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8차 화성사건의 나비효과

이춘재 두고 검경 힘겨루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9월 중순 이전까지만 해도 이춘재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가 ‘국내3대 미제사건’으로 꼽혔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이춘재는 검·경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춘재로부터 시작된 나비효과를 <일요시사>가 쫓아가봤다.
 

▲ 재심 기자회견 갖는 박준영 변호사

경찰은 지난 17일, 이춘재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명칭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브리핑서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DNA가 확인된 5건 외에 DNA가 확인되지 않은 9건의 살인과 9건의 성폭행(미수 포함) 사건도 그의 소행으로 보고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9월부터
급물살

경찰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춘재의 신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며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그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화성시의회는 경찰과 언론사는 지역 전체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만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명칭을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춘재 살인사건(이하 이춘재 사건)19861차 사건이 일어난 후 현재까지 역대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으로 기록돼있었다. 당시 사건에 동원된 경찰 연인원은 205만여명으로 단일 사건 가운데 최다였다. 수사 대상자는 당시 21280명이었으며 무려 4116명의 지문을 대조했다. 사건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 시점은 첫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33년 만이다.

1986915일부터 199143일에 이르기까지 화성시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4개 읍·면서 1371세 여성 10명이 살해당했다. 살해 과정서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의 옷가지가 이용됐고 끈 등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한 교살이 7, 손 등 신체 부위로 목을 눌러 살해한 액살이 2건이었다.


피해자들은 인적이 드문 논밭길이나 오솔길 등에 숨어 있다 나타난 범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버스정류장서 귀가하는 여성들이 대상이 됐다. 당시 경찰은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과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태운 버스운전사의 진술로 몽타주를 만들었다. 이춘재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몽타주는 이춘재 사건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모티브가 됐던 영화 &lt;살인의 추억&gt;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범인은 마른 체격에 165170의 키,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머리, 오똑한 코에 쌍꺼풀이 없고 눈매가 날카로운 갸름한 얼굴의 20대 중반 남자였다. 특히 손이 부드럽다는 언급이 있었다. 화성사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서도 손에 대한 얘기가 나올 만큼 범인의 특징은 널리 알려진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200642일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범인의 윤곽은 오리무중이었다. 모방범죄로 분류돼 범인이 잡힌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9건은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범인이 이미 사망했거나 수감 중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DNA로 33년 미제사건 해결
처음 칭찬 일색이었지만…

이춘재 사건의 실마리는 올해 중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경기남부경찰은 지난 7월 이춘재 사건 현장의 증거물서 채취한 여러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감정 의뢰해 한 달여 뒤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918일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은 919일 이춘재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춘재는 범죄 심리학자들의 예측대로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경찰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춘재에게 죗값을 물을 수는 없지만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수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30여년 전 사건 현장서 채취한 DNA로 이춘재 사건의 범인을 특정하면서 과학수사의 쾌거등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과거가 드러날수록 당시 수사기관의 민낯이 훤히 드러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과 초등생 김모양 실종사건 등으로 경찰이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이춘재는 조사 과정서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춘재가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 역시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점이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씨는 1989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한 뒤 20098월 모범수로 감형 받아 출소했다.
 

▲ 민갑룡 경찰청장

8차 사건은 1988916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한 가정집서 당시 13세 박모양이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서 발견된 체모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거쳐 인근 농기구 공장서 근무하던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자백을 받았다. 윤씨는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다.

윤씨는 상소하는 과정서 경찰에게 혹독한 고문을 받아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춘재의 등장으로 8차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윤씨는 재심 전문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춘재 자백
경찰의 민낯

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420조가 규정한 7가지 재심 사유 중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5) 수사기관이 직무상 범죄(1호 및 제7) 등을 재심청구의 이유로 들었다.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로 박 변호사가 제시한 것은 이춘재가 피해자의 집 대문 위치, 방 구조 등을 그려가면서 침입 경로를 진술한 점을 들었다.

