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8차 화성사건의 나비효과

이춘재 두고 검경 힘겨루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9월 중순 이전까지만 해도 이춘재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가 ‘국내3대 미제사건’으로 꼽혔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이춘재는 검·경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춘재로부터 시작된 나비효과를 <일요시사>가 쫓아가봤다.
 

▲ 재심 기자회견 갖는 박준영 변호사

경찰은 지난 17일, 이춘재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명칭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브리핑서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DNA가 확인된 5건 외에 DNA가 확인되지 않은 9건의 살인과 9건의 성폭행(미수 포함) 사건도 그의 소행으로 보고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9월부터
급물살

경찰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춘재의 신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며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그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화성시의회는 경찰과 언론사는 지역 전체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만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명칭을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춘재 살인사건(이하 이춘재 사건)19861차 사건이 일어난 후 현재까지 역대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으로 기록돼있었다. 당시 사건에 동원된 경찰 연인원은 205만여명으로 단일 사건 가운데 최다였다. 수사 대상자는 당시 21280명이었으며 무려 4116명의 지문을 대조했다. 사건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 시점은 첫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33년 만이다.

1986915일부터 199143일에 이르기까지 화성시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4개 읍·면서 1371세 여성 10명이 살해당했다. 살해 과정서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의 옷가지가 이용됐고 끈 등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한 교살이 7, 손 등 신체 부위로 목을 눌러 살해한 액살이 2건이었다.


피해자들은 인적이 드문 논밭길이나 오솔길 등에 숨어 있다 나타난 범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버스정류장서 귀가하는 여성들이 대상이 됐다. 당시 경찰은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과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태운 버스운전사의 진술로 몽타주를 만들었다. 이춘재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몽타주는 이춘재 사건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모티브가 됐던 영화 &lt;살인의 추억&gt;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범인은 마른 체격에 165170의 키,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머리, 오똑한 코에 쌍꺼풀이 없고 눈매가 날카로운 갸름한 얼굴의 20대 중반 남자였다. 특히 손이 부드럽다는 언급이 있었다. 화성사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서도 손에 대한 얘기가 나올 만큼 범인의 특징은 널리 알려진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200642일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범인의 윤곽은 오리무중이었다. 모방범죄로 분류돼 범인이 잡힌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9건은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범인이 이미 사망했거나 수감 중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DNA로 33년 미제사건 해결
처음 칭찬 일색이었지만…

이춘재 사건의 실마리는 올해 중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경기남부경찰은 지난 7월 이춘재 사건 현장의 증거물서 채취한 여러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감정 의뢰해 한 달여 뒤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918일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은 919일 이춘재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춘재는 범죄 심리학자들의 예측대로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경찰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춘재에게 죗값을 물을 수는 없지만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수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30여년 전 사건 현장서 채취한 DNA로 이춘재 사건의 범인을 특정하면서 과학수사의 쾌거등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과거가 드러날수록 당시 수사기관의 민낯이 훤히 드러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과 초등생 김모양 실종사건 등으로 경찰이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이춘재는 조사 과정서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춘재가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 역시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점이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씨는 1989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한 뒤 20098월 모범수로 감형 받아 출소했다.
 

▲ 민갑룡 경찰청장

8차 사건은 1988916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한 가정집서 당시 13세 박모양이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서 발견된 체모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거쳐 인근 농기구 공장서 근무하던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자백을 받았다. 윤씨는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다.

윤씨는 상소하는 과정서 경찰에게 혹독한 고문을 받아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춘재의 등장으로 8차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윤씨는 재심 전문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춘재 자백
경찰의 민낯

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420조가 규정한 7가지 재심 사유 중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5) 수사기관이 직무상 범죄(1호 및 제7) 등을 재심청구의 이유로 들었다.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로 박 변호사가 제시한 것은 이춘재가 피해자의 집 대문 위치, 방 구조 등을 그려가면서 침입 경로를 진술한 점을 들었다.

