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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24일 16시21분

연예일반

<기생충> 수상권 오스카 레이스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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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과 붙는 다윗 ‘개봉박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봉준호 감독 연출작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으로 불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상)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것. 현재까지 <기생충>은 세계 유수 영화제 및 시상식서 180개 이상의 수상 이력을 남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오스카상 수상을 통해 한국 영화 100년의 기념비적인 사건을 일으킬지 관심이 뜨겁다. 현재 영국 전쟁영화 <1917>과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내다봤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상 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을 돌며 광폭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후 지난해 10월 북미 지역서 <기생충>을 개봉하면서 오스카상 수상을 위한 홍보 및 경쟁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예측 불가능

이후 뉴욕과 토론토 영화제는 물론 각종 비평가협회서 주어지는 상을 휩쓸었고, 심지어 미국 내 2위 시상식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서도 작품상을 받았다. 결국 오스카상의 국제장편영화상, 미술상, 편집상,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영화로서는 모든 것이 최초인,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국내서 1000만 관객 동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후, 모든 활동은 ‘즐거운 소동’이라고 밝힌 봉 감독 역시 오스카상의 작품상을 내다보는 현 상황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듯하다. 일반적으로 일부 심사위원들이 수십편의 작품을 감상한 후 모여서 결정하는 게 영화제 및 시상식의 최고상을 가리는 심사방식인 데 반해 오스카상은 미국 내 영화 관계자 총 8000여명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수상 여부를 가린다. 

국내에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배우 이병헌, 봉준호 감독 등에게 투표권이 있다. 오스카 레이스는 일종의 선거운동과 비슷한 행태를 띤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도 투입되며, 인종과 성별, 지역 등 각종 정치적인 사안이 수상에 영향을 끼친다. 투표제도 역시 복잡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봉 감독 역시 이 모든 것을 알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익스트림 무비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북미 배급사와 홍보팀이 광란의 환호 내지 충격과 환희를 드러냈던 건 미국배우조합상(SAG)의 앙상블상에 노미네이트가 됐을 때였다. 사람들이 울고불고 그랬다. 오히려 나를 비롯한 한국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 프로모션 관계자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이유는 오스카상 투표권자 대부분이 현역 또는 은퇴한 영화 업계 종사자이며, 이들은 감독 및 프로듀서, 촬영, 배우 조합 등에 소속돼있고, 이 중 가장 인원수가 많은 게 SAG라는 것. SAG서 관심을 받는 영화가 곧 오스카 레이스서 유리함을 갖는다. 이때부터 캠페인 분위기가 확 바뀌었고, 예산도 더 투입됐다고 봉 감독은 전했다. 

▲오스카 ‘바로미터’ 셋 = 오스카상의 최고상 격인 작품상에는 현재 9개 작품이 경쟁 중이다.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이다. 그 가운데 <기생충>과 <1917>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이 배경에는 ‘미국제작자조합상’(이하 PGA)과 ‘미국감독조합상’(이하 DGA), ‘미국배우조합상’(이하 SAG)이 있다. 이 세 조합의 수상 여부가 오스카상의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세 조합은 할리우드 주요 직군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오스카상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계에 영향력이 높다.

▲골리앗 VS 다윗 = 1월30일 기준 세 조합의 주인공이 결정됐다. <기생충>은 SGA의 최고상 격인 캐스팅 앙상블상을 수상했고, <1917>은 PGA와 DGA를 가져갔다. 통계적으로 PGA와 DGA를 받은 <1917>이 <기생충>보다 우세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30년 동안 PGA서 작품상을 받은 21개 작품이 오스카서도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무려 70%의 높은 확률이다. 최근 10년간 PGA를 받고도 아카데미서 작품상을 따내지 못한 영화는 <빅쇼트>와 <라라랜드> 단 두 편이다. 

한국영화 100년 금자탑 쌓을까?
다양성 부문 ‘독식’ 가능할까?

아울러 PGA는 오스카상과 같이 선호투표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호투표제란 아카데미 회원들이 후보작에 모두 순위를 매기고, 1순위가 절반을 넘기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만약 절반을 넘기지 못하면 최하위 영화를 후보서 빼고 최하위 영화 투표자의 2순위 표가 1순위가 되는데, 이렇게 1순위가 과반을 넘기는 영화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곧 작품상 후보 중 하위권 영화에 투표하는 회원의 2∼3순위 영화가 캐스팅보트를 갖는다. 동일 방식서 <1917>이 <기생충>을 따돌렸다는 것은 <기생충>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에게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다.

