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무실 페이퍼컴퍼니 실체

16평에 법인만 3개…정체불명 유령회사도 둥지

[일요시사 취재1·2팀] 최현목·김정수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소유의 오피스텔 사무실에 3개의 법인이 등재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법인 중 하나는 지점을 허위로 등록하는 등 페이퍼컴퍼니, 일명 유령회사로 의심된다. 또 다른 법인은 민주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고문으로 선임한 바 있다. 세 법인의 대표는 한 명. <일요시사>가 그 실체를 추적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무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2009년 5월 오피스텔 사무실을 매입했다. 위치는 서울 영등포구 엘지여의도에클라트다. 국회로부터 도보로 3분여 거리다. 등기상 거래가액은 2009년 5월 당시 2억8000만원이었다. 추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해당 오피스텔 사무실을 소유하고 있다고 알렸다.

국회서
도보 3분

국회의원들이 국회 지근거리의 오피스텔을 소유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13일 <일요시사>를 통해 “의원의 활동이 분 단위로 돌아가다 보니 집에 들어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때 오피스텔을 임대해 자신의 쉴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또는 보좌진들이 국감처럼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할 때 쉬라고 배려 차원서 오피스텔을 임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세 개의 법인이 추 후보자의 오피스텔 사무실을 주사무소로 등록했다. S주식회사와 H사단법인, G재단법인이 그것이다. 주식회사는 올해 6월, 사단법인은 올해 9월 법인을 설립했다. 재단법인은 지난 2006년 8월 설립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가 올해 6월 주사무소를 해당 오피스텔 사무실로 이전했다.

세 법인의 성격은 모두 다르다. 주식회사의 사업 목적은 ‘글로벌 문화 콘텐츠 개발 및 친환경 플랜트 기기 개발·유통’이다. ▲인문분야 글로벌 문화 콘텐츠 연구·개발 ▲친환경 수처리 ▲유익 미생물 개발 ▲음식물 처리기기 제조·유통 ▲토질 환경정화 및 폐기물의 자연친화 신재생 처리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사단법인은 산악협회다. 재단은 민간외교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해당 재단은 기획재정부가 지정하는 외교통상부(외교부 전신) 산하 지정기부금단체였다. 지정기부금단체는 세제혜택을 받는다.

주식회사-사단법인-재단법인 등재
지점으로 전화하니 “처음 들어봐”

세 법인 모두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L씨는 사단법인의 이사로 등재돼있다. 사단법인서 L씨 외에는 대표권이 없다. 재단서도 L씨는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권을 소유하고 있다.

오피스텔 사무실의 전유면적(세대 내 실제 사용 면적)은 55.04㎡으로 16평이 조금 넘는다. 세 법인이 공유하기에 물리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일요시사>가 지난 10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사무실을 찾아 확인한 결과 간판은 없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기상 주식회사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장외리에 화성공장이라는 지점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장소에 위치해 있는 공장은 주식회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해당 공장의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우리는 해당 주식회사가)아니다. 주소는 맞는데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근처에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피스텔 사무실에 있던 사람에게 주식회사에 대해 묻자 그는 “난 잘 모른다. 여기는 사단법인이다. L씨가 여기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L씨는 정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는 세 들어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점 주소에
다른 회사가


<일요시사>가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주식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유한국당 보좌진은 지난 13일 “(해당 주식회사는)페이퍼컴퍼니로 보인다”며 “보좌진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법인이 한 주소지를 사용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주식회사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16일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회사”라며 “등기상 지점이 지금 주소에 없더라도 예전 등기 주소를 안 옮겨 그럴 수 있지만, 주식회사는 올해 6월에 만들어진 회사라서 그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이상하다. 서류상 회사로 볼 수 있다. 본점 회사도 간판이 없고, 친환경 업체임에도 제조공장이 없다. 사무실 자체가 평수도 작아 사단법인 및 재단과 나눠 쓰기 힘들다. 주식회사를 페이퍼컴퍼니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페이퍼컴퍼니의 정의는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서류로만 존재하면서 회사 기능을 수행하는 회사’다. 실질적으로는 자회사를 통해 영업활동을 한다. 이런 페이퍼컴퍼니는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과 기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경비 등을 줄일 목적으로 설립된다. 

페이퍼컴퍼니의 설립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기업서 세금감면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사례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그 사이에 탈세가 이루어진다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간판 없어
운영은?

L씨는 민주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함께 활동한 이력도 갖고 있다. L씨 소유의 재단은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민주당 전직 의원을 3기 자문위원으로, 현직 의원을 4∼5기 고문으로 선임했다.

추 후보자 사무실을 주소로 사용하지 않지만, L씨에게는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한 정치 시민단체의 공동대표직이다. 해당 시민단체의 소셜미디어그룹에는 복수의 민주당 국회의원 및 여권 인사들이 가입돼있는데 추 후보자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 20일 <일요시사>는 어렵게 L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자메시지로 “통화를 거부한다. (또)S주식회사에 대한 답변도 거부한다.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추 후보자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18일 “부동산에 내놓고 부동산이 중개한다.(사무실을) 구입은 했으나, 여의치 않아서 내놨다. 그런데 국회의원이라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임대사업을 해놓자 해서 사업자등록을 해놨고, 그 이후는 그냥 부동산에 맡겨놨다”고 말했다.

이어 “추 후보자는 (사무실에)누가 들어와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사무실의 존재를 우리는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됐다. 그만큼 의정활동과는 관계없다. 페이퍼컴퍼니가 후보자의 사무실을 갖고 운영된다면(우리 입장서도) 문제다. 우리도 별개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밝혔다. 

간판도 없이 운영 중
“임차인과 일면식도…”

추 후보자 청문회준비단 측은 “(추 후보자와 L씨는)전혀 관계가 없고 공인중개를 통해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계약을 했다. 상대가 누군지 모른다. 일면식도 없다”고 답했다. 


추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청와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추 후보자를 지명했다. 조 전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사퇴한 지 52일 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판사와 국회의원으로서 쌓은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을 비롯해 그간 추 후보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정 사유를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로 송부했다.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요청서의 국회 송부 이후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열리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날짜를 지정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그럼에도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여야 합의
30일 열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8일 간사간 합의를 통해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오는 30일 열기로 합의했다. 선거제 및 검찰개혁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중인 탓에 청문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한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서를 접수한지 20일 내에 인사청문을 맞춰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한을 꽉 채운 30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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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