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불안 끝에 울린 허망한 총성 ‘남산의 부장들’

▲ ⓒ쇼박스

[일요시사 취재1팀] 함상범 기자= 1979년 10월26일은 역사적으로 특별하다. 무려 18년 넘게 집권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이 부하로부터 총에 맞아 사망한 날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영화, 각종 시사프로그램 등등에서 숱하게 거론된 하루다. 현대사나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연출자에게 있어 이 흥미로움은 ‘양날의 검’이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엔 유리하지만, 자칫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꼭 만들어내야 유의미한 결과물이 된다. <내부자들>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양날의 검을 빼들었다.

<남산의 부장들>은 10·26을 마지막 지점으로 이전 40일부터의 과정을 그린다. 1977년 있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코리아 게이트’ 이후 미국 연방 하원의 프레이저 청문회서 비밀스러운 내용을 거침없이 폭로한 사건을, 영화적 재미를 위해 1979년으로 붙인 것 외에는 고증에 충실하다. 다만 이름은 싹 바꿨다. ‘김재규=김규평’ ‘각하=박정희’ ‘김형욱=박용각’ ‘차지철=곽상천’ ‘전두환=전두혁’ 등이다.

역사를 조금만 알아도 어떤 인물로 모티브가 됐는지 쉽게 보인다. 

공포의 대명사였던 남산과 서슬 퍼런 군사정권서 굵직한 권력을 맡았던 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차가운 톤으로 차분하게 담았다. <그 때 그 사람들>이 블랙코미디 형태로 당시 인물들을 풍자하고 비꼬았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김규평(이병헌 분)의 불안함에 포커스를 맞춘다.
 

▲ ⓒ쇼박스

스토리 


미국 프레이저 청문회서 박통의 실체를 낱낱이 고발한 박용각(곽도원 분)을 황급히 만난 김규평(이병헌 분)은 의외의 소리를 듣는다. 중앙정보부장도 경호실장도 아닌 또 다른 2인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름은 ‘이아고’라고 한다. 박용각은 김규평에게 새로운 왕좌에 오르는 그림을 그린다. 미국도 김규평에게 ‘다음 스텝을 밟으라’며 박통의 하야와 새로운 왕좌를 암시한다. 

그런 가운데 군 후배이자 경호실장인 곽상천(이희준 분)은 미쳐 날뛴다. 무슨 일만 터지면 ‘중정부장이 이것도 모르냐’며 면박을 주는 것은 물론 ‘캄보디아처럼 100만명 200만명 탱크로 싹 밀어야 한다’며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말로 박통(이성민 분)을 꼬드긴다. 박통은 그 말에 넘어가는 모양새다. 여러 상황 속에서 김규평은 박통을 향해 충정을 다 바치는데, 1인자의 총애에선 점점 더 멀어진다. 부마항쟁이 발발하면서 박통·경호실장과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김규평은 커다란 결심을 한다.  
 

▲ ⓒ쇼박스

주제의식

10·26을 대하는 미디어의 방식은 늘 달랐다. 12·12사태의 전초전이었거나 혹은 누군가를 조롱의 대상으로 여겼거나, 누군가를 미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역사물 또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밀정>의 음울함과 비슷한데 특별한 메시지가 보이지는 않는다.

특별한 점은 이 작품은 김규평의 심리와 시선으로만 이 기간을 해석한다는 점에 있다. 미국에 미운털이 박힌 박통, 자신을 지원하겠다는 미국, 꼴도 보기 싫은 경쟁자와 그를 총애하는 상관, 뒤에서 자신을 믿고 받쳐주겠다는 혁명 동지 사이서 김규평은 혼란스러워한다. 영화는 1979년도에 이런 불안함을 느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설명하기만 한다.

그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쏴버린, 우발적인 총성은 그가 외쳤던 민주주의 대신 더 악랄한 신군부를 탄생시키고 만다. 권력의 시종이 어쩔 줄 모르다가 쏜 총성으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 후퇴하게 된다.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가 꾸준히 있어왔지만, 우발적인 행동이 낳은 처참한 결과로 인한 비판의 여지도 많다. 

그럼에도 영화는 김재규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이 있는 인물로 그려지며,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마지막은 멋있다. 그를 무시했던 <그 때 그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다. 영화 말미 김규평의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로 전달될지 궁금하다.
 

▲ ⓒ쇼박스

연출

70년대 후반의 빛깔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뉴트로가 유행이듯 예전 것을 세련되게 바꿔놨다. 의상을 비롯한 다양한 소품, 철저하게 준비된 공간이 1980년대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프레이저 청문회에 이은 김형욱의 죽음, 김규평과 차지철의 대립, 부마항쟁, 궁정동 10·26 사태까지 당시를 잇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다소 느리게 전개된다. 영화는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중간에 다소간의 지루함을 막지는 못한다.

후반부 다소 갑작스럽게 결단내리고 수행하는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다. 관객들이 여백을 꽤 이해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더 촘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사가 스포일러지만, 후반부 궁정동 안가 시퀀스는 굉장한 긴장감을 준다. 롱테이크신은 두고 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 &lt;남산의 부장들&gt; 제작보고회 ⓒ문병희 기자

연기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대목은 연기다.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 과정서도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빛난다. 박통을 연기한 이성민은 ‘비슷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높은 싱크로율과 함께 새로운 박통을 만들어낸다. 한 마리 이리 같으면서도 욕망에 찌들어있는 권력자를 표현한다. 

언제나 새로운 얼굴과 강렬한 연기를 드러내는 이병헌은 엄청난 비중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소화했다. 애써 감추려 하지만 툭툭 묻어나오는 불안함과 함께 마지막 장면서의 얼굴은 영화를 관통한다. 

무려 25kg을 찌운 이희준은 ‘차지철이 정말 저랬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한 연기를 펼친다. 김규평을 끊임없이 조롱하는, 무대포 같은 표현법이 자연스럽다.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 선을 찾아낸 것이 묘수다. 

영화의 시작을 끊은 곽도원과 유일한 여성 캐릭터에 가까운 김소진도 제 몫 이상을 해준다. 그 외 작은 분량의 캐릭터들 중에 허점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연기로는 빈틈이 없다.

총평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내고자 했던 제작진의 노력이 관객들에게 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을 약 90일 앞둔 시점에, 정치적인 비판을 피하기 위한 선택도 영리해 보인다. <마약왕> 실패 이후 절치부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초반 김규평을 자극한 ‘이아고’가 사라진 대목, 큰 결단을 내리는 과정서 부족한 설득력, 영특한 기질을 보인 김규평이 중정이 아닌 육군본부로 선택한 진짜 이유를 그리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시대의 역사를 잘 아는 관객보다 적당히 잘 모르는 관객이 더 높은 평가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개봉: 2020.01.22
등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14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젬스톤픽처스
배급사: 쇼박스
한줄평: 한 남자의 불안함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