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블랙리스트 파문> MB 때 터진 스캔들 ‘총정리’

스타들 사찰한 진짜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예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 한쪽에서는 연예뉴스가 대형 정치 이슈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사용될 때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그런 생각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손사래를 치는 쪽도 있다. 최근 MB(이명박)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가 가수 이효리,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보다는 연예면에 잘 어울리는 인물들. MB정부는 왜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봤을까.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MB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에 올린 일일 국내외 사이버동향 보고서를 열람 후 직접 작성한 메모를 공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사이버사는 2011∼2012년 MB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 등 유명인사 33명의 SNS 동향을 파악했다.

유명인사 동향 파악
이효리·이승엽 왜?

이 의원이 공개한 메모 속 유명인사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홍준표 의원 등 여야를 넘나들었다. 여기에 가수 이효리·MC몽,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 배우 김여진, 개그우먼 김미화 등 방송·연예인도 대거 포함됐다.

이날 보도 이후 가수 이효리와 MC몽,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가 명단에 포함된 것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프로그램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승엽 선수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고, 이효리씨도 아주 가끔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간첩혐의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로 국가기관까지 나서서 사찰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사이버사가 이들의 SNS를 들여다본 이유로 ‘국면전환용’ 뉴스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난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연예인의 동향을 파악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나중에 연예인 사건에 쓸 소재가 있는지 평소에 파악해두는 용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 임기(2008∼2013) 동안 국정원이나 사이버사가 대중 여론을 파악하고 각계각층 인사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시 연예면을 도배했던 스캔들의 진짜 속내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갑작스레 ‘빵빵’ 터져 나온 연예계발 뉴스가 정부에 불리한 이슈를 묻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2008년= MB정부 첫 해, 연예면을 가장 뜨겁게 달군 건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었다. 9월에는 개그우먼 정선희의 남편 탤런트 안재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 달 뒤인 10월에는 국민배우 최진실이 자택서 목을 맨 채 발견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배우 옥소리의 간통죄 확정 판결도 2008년 12월에 있었다. 옥소리는 팝페라 가수 정모씨와 3차례 간통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간통죄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 여론이 많았고, 2015년 62년 만에 폐지됐다. 

간통죄 폐지 이후 유죄를 받았던 옥소리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방송인 강병규 등 스타들의 억대 도박 파문도 불거졌다. 강병규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인터넷을 이용해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26억원을 송금했고 도박을 하는 과정서 12억원을 날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정치 이슈와 사건들
우연일까? 국면전환용일까? 의문↑

2008년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2월1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보름 전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됐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대규모 촛불 시위가 있던 해도 2008년이다. 

국민들은 30개월 이상의 소고기와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이 포함된 부분을 수입하지 않도록 재협상을 요구했다. 당시 SNS에 미국산 소고기 관련 글을 남긴 배우 김규리는 ‘MB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최근 확인된 바 있다.

삼성그룹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그룹 비자금 특검도 이 시기에 마무리됐다. 당시 특검팀은 이건희 전 회장에 징역 7년, 벌금 3500억원,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선고 공판서 모두 집행유예가 나왔다. 
 

최근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2008년 삼성 특검서 밝혀진 차명계좌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09년= 새해 벽두부터 배우 전지현의 휴대폰 복제 사건이 터지더니 한류스타들의 대형 열애설이 이어졌다. 최지우와 이진욱(2월), 현빈과 송혜교(8월), 장동건과 고소영(11월) 등이다. 세 커플은 남녀 모두 아시아서 인기가 높은 배우라 누리꾼의 큰 관심을 받았다.

연예계 도박 파문
미국 소고기 집회

3월에는 탤런트 장자연의 자살과 함께 드러난 ‘장자연 리스트’가 전국을 놀라게 했다. 장자연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며 자신의 성접대를 받은 사람의 명단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명단에는 유명 일간지 고위 임원을 포함, 대기업 관계자, 드라마 PD, 대형기획사 대표 등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크게 일었다. 경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지만 정작 실체를 밝히는 데 실패, 알맹이 없는 부실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2009년 하반기에는 배우 이병헌과 그의 전 여자 친구 권모씨 간의 스캔들로 연예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권씨는 “캐나다서 이병헌을 처음 만나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고 그의 권유에 따라 한국에 들어왔는데 버림받았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을 상습 도박 혐의로 고발했다. 


반면 이병헌 측은 오히려 권씨가 20억원을 요구하는 등 협박을 해왔다고 맞대응하면서 진실공방이 지속됐다.

2009년 가장 이슈가 된 사건은 단연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한국 사회는 전례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전방위 여론조작을 펼쳤다고 밝혔다.
 

TF에 따르면 2009년 6월 국정원은 ‘노 자살 관련 좌파 제압 논리 개발·활용계획’ ‘정치권의 노 자살 악용 비판 사이버 심리전 지속 전개’ 등 2건의 보고서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론에는 ‘본인 선택이고 측근과 가족의 책임’이라는 논리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장자연 리스트
두 대통령 서거

8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앞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해달라고 청원을 하는 등의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추모 열기가 형성, MB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된다는 판단 하에 고인을 헐뜯는 심리전에 나섰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0년= 연예계 도박 문제는 여러 번 불거졌지만 2010년 방송인 신정환으로부터 불거진 원정 도박 파문은 그 파장이 남달랐다. 신정환은 추석 특집 방송을 포함, 여러 프로그램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했다. 

