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무원 성추행 고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1:06:06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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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등과 팔뚝에 침을 묻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기도의 한 공무원이 계약직 여직원에게 수년간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피해자는 재계약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가 해당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체 직원 100명 중 8명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피해자들은 10명 중 8명이 성희롱을 당하고도 특별한 대처 없이 참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8년 4월6일부터 12월27일까지 전국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 업체 1200곳의 직원 9304명, 성희롱 방지 업무 담당자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일반 직원 가운데 지난 3년간 직장에 다니는 동안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1%였다.

편지 주고
선물 공세

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A씨는 2014년 경기도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동물보호센터 용역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매년 동물보호소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직원들은 1년씩 계약을 하는 셈이다. 

지난 2016년 6월, 유부남인 6급 공무원 B 팀장이 동물보호팀으로 오면서부터 A씨의 악연은 시작됐다. 작업반장이었던 A씨는 B 팀장과 업무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많았는데 B 팀장은 A씨에게 선물공세를 했다고 한다.

2017년 2월, B 팀장은 A씨에게 생일이라며 현금 20만원과 자필로 쓴 편지를 전달했다. B 팀장이 준 편지에는 ‘A를 볼 때 가슴이 설렜다. 식사 약속 때문에 하루하루가 그냥 좋다’ 등의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A씨는 “편지를 받고 느낌이 이상했지만 특별히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며칠 뒤에도 아들의 졸업과 입학 선물이라며 30만원 상당의 상품권도 받았다. 그때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혼란스러웠고 무섭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약 한 달 뒤 B 팀장은 A씨에게 “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돈도 주고 애정공세를 하는데 넌 반응도 없고 나 혼자만 이러고 있으니, 더는 하지 않을 테니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A씨는 B 팀장으로부터 받았던 돈을 돌려줬다. 

이후 B 팀장은 잔업을 마치고 난 뒤 A씨를 집에 데려다주기도 했다. A씨는 “차 안에서 강제로 손을 잡으려고 한다거나, 손에 입맞춤하고 손등과 팔뚝에 침을 묻히기도 했다. 강하게 화를 내고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B팀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람 없는 틈타 신체접촉 시도
재계약 앞두고 있어 고발 못해

이어 “이 상황이 너무 불쾌해 달리는 차 안에서 내리겠다고 문을 여는 시늉을 하면 그제야 안 한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처음 식사 때는 손만 잡는다고 하더니 지키지 않았으며, 거절의 의사를 밝혀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라 B 팀장의의 성추행이 점점 심해졌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차 안에서 B 팀장은 저를 안고 볼에 강제 입맞춤해 달라고 했었다. 싫다고 밀쳐내도 저를 안고 볼에 입을 맞추려 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여 완강히 거부하는 데도 머리카락에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7월 A씨는 작업반장서 구조팀 동물구조원으로 보직이 바뀌면서 야간 근무를 하게 됐다. 야간근무는 시간상 오후 10시나 돼야 퇴근이 가능했다. A씨가 관용차 열쇠를 1층 당직실에 반납할 때에도 B 팀장 당직일 때는 그가 손을 잡고 입맞춤하는 등 성추행이 지속됐다. A씨는 힘들고 괴로운 시기였지만 전업주부 13년 만에 얻은 직장이기에 참았다고 한다.


A씨는 “사랑하는 제 일을 지키기 위해서는 참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공공기관 용역사업의 특성상 동물보호소 팀장의 직위는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용역업체 사장 용역직원들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런 상황서 수년에 걸쳐 강제추행과 강간미수 등 수치스러운 성적 범죄를 당했음에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가슴 설렜다
그냥 좋다”

수치스러웠던 A씨였지만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 처지였다. 시 보호소 직원으로 아무리 일을 잘하더라도 B 팀장의 눈밖에 날 경우 불이익당할까 봐 이렇다할 대응도 하지 못했다.

A씨는 섬뜩한 경험을 했다고도 털어놨다. 경기도 내 유기견 거리 캠페인 회의를 마치고 나서 B 팀장이 A씨의 주소를 말했다는 것이다.

