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DDP서 맨몸으로 쫓겨난 김이경 페소니아 대표

10억 날리고 15억 빚 “서울시가 내 삶 망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희망으로 시작한 일이 절망으로 끝났다. 꿈의 끝에는 텅 빈 공간만 남았다. 날린 투자금과 쌓인 빚이 어깨를 짓눌렀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려워졌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자식이 눈에 어른거려 죽지도 못했다. 2017년부터 2026년까지, 김이경 카페 드 페소니아 대표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281 DDP 아트홀 ‘카페 드 페소니아(이하 페소니아)’ 앞에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이들 뒤편 한때 페소니아가 있던 자리는 텅 빈 채였다. 비까지 내리던 이날 김이경 페소니아 대표는 미리 준비해 온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김 대표의 딸도 함께 자리했다.

꿈 찾아서
상경했는데…

김 대표는 페소니아에 강제 집행을 단행한 서울시의 행정을 ‘관제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비판했다. 민간이 운영하고 있던 공간을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회수했다는 주장이다. 또 서울시가 김 대표를 압박하기 위해 카드 압류 등 갖은 수를 사용한 것은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법률적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목 디스크 등으로 거동이 약간 불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말을 멈추지 않았다. 억울함을 호소했고 현 상황에 의문을 드러냈으며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다는 태도였다.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디자인재단이 김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등에 대한 1심 소송 결과를 근거로 지난 11일 페소니아에 대한 강제 집행을 단행했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자 김 대표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목이 멘 듯 여러 차례 목소리를 가다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목 디스크 때문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던 도중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다. 법원에서 사람들이 왔다고 했다. 택시를 돌려 카페로 갔더니 한 사람이 의자 하나씩만 들고 가도 모든 집기를 다 치울 수 있을 만큼의 사람이 와 있더라. 제발 이러지 말라고, 조금만 더 기한을 달라고 빌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탁금 3억원을 내라는 말을 (3월)9일에 들었는데 사흘 만에 그 큰돈을 소상공인이 어떻게 마련하겠나. 그사이 서울시가 카드를 압류했고 코로나19도 있었다. 너무한 게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이리저리 노력했지만 결국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해 카페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2017년 아트홀 카페 차려
지난 3월11일 강제 철거

이날 김 대표는 특수 협박,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강제 집행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살기 싫다, 죽겠다’고 말하거나 가위를 꺼낸 행위 등이 문제가 됐다. 그는 “누구를 붙잡고 말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내 눈앞에서 내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니까 너무 절망스러웠다. ‘여기서 살고 싶지 않다. 죽어버리겠다’라고 하니까 누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지방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서울에 올라온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입시 학원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2016년 서울 여행을 왔다가 DDP의 텅 빈 공간을 보게 됐다. 당시 통로로 사용되고 있던 자리였다. 그는 “안내데스크밖에 없는 걸 보고 ‘여긴 뭐지, 뭐 하는 곳이지’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2017년 해당 공간에 대한 입찰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디자인재단이 공간을 운영할 사업자를 모집한 것이다. 당시 선정된 곳이 우일TS라는 업체다. 입찰을 따낸 우일TS는 김 대표와 전대차 계약을 맺는다. 다시 말해 서울디자인재단과의 계약자는 우일TS고 실제 운영은 김 대표가 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운영 방식이 2020년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으로 뽑는 시점이다. 그는 “그 위법한, 잘못된 입찰로 인해 그다음 계약 전환 과정(2020년)에서도 문제가 생겼고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2023년 퇴거 요청, 2026년 강제 집행까지 모두 2017년 입찰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2020년 첫 계약이 만료된 이후 계약을 다시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공유재산 유상 사용·수익 허가(연장)’라는 이름의 계약서를 받았다. 기존 계약을 3년 연장하는 내용으로, 지금까지 김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계약서이기도 하다.