당시 잠적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도박빚 때문에 필리핀에 억류돼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신정환 측은 카지노에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광 목적이었고 여행 도중 뎅기열에 걸려 병원에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고의로 생니를 발치, 병역을 기피한 혐의를 받은 MC몽 사건 역시 2010년에 일어났다.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MC몽은 정상적인 치료행위였다고 주장했으나 그가 입영을 연기하기 위해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한 사실 등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2011년 4월 법원은 MC몽의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증,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치과의사들에 대한 진료 의견에 따라 정당한 발치였다고 판단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MC몽의 치아를 발치한 의사가 그로부터 8000만원을 받고 고의로 치아를 뺀 사실이 밝혀지는 등 의혹을 남겼다.

7월에는 개그우먼 김미화가 자신의 SNS에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다”는 글을 올려 파장이 일었다. 당시 KBS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소송까지 제기해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그로부터 7년 뒤 MB정부 시절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의 퇴출을 지시하는 등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김미화는 이 명단에 포함된 인사다.

2010년 하반기는 마약 사건으로 얼룩졌다.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서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 김성민이 필로폰 투약 및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해외서 필로폰을 구입한 뒤 상습적으로 투약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개그맨 전창걸이 김성민에게 대마초를 건넨 혐의로 구속돼 연예계에 마약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김성민은 2016년 자살 기도 끝에 사망해 충격을 줬다.

2010년 제기한 블랙리스트
7년 뒤 사실로 밝혀지기도

2010년엔 북한 관련 이슈가 많았다. 2010년 3월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 장병 46명이 희생됐다. 정부는 민·군 합동조사단을 꾸려 침몰 원인을 조사했고, 북한이 어뢰로 잠수함을 침몰시켰다고 발표했다.

반면 북한은 천안함 침몰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남북한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후에도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 불신이 높아졌다.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이 ‘휴전 국가’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당시 북한의 포격은 한국전쟁 이후 남한 영토에 대한 첫 포사격 도발이었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 병사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북한은 NLL(북방한계선)을 두고 ‘강도들이 그어 놓은 선’이라며 포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신분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한 사실이 6월에 폭로됐다. 김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사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사찰과 증거 인멸에 관여한 지원관실 실무자 몇 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해 축소·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1년= 4월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이혼 소송 소식이 들렸다. 열애나 결혼이 아닌 이혼 소송이라는 점에서 온갖 억측과 의혹이 제기됐다. 두 사람의 소식이 전해지자 그 외 모든 이슈가 새카맣게 잊혀졌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서태지와 ‘외계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사생활을 감췄던 이지아의 과거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 사건은 지금도 ‘가장 충격적인 스캔들’로 꼽힌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팬들이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지드래곤은 “일본의 한 클럽서 이름을 모르는 일본 사람이 준 담배를 한 대 피웠는데 냄새가 일반 담배와 달라 대마초로 의심이 들었지만 조금 피운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지드래곤이 상습 투약이 아닌 초범인 데다 흡연량도 적어 마약사범 양형처리 기준에 미달한 수준의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2011년은 연예계서 대형 이슈가 터진 것 이상으로 정치·사회 분야서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북한 김정일 시대가 끝났다. 김정일은 12월17일 오전 급병으로 열차 안에서 사망했다. 

김정일 시대는 1998년 김일성 주석 사후 13년 만에, 1974년 후계자로 공식화된 지 37년 만에 막을 내렸다.

1월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시작된 저축은행 사태도 2011년을 달군 사건 중 하나다. 이 과정서 불법대출, 정관계 로비 부실감독·검사, 예금·투자자 피해 사례가 쏟아졌다. 일부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영업정지 전 예금을 불법으로 인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촉발되기도 했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이명박정부 실세와 검찰 고위층에 구명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해 정관계는 물론 검찰에까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폭로로 관련자들이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이국철 회장 본인도 구속됐지만 비망록을 통해 추가 내용을 폭로해 정국을 뒤흔들었다.

▲2012년= 연예인들의 열애, 결혼, 파경 소식이 잇따랐던 해였다.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이 열애설에 휩싸인 지 두 달 만에 연인 사이를 인정했다. 배우 지현우와 유인나도 연예계 공식커플이 됐고 배우 전지현도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손자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반면 원조 한류스타였던 배우 류시원은 1년6개월 만에 파경 소식을 전했고,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배우 전노민, 김보연 부부도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다. 개그우먼 조혜련도 1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또 배우 공효진과 류승범, 가수 나얼과 배우 한혜진도 오랜 연애 끝에 이별을 택했다.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의 미성년자 성추문 사건도 터졌다. 고영욱은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서울 자신의 오피스텔과 승용차 등에서 미성년자 3명을 총 4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 후 3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했으며 지난 2015년 7월 만기 출소했다.

방송인 에이미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도 2012년 일이다. 에이미는 4월 서울 강남의 한 네일숍서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졸피뎀 투약 혐의로도 연이어 법적 처벌을 받으면서 결국 강제 출국 당한 바 있다.

7월에는 여자 아이돌 그룹 티아라 사건이 불거졌다. 멤버였던 화영의 왕따설이 돌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올림픽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티아라 관련 이슈는 전혀 묻히지 않고 오랜 시간 인터넷상을 오르내렸다. 티아라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겪었다.

열애, 파경…
누리꾼 관심↑

12월19일 치러진 대선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가 총집결해 양자대결로 진행된 대결서 박근혜 대통령은 직선제 이후 첫 과반 득표, 첫 여성 대통령 등의 기록을 세웠다.

앞서 11월에는 검찰 내부서 성추문 사태가 불거졌다. 10억원대 뇌물수수, 향응, 브로커 검사까지 잇따라 터진 내부 비리에 검찰이 침몰 직전까지 몰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로 위기를 타파하려던 한상대 검찰총장은 중수부장 감찰이라는 자충수로 ‘검란’을 자초했고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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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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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