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각양각색 정치물

‘정치’ 영화가 쏟아진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오는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행된다. 국회의원 전체를 선출하는 총선은 4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정치 이벤트다. 대국민 이벤트다 보니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미디어 역시 이에 발맞춰 다양한 정치물을 내놓고 있다. 올리기만 하면 실패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굵직한 현대사와 선거, 남북관계 등 다양한 키워드의 정치물을 살펴봤다.
 

▲ ▲ JTBC <보좌관2> ⓒ스튜디오앤뉴

총선이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요즘 정치 이슈가 시선을 모은다. 각 정당의 인재 영입을 시작으로 각 지역구 공천과 비례대표 선출 및 경선을 거쳐 선거에 이르기까지, 석 달 동안 대한민국은 선거로 인해 시끄러울 전망이다. 정치에 관한 관심이 높은 국민성 때문일까, 충무로도 총선 시즌에 맞춰 적지 않은 정치 영화를 내놓는다. 

PP와 DJ

장르 영화로서 정치물은 폭이 넓다. 대체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차지하려는 자들의 권모술수와 암투,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는 게 핵심이다. 배우 조지 클루니와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영화  <킹메이커>나 미국 드라마로서 국내서도 인기를 끈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적이다.

과거의 한 시대를 조명하며 당시 인물들을 해석 또는 풍자하는 것도 있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나 <더 킹>은 풍자의 요소가 강하며, 할리우드 영화 <바이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정치물이다. 남북이 갈라진 한국의 정세를 그린 작품도 특수한 정치물로 분류된다. 정치와 남북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역학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개봉하는 정치물은 ‘정파’와 ‘사파’ 사이서 다양한 색깔로 관객과 만날 전망이다. <남산의 부장들> <정직한 후보> <정상회담> <탈출: 모가디슈>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등 그 제목이다. 걸출한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아 2020년은 정치물 전성시대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 스타트는 <남산의 부장들>이 끊었다. 1979년 10월26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이전 약 40일간의 권력자들의 암투를 그린 작품이다. <내부자들>과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이병헌과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이 출연한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와 박 전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 전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형욱 등 실제 인물들을 모티브로 그린 작품이다. 감독의 관점이나 해석을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에 근거해 누아르와 다큐멘터리를 적절히 섞어 비교적 차분하게 그려냈다. <바이스>의 톤과 일맥상통한다.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압박하는 미국과, 대통령의 총애에 권력의 칼춤을 추는 군 후배이자 경호실장, 자신을 점점 더 멀리하는 대통령과 자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혁명동지 사이서 불안과 기대 등 복잡한 심경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의 시선으로 이 시대를 들춰본 작품이다.

비록 실존 인물의 이름을 쓰지는 않았지만, 마치 빙의한 듯 완벽한 싱크로율을 뽐낸다. 특히 현재까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김형욱 실종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룬 점과 중정과 경호실, 대통령 등 각 부서 간의 역학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부분이 훌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남산의 부장들 ⓒ쇼박스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는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았다. 어떤 인물의 공과 과를 절대 평가하지 않는다. 단지,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인물들의 심리 묘사로 보여주고 싶었다. 동명 원작은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취재록이다. 영화로 담기엔 너무 방대했기에 마지막 40일의 순간을 영화화했다”고 말했다.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정직한 후보>가 관객과 만난다. 정치와 코미디, 판타지 장르가 융합된 이 영화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국회의원 후보가 갑자기 선거를 앞두고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국회의원 후보자를 소재로 내세워 코미디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띈다. 의원과 보좌관, 의원과 가족들의 삶을 가볍게 터치할 전망이다. 배우 라미란과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등이 출연한다. 과거 <댄싱퀸>과 비슷한 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만 무려 다섯편…선거 때문?
양우석·류승완 등 거물급 연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혜성처럼 충무로에 입성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는 선거전 속에서 피어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통령을 꿈꾸던 한 정치가와 그의 뒤에서 천재적인 전략을 펼치며 선거의 귀재로 불렸던 한 남자가 파란만장했던 1960∼1970년대를 관통하며 겪는 이야기다.

고(故) 전 김대중 대통령과 ‘한국의 괴벨스’로 불리는 엄창록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배우 설경구가 김대중 역을, 이선균이 엄창록 역할을 맡는다. 이 영화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과 엄창록을 모티브로 했지만, 선거나 정치보다는 두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라고 밝혔다. 

국내 정치를 말하면 남북관계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총선 때마다 남북관계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제작되는 <정상회담>은 남북간의 복잡한 관계를 세세하게 다룬다. <변호인>과 <강철비>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세 번째 작품으로 <강철비>에서 함께 작업했던 정우성과 곽도원이 다시 출연한다.

웹툰 <정상회담: 스틸레인3>를 영화한 <정상회담>은 가까운 미래,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강철비>를 통해 국제정세를 매우 정확하게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은 양우석 감독은 “남북 문제는 여러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의 모습을 같이 냉철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견지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강철비>가 변화구라면, <정상회담>은 직구”라고 비유했다.
 

▲ 지정생존자

<부당거래> <베테랑>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에 이어 다시 한 번 역사의 현장을 조명한다. 신작 <탈출: 모가디슈>는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이 생사를 걸고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며, 김윤석과 조인성, 허준호 등 화려한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세계적인 VFX기술력을 보유한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하며 스케일면에서도 기대감을 준다. 

영화 분야에서는 정치와 관련된 소재의 작품이 즐비한 가운데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TV는 정치나 선거와 관련된 작품이 많지 않다.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 KBS2 <국민 여러분!>을 시작으로 <보좌관> 시리즈, tvN <60일, 지정생존자> <위대한쇼>와 같은 작품이 숱차례 방영됐다. 예능에서도 특별히 정치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제작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과 북한

한 방송 관계자는 “CJ 계열을 제외하고 각 방송사는 보도국을 두고 있어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는 것을 두려워한다. 오히려 작년에 많은 작품이 론칭 됐다.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4월까지는 정치 관련 예능이나 드라마가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라마·영화 정치물 변천사 

1990년대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정치 드라마나 영화는 쉽게 볼 수 없었다. 워낙 첨예하게 부딪히는 국내 여론 탓에 조금만 중심추가 기울어도 비판을 맞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용어나 내용 등이 전반적으로 어려웠고, 톤도 무거운 편이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정치물은 쉽게 말해 ‘망하는 장르’였다. 


하지만 KBS2 <프레지던트>로 물꼬를 튼 뒤 정치물은 조선 초기 궁중정치를 다룬 KBS1 <정도전>에 이어 2015년 <어셈블리>를 거쳐 지난해 무려 네 편의 작품이 제작됐다.

<보좌관>과 <위대한 쇼>는 정치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비교적 가벼운 톤으로 제작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계서도 금기시됐던 정치물은 <그 때 그사람들>과 <부러진 화살> 이후 미진하다 <변호인>과 <더 킹> <특별시민> <1987>에 이어 <남산의 부장들>로 이어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미국드라마에 영향으로 국내서도 정치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권의 개입만 없으면 정치물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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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