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예능 생존 키워드는 ‘리얼리티’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베테랑 예능인 이경규는 과거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고 말했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불리는 예능 방송서, 짜고 치는 것을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먹방, 쿡방, 관찰 예능을 지나오면서 그의 예언은 실체가 되어 나타난 듯하다. 어떤 콘셉트든 진정성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왔다. 급변해가는 예능계서 ‘리얼리티’로 유독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짚어봤다. 
 

▲ ▲SBS <핸섬 타이거즈>

실재하는 것을 그대로 묘사한다는 의미의 ‘리얼리티’가 국내 예능계의 핫한 키워드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MBC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각종 여행 예능과 관찰 예능, 추리 예능, 연애 예능, 먹방과 쿡방 등을 오가면서 진정성이 빠진 프로그램들은 금방 시청자들의 눈밖에 났다. 연예인을 게스트로 모셔놓고 추억을 파는 토크쇼는 방송계서 사장되고 있다.

생존하려면…

결국 프로그램 내에서 진정성이 드러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예능 프로그램 생존의 화두가 됐다. 이는 소재와 무관하게 모든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리얼리티가 두드러진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데 SBS <핸섬 타이거즈>와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다.

이제 겨우 4회차를 맞이한 <핸섬 타이거즈>는 감독이 된 서장훈을 주축으로 농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연예인들이 ‘전국 아마추어 리그 최강전’에 도전한다. 배우 이상윤과 서지석, 김승현, 줄리엔 강 등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는 스타들과 차은우와 유선호 등 신예 방송인들이 신구 조화를 이루며, 카메라가 있든 없든 농구공을 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니저로는, 예사롭지 않은 예능감으로 남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레드벨벳의 조이가 나선다. 


<핸섬 타이거즈>는 ‘농구로는 웃기고 싶지 않다’는 서장훈의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선수 시절 국보급 센터로 군림한 서장훈이 아마추어 연예인 선수단에 다양한 전술 및 개인 훈련을 지시한다. ‘떰’ 또는 ‘V’ ‘주먹’과 같은 프로 세계서 사용되는 전술을 실제 경기서 사용한다. 감독 서장훈의 노하우와 연예인 선수들의 개인 훈련을 통해 국내 최강의 아마추어 선수단과 농구만으로 맞붙는 것이 핵심이다.

인상을 잔뜩 쓰고 ‘웃기려고 하지 마’라며 농구만 하라는 서장훈의 일관된 언행은 안정환이 나왔던 KBS2 <청춘 FC>를 연상케 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연예인 선수단은 이제 조금씩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연예인이 아닌 선수라는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온라인 반응은 최근 론칭한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뜨겁다. 

이 프로그램은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서장훈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구기종목을 비롯해 게임 등에 밀려 좀처럼 인기를 얻지 못하는 농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농구의 참 재미’를 공유하고자 기획됐다. 서장훈뿐만 아니라 퀸텀 스킬 트레이닝 랩의 후배 농구인들도 뜻을 모아 <핸섬 타이거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 선수단은 바쁜 스케줄에도 팀 훈련은 물론 개인 훈련에 정진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이는 진짜 농구의 묘미를 스포츠 중계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담아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 ▲무엇이든 물어보살

안재철 PD는 “선수들이 엄청난 훈련에 매진 중이다. 최근 조별리그로 한 차례 경기를 치렀다. 우리가 맞붙는 팀들이 국내 최강팀에 해당하는데, 절대 뒤쳐지지 않는 멋진 실력을 드러냈다. 아마 시청자분들이 크게 감동할 것”이라며 “서장훈 감독은 물론 선수단과 뒤에서 돕는 코치진이나 스태프가 모두 진정성을 갖고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웃기지 않아도 재밌다…진정성에 무게
급변하는 예능계는 ‘리얼리티’로 승부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JTBC <아는 형님>서 놀라운 케미를 선보인 서장훈과 이수근이 일반인 또는 연예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장훈은 선녀보살로, 이수근은 아기동자로 나온다. 하루에도 10팀서 13팀 정도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두 사람은 실제로 ‘반 무당’에 가까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수근은 얼굴만 보고 출연자의 행동 패턴과 성격 등 기질을 정확하게 맞히면서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서장훈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출연자의 고민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조언을 전달하고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심소희 PD에 따르면, 과거에는 재미삼아 사연을 들고 오는 출연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출연자들이 진짜 고민을 들고 찾아오고 있다.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힘든 치부를 두 사람 앞에서는 뭐가 어렵냐는 듯 모조리 풀어놓는다.

“부모로부터 받은 폭력 때문에 엄마와 인연을 끊고 살고 싶다”고 밝힌 20대 여성과 “800만원을 빌려가고 연락이 두절된 남자친구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20대 승무원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서장훈과 이수근이 사연을 진정성 있게 청취하는 힘과,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해 피드백해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 PD는 “두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모습이다. 사연의 깊이가 방송 초반 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졌다. 두 MC가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서 진정성이 엿보이는 또 하나는 홍보성 출연에 굉장한 ‘짜증스러움’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출연자 사연의 진정성보다는 새로운 활동에 대한 홍보성 행동이 드러나는 경우 서장훈은 온갖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면서 ‘이러면 시청자들한테 우리가 욕 먹어’라는 말도 덧붙인다. ‘홍보성’ 멘트를 경계하는 내용 자막도 어김없이 따른다.

김영철이 신곡 ‘신호등’을 부르는 장면은 대부분 잘라냈으며, 노을 역시 단 두 마디만 노래를 불렀다. 게스트들이 토크쇼를 출연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인 홍보를 최소화하는 데 MC와 제작진이 한 몸이 돼 움직이는 듯 하다. 반대로 연예인들조차 실제 자신들이 가진 고민을 온전히 털어놓을 땐 시청자들의 반향을 일으킨다. 배송 기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태사자 김형준의 발언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엿보인다며 화제가 됐다.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심 PD는 “연예인이 출연했을 때 홍보성 멘트와 행동을 경계하긴 한다. 그래서 편집 방향도 진정성이 있는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며 “이미 연예인 출연자들도 리얼리티가 없으면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진정성 있게 접근한다.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프로그램뿐 아니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채널A <도시어부> 등도 맡은 바 임무를 하는 데만 최선을 다한다. 백종원은 제작진이 섭외한 식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피드백을 통해 점포의 운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 과정서 웃음을 가미하려는 노력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일부 점포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며 방송 후에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점포는 초심을 잃은 모습을 보여 제작진과 백종원으로부터 일갈을 듣는 등 기존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심이 전파를 탄다. 

홍보 좀 그만

<도시어부>의 경우에도 이덕화와 이경규 등 출연진은 낚시에만 몰두한다. 고기를 낚기 위해서만 노력할 뿐이다. 예능감을 쫙 뺀 리얼리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모두가 협업하는 모습이나, 고기가 잡히지 않아 실제 짜증이 난 얼굴, 고기를 잡다가 발생하는 위기 또는 뱃멀미 후에 구토하는 모습 등이 여과 없이 펼쳐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리얼리티가 없는 방송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제작진뿐만 아니라 젊은 감각이 있는 방송인이면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예능이 더욱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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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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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