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MC몽 스캔들’ 차가원 누구?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6.01.05 12:04:44
  • 호수 15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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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에 오른 엔터의 여왕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부동산 업계의 ‘미다스 손’에서 K-팝의 거물급 인사로.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행보를 보였던 차가원 회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건설·부동산 투자의 성공신화를 등에 업고 2023년 엔터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차 회장은 단숨에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며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차가원 회장의 야심은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과 손을 잡으며 정점에 달했다. 거대 기획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신화와 엔터 권력의 정점에서 그가 마주한 ‘불편한 진실’들을 <일요시사>가 톺아봤다.

메신저 대화
사실? 조작?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이브 온라인 매체 <더팩트>는 차 회장과 가수 MC몽(본명 신동현)의 관계를 집중 조명하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매체는 이 두 사람이 단순한 동업 관계를 넘어 깊은 사적관계로 얽혀 있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들을 제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차 회장은 지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수백회에 걸쳐 개인 계좌를 통해 MC몽에게 총 120억여 원을 송금했다. 공개된 계좌이체 내역은 3000만원에서 시작해 10억원 단위의 거액으로 확대됐으며, 이는 회사 운영자금이 아닌 개인 간의 거래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매체는 차 회장이 MC몽을 상대로 최근 120억원대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해 지급명령을 확정받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대중을 놀라게 한 것은 <더팩트>가 입수해 발췌한 두 사람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4~5월경 감정 섞인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차 대표가 “난 2년 반 내내 너에게 버려져 있었다”고 토로하거나, 임신을 위해 배란 주사를 맞으며 노력했다는 취지의 대화가 포함돼있었다.

해당 매체는 차 대표가 유부녀라는 점을 들어 두 사람이 ‘불륜 관계’라고 명시했다.

<더팩트>는 현금 외에도 수억원대의 SUV와 스포츠카 등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고가의 시계 등 약 100억원 이상의 선물이 MC몽에게 전달됐다는 측근의 증언을 인용했다. 또 MC몽이 지고 있던 100억원대의 개인 채무를 차 대표가 대신 갚아준 정황도 포착됐다고 보도해 자금 출처와 비정상적인 돈의 흐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해 5월 결별설과 함께 법적 절차로 이어진 상태다. <더팩트>는 두 사람이 격렬한 다툼과 화해를 반복해 왔으며, 이번 대여금 반환청구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MC몽은 지난달 25일 새벽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차 회장과는 120억원 소송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이행해야 할 채무 관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보도에 인용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해 “친인척의 경영권 찬탈 협박에 대응하기 위해 방어 차원에서 만들었던 가짜 문자들을 제3자가 짜깁기해 제보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조작된 증거에 의한 보도임을 강조했다.

그는 차 회장과 “맹세코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주장하며 가족과 다름없는 신뢰 관계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부녀인데 “부적절 관계” 보도
불륜설에 재무 위기설까지 휩싸여

MC몽은 또 “120억원은 소송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채무를 이행해야 할 정상적인 관계”라고 명시했다. 즉 결별에 따른 위자료나 대여금 반환 소송이 아니라, 비즈니스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갚아나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차 회장은 이번 논란의 배후로 산하 레이블 ‘빅플래닛메이드엔터(BPM)’의 경영권을 노린 친인척 A씨를 지목했다. A씨가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조작된 정보를 유포하고 협박을 일삼았다는 것이 차 회장 측의 주장이다. A씨가 MC몽에게 주식 매도를 강요하며 압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조작된 대화 내용이 언론에 전달됐다는 취지다.

