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블랙리스트 파문> MB 때 터진 스캔들 ‘총정리’

스타들 사찰한 진짜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예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 한쪽에서는 연예뉴스가 대형 정치 이슈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사용될 때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그런 생각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손사래를 치는 쪽도 있다. 최근 MB(이명박)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가 가수 이효리,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보다는 연예면에 잘 어울리는 인물들. MB정부는 왜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봤을까.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MB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에 올린 일일 국내외 사이버동향 보고서를 열람 후 직접 작성한 메모를 공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사이버사는 2011∼2012년 MB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 등 유명인사 33명의 SNS 동향을 파악했다.

유명인사 동향 파악
이효리·이승엽 왜?

이 의원이 공개한 메모 속 유명인사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홍준표 의원 등 여야를 넘나들었다. 여기에 가수 이효리·MC몽,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 배우 김여진, 개그우먼 김미화 등 방송·연예인도 대거 포함됐다.

이날 보도 이후 가수 이효리와 MC몽,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가 명단에 포함된 것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프로그램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승엽 선수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고, 이효리씨도 아주 가끔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간첩혐의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로 국가기관까지 나서서 사찰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사이버사가 이들의 SNS를 들여다본 이유로 ‘국면전환용’ 뉴스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난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연예인의 동향을 파악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나중에 연예인 사건에 쓸 소재가 있는지 평소에 파악해두는 용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 임기(2008∼2013) 동안 국정원이나 사이버사가 대중 여론을 파악하고 각계각층 인사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시 연예면을 도배했던 스캔들의 진짜 속내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갑작스레 ‘빵빵’ 터져 나온 연예계발 뉴스가 정부에 불리한 이슈를 묻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2008년= MB정부 첫 해, 연예면을 가장 뜨겁게 달군 건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었다. 9월에는 개그우먼 정선희의 남편 탤런트 안재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 달 뒤인 10월에는 국민배우 최진실이 자택서 목을 맨 채 발견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배우 옥소리의 간통죄 확정 판결도 2008년 12월에 있었다. 옥소리는 팝페라 가수 정모씨와 3차례 간통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간통죄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 여론이 많았고, 2015년 62년 만에 폐지됐다. 

간통죄 폐지 이후 유죄를 받았던 옥소리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방송인 강병규 등 스타들의 억대 도박 파문도 불거졌다. 강병규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인터넷을 이용해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26억원을 송금했고 도박을 하는 과정서 12억원을 날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정치 이슈와 사건들
우연일까? 국면전환용일까? 의문↑

2008년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2월1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보름 전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됐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대규모 촛불 시위가 있던 해도 2008년이다. 

국민들은 30개월 이상의 소고기와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이 포함된 부분을 수입하지 않도록 재협상을 요구했다. 당시 SNS에 미국산 소고기 관련 글을 남긴 배우 김규리는 ‘MB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최근 확인된 바 있다.

삼성그룹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그룹 비자금 특검도 이 시기에 마무리됐다. 당시 특검팀은 이건희 전 회장에 징역 7년, 벌금 3500억원,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선고 공판서 모두 집행유예가 나왔다. 
 

최근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2008년 삼성 특검서 밝혀진 차명계좌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09년= 새해 벽두부터 배우 전지현의 휴대폰 복제 사건이 터지더니 한류스타들의 대형 열애설이 이어졌다. 최지우와 이진욱(2월), 현빈과 송혜교(8월), 장동건과 고소영(11월) 등이다. 세 커플은 남녀 모두 아시아서 인기가 높은 배우라 누리꾼의 큰 관심을 받았다.

연예계 도박 파문
미국 소고기 집회

3월에는 탤런트 장자연의 자살과 함께 드러난 ‘장자연 리스트’가 전국을 놀라게 했다. 장자연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며 자신의 성접대를 받은 사람의 명단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명단에는 유명 일간지 고위 임원을 포함, 대기업 관계자, 드라마 PD, 대형기획사 대표 등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크게 일었다. 경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지만 정작 실체를 밝히는 데 실패, 알맹이 없는 부실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2009년 하반기에는 배우 이병헌과 그의 전 여자 친구 권모씨 간의 스캔들로 연예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권씨는 “캐나다서 이병헌을 처음 만나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고 그의 권유에 따라 한국에 들어왔는데 버림받았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을 상습 도박 혐의로 고발했다. 


반면 이병헌 측은 오히려 권씨가 20억원을 요구하는 등 협박을 해왔다고 맞대응하면서 진실공방이 지속됐다.

2009년 가장 이슈가 된 사건은 단연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한국 사회는 전례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전방위 여론조작을 펼쳤다고 밝혔다.
 

TF에 따르면 2009년 6월 국정원은 ‘노 자살 관련 좌파 제압 논리 개발·활용계획’ ‘정치권의 노 자살 악용 비판 사이버 심리전 지속 전개’ 등 2건의 보고서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론에는 ‘본인 선택이고 측근과 가족의 책임’이라는 논리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장자연 리스트
두 대통령 서거

8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앞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해달라고 청원을 하는 등의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추모 열기가 형성, MB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된다는 판단 하에 고인을 헐뜯는 심리전에 나섰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0년= 연예계 도박 문제는 여러 번 불거졌지만 2010년 방송인 신정환으로부터 불거진 원정 도박 파문은 그 파장이 남달랐다. 신정환은 추석 특집 방송을 포함, 여러 프로그램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했다. 

