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8차 화성사건의 나비효과

이춘재 두고 검경 힘겨루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9월 중순 이전까지만 해도 이춘재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가 ‘국내3대 미제사건’으로 꼽혔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이춘재는 검·경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춘재로부터 시작된 나비효과를 <일요시사>가 쫓아가봤다.
 

▲ 재심 기자회견 갖는 박준영 변호사

경찰은 지난 17일, 이춘재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명칭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브리핑서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DNA가 확인된 5건 외에 DNA가 확인되지 않은 9건의 살인과 9건의 성폭행(미수 포함) 사건도 그의 소행으로 보고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9월부터
급물살

경찰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춘재의 신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며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그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화성시의회는 경찰과 언론사는 지역 전체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만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명칭을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춘재 살인사건(이하 이춘재 사건)19861차 사건이 일어난 후 현재까지 역대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으로 기록돼있었다. 당시 사건에 동원된 경찰 연인원은 205만여명으로 단일 사건 가운데 최다였다. 수사 대상자는 당시 21280명이었으며 무려 4116명의 지문을 대조했다. 사건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 시점은 첫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33년 만이다.

1986915일부터 199143일에 이르기까지 화성시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4개 읍·면서 1371세 여성 10명이 살해당했다. 살해 과정서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의 옷가지가 이용됐고 끈 등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한 교살이 7, 손 등 신체 부위로 목을 눌러 살해한 액살이 2건이었다.


피해자들은 인적이 드문 논밭길이나 오솔길 등에 숨어 있다 나타난 범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버스정류장서 귀가하는 여성들이 대상이 됐다. 당시 경찰은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과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태운 버스운전사의 진술로 몽타주를 만들었다. 이춘재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몽타주는 이춘재 사건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모티브가 됐던 영화 &lt;살인의 추억&gt;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범인은 마른 체격에 165170의 키,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머리, 오똑한 코에 쌍꺼풀이 없고 눈매가 날카로운 갸름한 얼굴의 20대 중반 남자였다. 특히 손이 부드럽다는 언급이 있었다. 화성사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서도 손에 대한 얘기가 나올 만큼 범인의 특징은 널리 알려진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200642일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범인의 윤곽은 오리무중이었다. 모방범죄로 분류돼 범인이 잡힌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9건은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범인이 이미 사망했거나 수감 중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DNA로 33년 미제사건 해결
처음 칭찬 일색이었지만…

이춘재 사건의 실마리는 올해 중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경기남부경찰은 지난 7월 이춘재 사건 현장의 증거물서 채취한 여러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감정 의뢰해 한 달여 뒤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918일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은 919일 이춘재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춘재는 범죄 심리학자들의 예측대로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경찰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춘재에게 죗값을 물을 수는 없지만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수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30여년 전 사건 현장서 채취한 DNA로 이춘재 사건의 범인을 특정하면서 과학수사의 쾌거등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과거가 드러날수록 당시 수사기관의 민낯이 훤히 드러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과 초등생 김모양 실종사건 등으로 경찰이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이춘재는 조사 과정서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춘재가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 역시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점이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씨는 1989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한 뒤 20098월 모범수로 감형 받아 출소했다.
 

▲ 민갑룡 경찰청장

8차 사건은 1988916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한 가정집서 당시 13세 박모양이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서 발견된 체모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거쳐 인근 농기구 공장서 근무하던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자백을 받았다. 윤씨는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다.

윤씨는 상소하는 과정서 경찰에게 혹독한 고문을 받아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춘재의 등장으로 8차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윤씨는 재심 전문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춘재 자백
경찰의 민낯

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420조가 규정한 7가지 재심 사유 중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5) 수사기관이 직무상 범죄(1호 및 제7) 등을 재심청구의 이유로 들었다.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로 박 변호사가 제시한 것은 이춘재가 피해자의 집 대문 위치, 방 구조 등을 그려가면서 침입 경로를 진술한 점을 들었다.

