개의 개입은 구두로 한다는 점에서 ‘오럴 헤저드’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두려운 건 정부의 거짓말이다. 이 모든 게 지난 정부 탓이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란 변명이 현 윤석열정부의 태도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아래로 떨어지자 실망한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삼성접자’로 부르며 미국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다. 삼성은 주가 방어를 위해 10조원을 쏟아부으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들 근본적인 대안은 못 된다. 삼성이 지금 해야 할 건 주가 방어가 아니라 체질 개선과 경쟁력 회복이다. 그걸 못하면 미래에 ‘십만전자’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주가지수 2400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적표다.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면 두 숫자는 중간 어디선가 만날 것이다. 한번 스치고 엇갈린 길을 얼마나 더 멀리 걸어갈지 알 수 없다. 말하자면 주가지수가 1400이 되고 환율이 2400원이 될 수도 있단 얘기다.

이상한 일도 아닌 게 역사적으로 보면 환율과 주가지수가 서로 자리를 바꾼 기록은 많다.

환율이 올라 그 덕분에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지는 반면, 물가를 끌어 올려 국민 생활이 피폐해질 가능성은 높다. 주가나 채권이나 가치가 하락하면 결국 국민의 재산이 줄어드는 것인데 국민 삶의 질이 좋아질 리 없다.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금융비용은 증가하는 데 개선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가계부채 위기를 말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대책도 그다지 실효적인 게 없다. 어두운 부동산시장 전망,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는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만 점점 크게 들린다.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가 계속 내리막이다. 주가, 환율, 금리 등 많은 경제 변수 중 어느 하나에도 긍정적인 기대를 갖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의 주장엔 현실 인식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경제 체질은 개선되고 있고 내년은 올해보다 나아질 거라고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정부를 믿으라고 한다. 국가가 위기에 대응하고 비관적인 전망에도 대안을 고민할 때,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매진할 수 있다. 현실은 정반대다. 불안한 국민이 태평한 국가를 믿지 못하는 신뢰 위기에 빠졌다.

경제 정책을 결정하고 운영하는 책임자들은 이제라도 국민에게 우리가 처한 냉정한 현실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위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지금 사표를 쓰는 게 옳다.


아직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무서운 공포는 가까이 와 있는지도 모른다. 후진기어가 없는 자동차에 탔다고 해서 당장 내릴 필요는 없지만, 그게 만일 브레이크도 없는 자동차라면 얘기가 다르다. 국가가 현실을 부인하고 오도하면 국민이 감당해야 할 고통은 참혹할 것이다.


[조용래는?]
​​​​▲ 전 홍콩 CFSG 파생상품 운용역
▲ <또 하나의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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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등 인접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가히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련자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산림청 산불 원인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이었다. 대형 산불은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5~2024년 연평균 산불 546건 중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303건(56%)에 달했다. 실제 지난 2022년 3월4~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서 발생한 일명 ‘동해안 산불’은 산림 2만523㏊를 태웠다. 2020년 4월 경북 안동서 발생한 산불은 1944ha의 면적을 태웠으며,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서 난 산불은 3일간 2872ha를 휩쓸었다. 이처럼 산불이 주로 봄에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인 점도 한 몫한다. 이번 의성 산불 역시 묘지를 정리하던 50대 성묘객이 라이터로 불을 피운 게 화근이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성묘객은 산에서 쓰레기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 야산서 발생한 산불도 농막서 나온 용접 불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선 21일 경남 산청서 발생한 산불 역시 풀베기 작업 중 예초기서 튄 불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산불 관련 처벌이 약해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는 실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현행 산림보호법 53조는 과실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고의로 방화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산불의 특성상 발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 입증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유발자 검거율도 46.1%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도 낮다. 최근 4년간 산불 발생 건수는 2108건이었으나, 집행유예를 포함한 실형을 받은 건수는 43건(2.03%)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79건의 산불 중 110명이 범인으로 붙잡혔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벌금형도 8명에 그쳐 처벌 비율이 7.2%밖에 되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산불 재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소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밭두렁에서는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주민이 불에 탄 신발, 가재도구와 폐기물 등을 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같은 날 안동 하회마을 인근서도 쓰레기를 소각하던 한 70대 노인이 관계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하회마을 인근에선 의성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산림 당국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재난 대응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대형 화재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불법 소각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은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행 경북도 화재예방조례에 따르면 산림 인접지나 논·밭 주변서 사전 신고 없이 불을 피워 소방 인력이 출동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 같은 수준의 처벌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촌 지역의 불법 소각 관행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에 투입되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태료도 인상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과태료 인상 등 처벌 강화와 더불어 폐기물 수거 시스템 확충, 주민 참여형 안전 교육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 폐기물 및 생활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각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처리법의 보급 등 반복되는 산불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22명, 경남 4명 등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 피해 면적은 3만5810㏊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