또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될 당시 주요 증거였던 국과수의 감정서가 취약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작성됐고 주관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검토 결과에 오류 가능성을 제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윤씨를 불법 체포하고 감금했으며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윤씨가 글씨가 서툴고 맞춤법을 잘 모르자, 경찰이 자술서에 적어야 할 내용을 불러주거나 글을 써서 보여주며 작성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윤씨 측은 당시 경찰이 참 무서운 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15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수사본부는 8차 사건에 참여한 경찰관 51명 중 사망한 11명과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총 37명을 수사해, 당시 형사계장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수사과장과 담당검사를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30여년 전 하굣길에 실종됐던 초등생 김모양 사건도 이춘재의 범행으로 밝혀지면서 점입가경이다. 19897월 초등학생 김양이 실종됐다.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가방은 발견됐지만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가출로 처리했다. 가족들은 계속해서 딸의 행방을 찾았지만 이춘재가 김양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망연자실 상태에 빠졌다.

문제는 살인사건이 가출사건으로 바뀌는 데 경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경찰은 지난 17일 김양 실종 사건의 담당 형사들을 사체은닉 혐의로 입건했다. 수사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 1명은 이춘재 사건의 진범 검거에 부담을 느끼고 실종 학생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하고도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작? 오류?
자존심 싸움

수사본부는 한 지역 주민으로부터 “1989년 초겨울 형사계장과 야산 수색 중 줄넘기 줄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춘재는 김양의 양 손목을 줄넘기로 결박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하지만 형사계장은 유골의 존재를 김양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가족을 조사하는 과정서 줄넘기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이춘재 사건의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8차 사건의 국과수 결과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한 판 붙었다. 검찰은 국과수 감정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오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갈등은 검찰이 지난 11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미 수개월에 걸쳐 8차 사건을 조사해온 경찰에 검찰이 끼어든 모양새가 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수원지검 형사 6(전준철 부장검사)는 지난 128차 사건의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체모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법 분석을 실제로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정 결과와 국과수의 감정서 내용은 비교 대상 시료 및 수치 등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과수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여러 차례에 걸쳐 수많은 체모의 중금속 성분 분석을 의뢰해 감정 결과를 회신한 뒤, 윤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조작했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과수의 감정서는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된 바 있다.

그러자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17당시 모발에 의한 개인식별관련 연구를 진행한 국과수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법과학분야에 도입하면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시료 분석 결과값을 인위적으로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조작 주장에 경찰이 오류로 맞선 셈이다.

검찰은 경찰의 발표 당일 재반박에 나섰다. 검찰은 경찰의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8차 사건 국과수 감정서는 일반인 체모를 감정한 결과를 범죄현장서 수거한 체모에 대한 감정 결과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고 나아가 수치도 가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재차 밝혔다.

국과수 감정서 두고 반박·재반박
수사권 조정 위한 기관들 큰 그림?


경찰은 지난 18일 또 다시 취재진 설명회를 열어 검찰은 당시 국과수가 한국원자력연구원 보고서상 ‘STANDARD’(표준 시료)는 분석기기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용 표준 시료이고, 윤씨의 감정서에만 이를 사용하는 수법으로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TANDARD는 테스트용 모발이 아닌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라는 것.

검찰과 경찰이 8차 사건 국과수 감정서를 두고 상대의 입장을 반박·재반박하는 방식으로 맞서면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수면 아래서 갈등을 빚어왔던 두 기관이 이춘재 사건을 통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해묵은 논쟁이었다. 수사권 조정 흐름은 문재인정부 들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때부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민정수석시절인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이 포함된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는 등 경찰 재량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일부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과 송치 후 수사권, 보완수사 요구권 등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를 확보했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올라타 있다.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이 경찰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또 다시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경 수사권 조정 국면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림수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춘재 사건에 검찰이 개입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검찰은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시를 시작하고 종결할 권한을 가지면 수사 공백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트랙
국회는?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했다. 민 청장은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서 진행된 정례간담회서 패스트트랙 안의 대의가 손상돼선 안 된다수정이 가능하다면 그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서 잠정 합의된 것 중 빠진 부분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안이 수정된다면 검찰의 권한 확대가 아닌 경찰의 수사 가능 범위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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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