차 회장 측은 “모든 사실관계는 법적 절차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며,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했다. 또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및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지난달 29일, 차 회장 측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은 최초 보도 매체인 <더팩트>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광장 측은 보도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당사자 확인 절차 없이 실명을 거론하며 자극적인 내용을 배포해 사생활의 평온을 파괴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해당 보도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K-팝 기획사의 정상적인 운영 여부와 소속 아티스트들의 향후 행보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다만 이 모든 내용은 <더팩트>의 단독 보도와 그들이 확보한 자료를 근거한 것으로, 향후 당사자들의 추가 해명이나 법적 공방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남성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의 주학년이 일본의 유명 성인용 비디오(AV) 배우 출신 아스카 키라라와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파문이 일었다.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 국내외 법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더보이즈 소속사 원헌드레드의 수장인 차 회장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섰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5월로, 주학년이 일본 도쿄의 한 프라이빗 술집에서 아스카 키라라와 만남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후 차 회장이 아티스트 관리에 실패했다는 논란이 거세지자 소속사 측은 즉각적인 결단을 내렸다. 차 회장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최근 당사 소속 아티스트와 관련된 상황으로 팬과 대중에게 깊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주학년의 팀 탈퇴와 전속계약 해지를 알렸다.

연예계 거물
사생활 논란

초기에는 주학년과 해당 배우의 단순한 사적 친분설에 무게가 실렸으나, 이후 주학년이 상대에게 금전을 건넸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보도되면서 사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현행법상 해외 성매매 역시 처벌 대상인 만큼, 단순히 사생활 문제를 넘어 형사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원헌드레드가 주학년의 사생활 논란 속 사실관계를 파악하던 도중 성매매 정황을 파악했고, 성매매를 부인하던 주학년은 증거 제시에 뒤늦게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법상 성매매를 한 사람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해외 성매매도 물론 처벌 대상이다.

차 회장은 “아티스트의 사생활과 태도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내부 시스템의 맹점을 인정했다. 이어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과 관리 체계를 강화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주학년은 지난해 6월18일 그룹 더보이즈를 탈퇴함과 동시에 소속사와의 계약도 해지됐지만, 팬들의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팬덤 내에서는 “글로벌 활동을 하는 아이돌로서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감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낳았다.

주학년은 지난 2017년,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독보적인 비주얼과 스타성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최종 19위로 아쉽게 탈락했으나, 같은 해 그룹 ‘더보이즈’로 화려하게 정식 데뷔하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사실 차 회장의 본거지는 부동산 업계였다. 그는 2010년 피아크 그룹을 설립해 부동산 개발과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고액 자산가 대상의 하이엔드 주택 ‘라누보 한남’을 건설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랬던 그가 엔터계의 큰손으로 부상한 건 지난 2023년 초였다.

그가 보이그룹 ‘EXO(이하 엑소)’ 멤버 백현의 개인 회사 설립을 위해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100억원대 대출을 받게 해준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는 술렁였다. 기획사 대표가 타사 아티스트의 독립을 위해 거액의 자금줄을 자처한 이례적인 행보였다.

갈등은 그해 6월에 본격화됐다. 엑소의 핵심 멤버 첸·백현·시우민(이하 첸백시)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당황한 SM은 이들의 이탈 배후 세력으로 차 회장과 MC몽이 연루된 BPM을 지목하며 ‘탬퍼링(사전 접촉)’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백현은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차 회장과는 가족 같은 사이일 뿐이며, 대출은 독립적인 회사 운영을 위한 정당한 자금”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법적 대응과 공정위 제소까지 거론되며 파국으로 치닫던 양측은 같은 해 하반기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첸백시는 엑소로서의 팀 활동은 SM과 함께하되, 개인 활동은 백현이 설립한 법인 아이앤비100(이하 INB100)에서 진행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택했다.

이후 차 회장은 MC몽과 손잡고 지주사 원헌드레드를 설립하고, 첸백시의 INB100을 산하 레이블로 인수하며 사안을 공식화했다.

