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무실 페이퍼컴퍼니 실체

16평에 법인만 3개…정체불명 유령회사도 둥지

[일요시사 취재1·2팀] 최현목·김정수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소유의 오피스텔 사무실에 3개의 법인이 등재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법인 중 하나는 지점을 허위로 등록하는 등 페이퍼컴퍼니, 일명 유령회사로 의심된다. 또 다른 법인은 민주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고문으로 선임한 바 있다. 세 법인의 대표는 한 명. <일요시사>가 그 실체를 추적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무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2009년 5월 오피스텔 사무실을 매입했다. 위치는 서울 영등포구 엘지여의도에클라트다. 국회로부터 도보로 3분여 거리다. 등기상 거래가액은 2009년 5월 당시 2억8000만원이었다. 추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해당 오피스텔 사무실을 소유하고 있다고 알렸다.

국회서
도보 3분

국회의원들이 국회 지근거리의 오피스텔을 소유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13일 <일요시사>를 통해 “의원의 활동이 분 단위로 돌아가다 보니 집에 들어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때 오피스텔을 임대해 자신의 쉴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또는 보좌진들이 국감처럼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할 때 쉬라고 배려 차원서 오피스텔을 임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세 개의 법인이 추 후보자의 오피스텔 사무실을 주사무소로 등록했다. S주식회사와 H사단법인, G재단법인이 그것이다. 주식회사는 올해 6월, 사단법인은 올해 9월 법인을 설립했다. 재단법인은 지난 2006년 8월 설립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가 올해 6월 주사무소를 해당 오피스텔 사무실로 이전했다.

세 법인의 성격은 모두 다르다. 주식회사의 사업 목적은 ‘글로벌 문화 콘텐츠 개발 및 친환경 플랜트 기기 개발·유통’이다. ▲인문분야 글로벌 문화 콘텐츠 연구·개발 ▲친환경 수처리 ▲유익 미생물 개발 ▲음식물 처리기기 제조·유통 ▲토질 환경정화 및 폐기물의 자연친화 신재생 처리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사단법인은 산악협회다. 재단은 민간외교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해당 재단은 기획재정부가 지정하는 외교통상부(외교부 전신) 산하 지정기부금단체였다. 지정기부금단체는 세제혜택을 받는다.

주식회사-사단법인-재단법인 등재
지점으로 전화하니 “처음 들어봐”

세 법인 모두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L씨는 사단법인의 이사로 등재돼있다. 사단법인서 L씨 외에는 대표권이 없다. 재단서도 L씨는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권을 소유하고 있다.

오피스텔 사무실의 전유면적(세대 내 실제 사용 면적)은 55.04㎡으로 16평이 조금 넘는다. 세 법인이 공유하기에 물리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일요시사>가 지난 10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사무실을 찾아 확인한 결과 간판은 없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기상 주식회사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장외리에 화성공장이라는 지점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장소에 위치해 있는 공장은 주식회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해당 공장의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우리는 해당 주식회사가)아니다. 주소는 맞는데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근처에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피스텔 사무실에 있던 사람에게 주식회사에 대해 묻자 그는 “난 잘 모른다. 여기는 사단법인이다. L씨가 여기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L씨는 정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는 세 들어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점 주소에
다른 회사가


<일요시사>가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주식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유한국당 보좌진은 지난 13일 “(해당 주식회사는)페이퍼컴퍼니로 보인다”며 “보좌진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법인이 한 주소지를 사용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주식회사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16일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회사”라며 “등기상 지점이 지금 주소에 없더라도 예전 등기 주소를 안 옮겨 그럴 수 있지만, 주식회사는 올해 6월에 만들어진 회사라서 그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이상하다. 서류상 회사로 볼 수 있다. 본점 회사도 간판이 없고, 친환경 업체임에도 제조공장이 없다. 사무실 자체가 평수도 작아 사단법인 및 재단과 나눠 쓰기 힘들다. 주식회사를 페이퍼컴퍼니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페이퍼컴퍼니의 정의는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서류로만 존재하면서 회사 기능을 수행하는 회사’다. 실질적으로는 자회사를 통해 영업활동을 한다. 이런 페이퍼컴퍼니는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과 기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경비 등을 줄일 목적으로 설립된다. 

페이퍼컴퍼니의 설립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기업서 세금감면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사례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그 사이에 탈세가 이루어진다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간판 없어
운영은?

L씨는 민주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함께 활동한 이력도 갖고 있다. L씨 소유의 재단은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민주당 전직 의원을 3기 자문위원으로, 현직 의원을 4∼5기 고문으로 선임했다.

추 후보자 사무실을 주소로 사용하지 않지만, L씨에게는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한 정치 시민단체의 공동대표직이다. 해당 시민단체의 소셜미디어그룹에는 복수의 민주당 국회의원 및 여권 인사들이 가입돼있는데 추 후보자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 20일 <일요시사>는 어렵게 L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자메시지로 “통화를 거부한다. (또)S주식회사에 대한 답변도 거부한다.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추 후보자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18일 “부동산에 내놓고 부동산이 중개한다.(사무실을) 구입은 했으나, 여의치 않아서 내놨다. 그런데 국회의원이라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임대사업을 해놓자 해서 사업자등록을 해놨고, 그 이후는 그냥 부동산에 맡겨놨다”고 말했다.

이어 “추 후보자는 (사무실에)누가 들어와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사무실의 존재를 우리는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됐다. 그만큼 의정활동과는 관계없다. 페이퍼컴퍼니가 후보자의 사무실을 갖고 운영된다면(우리 입장서도) 문제다. 우리도 별개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밝혔다. 

간판도 없이 운영 중
“임차인과 일면식도…”

추 후보자 청문회준비단 측은 “(추 후보자와 L씨는)전혀 관계가 없고 공인중개를 통해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계약을 했다. 상대가 누군지 모른다. 일면식도 없다”고 답했다. 


추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청와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추 후보자를 지명했다. 조 전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사퇴한 지 52일 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판사와 국회의원으로서 쌓은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을 비롯해 그간 추 후보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정 사유를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로 송부했다.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요청서의 국회 송부 이후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열리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날짜를 지정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그럼에도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여야 합의
30일 열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8일 간사간 합의를 통해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오는 30일 열기로 합의했다. 선거제 및 검찰개혁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중인 탓에 청문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한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서를 접수한지 20일 내에 인사청문을 맞춰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한을 꽉 채운 30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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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