또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될 당시 주요 증거였던 국과수의 감정서가 취약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작성됐고 주관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검토 결과에 오류 가능성을 제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윤씨를 불법 체포하고 감금했으며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윤씨가 글씨가 서툴고 맞춤법을 잘 모르자, 경찰이 자술서에 적어야 할 내용을 불러주거나 글을 써서 보여주며 작성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윤씨 측은 당시 경찰이 참 무서운 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15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수사본부는 8차 사건에 참여한 경찰관 51명 중 사망한 11명과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총 37명을 수사해, 당시 형사계장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수사과장과 담당검사를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30여년 전 하굣길에 실종됐던 초등생 김모양 사건도 이춘재의 범행으로 밝혀지면서 점입가경이다. 19897월 초등학생 김양이 실종됐다.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가방은 발견됐지만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가출로 처리했다. 가족들은 계속해서 딸의 행방을 찾았지만 이춘재가 김양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망연자실 상태에 빠졌다.

문제는 살인사건이 가출사건으로 바뀌는 데 경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경찰은 지난 17일 김양 실종 사건의 담당 형사들을 사체은닉 혐의로 입건했다. 수사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 1명은 이춘재 사건의 진범 검거에 부담을 느끼고 실종 학생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하고도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작? 오류?
자존심 싸움

수사본부는 한 지역 주민으로부터 “1989년 초겨울 형사계장과 야산 수색 중 줄넘기 줄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춘재는 김양의 양 손목을 줄넘기로 결박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하지만 형사계장은 유골의 존재를 김양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가족을 조사하는 과정서 줄넘기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이춘재 사건의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8차 사건의 국과수 결과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한 판 붙었다. 검찰은 국과수 감정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오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갈등은 검찰이 지난 11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미 수개월에 걸쳐 8차 사건을 조사해온 경찰에 검찰이 끼어든 모양새가 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수원지검 형사 6(전준철 부장검사)는 지난 128차 사건의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체모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법 분석을 실제로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정 결과와 국과수의 감정서 내용은 비교 대상 시료 및 수치 등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과수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여러 차례에 걸쳐 수많은 체모의 중금속 성분 분석을 의뢰해 감정 결과를 회신한 뒤, 윤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조작했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과수의 감정서는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된 바 있다.

그러자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17당시 모발에 의한 개인식별관련 연구를 진행한 국과수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법과학분야에 도입하면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시료 분석 결과값을 인위적으로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조작 주장에 경찰이 오류로 맞선 셈이다.

검찰은 경찰의 발표 당일 재반박에 나섰다. 검찰은 경찰의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8차 사건 국과수 감정서는 일반인 체모를 감정한 결과를 범죄현장서 수거한 체모에 대한 감정 결과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고 나아가 수치도 가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재차 밝혔다.

국과수 감정서 두고 반박·재반박
수사권 조정 위한 기관들 큰 그림?


경찰은 지난 18일 또 다시 취재진 설명회를 열어 검찰은 당시 국과수가 한국원자력연구원 보고서상 ‘STANDARD’(표준 시료)는 분석기기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용 표준 시료이고, 윤씨의 감정서에만 이를 사용하는 수법으로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TANDARD는 테스트용 모발이 아닌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라는 것.

검찰과 경찰이 8차 사건 국과수 감정서를 두고 상대의 입장을 반박·재반박하는 방식으로 맞서면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수면 아래서 갈등을 빚어왔던 두 기관이 이춘재 사건을 통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해묵은 논쟁이었다. 수사권 조정 흐름은 문재인정부 들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때부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민정수석시절인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이 포함된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는 등 경찰 재량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일부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과 송치 후 수사권, 보완수사 요구권 등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를 확보했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올라타 있다.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이 경찰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또 다시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경 수사권 조정 국면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림수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춘재 사건에 검찰이 개입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검찰은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시를 시작하고 종결할 권한을 가지면 수사 공백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트랙
국회는?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했다. 민 청장은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서 진행된 정례간담회서 패스트트랙 안의 대의가 손상돼선 안 된다수정이 가능하다면 그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서 잠정 합의된 것 중 빠진 부분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안이 수정된다면 검찰의 권한 확대가 아닌 경찰의 수사 가능 범위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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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