또 영화감독들이 대거 포함된 DGA는 PGA보다 더욱 확률이 높다. DGA 최고상 수상작이 오스카서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한 경우는 72년 동안 단 17번에 불과하다. 실제로 많은 감독들이 <기생충>을 칭찬하면서도 정작 투표는 <1917>에 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PGA와 DGA를 수상한 <1917>이 <기생충>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 영화 1017

DGA 투표 결과로 인해 오스카 감독상은 <1917>의 샘 멘더스 감독으로 확정된 분위기다. 또 <기생충>은 드라마 형식의 작품인데 반해 <1917>은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전쟁 영화라는 점, 통상적으로 감독상은 큰 스케일의 작품 연출자가 차지한다는 점에서 봉 감독이 감독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생충> 호재는? = <1917>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비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세 조합 중 가장 많은 아카데미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SAG서 <기생충>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24년간 SAG에 후보 지명조차 없이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브레이브 하트>(1996)와 <더 셰이프 오브 워터>(2018), <그린 북>(2019) 등 3편뿐이다. 

아울러 지난 1일 개최된 작가 조합상(WGA)에서는 <기생충>이 받았다. 작가 조합상 역시 다수의 아카데미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상과 함께 각본상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라는 점과 함께 수천억원을 제작비로 투자하는 미국의 관점으로 봤을 때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양성 영화에 해당한다. 올해에는 여성이나 흑인, 라틴 계열 등 정치적 성향을 포괄한 다양성 영화가 거의 없어 <기생충>이 다양성 영화를 선호하는 회원들의 표를 독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1라운드서 <1917>이 절반 이상 표를 가져가지 못할 경우, 다양성 영화를 선택한 회원들의 2∼3순위 표가 <기생충>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오스카 주요부문서 기존 예측을 무너뜨리고 비백인 영화들의 선전이 돋보였던 만큼, 유일한 비백인 영화인 <기생충>이 ‘로컬’(Local)과 국제 영화제의 기로에 놓인 오스카로부터 어떤 선택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높은 벽