코로나도
견뎠는데…

김 대표는 “(계약 내용이) 위·수탁에서 사용수익 허가로 바뀌고 갑과 을에서 사용자와 수익자로 바뀌고 그랬다. 왜 (이전과) 다른 계약서를 가지고 왔는지 물었을 때 공유재산법 같은 얘기를 했는데 일반인은 그런 걸 잘 모르지 않나. 이게 아니면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제대로 인식도 못 하고 ‘이렇게라도 해야 하나 보다’라는 생각에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계약의 대가는 3년 뒤에 나타났다. 2023년 해당 계약을 근거로 서울디자인재단과 서울시는 페소니아에 퇴거를 요청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가 어느 정도 가라앉아 조금씩 카페가 정상화되던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서울시 등은) 공유재산 물품관리법을 내세우면서 1회밖에 연장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위·수탁 계약 기간이었던 2017년부터 소급 적용해, 2020년에 3년 연장 계약을 맺은 걸로 갱신이 완료됐다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면 공유재산의 허가 기간은 사용 허가를 받은 날부터 시작되니까, 2020년에 최초 계약이 돼서 2023년에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었다. 추가로 5년은 더 카페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서울시 측과 페소니아는 10건이 넘는 소송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서울시 측은 페소니아가 무단으로 공간을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 점유, 알박기 등의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페소니아는 계약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또 2020년 계약 전환 과정에서 서울시 등이 공청회나 전수조사 등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불리한 계약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퇴거 요청 이후 우리가 나가지 않자 2025년 초부터는 카드 사용을 막은 것도 모자라 다른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던 타지점의 보증금까지 압류했다”며 “서울시가 소상공인을 상대로 엄청난 압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페소니아는 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현금으로만 결제가 이뤄졌다고 한다.

2023년 이후 억울함만을 호소하던 김 대표가 실제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경부터다. 그는 “2년 동안에는 민사로만 대응해서 절차니, 뭐니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 행정소송의 존재를 알게 됐고 공유재산 문제는 행정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2025년) 처음 알았다. 서울시가 우리를 쫓아내기 위해서는 단순 계약 만료가 아니라 행정처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처분이 없었다. 절차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나만?
호소해도…

그러면서 “서울시의 논리대로라면 계약서에 있는 기간이 딱 끝나면 서울시에 있는 모든 공유재산을 다 불러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소니아만 다른 업체들과 계약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도 그 시기에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곳은 다 사용수익 허가로 돼 있는데 우일한테만 괄호 치고 연장이라고 돼 있었다. 또 다른 곳은 절차에 따라 입찰을 진행했는데 우리만 과정과 상황에 대한 안내 없이 수의 계약으로 묶어 놨다. 위법한 절차”라며 “다른 업체는 10년으로 계약 변경이 이뤄졌는데 우리만 위법한 구조 그대로 3년으로 묶어뒀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월에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공공시설 임대·관리 부당 행정 서울시청 및 강남구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는 “공공의 이름으로 시민을 몰아내는 행정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별다른 반향은 없었고 이후 한 달여 만에 페소니아는 철거됐다. 김 대표는 10억원 이상을 손해 봤으며 서울시의 퇴거 요청(2023년) 이후 진 빚이 15억원가량이라고 주장했다. 11명에 이르던 직원의 월급도 아직 다 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 이자만 한 달에 600만~700만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송을 하는 데 2억원가량 썼다. 그 돈이면 카페를 하나 차리고도 남는다. 또 버티는 과정에서 들어간 직원 급여 등 개인 돈으로 끌어다 쓴 것을 따지면 또 매장 하나를 차리고도 남는다. 이걸 버틸 수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몇이나 되겠나. 차라리 그냥 때려치우고 나와서 새로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고 전했다.

2023년 계약 전환 과정
“절차 위법했다” 주장

이어 “이런 악법한 구조로 소상공인을 절차도 없이 밀어내는데도 이길 수가 없다. 나와 시민은 서울시에 세금을 내고, 서울시는 세금이 엄청 많지 않나. 그러니까 변호사를 쓰고 공무원끼리 협조하면 내가 그 조직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너무 막막하다. 뭘 해서 빚과 이자를 갚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거나 우체국에서 오는 문자 같은 걸 받을 때마다 가슴이 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어떤 소송이 또 들어올지, 압류가 들어올지 하루하루가 진짜 너무 견디기 힘든 삶”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고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를 묻자 “시작을 했으니까”라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전까지는 그냥 억울하다고 생각해 싸웠는데 2025년에 절차가 위법이라는 걸 알고 싸우는 방향을 바꾸게 됐다. 남들에게 이 잘못된 구조를 알리지 않으면 누가 들어오더라도 망하고 나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선택적 행정 아니냐. 필요 없을 때는 더 쓰라고 허가해 주고 필요하면 소송으로 빼앗고. 이런 구조면 공유재산 운영은 안 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가만히 나둬도 소상공인이 고사하는 시기다. 지난 18일에 같이 기자회견을 진행한 ‘마음 편히 장사하고픈’이라는 모임이 있다. 민간 임대차 보호법 10년을 이끈 단체다. 근데 그 단체에서 지금 너무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장사가 잘돼야 자리를 두고 나간다, 안 나간다 소송이 벌어지는데 지금은 가만히 놔둬도 망하기 때문에 소송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에게 퇴거는 죽음과 같다. 나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을 바꾸든지, 소상공인을 보호해 주든지 해야 한다. 그래서 견디는 거다. 내가 더 잃어버릴 게 있나”라고 했다. 이어 “애들이 눈에 밟힌다. 아들과 딸이 있는데 공부도 해야 하고 취업도 해야 한다. 빚만 남겨주고 갈 순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죽지 못해
살고 있다”