A씨는 “등본상 주소와 다른 개인적인 주소를 알고 있다는 데 소름이 끼쳤다. 개인정보인 집주소까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으며, 인사기록부에 등록된 등본 주소와 다른 실제 거주지 주소까지 어떻게 알아냈는지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B 팀장이 강제추행하려고 시도하면 누가 온다고 말한 뒤 재빨리 자리를 피하며 대처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A씨는 B 팀장과 업무상 부딪혀야 했다. 업무상 대화, 업무 회의 등 B 팀장을 피하는 건 쉽지 않았다. B 팀장은 지속적으로 A씨에게 성적인 이야기를 건넸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A씨는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2019년 초 A씨는 동료 C씨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C씨의 업무태도로 인해 A씨가 과도한 업무를 떠맡게 됐고 해당 사실을 B 팀장에게 알렸다. 

A씨는 “C씨는 예전부터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겼다. 10개의 일을 갖고 있으면 서너개씩 동료에게 넘기면서 자기는 여섯, 일곱 개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받아줘도 나는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B 팀장에게 해당 사실을 전했지만, C씨는 징계를 받지 않았고 서로 화해하는 방향으로 처리됐다. A씨는 “이 과정서 B 팀장은 내게 거짓말하면서 징계를 주겠다는 액션만 취했다”고 토로했다. 

머리카락에 
강제 입맞춤

같은 해 A씨는 B 팀장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화가 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문서를 B 팀장에게 전달했다. B 팀장은 퇴근 후 A씨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사과했으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B 팀장은 A씨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과거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도 함께 담겨있었다. 사건은 이대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4월 A씨 앞으로 한 장의 촉구서가 전달됐다. 해당 촉구서에는 ‘귀하는 고양시서 사양관리에 관한 모기업의 관리원으로 재직하던 중 고양시 동물보호 팀장인 B팀장에게 업무관계로 교류하던 중 먼저 포옹하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B 팀장은 당황했으나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A씨를 업무적으로 도와주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쓰여 있었다.
 

이어 ‘그러던 중 수신인 A씨는 다른 직원을 해고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B 팀장에게 공갈행위를 하고 있다. 수신인이 먼저 다가와 포옹했고 유지했기 때문에 식사를 하는 와중에 B 팀장이 A씨의 손을 잡았던 사실이 있다. A씨는 먼저 포옹을 해왔기 때문에 손을 잡았던 행위는 스스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강제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A씨가 B 팀장에게 먼저 다가와 포옹을 한 사실은 목격자도 있다. (중략)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 요구를 하면서 이를 들어주지 아니하자 존재하지도 않는 성추행을 주장하며, 3년치 연봉 1억원을 요구하는 행위는 형법상 공갈행위에 해당한다. 더 이상의 공갈행위를 멈춰달라’고 적혀 있었다.

“3년 연봉…직장에 대한 보상”
성추행 인정 징계위원회 회부


이에 대해 A씨는 “B 팀장이 어떻게 해야 신고하지 않겠냐고 묻자, 1억원을 말했다. 1억원을 요구한 건 피해 보상금으로 요구한 게 아니라, 직장에 대한 보상이다. 내 연봉을 책정해보니 3년을 계산하면 1억원이 나왔다”며 “그것도 내가 다 갖겠다는 게 아니라 1년 재계약을 할 때마다 3분의 1을 다시 되돌려주겠다는 것인데 매년 재계약을 통해 일하는 것만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했지만 B 팀장은 빚도 많고 돈도 없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말 용역회사로부터 계약이 만료됐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했고, 성관련 범죄 역시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결국 12월6일 여성가족부와 감사과로부터 성추행이 성립된다는 안내를 받았으며, 고양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계에 고소장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예전에 성범죄 관련 사안이 있다고만 들었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개인정보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도 징계위원회에 징계 요청을 한 상태다. 성희롱으로 성립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 징계위원회가 징계 수위를 조절하는 데 감사나 징계에 관한 것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우리는 불법이나 위법 사항에 대해 전달만 할 뿐”이라며 “성범죄는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에 부당 근로계약 종료라고 해서 노동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서 성추행 신고를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이후에 성추행 관련한 내용을 알게 됐고, 이전부터 현장서 신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징계에 관해서는 “보통 공무원들이 (성 관련)범죄가 일어날 경우 해고되지 않을까 싶다.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해고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이익 
당할까 봐…


이어 “중징계위원회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벼운 중징계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B 팀장은 현재 다른 부서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며 A씨에 부당해고 건에 대해서는 인정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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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