오스카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 시점으로 보면 <1917>이 가장 유력한 게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뚜껑을 열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사람들은 언더 독에게 동정심을 갖고 있어, 강력한 대항마인 <기생충>이 마지막 반전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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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줄 타는 안철수 사생결단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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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은 정권 재창출에 대한 여론보다 높다. 그러나, 여당의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고 있진 않은 모양새다. 야권 대선후보가 여러 명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은 야권 대선후보를 하나로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선후보들은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전 단일화는 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화두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대선후보들은 그동안 후보 단일화를 첫 번째 승리 조건으로 여기곤 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식 대선후보 등록이 시작도 되기 전에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단일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의 내홍 논란을 딛고 약진을 이어간 후부터다. 좁혀진 차이 자존심 싸움 합친다고 무조건 당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야권 대선후보들은 단일화에 유독 집착한다. 1987년 대선에서 단일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난 탓이다. 1987년에 제6차 국민투표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확정된 후, ‘양김’의 김영삼·김대중 후보는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여권 대선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이기려면 야권 대선후보가 한 명이어야만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후보는 본인의 승리를 장담했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열망을 두 눈으로 확인한 후보들은 그 표가 다 본인에게 올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김대중 후보는 ‘사자필승론’을 주장하며 다자구도가 오히려 본인에게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김대중 후보는 지역 표심을 중심으로 대선판을 그렸다. 그는 노태우·김영삼이 영남 표를 나눠 받고, 김종필이 충청 표를, 그리고 본인이 호남 표를 독식해 당선된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는 실패했고, 최종 대선에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모든 후보가 출마했다. 김 후보가 그렸던 대선 판세와는 달리, 실제 대선에선 지역색보다는 정치색이 후보들의 희비를 갈랐다. 보수 지지자들의 표는 한 명의 여당 후보에게 결집된 반면, 진보 지지자들의 표가 두 명의 야당 후보에게 분열된 것이다. 결국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됐다. 이때의 이변을 대한민국 역대 대선후보들은 잊지 않았다.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의 역사가 이후로 끊임없이 쓰여졌다. 1997년엔 김대중·김종필 후보가, 2002년엔 노무현·정몽준 후보가(정 후보 후에 지지 철회), 2012년에는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했다. 김대중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단일화 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2012년 문재인 후보는 낙선했다. 사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입장에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썩 반가운 주제는 아니다. 단일화설이 나온다는 의미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좁혀졌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추이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좁혀졌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만해도 윤 후보는 야권의 압도적인 차기 대통령 감이었다. 지난해 5, 6월에 실시된 대통령 적합도 관련 모든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지금의 대선후보들을 크게 따돌리며 단독 질주했다. 지지율 급상승…선두권 합류 한계 ‘혼자는 어려워’ 어느 쪽 선택할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리 의혹이 있는 정치계 인물 모두를 기소하는 강골 검사로 이름을 알렸던 윤 후보는 국민들에게 ‘공정과 정의’라는 기치로 큰 인기를 누렸다. 검찰총장 임기 시절 막바지에는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인기는 배가 됐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청와대 인사인 조국 전 민정수석의 비리를 조사하는 모양새는 윤 후보에게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주는 동시에 야권의 정치인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수개월간 이어진 ‘조국 수사 논란’은 윤 후보를 자연스레 야권의 잠룡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의 인기가 점차 사그라든 것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부터다. 공직자에서 정치인으로 직업을 한 번에 바꾼 윤 후보에게 정치인의 언행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갈 때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고, 정치부 기자들은 그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대중에게 여과 없이 전달했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나 ‘부정식품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발언 ‘개사과 논란’ 등 윤 후보는 정치인으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하며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지지율 2%였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경선 막판까지 쫓기는 초접전 양상을 허용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선 때의 실책은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에도 이어졌다. “노동자 사망은 노동자 탓”이나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전두환을 지지하는 호남 사람들도 많다” 등의 실언을 쏟아내며 당 안팎에서 윤 후보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는 지지율 하락세로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극심한 마찰을 겪을 당시에는 지지층인 ‘이대남’을 안 후보에게 내주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몇 주간 지지율 1위 자리를 허용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60%에 육박하는데도 여당의 후보에게 진다는 것은 윤 후보에게 매우 뼈아픈 지점이었다. 이는 “정권교체는 원하지만 윤 후보는 싫다”는 뜻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후보 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고, 이때 안 후보와의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 “안 후보와 단일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크게 대두된 것도 이때다. 국민의힘? 국민의당? 요즘 야권 대선 레이스 양상은 홍 의원과의 경선 때를 떠올리게 한다. 야권 후보 중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윤 후보가 미미했던 지지율의 안 후보에게 추격 받고 있는 중이다. 경선 레이스와 대선 레이스의 한 가지 다른 점은 안 후보를 이긴다 해도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지지율을 안 후보에게 빼앗겨 야권 표가 분열되면 이 후보에게 대권을 내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윤 후보에게 단일화는 ‘달갑지는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숙제로 다가온다. 윤 후보에게 단일화는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인정하고, 승리를 위해서 야권의 선택지를 하나로 줄여야 하는 과정이다. 지난해만 해도, 윤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일절 없다”고 일관해왔다. ‘국힘 원팀’을 만드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국민의당까지 챙겨야 한다는 의견에 늘 난색을 표해온 것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 11일 “단일화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입장을 미온적으로 바꾸었다. 