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에 죽는’ 유니크한 배우들의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를 보고 영화관으로 향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 때로는 좋아하는 배우 때문에 영화관을 찾았다가 실망감만 잔뜩 안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는 배우에 대한 신뢰감과 연결된다. 따라서 좋은 작품을 꾸준히 잘 고르는 것도 배우의 능력 중 하나다. 연기력만큼은 탁월한데, 가끔 이해되지 않을 출연으로 의아함을 주는 배우들이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마동석·이성민·박희순

배우들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비교적 선명하다. ‘이야기에 흥미가 있을 때’나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일 때’ ‘비록 분량은 적어도, 감독이나 제작사와 일을 해보고 싶을 때’ ‘혹은 과거의 인연 때문에’ 등이 있다. 여러 이유로 작품을 선택하지만, 모든 작품이 호평을 받지는 못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엉성한 모양새로 혹평을 받기도 한다. 특히 배우 마동석과 이성민, 박희순은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도, 때로 예상 밖의 작품을 골라 신뢰감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마동석]

배우 마동석은 국내서 가장 유니크한 배우 중 하나다. 작고 여리여리한 배우들 사이서 우락부락한 몸집만으로도 그는 특별한 존재다. 누구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지닌 그는 때때로 귀엽기까지 하다. 

영화 <부산행>서 좀비를 단숨에 때려잡은 뒤, 임신한 아내(정유미 분)로부터 혼이 나는 모습만으로도 그가 가진 매력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의상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은 <굿바이 싱글>이나 ‘힘 센 동네 바보형’이었던 <시동>, 진실의 방으로 범죄자를 끌고 가거나 장첸(윤계상 분)과 맞붙기 전 ‘싱글’임을 고백한 <범죄도시>서도 그의 매력은 상당했다. 연기의 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인물을 훌륭히 표현해낸다는 것. 

그의 매력을 알아본 마블사가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히어로’ 길가메시(영화 <이터널스>)로 낙점할 정도니, 마동석의 연기력은 세계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 그가 꼭 좋은 작품만 선보인 것은 아니다. ‘마동석 장르’라 불리는 영화들이 대부분 혹평을 받았다. 여기서 마동석 장르란 힘센 마동석이 악당을 깨부수는 서사를 가진 일부 작품을 일컫는다. 영화 <함정> <살인자> <동네사람들> <악인전> <성난황소>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작품들에서 마동석은 불의에 맞서 악당을 흠씬 두들겨 패는 역할이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으로 통쾌함도 분명 존재하지만, 기시감이 너무 강하다는 단점도 있다. 아울러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많거나, 여성이나 어린 아이가 과도한 피해를 입는 장치로만 사용돼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영화계 의리파로 잘 알려진 그는 과거부터 알고 지낸 감독들과의 인연을 중시해 작품을 선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마동석 주연 영화를 통해 입봉한 감독이 줄을 잇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의리로 작품을 선택하는 것 자체는 응원할만한 일이지만, 그가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배우 개인은 물론 관객에게도 손실이다. 영화 산업의 최정점에 있는 미국마저도 인정한 마동석이기에, 그의 이미지만 소모되는 영화는 당분간 출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민]

연극 극단 출신 배우 이성민은 다작 출연으로 유명하다. 주인공 혹은 비중 있는 조연으로 작품활동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대부분 괜찮은 연기를 뛰어넘는 훌륭한 연기로 감동을 주곤 한다. 

MBC <골든타임>에선 완벽에 가까운 의사였으며, tvN <미생>의 오 과장으로 인생의 무게를 전달하기도 했고, tvN <기억>에선 죽음을 앞둔 변호사로 삶의 소중함을 깨우쳤으며, 영화 <보안관>에서는 마약범과 호기롭게 다투는 지방 형사로 웃음을 선사했고, <공작>에서는 북한의 경제통으로 통일이라는 꿈을 꿨으며,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독재자 그 자체였다. 


신뢰감 얻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유니크한 배우들 기복 있는 이유?

그런 그가 이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선택으로 보는 이들을 괴롭게 한다. 밈이란 단어의 부재로 당시에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전국적인 조롱을 받았던 영화 <리얼>, 지나치게 떨어지는 개연성으로 관객의 혹평을 받은 <목격자>와 <비스트>, 그리고 충격의 <미스터 주>까지, 이성민의 최근 행보는 널뛰기 중이다. 

언제나 미친 연기를 선보이는 이성민이지만, 일부 영화에선 ‘연기력 낭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납득되지 않는 면이 많다. 살인자를 목격했지만 신고하지 못하는 목격자의 모습(<목격자>)이나, 암투를 벌이는 인물 사이서 설득력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비스트>가 그 예다. <미스터 주>는 거의 모든 장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영화 이후에 ‘배우의 연기만 남았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는 이성민의 연기만큼은 탁월했다는 것. 연기력이 아닌 작품성의 기복이 없는 배우라는 숙제를 앞으로 개봉할 <제8일의 밤>과 <리멤버> <대외비:권력의 탄생>을 통해 풀어내길 바라는 관객이 적지 않을 테다.

[박희순]

극단 목화 출신으로 2002년 영화 <세븐데이즈>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박희순도 작품의 질에 있어 폭이 큰 배우다. <세븐데이즈> <맨발의 꿈> <작전>을 비롯해 <용의자> <마녀> <밀정> <1987> 등 출연작도 일품이었으며, 연기 역시 훌륭했던 작품이 적지 않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특유의 보이스 역시 그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강렬하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력은 영화계를 비롯해 국내 관객 대부분이 인정한다. 터프한 외형과 달리 <맨발의 꿈>에서는 귀엽고 재밌기도 하며, <1987>에서는 왠지 모를 나약함도 보인다. 김상옥 열사를 모티브로 해 <밀정>의 문을 열었던 오프닝 시퀀스는 그야말로 박희순의 원맨쇼였다.

그런 그도 필모그래피가 예쁘지만은 않다. <신세계>와 <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실패작인 <혈투>의 주인공이었으며, 신하균 오만석 박희순의 연기로도 연출의 구멍을 메우지 못한 <올레>, 유치하기 짝이 없는 <썬키스 패밀리>, 비록 조연이었지만 워낙 실망스러운 완성도를 보인 <물괴>, 사극 코미디의 한계라 불린 <광대들:풍문조작단>까지, 박희순의 출연작 중에는 의외로 엉성한 작품이 적지 않다. 

비록 작품성은 부족하지만, 그 안에서도 기대감을 주는 연기를 보여준 게 박희순이다. 아직까지 차기작 소식이 없는 그가, 다음 작품만큼은 누구나 감탄할 만한 좋은 이야기서 명연기를 선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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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