비정상적
수익 구조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4년 6월, 당시 원헌드레드를 이끌던 차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며 ‘2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핵심 쟁점은 ‘수수료’였다. 첸백시 측은 “합의 당시 SM은 외부 유통 수수료율 5.5% 보장을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아티스트 개인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내놓으라는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SM은 여전히 이들이 백현의 회사 설립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점을 들어 탬퍼링 의혹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반면 차 회장 측은 이를 ‘정산 갑질’을 가리기 위한 SM의 공격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공격적인 M&A로 몸집을 불려온 차 회장의 원헌드레드 사단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더팩트>가 빅플래닛메이드엔터(이하 BPM)의 2024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회사는 이미 부채가 자산을 압도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BPM의 부채는 약 532억원으로 자산(약 342억원)보다 180억원이나 많다고 전해졌다. 사실상 가수들의 공연과 음반 수익을 미리 당겨 쓰는 ‘선수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형상이다. 통상 주식회사가 이 단계에 진입하면 경영 불능을 넘어 사실상 파산 직전의 ‘데드라인’에 선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은 비정상적인 지출 구조다. BPM은 지난해 약 188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의상비로만 무려 108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매출액의 약 57%에 달하는 수치로, 업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최소 5배 이상 높은 기형적인 비율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옷값으로 나갔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위기는 BPM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더팩트>는 원헌드레드 산하 레이블이자 엑소 첸백시가 소속된 INB100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수익 대부분이 선수금으로 채워져 있으며, 남은 현금이 거의 없어 활동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태민, 이승기, 비비지, 그리고 엑소 첸백시 등 연예계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포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부실한 재무구조 탓에 이들이 정당한 수익을 배분받지 못하거나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팩트>에 따르면 BPM의 매출 규모 자체는 성장세다. 2023년 112억원에서 2024년 188억원으로 약 76억원의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수익성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2024년 당기순손실은 약 116억원으로, 전년도(57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적자 폭이 확대됐다.

부동산 업계 ‘미다스 손’
K-팝 거물급 인사로 우뚝

영업비용이 매출 증가 속도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한 탓이다. 2024년 지출된 영업비용만 무려 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처럼 재무 부실과 기형적 자금 흐름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 날 원헌드레드 측은 즉각 공식 입장문을 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108억원 의상비’에 대해 회사 측은 “2024년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실무적인 기재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상비와 제작비 항목이 서로 바뀌어 기재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주장이다.

원헌드레드 측은 “이미 지난 7월 오류를 확인해 외부 회계 법인에 정정 공시를 요청했으며, 이는 2026년 3월31일 자로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700억원대에 달하는 선수금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보도된 누적 720억원은 2023년과 2024년 수치를 단순 합산한 계산상의 오류라는 지적이다. 원헌드레드에 따르면 실제 수령한 선수금은 2023년 290억원, 2024년 140억원 규모다.

특히 회사 측은 “차 회장이 그동안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원헌드레드, INB100 등 계열사에 지급한 선급금 총액이 외부에서 받은 선수금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즉, 외부에서 끌어다 쓴 돈보다 차 회장이 개인적으로 회사에 투입한 돈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주장이다.

원헌드레드 측은 이번 의혹 제기를 허위·왜곡 보도로 규정하고 강경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회사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재무 정보를 바탕으로 당사와 관계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며 해당 매체를 상대로 민·형사상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1982년생인 차 회장은 부동산 업계에서 보기 드문 ‘젊은 피’로 통한다. 그는 2010년 피아크 그룹을 설립하고, 설계(피아크 건축사사무소)와 시공(피아크 건설)을 한데 묶은 하이엔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라누보 한남’은 피아크 그룹 노하우의 결정체로 론칭됐다. 단 4세대만을 위한 이 주택은 층당 오직 한 세대라는 과감한 프라이버시 설계로 고액 자산가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분양가만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차 회장은 서른 전후의 나이에 수천억대 자산가 반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차 회장이 부동산시장에서 단숨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부친의 예술적 유전자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차 회장의 부친은 한국 화단의 원로인 차대영 전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다. 차 전 교수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제22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미술계의 거물이다.

특히 ‘백색의 화가’로 불리며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된 명망 있는 예술가다.

예술가 집안
화려한 인맥

집안뿐만 아니라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의 인맥이다. 그는 비즈니스 관계를 단순한 계약 이상으로 만드는 ‘인맥 경영’의 달인으로 꼽힌다. 엑소 백현이 차 회장을 두고 ‘가족 같은 사이’라고 지칭한 것이나, MC몽과 공동 의장을 맡으며 막역한 사이임을 과시한 것 역시 그의 남다른 친화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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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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