시험이 다가오자 숙제를 끝내는 학생처럼, 윤 후보도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앞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을 서서히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의 입장은 아직도 강경하다. 본인으로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차례 단일화를 경험한 안 후보는 그때마다 좋지 않은 기억을 쌓았다. 안 후보는 나름 큰 희생을 감수했는데, 그만한 결과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단일화의 기억을 회상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그랬고, 2012년 대선 때도 그랬다. 안 좋은 기억 속에서 그는 항상 “안철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6일 안 후보는 KBS 에 출연해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라는 말이 시중에 떠돈다고 하더라”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이 어떤 후보가 더 적합한 후보인지, 더 확장성 있는 후보인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내가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가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고,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에게는 ‘중도 확장성’이라는 주요한 무기가 있다. 유권자들에게 안 후보는 보수색보다는 중도 색이 강한 후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자유롭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는 늘 대립각을 세워왔다. 따라서 안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한다는 명분도 서고, 보수당을 찍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도 된다. 안 후보는 현재 대선 레이스에서 지지율이 윤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지만, 야권 단일화 적합도에서는 윤 후보보다 10%포인트 넘게 웃돈다. 안 후보가 말했듯이, 야권 대선후보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또 양보? 당선 포기? 반면, 윤 후보에게는 조직력이 있다. 비례대표 3석이 전부인 국민의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국회 106석을 확보하고 있다. 전국에 지역구가 있으며 선거운동을 할 인력도 압도적으로 많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대선에서 ‘이겨왔던’ 전례가 많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과 대립하며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는지, 전략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다. 또, 지지율 측면에서도 윤 후보가 안 후보보다 많이 앞서 있다.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온 안 후보지만, 국민의힘이 내홍을 끝내면서 윤 후보가 지지율을 거의 다 회복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이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총회 자리에서 극적으로 화해하며 원팀 의지를 굳건히 했다. 이후 홍보전에 이 대표가 큰 힘을 실어주며 하락세를 그리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순항이 이어지는 윤석열표 대선호가 안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은 여러 모로 명분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정계 전문가들은 ‘윤일화’도, ‘안일화’도 아닌 ‘무일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양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지 않고 끝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후보 단일화를 하려면 여러 이해관계들이 맞아야 하고, 희생정신도 강해야 한다. 김대중·김종필의 이른바 ‘DJP연합’ 때처럼 말이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야권의 1위 대권주자로 달리고 있었다. 1997년 9월 가 공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 후보는 30%에 육박하는 지지율 받았고, 김종필 후보는 약 3%의 지지율을 받았다. 단순 수치만 봐도 10배가량 차이나는 것이었다. 단일화 없이도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김대중 후보였지만, 그는 김종필 후보에게 많은 부분을 양보하며 연합을 이뤄냈다. 김대중 후보가 김종필 후보 자택에 직접 찾아가 연합할 것을 제안하면서다. 현재의 안 후보처럼 아쉬울 게 없다며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던 김종필 후보는 김대중 후보를 만난 후, 연합에 동의하며 김대중정부에 들어가 일할 것을 약속했다. ‘실리냐 고집이냐’ 딜레마 완주하고 지방선거 출마? 김종필 후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양보’ 덕분이었다. 이날 DJP연합 논의에서 김종필 후보는 내각제 개헌과 경제 부처 인사권이 보장된 ‘실세형 총리’의 자리를 약속받았다. 후에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국민의정부의 경제 관료들은 실제로 김종필 후보가 지명한 인사로 채워졌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대표적인 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면, 안 후보에게 많은 것을 양보한 단일화를 제안해야 한다. 김대중 후보가 그랬듯, 차기 정부 인사들의 일부 인사권을 넘겨주고 힘 있는 자리를 약속하지 못한다면, ‘윤일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후보만큼 윤 후보가 당내의 권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본인의 권력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윤 후보 혼자 당내의 반대를 무릅쓰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 측 또한 김종필 후보처럼 윤 후보의 제안을 선뜻 수락하지는 않을 모양새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선에 참여했다’는 기존 입장이 여전히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단일화를 하고 대선을 완주한 경험과 하지 않고 완주한 경험 모두 갖고 있다. 낙선을 하더라도 끝까지 대선을 완주해 이름값을 높인 뒤, 곧 있을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에 나가는 것도 그에게는 좋은 방법이다. 1997년 당시의 김종필 후보와는 달리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많은 것을 양보해서 지지율이 낮은 후보와 연합을 하는 ‘DJP연합’의 그림은 지금의 윤 후보와 안 후보가 ‘그려야 할’ 그림과 많이 닮아있지만, 맞지 않는 이해관계와 양보 의지가 없는 양 후보에게 ‘그릴 수 없는’ 그림이 돼있다. 국민의힘 이 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의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이전돼 수치가 상승한 것에 너무 고무돼 안일화 이런 말도 만드셨더라”며 “인터넷 가 보면 안일화보다는 간일화(간 보는 단일화)라는 단어가 더 뜬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다르다” 자신만만한 국민의힘 측의 입장과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이 섞인 발언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이 대표는 내가 무서운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아무런 신경 쓸 게 없으면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위협이 될 때만 발언한다”며 맞받았다. 양측은 현재 단일화는커녕 갈등 양상으로 가기 직전이다. 여권 단일화는? 야권이 만일 단일화에 기적적으로 성공한다면 여권도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선거에서는 같은 색의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진보색을 강하게 띠고 있는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 또한 여권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중요한 분기점인 내년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여권 대통합을 해야 한다. 심 후보 본인은 완주 의지를 표명하는데,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그때 가서 우리가 함께 이길 수 있는 길을 국민이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빙의 상황 속에서 상대가 단일화한다면, 개혁 진영도 뭉쳐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의견이다. 그러나, 심 후보는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는 “많은 국민이 ‘이런 대선은 본 적이 없다’며 혀를 차고 있다”며 “34년 양당 정치가 보여준 민낯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고들 하신다. 그럼에도 염치없는 양당정치는 또 차악의 선택을 강요하려고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지율 정체에 따른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해산과 며칠간의 칩거 후, 심 후보의 입장도 많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심 후보가 대선을 끝까지 완주해서 얻는 정치적 자산보다 단일화로 얻는 정치적 자산이 더욱 크다면, 여권의 단일화도 완전히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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