김 대표는 “2023년에 오세훈 서울시장실을 두 번 방문했다. 코로나 기간 3년 동안이나 견뎠다, 이렇게 자영업자를 쫓아내면 안 되고 직원들의 삶까지 망가뜨리면 안 된다, 재난 관련 법을 적용해서 계약을 연장해 달라, 갱신해 달라고 호소했다. 비서관이나 보좌관이 아니라 오세훈 시장이 직접 나한테 나가라고 하면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겠다. 그러니 시장님이 목소리를 내달라고까지 호소했다. 하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치돼있던 공간을 살려서 돈을 투자하고 활성화해 놨더니 그제야 활용도를 찾고 빼앗아 가려고 하는 게, 절차도 없이 빼앗아 가려고 하는 게 오 시장이 말하는 ‘약자와의 동행’인지 모르겠다. 오세훈 시장하고 1대 1로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 오세훈 시장의 말이 맞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반대’ 서울시 입장
“페소니아 측 억지”

서울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취재에 ‘법대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강제 집행을 진행한 주체는 서울시가 아니라 법원이며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도소송 1심 판결문에 자세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는 김이경 페소니아 대표와 전대차 계약을 맺은 우일TS가 위탁 목적물(페소니아 공간)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는 2023년 3월27일에 만료됐다고 판시했다. 서울시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원에서 서울시의 주장을 모두 인정했다”며 “페소니아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실 등을 통해 각종 자료 요구가 이어졌는데, 막상 자료를 받은 이후에는 별말씀이 없다. 페소니아 측 주장대로 소상공인을 쫓아낸 게 아니라 법원에서 판결했고 그에 따라 법원에서 집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대로 처리했다”

이어 “페소니아 측에서는 서울시가 소송을 남발하고 언론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적반하장이다. (서울시가) 명도 소송을 제기한 것은 그분들이 안 나갔기 때문에 저희가 공무원으로서, 재단 직원으로서 법에 의해서 한 거다. 무단으로 점유하고 나가지 않는데, 저희가 가만히 있어야 되나”라고 말했다.