당시 잠적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도박빚 때문에 필리핀에 억류돼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신정환 측은 카지노에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광 목적이었고 여행 도중 뎅기열에 걸려 병원에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고의로 생니를 발치, 병역을 기피한 혐의를 받은 MC몽 사건 역시 2010년에 일어났다.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MC몽은 정상적인 치료행위였다고 주장했으나 그가 입영을 연기하기 위해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한 사실 등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2011년 4월 법원은 MC몽의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증,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치과의사들에 대한 진료 의견에 따라 정당한 발치였다고 판단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MC몽의 치아를 발치한 의사가 그로부터 8000만원을 받고 고의로 치아를 뺀 사실이 밝혀지는 등 의혹을 남겼다.

7월에는 개그우먼 김미화가 자신의 SNS에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다”는 글을 올려 파장이 일었다. 당시 KBS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소송까지 제기해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그로부터 7년 뒤 MB정부 시절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의 퇴출을 지시하는 등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김미화는 이 명단에 포함된 인사다.

2010년 하반기는 마약 사건으로 얼룩졌다.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서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 김성민이 필로폰 투약 및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해외서 필로폰을 구입한 뒤 상습적으로 투약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개그맨 전창걸이 김성민에게 대마초를 건넨 혐의로 구속돼 연예계에 마약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김성민은 2016년 자살 기도 끝에 사망해 충격을 줬다.

2010년 제기한 블랙리스트
7년 뒤 사실로 밝혀지기도

2010년엔 북한 관련 이슈가 많았다. 2010년 3월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 장병 46명이 희생됐다. 정부는 민·군 합동조사단을 꾸려 침몰 원인을 조사했고, 북한이 어뢰로 잠수함을 침몰시켰다고 발표했다.

반면 북한은 천안함 침몰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남북한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후에도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 불신이 높아졌다.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이 ‘휴전 국가’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당시 북한의 포격은 한국전쟁 이후 남한 영토에 대한 첫 포사격 도발이었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 병사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북한은 NLL(북방한계선)을 두고 ‘강도들이 그어 놓은 선’이라며 포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신분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한 사실이 6월에 폭로됐다. 김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사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사찰과 증거 인멸에 관여한 지원관실 실무자 몇 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해 축소·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1년= 4월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이혼 소송 소식이 들렸다. 열애나 결혼이 아닌 이혼 소송이라는 점에서 온갖 억측과 의혹이 제기됐다. 두 사람의 소식이 전해지자 그 외 모든 이슈가 새카맣게 잊혀졌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서태지와 ‘외계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사생활을 감췄던 이지아의 과거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 사건은 지금도 ‘가장 충격적인 스캔들’로 꼽힌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팬들이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지드래곤은 “일본의 한 클럽서 이름을 모르는 일본 사람이 준 담배를 한 대 피웠는데 냄새가 일반 담배와 달라 대마초로 의심이 들었지만 조금 피운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지드래곤이 상습 투약이 아닌 초범인 데다 흡연량도 적어 마약사범 양형처리 기준에 미달한 수준의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2011년은 연예계서 대형 이슈가 터진 것 이상으로 정치·사회 분야서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북한 김정일 시대가 끝났다. 김정일은 12월17일 오전 급병으로 열차 안에서 사망했다. 

김정일 시대는 1998년 김일성 주석 사후 13년 만에, 1974년 후계자로 공식화된 지 37년 만에 막을 내렸다.

1월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시작된 저축은행 사태도 2011년을 달군 사건 중 하나다. 이 과정서 불법대출, 정관계 로비 부실감독·검사, 예금·투자자 피해 사례가 쏟아졌다. 일부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영업정지 전 예금을 불법으로 인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촉발되기도 했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이명박정부 실세와 검찰 고위층에 구명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해 정관계는 물론 검찰에까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폭로로 관련자들이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이국철 회장 본인도 구속됐지만 비망록을 통해 추가 내용을 폭로해 정국을 뒤흔들었다.

▲2012년= 연예인들의 열애, 결혼, 파경 소식이 잇따랐던 해였다.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이 열애설에 휩싸인 지 두 달 만에 연인 사이를 인정했다. 배우 지현우와 유인나도 연예계 공식커플이 됐고 배우 전지현도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손자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반면 원조 한류스타였던 배우 류시원은 1년6개월 만에 파경 소식을 전했고,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배우 전노민, 김보연 부부도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다. 개그우먼 조혜련도 1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또 배우 공효진과 류승범, 가수 나얼과 배우 한혜진도 오랜 연애 끝에 이별을 택했다.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의 미성년자 성추문 사건도 터졌다. 고영욱은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서울 자신의 오피스텔과 승용차 등에서 미성년자 3명을 총 4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 후 3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했으며 지난 2015년 7월 만기 출소했다.

방송인 에이미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도 2012년 일이다. 에이미는 4월 서울 강남의 한 네일숍서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졸피뎀 투약 혐의로도 연이어 법적 처벌을 받으면서 결국 강제 출국 당한 바 있다.

7월에는 여자 아이돌 그룹 티아라 사건이 불거졌다. 멤버였던 화영의 왕따설이 돌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올림픽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티아라 관련 이슈는 전혀 묻히지 않고 오랜 시간 인터넷상을 오르내렸다. 티아라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겪었다.

열애, 파경…
누리꾼 관심↑

12월19일 치러진 대선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가 총집결해 양자대결로 진행된 대결서 박근혜 대통령은 직선제 이후 첫 과반 득표, 첫 여성 대통령 등의 기록을 세웠다.

앞서 11월에는 검찰 내부서 성추문 사태가 불거졌다. 10억원대 뇌물수수, 향응, 브로커 검사까지 잇따라 터진 내부 비리에 검찰이 침몰 직전까지 몰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로 위기를 타파하려던 한상대 검찰총장은 중수부장 감찰이라는 자충수로 ‘검란’을 자초했고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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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