또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될 당시 주요 증거였던 국과수의 감정서가 취약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작성됐고 주관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검토 결과에 오류 가능성을 제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윤씨를 불법 체포하고 감금했으며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윤씨가 글씨가 서툴고 맞춤법을 잘 모르자, 경찰이 자술서에 적어야 할 내용을 불러주거나 글을 써서 보여주며 작성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윤씨 측은 당시 경찰이 참 무서운 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15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수사본부는 8차 사건에 참여한 경찰관 51명 중 사망한 11명과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총 37명을 수사해, 당시 형사계장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수사과장과 담당검사를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30여년 전 하굣길에 실종됐던 초등생 김모양 사건도 이춘재의 범행으로 밝혀지면서 점입가경이다. 19897월 초등학생 김양이 실종됐다.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가방은 발견됐지만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가출로 처리했다. 가족들은 계속해서 딸의 행방을 찾았지만 이춘재가 김양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망연자실 상태에 빠졌다.

문제는 살인사건이 가출사건으로 바뀌는 데 경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경찰은 지난 17일 김양 실종 사건의 담당 형사들을 사체은닉 혐의로 입건했다. 수사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 1명은 이춘재 사건의 진범 검거에 부담을 느끼고 실종 학생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하고도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작? 오류?
자존심 싸움

수사본부는 한 지역 주민으로부터 “1989년 초겨울 형사계장과 야산 수색 중 줄넘기 줄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춘재는 김양의 양 손목을 줄넘기로 결박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하지만 형사계장은 유골의 존재를 김양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가족을 조사하는 과정서 줄넘기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이춘재 사건의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8차 사건의 국과수 결과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한 판 붙었다. 검찰은 국과수 감정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오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갈등은 검찰이 지난 11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미 수개월에 걸쳐 8차 사건을 조사해온 경찰에 검찰이 끼어든 모양새가 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수원지검 형사 6(전준철 부장검사)는 지난 128차 사건의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체모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법 분석을 실제로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정 결과와 국과수의 감정서 내용은 비교 대상 시료 및 수치 등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과수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여러 차례에 걸쳐 수많은 체모의 중금속 성분 분석을 의뢰해 감정 결과를 회신한 뒤, 윤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조작했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과수의 감정서는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된 바 있다.

그러자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17당시 모발에 의한 개인식별관련 연구를 진행한 국과수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법과학분야에 도입하면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시료 분석 결과값을 인위적으로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조작 주장에 경찰이 오류로 맞선 셈이다.

검찰은 경찰의 발표 당일 재반박에 나섰다. 검찰은 경찰의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8차 사건 국과수 감정서는 일반인 체모를 감정한 결과를 범죄현장서 수거한 체모에 대한 감정 결과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고 나아가 수치도 가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재차 밝혔다.

국과수 감정서 두고 반박·재반박
수사권 조정 위한 기관들 큰 그림?


경찰은 지난 18일 또 다시 취재진 설명회를 열어 검찰은 당시 국과수가 한국원자력연구원 보고서상 ‘STANDARD’(표준 시료)는 분석기기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용 표준 시료이고, 윤씨의 감정서에만 이를 사용하는 수법으로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TANDARD는 테스트용 모발이 아닌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라는 것.

검찰과 경찰이 8차 사건 국과수 감정서를 두고 상대의 입장을 반박·재반박하는 방식으로 맞서면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수면 아래서 갈등을 빚어왔던 두 기관이 이춘재 사건을 통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해묵은 논쟁이었다. 수사권 조정 흐름은 문재인정부 들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때부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민정수석시절인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이 포함된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는 등 경찰 재량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일부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과 송치 후 수사권, 보완수사 요구권 등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를 확보했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올라타 있다.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이 경찰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또 다시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경 수사권 조정 국면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림수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춘재 사건에 검찰이 개입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검찰은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시를 시작하고 종결할 권한을 가지면 수사 공백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트랙
국회는?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했다. 민 청장은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서 진행된 정례간담회서 패스트트랙 안의 대의가 손상돼선 안 된다수정이 가능하다면 그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서 잠정 합의된 것 중 빠진 부분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안이 수정된다면 검찰의 권한 확대가 아닌 경찰의 수사 가능 범위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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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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