또 “연 10억원의 매출이 나오는 곳에서 사용료를 한 푼도 안 내고 3년 넘게 무단 점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소송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거야말로 직무유기다. 사용료를 내지 않으니까 변상금을 부과하고 나가지 않으니까 명도소송을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이 해당 공간을 홍보관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페소니아를 쫓아냈다는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 그러려고 했다면 이렇게 3년 이상 소송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끌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송도 저희가 제기한 것보다 페소니아 측에서 제기한 게 더 많다”고 말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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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나왔으니 원인을 분석할 시간이다. 여야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은 상황이라 외부보다는 내부가 더 시끌벅적한 모양새다. 여당을 견제하면서 야당을 심판한 민심의 절묘함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지방선거를 뒤흔든 두 이슈, 주식과 부동산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광역단체장 12 대 4.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시‧도지사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5대 12(당시 17개 시‧도)로 완패했던 4년 전 지방선거 결과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문제는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이번 지방선거를 민주당의 완승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모든 선거에서 가장 핵심 지역인 서울을 빼앗겼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우선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을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맞는 선거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여 동안 60%대를 상회했다. 말 그대로 민주당이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실제 선거 초기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싹쓸이’를 예견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민주당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15 대 1, 16 대 0 등의 결과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달랐다. 민주당이 12곳에서 승리해 표면상으로는 국민의힘을 압도했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보수 궤멸 얘기까지 나왔던 국민의힘은 텃밭을 지키고 서울도 수성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119 대 95(무소속 13)로 선방했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국민의힘이 마냥 졌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에서의 패배가 뼈아팠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1.15%p, 표 차로 따지면 6만여표였다. 서울 성동구청장 출신의 정 후보는 이 대통령의 ‘샤라웃’을 받은 이른바 ‘명픽’으로 불렸다.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는 내용으로 정 후보를 언급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가 수직 상승했다. 정 후보는 박주민 의원, 전현희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잔뼈가 굵은 의원을 상대로 한 경선에서 이겼다.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힘 오 시장과 크게 벌어졌다. 20%p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장 당선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광역단체장 12곳 이기고도 서울 내주면서 ‘반쪽 승리’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 것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였다. 오 시장과의 격차가 줄기 시작했고 선거가 임박해서는 오차범위 이내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사전투표를 거쳐 본투표 당일 오후 6시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방송 3사는 정 후보 51.4%, 오 시장 46%로 민주당이 무난하게 서울을 탈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오 시장의 신승이었다. 서울 송파구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부실 선거’ 논란까지 벌어진 끝에 나온 결과였다. 서울에서의 패배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2곳에서 이기고도 웃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사실상 패배’라는 아쉬운 탄식이 나왔다. 심지어 이 대통령조차 ‘민심의 경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두고 부동산이 표심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민심이 오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 문제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부동산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등 정부가 시장에 깊숙이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9일에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다주택자가 누리고 있던 사실상의 세금 감면 혜택을 거둬들이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연일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내용의 글도 썼다.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게 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코스피 5000’ 시대를 넘어 1만 시대를 바라볼 정도로 폭등했다. 어떤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이틀이면 장을 말아 올리는 역대급 ‘불장’에 개미들은 빚을 내서까지 진입했다. 6만 표로 당락 갈려 반면 부동산 시장은 크게 휘청였다.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경제의 가장 기본으로 알려진 수요-공급의 원리다. 이정부의 정책도 그 방향으로 설계돼있다. 다주택자를 옥죈 것도 시장에 매물을 공급하려는 의도였고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수요를 억제하려는 노력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매물은 예상만큼 나오지 않았고 수요는 많아졌다.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너도나도 빨리 집을 사려고 달려든 것이다. 매물이 줄어드는데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으니 집값은 올랐다. 매매 시장의 움직임은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바꾸기 시작했고 세입자는 ‘날벼락’을 맞았다. 동시에 월세가 폭등했다. 집을 사기엔 호가가 너무 높았고 세입자로 살기에도 팍팍해졌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구조였다. 20~30대의 상황은 더 암울했다. 근로소득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대출은 막아둔 상태였고, 대출이 된다 해도 서울에 집을 사기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시세가 높아졌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만진 이들은 20~30대가 아니었다. 주식 폭등도 영향 적었다 한 주식 투자자는 “지금과 같은 불장에서는 모두가 돈을 버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나도 돈을 벌 것으로 생각해 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실제 인생을 바꿀 정도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번 사람들은 대부분 상급지로 이사 간다. 이미 상대적으로 상급지에 사는 사람이 최상급지로 가는 거다. 이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이 정 후보보다 표를 많이 받은 자치구는 25개 중 10곳이다. 정 후보는 15곳에서 이기고도 승리하지 못한 셈이다. 오 시장이 이긴 자치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집값이 크게 상승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송파‧광진‧영등포‧양천‧강동‧동작‧중‧용산‧서초‧강남구에서 정 후보에 앞섰다. 이 중 서초와 강남을 제외한 8개 지역구는 이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지역구 중 성동‧마포구만 빼고 오 시장이 이긴 지역이 일치하는 것이다. 성동구는 정 후보가 3선 구청장을 지낸 곳이다.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부동산 표심’이 당락을 갈랐다고 봐도 될 정도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자산 투표 경향이 결과에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자산투표는 유권자가 자신이 보유한 집이나 주식 등과 관련한 경제적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현상을 뜻한다. 부동산 비중이 큰 강남권이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정부가 출범 이후 내놓은 대출 규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다주택자 압박, 보유세 개편 시사 등의 정책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구가 과거와 비교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들의 표심이 오 시장에게 집중되면서 정 후보는 석패했다. 집값에 반응한 선택 많았다 이, 취임 1주년서 “정상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 부담을 늘리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투기용으로 가진 것을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전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며 “선거에는 나쁜 영향보다 좋은 영향이 차라리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1월부터 구두 개입을 통해서 눌러 놓지 않았으면 엄청나게 폭등했을 것”이라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자평했다. 공급 대책에 대해서는 “임대를 싸게, 좋은 곳에, 평범한 중산층이 충분히 살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것으로 공급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오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전세 매물의 급격한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해 ‘정상화 과정’이라고 답변했다”며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정책 그대로 오 “참사다” 그러면서 “지금 전세가 소멸하고 있는 현상은 어떤 시대적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이자 서민 주고 안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정책 참사’의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