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 ‘중동 사태와 우리 경제’

“전쟁 더 길어지면 코로나 상황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중동 지역의 혼란은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사이 한국 경제도 영향권 안으로 들어왔다. 전쟁이라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에서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달 28일 이란을 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사망했다.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일부 이란 국민은 환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중 봉기’를 부추기며 이란의 체제 변화를 촉구했다.

한낮의
기습 공격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 끝날 듯했던 전쟁이 이란의 거센 저항으로 길어지는 모양새다. 이란은 사망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새 수장을 뽑고 무너진 지도부를 추슬렀다. 동시에 인근 중동 국가에 타격을 가했다. 특히 원유가 오가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잡고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NH금융연구소에서 만난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 소장은 자신이 국방이나 외교 전문가는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동안 다양한 인사들과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 판단을 공유했다. 이란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을 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속내가 다르다”는 조 소장은 “영국의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11월 다음 해 경제 관련 주요 키워드를 10개 정도 뽑아 소개한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가 2026년 첫 키워드로 뽑은 게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이었다. 세계 경제에 대한 키워드인데 미국 독립이라는 조금 생뚱맞은 키워드를 1위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 생각해 보면 그때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라고 주장하거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잡아가고 이란을 공격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는 역사적인 해인 셈이다. 뭔가 (역사에) 남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 쌓기’용 이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이스라엘은 다르다는 게 조 소장의 생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속내 달라
이란도 죽기 살기로 버티는 중

그는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목적은 이란이 자국에 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란이 가진 미사일을 소진하도록 하거나 핵 개발 능력을 없애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란이 시리아처럼 내부가 분열되는 등 쪼개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쟁을 길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 소장은 “이란도 퇴로는 없는 상황이다.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전쟁을 수행하던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구성되기 무섭게 죽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당시 국민을 3만명이나 죽였다. 지금 버티지 않으면 보복이 가해지지 않겠나. 그들 입장에서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항밖에 남은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이 ‘약한 연결고리’를 공격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원유 문제를 부각하거나 미군을 죽이고 걸프만 국가를 공격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국 내 여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세계 경제에 대한 압박, 걸프만 국가들의 불만 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에 가해질 타격이다. 미국이나 이란 모두 출구전략이 요원한 상황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원유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는 한국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란의 경제 ‘젖줄’인 하르그섬 공습, 가스전 폭파 등 이른바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던 선이 지워지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6일 NH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 및 대응 포인트’ 보고서는 이란 전쟁 시나리오를 ▲조기 종전 시나리오 ▲지속 시나리오 ▲장기 지속 시나리오 등 3가지로 구분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정부 정책, 변수 등을 분석했다.

길어질수록
타격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정 가능한 가장 낙관적인 상황에서도 실질적인 경제 충격이 1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과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사례 등을 들어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도 해상 운임 등이 느리게 정상화했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물 경제와 물가에 제한적이지만 악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전쟁이 3개월 이상(지속 시나리오), 1년 이상(장기 지속 시나리오) 계속될 때는 경제에 미칠 악영향의 폭이 커졌다.

조 소장은 “전쟁이 약간 길어질 때와 엄청나게 길어질 때 나타날 수 있는 양상이 다르다는 걸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않는 기간이 1년 이상 이어지는 상황을 장기 시나리오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소장은 정부의 재정 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오늘 전쟁이 끝나도 추경을 할 것이다. 보고서에도 언급했듯이 전쟁이 지금 끝나도 그 여파가 한 달 이상 지속될 수 있기에 정부로서는 경제적 충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추경을 진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어떨까. 석유나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운송이나 화학, 발전 등 업종에 집중되던 피해가 도소매, 음식점, 숙박 등 내수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국민이 먹고살기 어려워지고 불안감이 고조되면 한국은행도 뭔가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 않나.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며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했지만, 전쟁이 3개월 이상 길어지면 또 금리를 낮추자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정부의 방역 정책 등으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지원금, 금리 인하 등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던 상황과 유사한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돈 풀다가
정책 전환?

조 소장은 “전쟁이 그보다(3개월) 더 길어지면 신재생발전 등 일부 수혜 산업을 제외한 대다수 업종으로 피해가 확산할 것이다. 재정이나 통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에너지 구조 전환, 원전 재검토 등 체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단기적 경기 대응에서 중장기적 사업 구조 변화를 꾀하는 방식”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그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당시 시중에 돈이 풀린 이후 금리 인상 등을 통해 회수하려 했지만, 여전히 질병 창궐 이전보다 통화량이 많은 점을 언급했다. 그 결과 경제에 미친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조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1시간 뒤에라도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 저한테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묻는다면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한 사람의 머릿속을 예측하는 게 가장 어렵다”면서 “섣불리 예측하고 전망하고 가정하는 대신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가장 낙관적인, 가장 비관적인, 가장 발생 가능성이 큰 상황을 고려해 대응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 미리 세워놓은 플랜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 소장은 이란 전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원론적인 답변밖에 드릴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정부나 기업, 가계 등에서 위기의식 없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을 진행하면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성원 전체가 진짜 위기다, 우리가 돌파해야 한다고 느끼면 안 시켜도 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게 돼있다”고 답했다.

조기 종전·3개월·1년 시나리오
정부 총체적·종합적인 대응 필요

이어 “이슈가 불거졌을 때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정책이 모이면 그만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상황 인식이다. 지금이 진짜 위기인지, 긴박한 상황인지,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 이후에 대응은 범정부적이고 종합적이며 전방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이 ‘희망’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꼬집었다. 조 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2024년 12월3일)하기 한 달 전인 그해 11월 한국은행에서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언급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는데 실제 결과는 1%였다. 예측과 달리 경제성장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조 소장은 “아무리 비상계엄이 있었다지만 6월에는 조기 대선도 열렸고 이후 반도체도 살아났다. 그럼에도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럼 한국은행에서 예측한 1.9%라는 숫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미 뭔가 잘못돼있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2024년 11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9%라고 예측했을 때 중요한 이슈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관세 부과 문제였다. 보고서 앞부분에서 한국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2026년 1분기부터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가정하고 전망한다고 쓰여 있다. 2026년 1분기면 지금이다.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희망 말고
전망해야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계속 말하는 건 (전망에) 희망을 섞지 말고 좀 반갑지 않더라도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그 분야의 진짜 전문가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잘 모르겠다면 시나리오라도 짜서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적절하고 필요한 정도로 대응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정확한 진단, 상황 인식에 기반한 전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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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